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수명령등취소][미간행]
원고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정일
식품의약품안전청장(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나라 담당변호사 김상순)
2007. 9. 12.
1. 피고가 2007. 1. 9. 원고에 대하여 한 알로피아정에 대한 품목허가취소처분 및 회수 폐기명령을 모두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피고로부터 1989. 1. 1. 이후 제조(수입)품목허가를 받은 전문의약품과 성분이 동일한 정제인 동아피나스테리드정(피나스테리드)에 관하여 생물학적 동등성(이하 ‘생동성’이라 한다) 시험용 제조품목허가를 받은 후, 생동성 시험기관인 주식회사 랩프런티어(이하 ‘랩프런티어’라 한다)로부터 2005. 8. 29.경 수령한 시험결과보고서를 피고에게 제출하여, 2005. 11. 15. 피고로부터 제품명을 알로피아정(피나스테리드)(이하 ‘이 사건 의약품’이라 한다)으로 변경하여 제조품목허가를 받음과 동시에 생동성을 인정받아 ‘생동성인정품목 공고’에 등재되었음을 통보받았다.
나. 피고는 2006년 3월경부터 생동성 시험기관에 대한 점검을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이 사건 의약품에 관하여도 피고에게 제출된 결과보고서와 시험기관 컴퓨터에 내장된 원본의 내용중 일부가 아래와 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순번 | 시료명 | 채혈시간 | 제출자료(결과보고서) | 보관자료(원본) | ||||
약물 피크면적 | IS(내부표준물질) 피크면적 | 관련 갑호증 | 약물 피크면적 | IS(내부표준물질) 피크면적 | 관련 갑호증 | |||
1 | A01P100 | 0 | 0 | 353,255 | 3-1 | no peak | 523,249 | 4-1 |
2 | A02P106 | 3 | 60,529 | 578,345 | 3-2 | no peak | 28,422 | 4-2 |
3 | A09P100 | 0 | 0 | 732,417 | 3-3 | no peak | 64,566 | 4-3 |
4 | A09P201 | 8 | 67,042 | 815,977 | 3-4 | no peak | 31,773 | 4-4 |
5 | B08P201 | 0.5 | 25,384 | 887,090 | 3-5 | no peak | 618,733 | 4-5 |
6 | B10P104 | 2 | 111,516 | 666,388 | 3-6 | no peak | no peak | 4-6 |
7 | B11P100 | 0 | 0 | 577,379 | 3-7 | no peak | 24,563 | 4-7 |
다. 이에 피고는 2006. 9. 28. 생동성 시험자료의 조작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의약품에 관한 제조품목허가취소에 관한 청문절차를 통지함과 동시에 잠정적으로 판매금지 및 회수명령을 하였다가, 2007. 1. 9. 같은 이유로 위 잠정적 조치에 갈음하여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의약품에 관한 제조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이 사건 의약품의 회수 후 폐기를 명령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1, 3-1 내지 3-7, 4-1 내지 4-7, 9호증,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생동성 시험(인정 여부) 자체가 제조품목허가나 그 취소의 요건이 되지 않는다.
① 약사법에서 정한 제조품목허가는 법규에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법규에서 정하는 사유 이외의 사유를 들어 거부를 할 수 없는 기속행위인 허가에 해당하는바, 구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6조 제6항 은 안전성·유효성에 관한 시험성적서·관계문헌 기타 필요한 자료를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제출하도록 하고 있고, 약사법 시행규칙 제23조의2 에서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의 방법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 생동성 관련 자료에 관하여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② 구 약사법 제23조의2 는 생동성이 인정된 품목에 대하여는 약사의 대체조제를 인정하고 있는바, 이는 생동성이 허가 자체의 요건이 아닌 약사법상 별개의 효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이라는 전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③ 구 약사법 제69조 제1항 은 품목제조금지 등 행정처분을 부과하도록 하는 경우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생동성의 불인정은 제조품목허가의 취소 요건으로 규정한 바 없다.
④ 의약품에 생동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도 이는 시험약과 대조약의 혈액 내 흡수 양상에서 차이를 보이는 데 불과하고,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에 어떠한 하자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므로 생동성 불인정을 이유로 생동성인정공고를 취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조품목허가까지 취소하는 것은 그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하여 제조사의 사익 침해가 현저히 크므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고, 1989. 1. 1. 이후에 허가를 받은 신약과 동일 성분의 의약품에 대하여만 생동성 관련자료의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며, 품목허가처분의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제조품목허가를 취소하는 것은 피고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아 피고의 품목허가를 신뢰하고 이 사건 각 의약품을 제조·판매한 원고의 신뢰를 해하는 것으로서 신뢰보호의 원칙에도 반한다.
(2) 이 사건 의약품은 실질적 생동성이 인정되므로 시험자료의 조작만을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가사 생동성의 인정 여부 자체가 제조품목허가 취소의 요건이 된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생동성 시험자료의 조작’을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는바, 실질적인 생동성의 인정 여부와 생동성 시험자료의 조작 여부는 구분되어야 하고, 약사법 등 관계법령에서 ‘생동성 시험자료의 진실성’을 제조품목허가의 요건으로 하지 않고 있으므로, 시험자료의 조작 여부와는 상관없이 실질적 생동성 자체가 인정되면 제조품목허가를 취소할 수 없는데, 이 사건 의약품은 사후적으로 실시한 시험에서 실질적인 생동성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시험자료의 조작이 없었다.
가사 생동성 시험자료의 조작이 제조품목허가 취소의 요건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의약품은 시험자료의 조작이 없었고, 피고가 시험자료의 조작을 입증한 것도 아니다. 즉, 최초 분석한 결과인 보관자료(원본) 중 제출자료(결과보고서)와 다른 것으로 나타난 것들은 랩프런티어가 생동성 시험을 하면서 최초 분석이 잘못된 것이 명백하여 재분석을 한 것들일 뿐, 시험자료를 조작하여 제출자료를 만든 것이 아니다. 이러한 점은 보관자료의 내용 자체에 의하더라도, ① 피고가 다르다고 적시한 7개의 크로마토그램 모두 재분석의 사유가 있었던 점과, ② 위 7개의 크로마토그램에 관하여 보관자료의 내용을 포함하더라도 생동성이 인정되는 것이어서 조작의 필요성이 있지도 아니하였던 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4) 시험자료의 조작에 관하여 원고의 귀책사유가 없었다.
원고는 이 사건 의약품에 관하여 시험기관인 랩프런티어에 용역계약을 주었을 뿐, 생동성 시험자료 조작에 관여한 사실도 전혀 없고 관여할 수 있는 여지도 없어 이를 인식할 수 없었다. 오히려, 시험기관에 관한 감독권한이 있는 피고가 제조품목허가 처분 이전에 시험자료의 조작 여부에 관하여 확인할 수 있고, 확인할 의무도 있는 것이다.
(5) 이 사건 처분은 비례의 원칙에 위반한다(재량의 일탈·남용 주장)
앞서 주장한 제반 사정과 함께, 이 사건 의약품에 관한 생동성 시험에 있어서 보관자료의 내용에 의하더라도 생동성이 인정된다는 결과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바, 이처럼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경미한 하자가 있는 것만으로 이 사건 처분을 하는 것은 공익상의 필요와 원고의 불이익의 비교 형량에서 현저한 불균형이 있는 것이므로 비례의 원칙에 위반한, 재량의 일탈·남용에 의한 위법한 것이다.
나. 관계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원고의 첫째 주장에 대하여{생동성 시험(인정 여부) 자체가 제조품목허가나 그 취소의 요건이 되는지 여부}
① 생동성 시험이라 함은 신약(통상 ‘오리지널 의약품’이라 한다)의 물질특허 기간이 도과한 의약품과 성분이 동일한 의약품을 새로이 제조하는 경우(이와 같이 제조된 의약품을 통상 ‘제네릭 의약품’이라 한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효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 중의 하나로서 오리지널 의약품(대조약)과 제네릭 의약품(시험약)의 약효를 나타내는 성분이 전신순환혈에 흡수되는 속도와 양을 통계학적으로 비교하는 시험을 말한다.
그런데, 구 약사법 제26조 제1항 , 제6항 은 제조품목허가를 받고자 하는 품목이 신약 또는 식약청장이 지정하는 의약품인 경우에는 안전성·유효성에 관한 시험성적서·관계문헌 기타 필요한 자료를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제출하도록 하면서, 약사법 시행규칙 제23조 제1항 다목 에서는 이 사건 의약품과 같이 1989. 1. 1. 이후 제조 품목허가를 받은 전문의약품으로서 신약에 해당하는 의약품에 대하여는 생동성 시험 계획서, 생동성 시험에 관한 시험자료 등을 반드시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규정의 취지는 생동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모든 면에서 제네릭 의약품과 오리지널 의약품이 동일하다는 증명이 된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반대로 생동성 시험의 본질에 비추어 보아 제네릭 의약품의 생동성 시험결과가 오리지널 의약품과 통계학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정은 제네릭 의약품의 효능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자료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라는 점에서, 생동성 시험을 제네릭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하여 놓은 것이라고 보이므로, 생동성 시험은 이 사건 의약품과 같은 제네릭 의약품의 제조품목허가의 요건이 된다고 할 것이다.
② 또한, 구 약사법 제23조의2 가 생동성이 인정된 품목에 대하여는 약사의 대체조제를 인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생동성 시험이 모든 제네릭 의약품의 제조품목허가의 요건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과 위 규정의 취지가 의약품 안정성·유효성에 관한 제조품목허가에 관한 규정과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는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규정의 존재만으로 약사법이 생동성 시험을 제네릭 의약품의 제조품목허가의 요건이 아닌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③ 의약품의 제조품목허가는 수익적 행정처분인바, 행정행위를 한 처분청은 그 행위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원칙적으로 스스로 이를 취소할 수 있는 것이고( 대법원 1986. 2. 25. 선고 85누664 판결 등 참조), 다만 그 행위가 국민에게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는 이른바 수익적 행정행위인 때에는 비례의 원칙 등 뒤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은 일정한 한계가 있을 뿐이므로, 약사법 등 관계법령에 생동성의 불인정이 제조품목허가 취소의 요건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도 없다.
④ 수익적 행정행위는 그 행위를 취소하여야 할 공익상 필요와 그 취소로 인하여 당사자가 입을 기득권과 신뢰보호 및 법률생활 안정의 침해등 불이익을 비교교량한 후 공익상 필요가 당사자의 기득권 침해등 불이익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강한 경우에 한하여 취소할 수 있고(위 대법원 판결 등 참조), 행정상의 법률관계에 있어서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한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행정청이 앞서 표명한 공적인 견해에 반하는 행정처분을 함으로써 달성하려는 공익이 행정청의 공적 견해표명을 신뢰한 개인이 그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입게 되는 이익의 침해를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경우에는 신뢰보호의 원칙을 들어 그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5두8405 등 참조).
그런데, 의약품의 안전성 확보는 국민의 생명 및 건강에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그 제조 및 판매에 있어 매우 엄격한 규제가 있어야 할 것이고, 의약품의 복용대상자는 건강한 사람이 아니라 특정 질환이 있는 환자인 점을 고려하면 안전성과 유효성을 구분하여 유효성이 인정되지 않는 의약품이라도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이러한 안전성·유효성의 요청은 저렴한 제네릭 의약품이 사용에 의한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안정보다도 더욱 중시되어야 할 가치라 할 것이므로, 국민건강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을 배제하기 위한 공익상의 목적은 원고들이 이 사건 각 처분으로 입게 되는 경제적인 이익보다 훨씬 강하다고 봄이 상당하여, 생동성의 불인정을 의약품 제조품목허가 취소의 사유로 하는 것 자체가 비례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약사법 등 관계법령이 1989. 1. 1. 이후 제조(수입)품목허가를 받은 신약의 제네릭 의약품에 대하여만 생동성 시험을 제조품목허가의 요건으로 한 것은, 의약분업 및 생동성 시험의 중요성의 인식 등으로 인하여 점점 더 확충된 국내의 생동성 시험 관련 기반시설 등 사회적인 여건과 신약의 특허기간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입법재량에 의한 것으로 보이므로, 모든 신약의 제네릭 의약품에 대하여 생동성 시험을 허가의 요건으로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의 첫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원고의 둘째, 넷째 주장에 대하여(시험자료의 조작 자체가 제조품목허가의 요건이 되는지 여부와 원고의 귀책사유가 없었다는 주장)
피고가 이 사건 의약품에 관한 ‘실질적인 생동성의 불인정’이 아닌 ‘생동성 시험자료의 조작’을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음은 원고도 인정하고 있는바, 먼저 이와 같이 생동성 시험자료의 조작이 제조품목허가 취소의 사유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앞서 살핀바와 같이 ① 생동성 시험 자체는 제네릭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을 인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점, ② 의약품의 안전성 확보는 국민의 생명 및 건강에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그 제조 및 판매에 있어 매우 엄격한 규제가 있어야 할 것이고, 국민건강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을 배제하기 위한 공익상의 목적은 원고들이 이 사건 각 처분으로 입게 되는 경제적인 이익보다 훨씬 강하다는 점 등과 함께, ③ 그 처분의 하자가 당사자의 사실은폐나 기타 사위의 방법에 의한 신청행위에 기인한 것이라면 당사자는 그 처분에 의한 이익이 위법하게 취득되었음을 알아 그 취소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그 자신이 위 처분에 관한 신뢰이익을 원용할 수 없음은 물론 행정청이 이를 고려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도 재량권의 남용이 되지 않고, 이 경우 당사자의 사실은폐나 기타 사위의 방법에 의한 신청행위가 제3자를 통하여 소극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닌 점( 대법원 1995. 11. 7. 선고 95누11320 판결 등 참조), ④ 생동성 시험을 피고의 산하기관이 아닌 원고와 같은 제조사로부터 용역을 받은 시험기관이 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는 피고의 지도·감독권의 한계에 따라 생동성 시험의 구체적인 실시는 시험기관이 하더라도 그 자료의 제출은 원고와 같은 제조사의 책임으로 하려는 취지이고, 피고에게 생동성 시험기관에 대한 일반적인 감독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시험기관의 운영형태나 사후적·부분적인 시험 내용의 검사가 아닌 생동성 시험 전부에 대한 진정성의 검사·감독은 위와 같은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아니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하는 점, ⑤ 무엇보다도 만약 생동성 시험 자료의 조작 자체가 아닌 실질적 생동성의 불인정만은 품목허가취소의 요건으로 보게 된다면, 일단 조작된 생동성 시험자료를 제출하여 제조품목허가를 받아 요양급여대상에 등재됨으로서 선순위의 약가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는바, 사후적으로 조작사실이 적발되더라도 그 때 재시험을 통해 생동성이 인정되면 이미 취득한 기득권을 그대로 누릴 수 있는 결과가 되어, 시간을 들여 실제로 재분석 등을 통해 진실한 시험자료를 작성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큰 이익을 보는 불합리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로서는 만약 생동성 시험기관에서 시험자료를 조작하여 생동성이 일치하는 것으로 허위의 시험결과보고서를 작성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그 사유만으로도 이 사건 각 의약품의 제조 품목허가를 취소하여야 하는 충분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경우 원고의 고의·과실 등 귀책사유는 뒤에서 살피는 바와 같이 공익상의 필요와 비교·교량할 기득권과 신뢰 및 법률생활안정의 침해 등의 불이익의 정도를 판단할 요소가 됨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 귀책사유 자체가 취소의 요건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생동성 시험자료의 조작’ 자체가 제조품목허가 취소의 사유가 된다고 보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기존에 보관해 두었던 시료를 사후에 다시 시험한 결과 실질적으로 생동성이 인정된다거나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없어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는 원고의 둘째, 넷째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원고의 셋째 주장에 대하여(시험자료의 조작 여부)
원칙적으로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서는 당해 처분의 적법을 주장하는 처분청인 피고에게 그 처분사유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는 것이지만( 대법원 1984. 7. 24. 선고 84누12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와 같이 시험자료가 조작되었는지 여부에 관한 사실관계는 원고 또는 원고로부터 용역을 받은 랩프런티어의 지배영역에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입증의 정도에 있어서는 피고가 상당한 정도의 조작의 개연성을 입증하면 충분하다 할 것이고 그러한 조작사실이 없었다는 점에 관하여 원고가 합리적인 자료를 통해 반증을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위 인정증거들과 갑 제5 내지 8-2호증, 을 제1, 4-1 내지 4-6호증의 각 기재와 이 법원의 현장검증결과, 이 법원의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약제학실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생동성 시험을 실시하는 경우 실제로 분석을 하였다면 그 자료가 시험자의 컴퓨터에 자동으로 기록되는 것이므로 어디엔가는 남아 있어야 하는데, 랩프런티어는 단순히 파일관리를 체계적으로 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컴퓨터에 보관되어 있는 재분석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 ② 랩프런티어가 이 사건 의약품의 생동성 시험에 사용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경우 보고서의 조작은 다른 분석 자료의 복사 및 실행의 작업만으로도 간단히 할 수 있는 사실, ③ 분석시각은 분석이 이루어질 때 컴퓨터에 의하여 자동으로 저장되는 것이므로 만약 제출자료가 재분석에 의하여 기록된 것이었다면 그와 결과가 다른 최초의 시험자료인 보관자료의 것과 분석시각이 다르게 기재되어 있었어야 하는데, 제출자료의 분석시각과 보관자료의 분석시각이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는 사실, ④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사유로 삼은 이 사건 의약품의 생동성 시험 결과보고서와 원본의 크로마토그램 중 일치하지 않는 7건 중 순번 1, 3, 7번은 약물투여 전의 시료로서 약물피크면적은 어차피 나올 수가 없었던 것이었고 이러한 점은 제출자료와 보관자료에서 차이가 없으나, 내부표준물질의 피크면적이 다른 시료들에 비하여 현저하게 낮게 나타나 시험의 완결성만을 위하여 재분석 사유가 있었던 것이었고, 순번 2, 4, 5, 6번은 보관자료상에서는 약물 투여 후 시간의 경과에도 불구하고 약물 피크면적이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통상의 경우에 비추어 볼 때 시험자 또는 기계의 오류가 명백하여 재분석의 사유가 있었던 것이었던 사실, ⑤ 위와 같은 7건의 크로마토그램에 관하여 보관자료의 것을 대입하더라도 전체 생동성 시험의 인정 여부에 관한 결과 자체가 바뀌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여 조작의 필요성이 그리 큰 것으로 보이지는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① 내지 ③ 사실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결과가 생긴 것은 랩프런티어가 제출자료의 크로마토그램의 내용만 다른 곳에서 복사하여 사용한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④, ⑤ 사실들만으로는 위와 같은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또한, 이에 대하여 원고는 ‘시험자료의 완벽성’을 위해 관행적으로 재분석을 한 경우에도 제출자료의 분석시간을 원분석 시간으로 정정하여 기재해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재분석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역설해 온 원고의 입장에 모순될 뿐 아니라 ‘시험자료의 완벽성’을 위해 분석시간 정도는 정정해도 좋다고 볼 수도 없다는 점에서 원고의 주장은 쉽게 수긍할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의 셋째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원고의 다섯째 주장에 대하여(비례의 원칙 등에 비춘 재량의 일탈·남용 여부)
앞서 살핀바와 같이 수익적 행정행위의 취소에 있어서는, 그 취소로 인하여 개인의 기득의 권리 또는 이익을 침해하게 되므로 그 처분을 취소하여야 할 공익상의 필요와 그 취소로 인하여 당사자가 입게 될 기득권과 신뢰 및 법률생활안정의 침해 등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한 후 공익상의 필요가 당사자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만 취소할 수 있는 것이므로, 생동성의 인정 여부 및 시험자료의 조작 자체가 취소의 사유가 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재량의 일탈·남용에 의한 것인지는 이 사건 처분과 관련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위 인정증거들과 갑 제16호증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이 사건 결과보고서에 첨부된 크로마토그램은 총 624개(26명×시험약, 대조약 2회×시간별 분석 12회)인 사실, ② 위 크로마토그램 중 제출자료와 보관자료의 내용이 다른 것은 7개인 사실, ③ 생물학적동등성시험기준(2005. 6. 7.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 제2005-31호) 제19조 제2항에 의하면 대조약과 시험약의 비교평가항목치를 로그변환하여 통계처리하였을 때, 로그변환한 평균치 차의 90% 신뢰구간이 log 0.8에서 log 1.25 이내이면 동등으로 판정하도록 되어 있는 사실, ④ 제출자료의 내용 대신 보관자료의 내용을 대입하여 전체 시험결과를 산출한 경우 제출자료와 비교하였을 때, 비교평가항목치 중 Cmax(최고혈중농도)는 동일하고, AUC(혈중농도-시간곡선하면적)의 경우에도 로그변환한 평균치의 차의 90% 신뢰구간에서 하한이 log 0.9114, 상한이 log 1.0736으로 산출되어 위 기준에 의할 때 동등으로 판정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바와 같이 이 사건 결과보고서의 내용 중 조작된 크로마토그램의 개수는 전체의 약 1%에 불과하고, 어차피 원본 자료에 의하더라도 생동성시험기준상 동등으로 판정될 것이었으므로 그 조작의 정도가 경미한 점과 함께, 제출자료와 일치하지 않는 보관자료의 데이터 내용이 그 자체로도 의약품의 하자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시험자나 기계의 오류에 의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큰 점, 이와 같은 제출자료의 하자의 정도와 이 사건 생동성 시험의 의뢰 및 자료제출의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제출자료의 조작에 관한 원고의 귀책사유가 상당히 작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현출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의 정도에 비추어 원고가 입게 되는 사익의 피해와 신뢰의 침해가 더욱 큰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의약품에 관하여 제조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이 사건 의약품의 회수 후 폐기를 명령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그 처분사유에 비추어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 위법한 것이라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