[판례집12권 1집 344~358] [전원재판부]
1.공무원연금법 제32조 본문 중 공무원연금법상의 급여를 받을 권리에 대한 압류금지부분이 채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헌법상의 경제질서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2.위 법률조항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비하여 사법상 채권자를 차별하여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1.공무원연금법상의 각종 급여는 기본적으로 사법상의 급여와는 달리 퇴직공무원 및 그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을 위한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질을 가지므로, 본질상 일신전속성이 강하여 권리자로부터 분리되기 어렵고, 사적 거래의 대상으로 삼기에 적합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압류를 금지할 필요성이 훨씬 크며, 공무원연금법상 각종 급여의 액수는 공무원의 보수월액을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공무원연금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공무원의 보수수준은 일반기업의 급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더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급권자가 법상의 급여를 받기 전에 그 급여수급권에 대하여만 압류를 금지하는 것일 뿐 법상의 급여를 받은 이후까지 압류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공무원연금법상의 각종 급여수급권 전액에 대하여 압류를 금지한 것이 기본권 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넘어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이
거나 헌법상의 경제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
2.이 사건 법률조항이 민사소송법 제579조 제4호와 달리 급여수급권 전액에 대하여 압류를 금지한 것은 입법자가 그 급여의 사회보장적인 성격과 압류금지의 필요성, 공무원의 보수가 일반기업의 급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단서에서 연금수급권을 국세징수법 등 법률에 의한 체납처분의 대상으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법상 채권의 실현을 위하여는 그 전액에 대하여 압류를 금지한 것은 입법자가 조세채권 등이 지니는 고도의 공익성, 공공성, 공무원연금의 재원확보를 위한 필요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법상의 채권자를 자의적으로 차별하여 평등권을 침해하는 규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
공무원연금법(1982. 12. 28. 법률 제3586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32조(권리의 보호) 급여를 받을 권리는 이를 양도, 압류하거나 담보에 제공할 수 없다. 다만, 연금인 급여를 받을 권리는 이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할 수 있고, 국세징수법·지방세법 기타 법률에 의한 체납처분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579조(압류금지채권) 다음 채권은 압류하지 못한다.
1. 법령상 부양료 및 유족부조료
2. 채무자가 구호사업 또는 제3자의 자혜에 의하여 받는 계속수입
3. 병의 급료
4. 급료, 연금, 봉급, 상여금, 퇴직금, 퇴직연금, 기타 유사한 성질을 가지는 급여채권의 2분의 1 상당액
민사소송법 제579조의2(압류금지채권의 범위변경) ① 법원은 신청에 의하
여 채권자와 채무자의 생활상황 기타의 사정을 고려하여 압류명령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소하거나 제579조의 규정에 의한 압류금지채권에 대하여 압류명령을 할 수 있다.
② 제533조 제2항 내지 제5항의 규정은 채권압류의 경우에 이를 준용한다.
헌재 1998. 12. 24. 96헌바73 , 판례집 10-2, 856
헌재 1989. 5. 24. 89헌가37 등, 판례집 1, 48
헌재 1994. 2. 24. 92헌바43 , 판례집 6-1, 72
청 구 인 1.김○식 (98헌마401)
국선대리인 변호사 장경찬
2. 윤○련 외 1인( 99헌바53 )
대리인 변호사 김현채
3. 김○우 ( 2000헌바9 )
대리인 경남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장권현
당해사건 서울지방법원 99카단3503 채권가압류 ( 99헌바53 )
창원지방법원 98라1077 채권가압류 ( 2000헌바9 )
1. 청구인 김○식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2. 공무원연금법(1982. 12. 28. 법률 제3586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32조 본문 중 ‘압류금지’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98헌마401
청구인 김○식은 1998. 4. 30. 당시 공무원이던 청구외 이○철이 금 20,000,000원을 편취하고 같은 해 8. 5.경 국외로 도주한 후, 같은 해 12.경 수원지방법원에 위 이○철이 1998. 6. 9.까지 22년 8월간의 공무원 재직에 따라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지급받게 될 퇴직연금일시금 62,614,220원과 퇴직수당 금 22,406,670원의 수급권에 대하여 채권가압류신청(98카단69485)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공무원의 퇴직급여수급권 전액에 대하여 압류를 금지하고 있는 공무원연금법 제32조가 청구인의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확인을 구하기 위하여 이 사건 심판을 청구하였다.
(2) 99헌바53
청구인 김○규는 청구인 윤○련의 소개로 당시 공무원이던 청구외 김○식이 1989. 7. 1. 청구외 주식회사○○상호신용금고로부터 금 150,000,000원을 대출받음에 있어서 명의상의 주채무자가 되었는데, 실질적인 채무자인 위 김○식이 이를 변제하지 아니하여청구인 김○규가 금 66,756,349원을, 청구인 윤○련이 금 83,167,451원을 각 대위변제하였다.
그 후 청구인들은 1999. 6.경 서울지방법원에 위 김○식이 제3채무자인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매월 지급받고 있던 퇴직연금급여채권에 대하여 채권가압류신청(99카단3503)을 하고, 그 재판 계속중 공무원의 퇴직연금급여수급권 전액에 대한 압류를 금지하고있는 공무원연금법 제32조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99카기6881)을하였으나 기각되자, 그 위헌확인을 구하기 위하여 이 사건 심판을 청
구하였다.
(3) 2000헌바9
청구인 김○우는 1996. 11. 14. 당시 공무원이던 청구외 김○우가 청구외○○신용카드 주식회사로부터 금 20,000,000원을 받음에 있어서 연대보증을 하였는데, 위 김○우가 위 대출금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하고 퇴직한 후, 1998. 8.경 창원지방법원에 위 김정우가 지급받을 퇴직급여채권의 2분의 1에 대하여 채권가압류신청(98카단22848)을 하였다가 기각된 다음, 이에 불복하여 항고(98라1077)를 하는 한편, 공무원의 퇴직급여수급권 전액에 대한 압류를 금지하고있는 공무원연금법 제32조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98카기1190)을하였으나 기각되자, 그 위헌확인을 구하기 위하여 이 사건 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공무원연금법(1982. 12. 28. 법률 제3586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32조 본문 중 ‘압류금지’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인바,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과 관련 법률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98헌마401 사건에 있어서는 청구인이 ‘민사소송법 제579조 제4호’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기재하였으나 국선대리인이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보정하였다).
공무원연금법 제32조(권리의 보호) 급여를 받을 권리는 이를 양도, 압류하거나 담보에 제공할 수 없다. 다만, 연금인 급여를 받을 권리는 이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할 수 있고, 국세징수법·지방세법 기타 법률에 의한 체납처분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579조(압류금지채권) 다음 채권은 압류하지 못한다.
1. 법령상 부양료 및 유족부조료
2.채무자가 구호사업 또는 제3자의 자혜에 의하여 받는 계속수입
3. 병의 급료
4.급료, 연금, 봉급, 상여금, 퇴직금, 퇴직연금, 기타 유사한 성질을 가지는 급여채권의 2분의 1 상당액
2. 청구인들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요지
(1)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무원의 공무원연금법(이하 “법”이라고 한다)상의 퇴직급여수급권 전액에 대하여 압류를 금지함으로써 채권자의 권리실현을 현저히 방해하고 있고, 이로 인하여 채권자인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이 침해되었다.
(2)이 사건 법률조항은 노동의 대가로 지급되는 공무원의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수급권 전액에 대하여 압류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유사한 성격을 지닌 민사소송법 제579조 제4호가 공무원 이외의 자의 퇴직연금 및 퇴직금채권에 대하여서는 물론 공무원의 급료에 대하여도 그 2분의 1 상당액을 압류할 수 있게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여 볼 때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대우하는 것으로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3)법 제32조 단서 후단은 연금인 급여를 받을 권리는 국세징수법·지방세법 기타 법률에 의한 체납처분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채권확보를 위하여서는 연금급여수급권에 대하여 강제집행의 길을 열어 두면서 사적 거래에 의한 채권의 확보를 위하여서는 이를 허용하지 아니하고 있는
바, 이는 개인의 재산권을 보호하여야 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자신의 이익과 실리는 챙기면서 개인의 재산보호에는 등한시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들의 재산권 및 평등권을 침해하고, 헌법 제119조 제1항의 경제질서에 위반되는 것이다. 특히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채권은 형평의 원칙상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조세채권과 동일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나.행정자치부장관 및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의 의견 요지
(1)법상의 급여수급권은 공무원 및 그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러한 성격을 가진 급여수급권을 사적 거래에 의한 채권의 압류로부터 보호함으로써, 압류로 말미암아 발생할 수 있는 공무원 및 그 유족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여 급여수급권자의 생활보장이라는 입법목적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국가의 사회보장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34조 및 공무원에 대한 사회보장을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제77조에 근거한 것이며, 헌법 제23조가 규정하는 재산권의 한계를 법률로써 규정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2)법상의 급여수급권은 헌법 제34조에 의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일신전속적인 권리로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러한 성격을 가진 급여수급권을 공무원의 사적인 경제활동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강제집행으로부터 보호하여 공무원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국민연금법 등 사회보장 법률에서도 거의 연금 등 수급권에 대하여 이와 마찬가지로 압류를 전혀 할 수 없도록 보호하고 있으므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며, 공
무원연금은 그 대부분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달되는 재원으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그 재원의 기초가 되는 국세나 지방세를 원활히 징수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 제32조 단서 후단과의 관계에 있어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다. 서울지방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결정 이유
대체로 위 행정자치부장관 및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의 의견과 같다.
3. 판 단
가. 공무원연금제도와 연금수급권의 법률적 성격
공무원연금제도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퇴직 또는 사망과 공무로 인한 부상·질병·폐질에 대하여 적절한 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공무원 및 그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서(법 제1조), 위의 사유와 같은 사회적 위험이 발생한 때에 국가의 책임아래 보험기술을 통하여 공무원의 구제를 도모하는 사회보험제도의 일종이다.
공무원연금제도는 일종의 사회보험으로서 보험의 기본원리에 있어서는 사보험(私保險)과 동일하나, 보험원리에 사회조정원리를 도입한 사회보장제도의 하나로서 몇 가지 점에서 사보험과는 다른 면을 지니고 있다.
군인과 선거에 의하여 취임하는 공무원을 제외한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에 의한 모든 공무원 등은 법률에 의하여 당연히 공무원연금에 가입되고(법 제3조 제1항 제1호), 급여의 종류와 내용이 법률(법 제4장 제2절, 제3절)로 정하여져 있으며, 기여금의 액수
및 징수방법도 법률(법 제66조, 제67조)로 정하여져 있는 등 보험관계의 내용을 당사자들이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 없다. 또한, 각종 급여에 소요되는 비용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부담금(법 제69조)과 공무원이 납부하는 기여금(법 제66조)으로 충당되는 급여도 있고, 퇴직수당이나 단기급여 및 장해급여와 같이 소요되는 비용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부담하는 것(법 제65조 제2항, 제3항)도 있으나, 기여금이나 부담금은 모두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납입되며(법 제67조, 제69조 제2항·제8항·제9항), 단일의 공무원연금기금에 편입되어 함께 관리·운용된다(법 제73조 및 제74조).
따라서 법상의 각종 급여는 퇴직수당과 같이 후불임금의 성격이 강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아니한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두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을 가짐과 동시에 공로보상 내지 후불임금으로서의 성격도 함께 가진다고 할 것이다(헌재 1998. 12. 24. 96헌바73 , 판례집 10-2, 856, 866 참조).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헌법상 문제점
(1)헌법 제2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고, 그 제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각 규정하여 국민의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사유재산의 자유로운 이용·수익과 그 처분을 보장하고 있고,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국민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강제집행은 국가가 강제력을 행사함으로써 사법상 청구권의 실현을 도모하는 절차로서, 사법상 청구권 등 재산권은 궁극적으로
강제집행에 의하여 그 실현이 보장되는 것이므로, 입법자가 강제집행절차를 마련함에 있어서는 채권자의 재산권 보장을 위하여 원칙적으로 강제집행을 금지하거나 강제집행에 있어서 채권자 사이에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2)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채무자인 공무원이 받는 법상의 급여수급권 전액에 대하여 압류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퇴직공무원에 대한 채권자인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민사소송법 제579조 제4호가 공무원 이외의 일반 퇴직금, 퇴직연금 등 급여채권에 대하여는 2분의 1 상당액까지 압류를 허용하고 있는 데에 반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퇴직공무원의 급여수급권에 대하여는 압류를 전액 금지하고 있으므로, 일반 퇴직급여수급권자의 채권자에 비하여 법상 퇴직급여수급자인 퇴직공무원의 채권자를 차별한다고 할 수 있고,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단서가 법상의 연금수급권에 대하여는 국세징수법 등 법률에 의한 체납처분의 대상으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데에 반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법상 청구권의 실현을 위한 강제집행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므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비하여 사법상 채권자를 차별한다고 할 수 있다.
(3)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관하여는 청구인들의 헌법상 재산권 및 평등권 침해 여부와 헌법 제119조 제1항의 경제질서위반 여부가 문제된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재산권 침해 및 경제질서 위반 여부
(가)위에서 본바와 같이 입법자가 강제집행절차를 마련함에 있
어서는 원칙적으로 채권자의 재산권 보장을 위하여 사법상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금지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그러나 헌법 제23조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나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하고(제1항),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으며, 헌법 제34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고(제1항),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입법자는 채무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며,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하는 기본권 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범위내에서 강제집행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나)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상의 각종 급여는 기본적으로 사법상의 급여와는 달리 퇴직공무원 및 그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을 위한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질을 가지므로, 본질상 일신전속성이 강하여 권리자로부터 분리되기 어렵고, 사적 거래의 대상으로 삼기에 적합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압류를 금지할 필요성이 훨씬 크다. 공무원 연금제도의 목적인 공무원 및 그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하기 위하여서는 수급권자가 실제로 직접 그 이익을 받아야 하며, 타인이 그 이익을 받는 것은 수급권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목적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사회보장법률들은 거의 각종 급여수급권 전액에 대하여 그 양도나 담보제공 등의 사적 처분을 제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압류를 금지하고 있다(사회보장기본법 제12조, 군인연금법 제7조, 사립학교교원연금법 제40조, 국민연금법 제54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5조 제2항, 생활
보호법 제28조·제29조, 의료보험법 제47조 등).
(다)그리고 법상 각종 급여의 액수는 공무원의 직책 및 계급에 따라 다양하게 책정되는 보수월액(직급호봉에 따른 기본급에 일부 수당이 가산된 금액)을 산정의 기초로 하여 재직기간에 따라 차등적으로 산정된다. 예컨대, 퇴직연금월액은 재직기간 20년의 경우 보수월액의 100분의 50에 상당하는 금액이고, 20년을 초과하는 매 1년에 대하여 보수월액의 100분의 2에 상당하는 금액을 가산하되 보수월액의 100분의 76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법 제46조 제4항). 퇴직수당금액 역시 재직기간에 따라 보수월액의 100분의 10 내지 100분의 60을 곱한 금액이다(법 제61조의2 제2항, 시행령 제52조의3).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그 수급권의 전액에 대하여 압류가 금지되는 퇴직연금월액은 보수월액의 최저 100분의 50에서 최고 100분의 76에 상당하는 금액인데, 공무원연금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공무원의 보수수준은 일반기업의 급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더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급권자가 법상의 급여를 받기 전에 그 급여수급권에 대하여만 압류를 금지하는 것일 뿐 법상의 급여를 받은 이후까지 압류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므로, 채권자가 법상의 급여에 대하여 전혀 강제집행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수급권자가 이를 받은 이후에는 그 재산(급여)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할 것이다.
(라)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법상의 각종 급여수급권 전액에 대하여 압류를 금지한 것이 기본권 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넘어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이거나 헌법상의 경제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
(2) 평등권의 침해 여부
(가)헌법상 평등의 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하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차별은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고,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자의적 차별 내지 차등만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헌재 1989. 5. 24. 89헌가37 등, 판례집 1, 48, 54; 헌재 1994. 2. 24. 92헌바43 , 판례집 6-1, 72, 75 참조).
(나)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이 민사소송법 제579조 제4호와 달리 급여수급권 전액에 대하여 압류를 금지한 것은 입법자가 그 급여의 사회보장적인 성격과 압류금지의 필요성, 공무원의 보수가 일반기업의 급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다)또한, 일반적으로 국세나 지방세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작용 및 공익실현을 위한 필요불가결한 재원으로서, 조세채권을 비롯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공법상 채권 등은 사법상의 채권에 비하여 고도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지니고 있는 관계로 그 채권에 대하여는 그 실현을 효율적이고 확실하게 하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우선징수권(국세기본법 제35조)과 체납처분에 의한 강제징수권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연금제도의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은 대부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달되는 재원으로 충당되고 있고, 그 재원은 결국 국세나 지방세의 원활한 징수를 통하여서만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단서에서 연금수급권을 국세징수법 등 법률
에 의한 체납처분의 대상으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법상 채권의 실현을 위하여는 그 전액에 대하여 압류를 금지한 것은 입법자가 조세채권 등이 지니는 고도의 공익성, 공공성, 공무원연금의 재원확보를 위한 필요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라)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법상의 채권자를 자의적으로 차별하여 평등권을 침해하는 규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
(3)다만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는 개정의 필요성이 있음을 지적하여 두고자 한다.
이 사건 법률이 급여수급권 전액에 대하여 사법상 채권자의 압류를 금지한 근본취지는 채무자인 공무원 및 그 유족의 최소한도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채무자의 사정은 급여의 액수, 부양가족, 재산상태 등에서 천차만별이고 채권자의 생활상황이 오히려 채무자보다 더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압류금지가 아무리 채무자인 공무원 및 그 유족의 생활보장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와 채권자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획일적으로 압류를 전액 금지하면 채권자의 희생아래 채무자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이와 같은 결과는 헌법에 정면으로 위반되지는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그것이 헌법정신에 합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입법자는 공무원연금법에도 민사소송법 제579조의2의 규정과 같이 채권자와 채무자의 생활상황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대립되는 이익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압류금지범위를 변경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혀둔다.
4. 결 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98헌마401 사건에서는 청구인 김○식의 재산권과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고, 99헌바53 , 2000헌바9 사건에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정경식 고중석(주심) 창언 이영모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