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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등법원 2012.10.12. 선고 2012누1410 판결

국가유공자요건비해당결정처분

사건

2012누1410 국가유공자요건비해당결정처분

원고항소인

A

피고피항소인

대구지방보훈청장

변론종결

2012. 9. 28.

판결선고

2012. 10. 12.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09. 4. 22. 원고에 대하여 한 국가유공자요건 비해당결정 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 및 B의 아들인 망 C(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1998. 5. 4. 공군에 입대하여 1998. 8. 15, 경부터 공군 제19전투비행단 161정비중대 항공기 기체정비병으로 근무하던 중 1999. 4. 24. 13:25경 중대 내무반 지하화장실 출입문 문틀 가로대에 군용허리띠로 목을 매고 숨져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다.

나. 원고 및 B은 2001. 3. 5. 피고에게, 망인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관한 법률 소정의 순직군경에 해당된다면서 국가유공자 유족등록신청을 하였는데, 피고는 2001. 5. 17, 망인의 사망이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신청을 기각하는 취지의 국가유공자 비대상결정 처분을 하였다.

다. 그러자 원고 및 B은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제1심 법원은 2002. 6. 28. 위 처분의 취소를 명하는 원고 승소판결(대구지방법원 2001구7535호)을 선고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2003. 1. 17. 망인의 자살은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내용의 원고 패소판결(대구고등법원 2002누1688호)을 선고하였고, 2003. 6. 13. 상고심에서 상고 기각 판결(대법원 2003두1325)이 선고되어 위 원고 패소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라. 원고는 2006. 4. 18.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망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 줄 것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였는데,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8. 12. 8. "망인은 지휘관의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임병들의 상습적인 구타, 가혹행위, 욕설 등 언어폭력과 부대원들에 의한 집단적인 따돌림, 중대장, 선임병 등의 위법한 지시에 따른 대리시험 발각 등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와 인격의 침해를 받고도 이를 피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인정한다. 이 사건에 대하여 국방부장관에게 망인의 사망 구분에 관한 사항을 재심의할 것을 요청한다."라고 결정하였다.

마. 이에 원고는 2009. 2. 11. 피고에게,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문을 추가 자료로 제출하면서 다시 국가유공자유족등록신청을 하였는데, 피고는 위 결정문은 법원의 판결 내용을 변경할 만한 요건 변동 자료로 볼 수 없어 망인은 순직군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에 따라, 2009. 4. 22. 원고에 대하여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을 거부하는 내용의 '국가유공자요건 비해당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갑 제3호증의 1, 2, 을 제1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망인의 소속비행단인 제19전투비행단은 엄격한 군 기강확립을 위해 강도 높은 '군차려'가 실시되었고, 공군본부 지휘검열이 예정되어 있었던 관계로 훈련평가, 학술평가 등 준비가 강도 높게 진행되었으며, 또한 망인이 소속되었던 위 비행단 예하의 161정 비대대는 정비업무의 특성상 일과 관련된 구타 등의 가혹행위와 사병 · 하사관의 갈등과 고참들의 질책이 많아 망인이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였다.

더욱이 망인은 느린 업무습득과 업무상 실수로 인한 집합 등으로 선임병으로부터 상습·지속적으로 구타 및 가혹행위를 당했고, 후임병들로부터도 무시당하거나 배척을 당하여 인격적 모멸감, 좌절감, 무력감 등을 느끼고 있었다.

망인은 이러한 심리적인 고통을 겪던 중 부득이하게 장병학술평가에 선임병을 대리하여 응시하다가 적발되어 후임병들이 보는 앞에서 시험감독관에게 욕설과 구타를 당하였고, 적발사실이 대대장에게까지 보고되어 대대장 특별교육이 잡히게 되자 대리시험 발각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 자괴감, 중대원들에 대한 죄책감, 불안감 등으로 인해 정신질환에 준하는 심리적 공황 상태에 이른 나머지 정신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의 자살은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이루어진 자해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법령'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망인의 군 생활 및 사망 경위

(가) 망인은 D생으로 대구 E대학교 기계계열과 1학년을 휴학하고, 1998. 5. 4. 공군 병529기로 입대하여 공군기본군사훈련단에서 5주간의 기본군사훈련을 받았으나 실기평가결과 3개 과목(태권도, 방어전기, 도수체조)에서 과락을 받는 바람에 그 해 6. 2. 유급처리되어 후임 기수인 병 530기와 같이 5주간의 추가기본군사훈련과 특기교육을 마치고 그 해 8. 15. 제19전투비행단 군수전대 부대정비대대 161 정비중대에 전입하였다.

(나)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었던 망인은 기본군사훈련에서 유급되어 후임 기수와 함께 수료한 것에 대하여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고, 소속부대에 전입된 후에도 업무처리가 미숙하여 선임병들로부터 무능하다는 이유로 자주 질책과 따돌림을 당하였으며, 후임병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는 등 군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 한편, 망인이 소속된 제19전투비행단 단장은 소속 부대원들의 군 기강 해이를 이유로 전 부대원들이 전투군장을 갖추고 총검술 · 구보 등의 강도 높은 훈련을 받도록 하는 이른바 '군차려'를 자주 실시하였고, 1999. 5.경에 공군본부의 지휘검열이 예정되어 있어 훈련평가, 학술평가, 총검술, 제식훈련 등 검열에 대한 준비가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었다. 망인의 부대는 업무특성상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였고 병과 하사관 간의 갈등도 있었는데, 공구수첩 암기 등이나 하사관과의 관계설정 등에 대한 선임병들의 지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등의 경우에 부대 내에서 공식적으로 구타는 없었지만 비공식적으로 선임병들에 의한 구타와 '머리박아' 등의 가혹행위가 있었고, 망인도 구타나 가혹행위를 여러 차례 당하였다.

(라) 제19전투비행단에서는 공군본부의 지휘검열에 대비하여 감찰실 주관으로 1999. 4. 19.부터 기지 광장에서 소속 장병 전원을 상대로 장병학술평가시험을 시행하였는데, 망인의 소속 중대장인 대위 F은 1999. 4. 23. KF-16 추가배치에 관한 회의로 인하여 당일 실시되는 장병학술평가시험에 참가할 수 없게 되자 소속 중대원으로 하여금 자신을 대리하여 시험을 치도록 지시하였다. 한편 항공기 비상대기(ALT)의 야간근무조에 편성된 병장 G과 H도 그 무렵 후임병들에게 자신들의 대리응시자를 물색하라고 지시하였으며, 이에 따라 망인은 병장 G을 대리하여 위 평가시험에 응시하게 되었다.

(마) 망인은 1999. 4. 23. 다른 응시자들과 함께 기지광장으로 가서 19:30경부터 20:20 경까지 시험을 친 후 20:25경 시험지를 제출하던 중, 시험지에 적힌 군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름을 묻는 시험감독관인 중위 I에게 'G'이라고 대답하였지만, 전투복 명찰에는 'C'으로, 출입증에는 '일병 J'로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 I의 추궁에 못 이겨 대리시험 응시사실을 토로하였다. 이에 I은 망인의 소속부대를 확인한 후 인식표와 출입증을 빼앗고 중대로 복귀할 것을 명하다가, 기지 강당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자신의 다리를 잡고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는 망인의 뒷머리를 오른쪽 손바닥으로 2, 3회 때리고, 멱살을 잡아 흔들면서 옆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161중대원들 쪽으로 다가가 "시험이 장난이냐, 이 새끼들아, 161 이거 개판 아니야."는 등의 욕설을 하다가 망인을 감찰실로 데려간 다음 21:05경 준위 K에게 대리시험 적발사실을 알리면서 망인에게 다음날 감찰실로 와서 조사를 받을 것을 지시하고 소속 중대로 돌려보냈다.

(바) 망인은 1999. 4. 23. 22:40경 소속 중대에 복귀하여 내무반에서 취침을 하지 아니하고 밤새도록 독서실에 있으면서 불침번 근무를 하고 있는 후임병들에게 3회에 걸쳐 중대 분위기를 묻는 등 불안하고 초조한 모습을 보였고, 다음날인 그 해 4. 24. 10:00경 감찰실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았는데, I은 처음에는 망인에게 일주일간 무장구보를 할 준비를 갖추어 감찰실로 오라고 명하였다가 소령 L의 충고에 따라 중사 M에게 소속 부대 실정에 맞는 교육을 하도록 지시하고 병장 G과 망인에게는 일주일간 반성문을 제출하도록 지시하였다.

(사) 망인은 1999. 4. 24. 10:30경 감찰실을 나와 10:55경 중대에 복귀하여 내무반으로 내려갔고, 그 날 13:25경 161 무장중대 소속의 이병 N에 의하여 중대 내무반 지하 화장실 우측 3번째 출입문 문틀 가로대에 군용허리띠로 목을 매고 숨져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다. 망인이 사망하기 직전에 자필로 위 화장실 조립식 칸막이 벽에 써놓은 것으로 보이는 유서에는 "이제 더 이상 남에게 피해주기 싫다, 아버지 어머니께 미안하고, 군 생활에 적응이 안 되고 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아) 군 수사기관에서는 망인의 사체에 대한 부검을 실시하기 위하여 원고 등 유가족들에게 부검일시, 장소 등을 통보하였으나 원고 등 유가족들이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1999. 5. 14. 15:05경부터 16:30경까지 사이에 이병원 부검실에서 부검을 실시하였다. 사체부검 결과, 망인의 목 앞쪽에서 양쪽 옆을 지나 뒷머리를 비스듬하게 올라가며 소실되는 형태의 삭흔(索痕)이 보이고, 이는 군용허리띠에 부합하여 삭상물에 의한 경부압박사를 고려하여야 하며, 삭흔의 양상으로 보아 의사(死)로 생각되는 점, 안검결막 및 안와주위의 피부에서 일혈점(血)이 나타나고, 심혈이 암적색 유동성이고, 내부 각 장기는 울혈상인 점 등 질식사 혹은 급사의 일반적 소견들이 나타나는 점, 이마 좌측에서 작은 두피하출혈을 보나, 두개골, 두개강, 뇌 등에서 특기할 소견을 보지 못하여 사인과 연관시키기 어려우며, 전신에서 경부삭흔을 제외하고는 특기할 손상이나 병변을 보지 못하고, 혈액검사상 특기할 약물이나 독물이 검출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루어, 망인의 사인은 의사(繼死)로 추정되었다.

(2)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

(가) 원고가 2006. 4. 18. 망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군의 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위원회'라고 한다.)에 제출하자, 위원회는 2006. 7. 19. 조사를 개시하기로 결정하였다.

(나) 위원회는 망인과 함께 복무하였던 당시 부대원들인 P, Q, R, S, T, U, V, W, X, Y, J, Z, AA 등을 만나 당시 부대의 복무환경 및 망인의 자살 경위 등에 대하여 조사한 후, 망인은 지휘관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상습적인 구타, 가혹행위, 욕설 등의 언어폭력, 집단적 따돌림 등과 중대장, 선임병 등의 위법한 지시에 따른 대리시험 발각으로 인한 극도의 불안감, 죄책감, 모멸감 등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인격의 침해를 받아 불가피하게 자살에 이른 것으로 인정하고 2008. 12. 8. 국방부장관에게 망인의 사망 구분에 관한 사항을 재심의할 것을 요청하는 결정을 하였다.

(3) 심리학적 소견

위원회의 의뢰에 따라 망인의 심리상태에 대하여 'AB 인지행동치료연구소'의 임상 심리전문가 AC이 작성한 심리학적 소견에 따르면, "망인은 소심하고 순종적인 성격과 평소의 비난과 무시로 일관된 어리버리한 사람이라는 편견, 문제 발생 후 부정확했던 사후처리와 그에 따른 지시 내지는 위로가 없었던 상황에서 망인이 지속적으로 보여온 위축과 긴장감에 대한 확대해석, 그로 인한 극단적인 공포와 공황상태로의 급격한 변화가 망인에게는 절망, 비관 그리고 분노를 자극했을 것으로 판단되며, 이러한 맥락에서 극단적인 자기 연민과 함께 가족이나 지인들에 대한 걱정끼침에 대한 자괴감이 동반되면서 적어도 망인에게는 자살이라는 불가피한 선택밖에 없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기재되어 있다.

[인정근거] 갑 제1호증의 1 내지 83, 갑 제2호증, 을 제3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구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2011. 3. 29. 법률 제104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가유공자법'이라 한다.)은 제4조 제1항 제5호 (가)목에서 '군인이나 경찰공무원으로서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사망한 자(공무상의 질병으로 사망한 자를 포함한다)와 그 유족 등은 이 법에 따른 예우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그 제6항에서 "국가유공자의 요건에 해당하는 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원인으로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으면 제1항 및 제6조에 따라 등록되는 국가유공자, 그 유족 또는 가족에서 제외한다."고 하면서 그 제4호로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를 들고 있다.

구 국가유공자법은 국가를 위하여 희생하거나 공헌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게 합당한 예우를 다하고자 함을 입법 목적으로 하고 있고(제1조),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의 정도에 상응하여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의 영예로운 생활이 유지 보장되도록 실질적인 보상을 하는 것을 예우의 기본이념으로 삼고 있음(제2조)에 비추어 보면,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사망'이라 함은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그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 관계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하겠고, 이는 군인의 사망이 자해행위인 자살로 인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다만 구 국가유공자법 제4조 제6항 제4호는 위와 같이 국가유공자 제외사유의 하나로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를 들고 있으나, 위 조항은 또한 그 제1호 내지 제3호에서 '불가피한 사유 없이 본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거나 불가피한 사유 없이 관련 법령 또는 소속 상관의 명령을 현저히 위반하여 발생한 경우(제1호), 공무를 이탈한 상태에서의 사고나 재해로 인한 경우(제2호), 장난 싸움 등 직무수행으로 볼 수 없는 사적 행위가 원인이 된 경우(제3호)'를 국가유공자 제외 사유로 들고 있어, 이는 모두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사망 등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를 예시한 규정임을 알 수 있으므로, 그 제4호가 들고 있는 '자해행위로 인한 경우' 역시 위 각 호와 마찬가지로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사망 등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자해행위의 경우에는 국가유공자에서 제외된다는 취지를 주의적 확인적으로 규정한 당연한 규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군인이 군 복무 중 자살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도 구 국가유공자법 제4조 제1항 제5호 (가)목 소정의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사망'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데도 그 사망이 자살로 인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의 자살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에서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환송판결인 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36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그러므로 위 법리에 따라 이 사건에서 망인의 군 복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 과관계가 있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든 각 증거와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던 망인은 기본군 사훈련도 제때에 수료하지 못해 동기들보다 뒤쳐진데다가 업무처리 미숙으로 선임병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잦은 꾸중과 질책을 듣는 등 군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여 항상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 와중에 선임병들에 의한 구타와 가혹행위도 여러 차례 당하였던 점, ② 망인의 소속부대 비행단장은 군기 확립을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부대원들에 대하여 '군차려'를 실시하고 공군본부의 지휘검열에 대비한 강도 높은 훈련을 시행하였는데다가, 사소한 업무상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부대 분위기 등으로 인하여 망인의 사망 당시 부대 전체의 분위기가 매우 경직되어 있었던 점, ③ 망인의 소속 중대 내에 망인의 입대 동기는 없었는데다가 망인은 후임병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였고, 그 과정에서 원래 소심한 성격이었던 망인이 더욱 의기소침해지고 위축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그러한 상황에서 지휘관이나 선임병들은 망인의 상황을 이해하고 군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망인을 좀 더 세심하게 배려하거나 관리하지는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⑤ 대리시험이 발각된 후 망인은 사태의 진행에 대한 불안과 초조감 때문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후임병들에게 중대 분위기를 여러 차례 물어 보았던 점, ⑥ 망인은 상급자들의 위법한 지시에 의하여 대리시험을 치게 되었는데, 여러 명의 대리시험 응시자 중 유독 망인만이 적발되어 문책을 받는 과정에서 심한 인격적 모멸감과 수치심, 자책감을 느끼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하여 또다시 상급자들로부터 받게 될지도 모르는 질책, 따돌림, 구타, 가혹행위 등과 소속 중대원들이 망인의 잘못으로 엄격한 군기훈련과 불이익을 받게 될 경우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이나 위해를 감당할 수 없어 남은 군대생활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 절망감과 죄책감도 느끼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⑦ 망인에게 군 복무 중의 어려움 이 외에 달리 여자문제, 가족문제 등의 자살할 동기를 찾아볼 수 없는 점 등 망인의 성격과 군 생활 적응 정도, 대리시험의 응시 및 적발의 경위, 적발 후 망인의 태도, 유서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군 복무 중 지휘관의 적절한 관리가 없는 상태에서 받은 잦은 질책, 따돌림, 구타, 가혹행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심하던 와중에 대리시험 적발로 인한 장래 군 생활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과 죄책감, 절망감 등의 정신적 압박까지 겹쳐져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3) 따라서 망인의 군 복무수행과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이상 설령 망인의 사망이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의 자살에 의한 것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러한 이유로 망인이 국가유공자에서 제외되어서는 아니된다 할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이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으로 국가유공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가 없고, 그러한 전제에서 원고가 국가유공자 유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가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 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함과 아울러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기광

판사신안재

판사정성욱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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