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등침해중지가처분] 항고[각공2010상,229]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지상파방송사업자의 디지털 지상파방송을 수신하여 실시간으로 가입자에게 재전송한 사안에서, 가처분으로 긴급하게 그 재송신의 중단을 명할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지상파방송사업자의 디지털 지상파방송을 수신하여 실시간으로 가입자에게 재전송한 사안에서, 위 재전송행위는 수신보조행위가 아니라 동시재송신에 해당하므로 지상파방송사업자가 동시중계방송권에 기하여 그 재송신의 금지를 구할 피보전권리는 인정되나, 장기간 위 권리침해 상태가 방임되어 왔으므로 가처분으로 긴급하게 그 재송신의 중단을 명할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한국방송공사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변동걸외 3인)
주식회사 씨제이헬로비전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외 2인)
1.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신청인들이 부담한다.
1. 피신청인은 2009. 9. 23.부터 새로 피신청인의 유선방송 상품에 가입한 자들에게 별지 목록 기재 각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방송신호를 동시재송신하여서는 아니 된다.
2. 피신청인은 위 1항을 위반하는 경우 그 위반의 상대방이 되는 신청인에게 각 위반행위 1일당 1억 원씩을 지급하라.
1. 사안의 개요
신청인들은 각 방송법에 의한 방송국 허가를 얻어 지상파방송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피신청인은 방송법에 의한 ‘종합유선방송사업’ 허가를 얻어 서울 양천구 등지에 방송설비, 전송망 등을 구비하여 가입자에게 상품 종류에 따라 수십 개에서 많게는 100개가 넘는 방송채널을 제공하는 다채널 유선방송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런데 피신청인은 현재 위 사업을 통해 가입자에게 홈쇼핑 등 유선방송 전용 채널을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청인들이 지상의 송신탑 등을 통해 공중에 송출하는 별지 목록 기재 각 디지털 지상파방송(이하 ‘이 사건 방송’이라 한다)의 방송신호를 수신한 후 실시간으로 위 방송신호를 직접 또는 디지털 유선방송용 셋톱박스(Set-top Box, 외부에서 들어오는 신호를 받아 적절히 변환하여 텔레비전으로 그 내용을 표시해 주는 장치)를 거쳐 가입자가 보유한 텔레비전에 재전송하고 있다.
2.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침해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신청인들의 주장
신청인들은 이 사건 방송을 통하여 송신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거나 그 제작자로부터 프로그램에 대한 권리를 양수하는 등으로 그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방송사업자의 지위에서 저작인접권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신청인들은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자나 저작인접권자로서 저작권법 제16조 , 제84조 에 따라 그 방송을 복제하거나, 제18조 에 따라 이를 공중에 송신하거나, 제85조 에 따라 그 방송을 동시중계방송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가진다.
따라서 피신청인이 신청인들의 동의 없이 이 사건 방송을 동시재전송하는 행위는 신청인들의 위 권리들에 대한 침해에 해당한다.
(2) 피신청인의 주장
(가) 피신청인이 이 사건 방송을 가입자에게 재전송하는 행위는 방송권역 내 거주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시청이 가능한 지상파방송에 대하여 보다 편리한 시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입자의 방송 수신을 보조하는 행위에 불과하여 신청인들의 저작권법상 각종 권리에 대한 침해가 되지 않는다.
(나) 피신청인을 비롯한 유선방송사업자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난시청 해소 및 방송품질의 보장을 원하는 신청인들과의 묵시적 합의에 따라 지상파방송을 재전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왔고, 신청인들도 최근까지 재전송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대가의 지급을 요구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유선방송사업자들에게 재전송 권한이 있음을 전제로 지금까지 여러 차례 채널번호 변경이나 방송 품질과 관련한 협조 요청까지 한 적이 있으므로, 이 사건 신청과 같은 재전송 중단 요구는 위 묵시적 합의에 대한 위반으로 허용되지 아니한다.
(다) 신청인들이 수십 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방송신호 사용료의 지급을 요구하는 등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적이 없고, 재전송 중단으로 신청인들이 별다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갑자기 재전송의 금지를 요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
(라) 피신청인은 “공표된 저작물을 공익상 필요에 의하여 방송하고자 하는 방송사업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을 얻은 후 소정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이를 방송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저작권법 제51조 에 의하여 이 사건 방송을 재전송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나. 신청인들의 저작권법상 권리
(1) 공중송신권
신청인들은 직접 제작하거나 타인으로부터 저작권을 양수한 방송 프로그램에 대하여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 경우 신청인들은 저작권법 제18조 에 정해진 공중송신권의 행사로서 그 방송 프로그램을 공중(불특정 다수인뿐만 아니라 특정 다수인을 포함한다. 저작권법 제2조 제32호 참조)이 수신하거나 접근하게 할 목적으로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하여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저작권법상 저작권자의 권리는 독점성·배타성을 그 핵심으로 하고 있으므로, 위 공중송신권도 저작권자인 신청인들이 스스로 시청자에게 방송 프로그램을 송신할 수 있는 권리와 더불어 제3자에게 그 송신을 허용하거나 무단 송신행위의 금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2) 복제권
신청인들은 자신의 방송 프로그램을 스스로 복제할 수 있는 권리에 더하여 제3자에게 복제를 허용하거나 무단 복제행위를 금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다만, 저작권법 제2조 는 ‘복제’를 “인쇄·사진촬영·복사·녹음·녹화 그 밖의 방법에 의하여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유형물로 다시 제작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어 피신청인이 이 사건 방송을 재전송하면서 별도로 이를 저장매체에 저장하지 않는 이상 복제에 포함시킬 수 없고, 저작권법은 방송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재전송하는 방식으로 타인에게 제공하는 행위에 관하여는 특별 규정인 공중송신권이나 동시중계방송권에 의하여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의 복제는 일단 이 사건 방송을 저장매체에 보관하였다가 사후에 재방송하는 것과 같이 동시재송신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 형태의 복제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3) 동시중계방송권
동시중계방송이란 다른 곳으로부터 방송신호를 수신하는 동시에 이를 다시 외부에 송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동시중계방송권을 가지는 신청인들은 자신이 특정 지역에서 송출한 방송신호를 다른 지역에 설치한 안테나 등을 통해 수신하여 이를 해당 지역에 재송신할 권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 위와 같은 방식의 재송신을 허용하거나 무단 재송신행위를 금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다. 공중송신권 침해 여부
신청인들은 이 사건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자로서 피신청인에 대하여 저작재산권의 일종인 공중송신권을 행사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이 사건 방송 프로그램은 다양한 영상저작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에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신청인들이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저작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청인들이 저작권 자체를 양수하지 못한 채 단순히 그 이용권만을 취득하여 방송하는 외주제작 프로그램, 광고주 또는 광고제작업체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방송광고 등 일정한 저작물에 대하여는 신청인들이 저작권자가 될 수 없으므로 동시중계방송권 등의 저작인접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직접 저작권인 공중송신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또한 각종 뉴스 프로그램도 저작권법 제7조 제5호 의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에 해당하여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등 이 사건 방송 프로그램 중 일부는 처음부터 공중송신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위와 같이 이 사건 방송 프로그램에는 신청인들이 공중송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것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신청인들이 공중송신권에 기한 재전송 중단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권리의 대상이 되는 프로그램을 특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신청인들은 이 사건 신청으로 이 사건 방송의 재전송에 대한 포괄적인 금지를 구할 뿐 공중송신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선별하여 이에 대한 개별적인 재전송 금지를 구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면 신청인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신청인들이 공중송신권을 보유하고 있는 영상저작물이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더 이상 살펴볼 필요 없이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복제권 침해 여부
(1) 저작권으로서의 복제권
우선 저작권으로서의 복제권에 관하여 보면, 공중송신권에 관한 위 판단과 마찬가지로 신청인들이 복제권의 대상이 되는 방송 프로그램을 특정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신청과 같이 이 사건 방송의 재전송에 대한 포괄적인 금지를 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2) 저작인접권으로서의 복제권
다음으로 저작인접권으로서의 복제권에 관하여 살펴보건대, 신청인들은 피신청인이 이 사건 방송을 재전송하는 과정에서 주파수 등 방송신호의 변환을 위한 당해 방송의 ‘일시적 복제’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재전송되는 방송은 시청자가 이 사건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경우에 비하여 약 2~3초 늦게 가입자의 텔레비전에 도달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신청인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피신청인이 재전송 과정에서 저장매체 등 유형물에 방송신호를 보관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저작권법의 정의에 따른 ‘복제행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저작권법이 방송사업자의 권리를 ‘복제권’과 ‘동시중계방송권’으로 구분하고 있는 취지에 비추어 보면, 원칙적으로 방송을 실시간으로 재전송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동시중계방송권에 관한 규정이, 사후에 재전송하는 행위 이른바 ‘재방송’에 대하여는 복제권에 관한 규정이 각 적용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적어도 수 분에서 많게는 수 시간에 이르는 개별 방송프로그램의 길이와 비교할 때 약 2~3초 정도의 시차는 시청자들이 실시간 방송과 실질적인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짧은 시간에 해당하고, 특히 특정 방송프로그램이 종료한 이후 이를 다시 방송하는 ‘재방송’에 해당한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신청인들의 주장대로 이 사건 방송이 재전송되는 과정에서 원래의 방송과 몇 초의 시차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 역시 실질적으로는 ‘실시간 재전송’의 범주 내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므로, ‘사후 재전송을 위한 방송신호의 보관’을 그 적용대상으로 삼는 복제권의 권리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마. 동시중계방송권 침해 여부
(1) 수신행위
방송신호를 전송하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상대방이 이를 수신할 수 있음을 그 전제로 하고 있고, 특히 전파를 이용한 지상파방송의 경우에는 방송권역 내에서 수신이 이루어지는 이상 그 수신자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동시중계방송권은 방송의 ‘송신’에 관한 독점적·배타적 권리를 의미할 뿐 위 권리에 기하여 상대방의 ‘수신’행위를 제한할 수는 없다.
이 사건 방송은 원칙적으로 옥외에 있는 안테나에서 수집한 방송신호를 케이블을 통해 개별 세대에 있는 텔레비전으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그 수신이 이루어지는데, 이 경우 안테나는 개별 세대가 직접 설치하여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집합건물의 공시청 설비와 같이 다수에게 방송신호를 분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안테나를 이용할 수도 있다.
(2) 보조행위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방송권역 내에서 이 사건 방송을 수신하는 행위는 신청인들의 권리에 대한 침해가 되지 않으므로, 나아가 수신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고품질의 방송화면을 시청할 수 있도록 유상 또는 무상으로 방송신호 수신을 위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도 이른바 시청자의 방송수신을 도와주는 ‘수신보조행위’로서 원칙적으로 허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예를 들어 수신자에 대한 안테나 및 그 부속 설비의 판매·설치, 난시청 가구를 위한 방송신호 증폭 설비의 제공 및 위 각종 설비의 수리 업무 등은 위 수신보조행위의 영역 내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시청자의 수신에 도움이 되는 정도를 넘어 사실상 독자적인 방송사업에 해당하는 경우 이는 수신보조행위라는 명목으로 허용될 수 없다.
(3) 재송신행위와 수신보조행위의 구별
(가) 관련 규정의 해석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방송을 재전송하는 행위가 재송신행위와 수신보조행위 중 어디에 포함되는지에 따라 신청인들의 동시중계방송권에 대한 침해의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재송신행위와 수신보조행위 사이의 구별이 필요하다.
방송법 제78조 는 피신청인과 같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지상파방송 중 특정 공영방송(이 사건 방송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을 동시재송신하도록 명하면서 이 경우 저작권법 제85조 의 동시중계방송권은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동시재송신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저작권법상 동시중계방송권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어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하나 예외적으로 방송법에 정해진 특정 공영방송에 관하여는 당해 방송의 공공재로서의 성격 및 시청자들의 수신료 납부 의무 등을 고려하여 방송사로 하여금 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의 취지, 그리고 저작권법에 방송사업자의 권리로 명시된 동시중계방송권의 효력을 별다른 법적 근거 없이 단지 난시청 해소 등의 공익상 필요를 이유로 축소 해석하는 것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제한은 법률로써 하여야 한다는 헌법 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 점(입법권자가 특정 공영방송과 달리 이 사건 방송은 자유로운 동시재송신을 허용할 공익상 필요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여 동시중계방송권 제한 대상에서 이를 제외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등에 비추어 보면, 의무적인 동시재송신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이 사건 방송에 대하여는 신청인들이 여전히 저작권법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신청인은 방송법 제78조 제4항 에 의하면 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지상파방송을 원래의 방송구역 외에서 동시재송신하고자 하는 경우에만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있으므로 방송구역 내의 동시재송신은 별다른 제약 없이 자유롭게 실시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조항은 일정 지역 내에서만 방송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지상파방송사업자가 유선방송 등을 통해 우회적인 방법으로 그 방송권역을 확장하는 것을 방지하여 방송매체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련 행정절차를 정한 데 불과하고 동시재송신에 따른 민사상 법률관계에 관하여 지상파방송사업자의 동의를 배제하는 특칙을 정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신청인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서 방송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동시재송신하여야 하는 특정 공영방송과 이 사건 방송을 동일한 방식을 이용하여 함께 재전송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신청인이 위 특정 공영방송을 재전송하는 방식이 방송법 제78조 제1항 에 의한 ‘동시재송신’에 해당하는 이상, 이 사건 방송의 재전송의 법적 성격도 피신청인이 주장하는 ‘수신보조행위’가 아니라 ‘동시재송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방송에 대하여는 예외적으로 동시중계방송권을 제한하는 방송법 제78조 제3항 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피신청인이 이 사건 방송을 동시재송신하기 위해서는 신청인들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
(나) 재송신 방식의 분석
앞에서는 위 특정 공영방송의 재전송 방식이 방송법이 정한 ‘동시재송신’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방송의 재전송 방식이 위 공영방송에 대한 것과 동일함을 이유로 그 법적 성격을 ‘동시재송신’으로 인정하였으나, 다음과 같이 이 사건 방송의 재전송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요한 특징을 종합해 보더라도 그 재전송은 신청인들의 사전 동의가 필요한 ‘재송신행위’에 해당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1) 수신설비 관리주체
방송신호를 재전송하는 행위가 ‘수신보조행위’가 아니라 ‘재송신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방송신호를 받아 이를 수신자에게 단순 전달하는 기술적 행위가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사회일반의 관념으로 볼 때 그 행위자가 수신자와는 독립한 지위에서 수신자의 영역으로 방송신호를 송신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수신자의 의사를 대행하거나 수신자들을 대표하여 방송의 수신 및 전송 행위를 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의하여 금지되는 동시중계방송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8도1724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입주자들의 결의에 따라 그 자치적인 관리 아래 아파트에 설치되는 공동수신설비와 달리, 기록에 의하면 피신청인은 수신료 징수 등으로 사업이익을 얻기 위한 목적에서 유선방송 전용 채널을 전송하는 것과 더불어 지상파방송 난시청 세대를 가입자로 흡수하기 위한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안테나 등 관련 설비를 갖춰 이 사건 방송을 수신한 후 이를 가입자에게 재전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실, 이에 따라 이 사건 방송을 수신하기 위한 설비는 피신청인의 독립적인 관리하에 있고, 가입자는 피신청인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이용 여부만을 선택할 수 있을 뿐 직접 위 수신설비의 설치 여부, 관리 방법 등을 결정할 권한은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파트 입주자들이 내부적으로 실시하는 재전송과 피신청인이 행하는 재전송은 그 설비의 주체에서부터 현저한 차이가 있으므로, 아파트 공동수신설비의 허용 논리를 그대로 이 사건에 적용하여 피신청인이 가입자의 의사를 대행하거나 이들을 대표하여 이 사건 방송을 재전송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2) 전파에 대한 가공 정도
수신보조행위는 방송국에서 송신이 이루어질 때의 상태 그대로 당해 방송신호를 수신하여 화질 감소, 화면 왜곡 등의 불편을 극복하는 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지상파방송국이 송신한 방송신호, 즉 전파를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수신자에게 전달하여야 하고, 가사 난시청으로 인하여 전파를 가공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전파 증폭 등 정상적인 방송 시청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소한의 조치에 그쳐야 하므로, 방송신호의 주요한 특성을 변경하는 것은 수신보조행위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신청인은 이 사건 방송을 송신된 상태 그대로 가입자에게 재전송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파수를 변경하거나, 특히 이 사건 방송에 가상 채널을 부여하여 그 사이에 다른 유선방송 전용 채널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홈쇼핑 채널을 배치하는 등 이 사건 방송과 다수의 유선방송 전용 채널을 묶어 하나의 상품으로 제공하기 위한 목적에서 그 방송신호를 가공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는 방송신호의 기본 특성을 유지한 채 수신자에게 전송하는 수신보조행위의 범위를 넘어선다 할 것이다.
3) 방송수신 대가의 존부
방송설비 관련 업체가 단순히 안테나 등 공동수신설비를 설치하거나 이를 유지·보수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그 대가를 받은 것만으로는 일반적으로 설비공사의 범위 내에 포함되어 방송법이 정한 동시재송신 영업을 행한 것으로 볼 수 없으나, 공사비 또는 시설관리유지비와 별도로 수신자들로부터 방송신호 전송에 대한 시청료를 징수하는 경우에는 동시재송신 영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그런데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신청인은 가입자에게 이 사건 방송을 포함한 각종 방송채널을 제공하는 대가로 유선방송 상품 종류에 따라 월 4,000원~33,000원 사이에서 책정된 이용료를 지급받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월정액으로 고정된 이용료는 수신설비의 관리에 실제로 소요되는 비용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위와 같이 피신청인이 수신설비 관리유지에 실제로 소요되는 비용 상당액을 가입자로부터 상환받고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위 월 이용료에 그 관리비용이 간접적으로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피신청인은 실질적으로 위 시설을 이용한 이 사건 방송의 재전송을 통해 가입자로부터 ‘시청료’를 징수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피신청인의 재전송행위는 가입자가 디지털 지상파방송을 편리하게 수신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정도를 넘어, 이 사건 방송신호를 자체 설비를 통해 수신, 가공하여 피신청인의 방송서비스에 포함시킨 후 독립한 사업자의 지위에서 이를 가입자에게 ‘동시재송신’하여 신청인들의 동시중계방송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마. 재송신에 대한 묵시적 합의 여부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난시청 해소 및 지상파방송의 품질 확보 등을 위한 목적으로 1961. 8. 24. 유선방송수신관리법(제정 당시에는 주로 라디오 방송에 적용되었으나 1960년대 후반 텔레비전의 보급과 함께 텔레비전 방송에도 확대 적용되었다)이 제정되어 유선방송이 도입된 무렵부터 중계유선방송사업자들은 지상파방송을 수신하여 이를 가입자에게 동시재송신해 온 사실, 1991. 12. 31.에는 다채널방송을 위한 종합유선방송법이 제정되었는데 위 법에 의하여 탄생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도 종전의 중계유선방송사업자들과 마찬가지로 가입자에게 지상파방송을 동시재송신해 온 사실, 피신청인도 1995. 3. 31. 설립된 이래 동시재송신 사업을 영위해 온 점, 신청인들은 2008. 7. 18. 피신청인을 비롯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의 단체인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공문을 발송하여 이 사건 방송 재송신의 중단을 요구하기 전까지 상당 기간 동안 중계유선방송사업자 또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지상파방송 재송신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실, 오히려 신청인들을 그 동안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을 상대로 이 사건 방송에 특정 채널번호를 부여해달라거나 지상파방송 수신방법 및 품질을 파악한다는 명목으로 동시재송신 현황을 조사하는 등 재송신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기본 전제로 받아들인 상태에서 단지 그 기술적 방식에 관한 협의를 진행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신청인들의 행위가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묵인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장래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포괄적으로 포기한 것으로까지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신청인들이 2008. 7.경 명시적으로 피신청인에게 재송신 중단을 요구하고 이를 강제하기 위해 이 사건 신청을 제기한 현 상황에서는 더 이상 묵시적 동의를 인정할 여지가 없다.
다만 신청인들이 단순히 피신청인의 재송신행위를 현황 그대로 묵인한 것을 넘어 장래의 특정 시점까지 또는 일정 기간 동안 계속하여 재송신을 허용할 것을 전제로 기대되는 행위나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피신청인이 신청인들의 현재의 명시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재송신을 지속할 권리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신청인들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는 재송신행위를 묵인한 것만으로는 장래에도 재송신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약정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신청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바. 권리남용 여부
권리자가 장기간에 걸쳐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기 위해서는, 의무자인 상대방이 더 이상 권리자가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신청인들이 상당 기간 동안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의 재송신행위를 문제삼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피신청인으로 하여금 신청인들이 ‘장래에도’ 자신의 동시중계방송권을 일체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믿게 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신청인들의 권리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권리의 행사가 주관적으로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이를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고,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으면 그 권리의 행사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
피신청인은 이 사건 방송의 재송신에 의하여 그 방송권역 내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고품질의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되어 신청인들이 더 많은 광고수입을 얻을 수 있게 되므로, 이는 신청인들에게 아무런 손해를 가함이 없이 오히려 이익이 되는 행위임에도 신청인들이 그 금지를 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우선 신청인들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저작권에 의하여 동시중계방송권을 보유한 자로서 일정한 사용료를 받고 제3자에게 재송신을 허용할 수 있으므로 피신청인이 무단으로 이 사건 방송을 재송신함에 의하여 신청인들은 그 사용료 상당의 손해를 입는다고 볼 수 있다. 재송신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 방송을 용이하게 시청할 수 있게 되는 효과를 부인할 수는 없으나, 다른 한편으로 시청자들은 종합유선방송에 가입함으로써 이 사건 방송뿐만 아니라 유선방송 전용 채널도 수신할 수 있게 되는바, 유선방송 전용 채널의 매출이나 광고시장 점유율이 상승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지상파방송의 매출 등이 하락하는 역효과도 함께 발생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특히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종합유선방송 가입자의 상당수는 종합유선방송이 제공하는 채널의 시청보다는 지상파방송을 깨끗한 화질로 시청하고자 종합유선방송에 가입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므로(방송통신위원회가 2007. 7.경 종합유선방송 가입자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설문대상의 53.5%가 지상파방송의 난시청을 해소하기 위한 동기로 종합유선방송에 가입하였다고 응답하였다), 지상파방송의 재송신이 없다면 종합유선방송의 가입자 수는 현재보다 훨씬 적었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현재 유선방송 채널을 통해 방송되는 광고의 일부는 지상파방송 등 다른 매체로 옮겨갔을 가능성도 있다.
그 밖에도 기록에 의하면 신청인들은 종전까지 위성방송사업자, 인터넷방송(IPTV)사업자로부터 일정한 사용료를 받고 지상파방송의 동시재송신을 허가해왔는데, 최근 위 사업자들은 신청인들이 유독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부터는 동시재송신에 대한 아무런 대가를 징수하지 않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계약조건을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거나 사용료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신청은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그 목적이 있을 뿐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경우”에 성립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사. 법정허락 제도의 적용 여부
방송사업자는 저작권법 제51조 에 따라 공표된 저작물을 공익상 필요에 의하여 방송하고자 하는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을 얻은 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의한 보상금을 당해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하고 그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송할 수 있고, 저작권법 제89조 는 저작인접권에도 위 제51조 를 준용하고 있다.
그러나 저작권 또는 저작인접권에 대한 위와 같은 법정허락 제도는 규정의 문언 자체로 이미 ‘공표가 완료된’ 저작물을 사후에 이용하는 경우에 적용된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방송의 재송신은 실질적으로 원래의 방송과 ‘동시에’ 이를 이용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원칙적으로 법정허락 제도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할 것이다.
또한 기록상 피신청인이 이 사건 방송의 재송신에 대하여 문화체육부장관의 승인을 받았다거나 소정의 보상금을 지급하였다는 자료도 없으므로, 어느 모로 보나 피신청인의 재송신행위가 법정허락 제도에 의하여 정당화될 여지는 없다.
아. 피보전권리에 관한 결론
그렇다면 신청인들은 이 사건 방송에 대한 동시중계방송권에 기하여 피신청인을 상대로 그 재송신의 금지를 구할 권리가 있고, 달리 피신청인이 이 사건 방송을 재송신할 수 있는 정당한 근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신청은 그 피보전권리가 인정된다.
3. 보전의 필요성
가. 신청인들의 주장
신청인들은 피신청인을 비롯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제공하는 디지털 유선방송 가입자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이에 따라 디지털 지상파방송 재송신으로 인한 피해도 확대되고 있고,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기다리는 경우 그 사이에 추가로 디지털유선방송에 가입한 다수의 시청자가 입을 피해와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금지청구권의 행사를 강행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가처분으로 재송신행위의 금지를 구할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재송신에 대한 장기간의 묵인
(가)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은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 한하여 허용되는 응급적·잠정적 처분이므로, 보전처분에 의하여 제거되어야 할 상태가 채권자에 의하여 오랫동안 방임되어 온 때에는 보전처분을 구할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신청인들이 피신청인의 침해 사실을 인식하고도 그러한 상태를 장기간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하고 있었다면, 현재의 상태가 더 지속됨으로써 신청인들에게 비로소 현저한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등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을 하여야 할 긴급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없다( 대법원 2005. 8. 19.자 2003마482 결정 참조).
(나) 그런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미 중계유선방송사업자는 1960년대부터, 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1991년도부터 지상파방송의 재송신 사업을 영위해왔고, 피신청인 역시 1995년도에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14년 동안 가입자들에게 지상파방송을 재송신해왔으며, 신청인들도 위와 같이 동시재송신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을 명백히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08. 7.경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에게 이 사건 방송 재송신의 중단을 요구할 때까지 약 13년 동안 피신청인을 상대로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이를 묵인하였다.
(다) 신청인들은 위와 같이 오랫동안 재송신을 묵인한 대상은 ‘아날로그 방송’이고 이 사건 신청의 대상은 ‘디지털 방송’이므로, 이 사건 신청의 보전의 필요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아날로그 방송과 관련한 사항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디지털 방송과 아날로그 방송은 방송신호의 기술적 구성요소에만 차이가 있을 뿐이고, 방송 프로그램 자체의 형식이나 내용에는 실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특히 방송신호의 디지털화 여부와 관계없이, 유선방송사업자가 자체 수신설비를 이용하여 지상파방송의 방송신호를 수신한 후 이를 유선방송에 삽입하여 가입자에게 송신해왔다는 점에 아무런 변함이 없다. 즉, 양 방송에 관한 동시중계방송권 침해의 태양은 동일하다. 그렇다면 방송 형식이 아날로그 방송에서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되면서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권리침해행위가 발생하게 된 것이 아니므로, 신청인들이 위와 같이 장기간 아날로그 방송의 재송신을 묵인한 사실은 이 사건 신청의 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데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라) 더욱이 디지털 방송에 국한하여 살펴보더라도,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신청인을 비롯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은 이미 2002년도부터 이를 재송신해왔음에도 신청인들은 약 6년 동안 이에 대하여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다만 신청인들 중 일부는 2007년도부터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협상을 진행하였으나 이미 디지털 방송 개시 시점으로부터 약 5년이 경과한 이후일 뿐만 아니라 재송신을 유지시킨 상태로 협상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역시 가처분으로 이를 중단할 급박한 위험을 인정하기 어렵다), 신청인들이 장기간 권리침해 상태를 방임하였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마) 위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방송이 재송신되는 상태가 일정 기간 지속됨으로써 신청인들에게 비로소 현저한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등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을 하여야 할 긴급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없다.
(2) 이익 형량
(가) 재송신의 개별화 가능성
신청인들은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송출 중단으로 인한 기존 유선방송 가입자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 사건 가처분 신청서 송달일 이후의 신규가입자에 대하여만 그 동시재송신의 중단을 구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신청인은 가입자가 선택한 상품에 포함된 방송 채널에 관한 신호만 분리하여 당해 가입자에게 송출하는 것이 아니라 가입 상품이 아날로그 방송인지 디지털 방송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가입자에게 아날로그 방송신호 및 디지털 방송신호를 한 다발로 묶은 동일한 신호를 송출하고 있는 사실, 이에 따라 아날로그 방송의 가입자라 하더라도 디지털 텔레비전을 보유하고 있다면 디지털 지상파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사실, 다만 디지털 방송 가입자는 아날로그 방송 가입자와 달리 업체로부터 지급받은 디지털 셋톱박스를 이용하여 디지털 지상파방송과 함께 디지털 유선방송 전용 채널까지 시청할 수 있는 사실, 일반적으로 디지털 유선방송은 케이블을 셋톱박스에 연결한 후 셋톱박스를 텔레비전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방송을 시청하게 되나 아날로그 방송과 마찬가지로 케이블을 직접 텔레비전에 연결하여 디지털 지상파방송을 시청하는 것도 가능한 사실(다만 이 경우에는 디지털 유선방송 전용 채널은 시청할 수 없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이 피신청인이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한 방송신호를 송출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가입자와 분리하여 신규 가입자에게만 이 사건 방송을 송출하지 않는 것은 기술적으로 곤란하거나 가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구현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신청인들은 신규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셋톱박스에만 이 사건 방송의 수신을 제한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기존 가입자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신규 가입자의 이 사건 방송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가입자가 셋톱박스를 통하여 이 사건 방송을 시청하는 경우만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가입자가 유선방송 전용채널을 디지털 방식으로 보지 못하는 제약을 감수하고 케이블을 직접 텔레비전에 연결하여 이 사건 방송을 시청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고, 마찬가지의 이유로 위 방법은 셋톱박스가 필요 없는 아날로그 방송에 새로 가입하는 세대에도 적용될 수 없다.
결국 신청인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신청과 같이 기존 가입자와 신규 가입자를 구분하여 신규 가입자에 대하여만 이 사건 방송의 재송신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용이하게 구현될 수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이 사건 신청이 인용된다면 피신청인은 신규 가입자에게 이 사건 방송이 재송신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기존 가입자에 대한 재송신까지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될 우려가 있다.
(나) 만족적 가처분을 위한 보전의 필요성
위 사정에 의하면 이 사건 신청은 사실상 본안소송에서 승소한 것과 같이 권리에 대한 종국적인 만족을 얻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만족적 가처분이 인용되려면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일반적인 가처분의 경우에 비해 보전의 필요성에 대하여 훨씬 분명하고 강한 정도의 소명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사정이 없다면 신청인들이 보유한 동시중계방송권의 실현은 원칙적으로 본안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
신청인들은 지금까지 상당 기간 동안 이 사건 방송이 재송신되는 상황을 전제로 영업활동을 지속하여 왔고, 기록상 최근 들어 재송신으로 말미암아 신청인들의 사업수지가 급격히 악화되었다는 점에 대한 소명자료도 부족하다. 그렇다면 본안판결 전까지 피신청인이 재송신행위를 계속한다고 하여 신청인들의 사업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종합유선방송 가입자 중 상당수의 가입 목적이 지상파방송을 깨끗한 화질로 시청하기 위한 데 있는 점,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이 지상파방송 채널 사이에 배치되는 홈쇼핑 채널로부터 얻어지고 있는 점, 특히 피신청인의 경우 이미 2009. 8. 말경을 기준으로 전체 가입자 중 디지털 방송 가입자가 30%를 돌파한 점 등에 비추어, 일단 가처분이 허용되면 피신청인은 가입자 이탈 등으로 인한 매출 감소로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이 가처분결정에 따른 당사자 쌍방의 이해득실관계를 비교형량하면 당장 가처분으로 재송신의 중단을 명할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렵다.
(3) 다른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의 형평성
기록에 의하면 현재 전국에 90개가 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영업중에 있는데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는 대부분 이 사건 방송의 재송신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 피신청인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중 규모가 큰 업체 중 하나에 속할 뿐 피신청인과 다른 업체의 재송신 방식에 특별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신청인들은 다른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은 그대로 둔 채 오직 피신청인을 상대로 하여서만 재송신의 중단을 명하는 가처분결정을 구하고 있는바, 다른 업체와 달리 피신청인이 이 사건 방송을 재송신하는 행위로 인하여 신청인들에게 특히 현저한 손해나 급박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이 사건 신청이 인용되어 피신청인이 이 사건 방송의 재송신을 중단하더라도 어차피 다른 업체들은 본안판결 전까지 재송신행위를 계속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신청에 의하여 디지털 유선방송 가입자의 급격한 증가를 막겠다는 신청인들의 목적이 실제로 달성될 수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피신청인만이 재송신행위를 할 수 없게 된 결과 다른 업체와의 공정한 경쟁이 저해되는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위와 같이 피신청인과 다른 업체 사이의 형평성에 비추어 보더라도 지금까지 모든 업체가 오랜 기간 관행적으로 실시했고 방송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한 중대한 이해관계가 걸린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재송신 문제에 관하여 특정의 한 업체를 시범사례로 선정하여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가처분을 발령하는 것은 분쟁 해결에 적절한 방법이라 하기 어렵다. 신청인들이 현재 피신청인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에 대하여 가처분이 아니라 본안소송을 통해 권리구제를 도모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유독 피신청인에 대하여만 본안판결 확정 이후 그 권리를 행사하는 데 별다른 장애가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점에서도 가처분으로 시급하게 피신청인에 대하여 재송신의 중단을 명할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4. 결론
따라서 이 사건 신청은 피보전권리는 인정될 여지가 있으나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