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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6. 9. 24. 선고 95다11504 판결

[권고사직등무효확인등][공1996.11.1.(21),3167]

판시사항

[1] 사내(사내) 유인물 배포행위의 정당성 판단 기준

[2] 근로자에 대한 징계처분이 징계권을 남용하거나 징계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유인물의 배포가 허가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노동조합의 정당한 업무를 위한 행위까지 금지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그 배포행위가 정당한가 아닌가는 허가 여부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그 유인물의 내용, 매수, 배포의 시기, 대상, 방법, 이로 인한 기업이나 업무에의 영향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항공운수사업체의 조업사원이 조퇴가 불허되었을 뿐 아니라 그가 조퇴할 경우에는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정을 잘 알면서도, 그 회사 해고근로자가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소송의 법정방청이라는 꼭 필요하지도 아니한 사유로 무단이탈한 점, 조업 무단이탈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회사의 항공기 유도 및 화물의 상하역작업의 차질은 곧바로 항공기의 연발, 연착 및 결항으로 연결되어 회사의 대외적인 신용도의 훼손이나 경제적 손실 및 승객의 불편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항공기 운항의 특수성, 공익성에 비추어 그 부분 징계사유를 가볍게 평가할 수 없다는 점, 또한 당해 근로자가 규정을 무시하고 면허 없이 상하역장비의 스위치를 작동함으로 인하여 컨테이너를 추락시킨 사고의 위험성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그 근로자에 대한 이러한 징계사유는 사회통념상 고용계약을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하는 것들이고, 따라서 그 징계처분이 징계권을 남용하거나 징계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 징계처분을 재량권 남용의 처분으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피고,상고인

한국공항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유경희 외 8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원심이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피고는 주식회사 대한항공의 자회사로서 김포, 김해, 제주 등 국제공항과 대부분의 지방공항에서 대한항공기 및 국내에 취항하는 외국항공기의 입출항 유도, 수하물의 적재, 적하, 항공기 시동 등 지상조업 업무를 전담하는 국내 항공운송사업체이고, 원고는 1990. 6. 1. 피고 회사에 조업사원으로 채용되었다.

피고는 1992. 8. 12. 원고가 ① 1992. 5. 26. 13:20경 피고 회사 차장인 소외 박흥순에게 조퇴를 신청하였다가 허가를 받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14:47부터 무단이탈하였고, ② 1992. 7. 25. 09:00경 그 소속인 국제조업부 국제조업 2과 15조(조) 조업장인 소외 정상길에게 당일의 월차휴가를 신청하였다가 허가를 받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10:20부터 무단이탈하였고, ③ 1992. 7. 5. 면허 없이 상하역장비(CGO LOADER)를 작동하다가 위 장비에 실려 있던 컨테이너를 지상으로 추락시키는 사고를 일으켰고, ④ 1992. 7. 10.(1992. 7. 16.을 오기한 것으로 보인다) 08:00경 피고 회사 내 노사간의 임금협상에 관한 기사가 실린 같은 날 한겨레신문 30부의 각 상단에 '한겨레신문 기자에게 격려전화를 하자'는 내용을 쓴 다음 이를 국제조업 1, 2과, 객실지원과 및 기체지원과에 배포하였다 하여 이러한 행위를 징계사유로 들어 원고에 대하여 권고사직처분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재심인사위원회는 원고에 대하여 소명의 기회를 준 다음 1992. 8. 20.(1992. 10. 20.을 오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기각하였다.

피고는 위 권고사직처분 이후 1992. 8. 25. 원고의 보직을 해임하는 본사부(본사부) 명령을 하였고, 원고가 위 재심청구가 기각된 이후에도 사직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자 1992. 11. 25. 파면처분을 하였다.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에서는 징계의 종류로 파면, 해임, 권고사직, 강등, 정직, 감봉, 견책, 경고를 두고(제53조), 그 외에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는 해당 근로자의 보직을 해임하는 본사부 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제54조), 징계의 사유에 관하여는 취업규칙 제52조에서 형사소송의 원인이 되는 위법행위를 한 자(제1호), 서약서 또는 회사 제 규정을 위반하거나 직무에 배치되는 행위를 한 자(제2호), 고의 또는 과실로 업무상의 장해를 야기시키고 회사업무의 정상적인 수행을 저해하는 원인을 조장함으로써 회사의 손실을 초래케 한 자(제3호), 직원을 선동하는 과격한 발언이나 행동으로 사업장의 분쟁을 야기시켜 회사 업무수행을 저해하는 요인을 조장함으로써 회사의 손실을 초래케 한 자(제4호), 이 규칙 제8조 및 제11조의 규정을 위반한 자(제5호)로 제한하여 규정하고, 해임사유의 하나로 본사부 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3개월이 경과하여도 재보임되지 아니한 때를, 파면사유의 하나로 인사위원회의 심의에서 결정된 권고사직에 불응하였을 때를 들고 있으며(제46조 제2항 제5호, 같은 조 제3항 제3호), 피고 회사 인사위원회규정에서는 징계사유를 62개항으로 세분하여 각 항목별로 징계양정기준을 정하고 있다.

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피고 회사의 징계조치로서의 권고사직과 이에 따른 잠정적 조치로서의 본사부 명령 및 당연히 뒤따르는 파면처분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서 그 각각을 독립된 징계처분으로 볼 것이 아니라 권고사직이라는 1개의 징계처분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이를 일체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앞서 본 징계사유 ①항은 위 박흥순이 처음에는 원고에게 조퇴를 허락하였다가 곧 이어 원고가 조퇴 후 피고로부터 해고된 소외 1이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소송의 법정방청을 갈려고 한다는 것을 간파하고 조퇴를 불허한 것이기는 하나 이는 징계양정기준 제7호의 무단이탈의 징계사유에 해당하고, 징계사유 ②항은 원칙적으로 월차휴가는 근로자가 지정하는 시기에 주어야 하나 근로자가 지정하는 시기에 월차휴가를 실시하면 사업운영에 심대한 지장이 생길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는데 원고의 월차휴가가 불허되었으므로 이 또한 징계양정기준 제7호의 무단이탈의 징계사유에 해당하고, 징계사유 ③항은 컨테이너 추락사고의 주된 원인은 컨테이너 내의 화물이 앞쪽으로 집중하여 탑재된 데 있었고, 위 사고로 인하여 위 컨테이너의 앞쪽 표면이 10㎝×20㎝ 정도 찢어지고 안쪽으로 5㎝ 정도 우그러졌을 뿐 그 내용물에는 손상이 없었고 평소 위 상하역장비의 작동스위치를 누르는 정도의 단순한 조작은 운전면허 없는 조업사원들도 종종 이를 행하였는바, 위와 같은 추락사고의 원인, 무면허운전의 동기, 손상 정도 및 평소의 작업형태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그 책임 정도는 비교적 가볍기는 하나 이는 징계양정기준 제40호의 기계류 및 차량조작 소홀의 징계사유에 해당하고, 징계사유 ④항은 한겨레신문을 불법유인물이나 불법부착물이라 할 수 없고, 그 위에 '한겨레신문 기자에게 격려전화를 하자'고 기재하였다고 하여 신문의 성질이 불법유인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없으며, 그 배포행위가 쟁의를 모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러한 행위가 징계양정기준 제55호 '불법유인물 제작 배포', 제56호 '불법부착물 제작 배포', 또는 제49호 '불법적인 쟁의모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은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위 ①, ②, ③항의 징계사유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의 고용계약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심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재량권 남용으로서 무효이다.

2. 당원의 판단

가. 제3점(불법유인물 배포에 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유인물의 배포가 허가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노동조합의 정당한 업무를 위한 행위까지 금지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그 배포행위가 정당한가 아닌가는 허가 여부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그 행위의 정당성을 판단하려면 그 유인물의 내용, 매수, 배포의 시기, 대상, 방법, 이로 인한 기업이나 업무에의 영향 등을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2. 6. 23. 선고 92누4253 판결 , 1992. 3. 13. 선고 91누5020 판결 참조).

원심의 이유설시에 다소 적절하지 아니한 점이 없지 아니하나,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원고의 위 한겨레신문 배포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나. 제1점(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주장) 및 제2점(해고의 정당한 이유에 대한 법리오해의 주장)에 대하여

(1) 원심은 원고가 1992. 5. 26. 13:20경 소외 박흥순에게 조퇴를 요청하자 위 박흥순이 처음에는 이를 허락하였다가 그 조퇴의 목적이 피고 회사의 해고근로자인 소외 1이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소송의 법정방청을 위한 것임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하여 조퇴를 불허하였다고 인정하였으나, 이는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그 사실을 인정함에 있어 채택한 증거는 갑 제14호증, 을 제7호증의 2, 증인 조영배의 증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박흥순에게 조퇴를 신청할 당시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고 갑 제14호증, 을 제7호증의 2는 원고 자신의 진술을 기재한 것이며, 증인 조영배의 증언 또한 원고로부터의 전문에 불과한 반면, 위 박흥순은 원고가 조퇴를 신청할 당시 원고 소속의 국제조업부 국제조업 2과 15조의 인력부족으로 처음부터 조퇴를 불허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결국 위 박흥순이 원고의 조퇴를 불허한 경위 및 사유는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본 원고와 박흥순의 진술의 신빙성에 의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위 국제조업 2과 15조는 10인의 근로자(조업장 1명, 유도사 2명, 특수장비 작동자 2명, 견인차 운전원 3명, 조업사원 2명)가 팀을 이루어 항공기 입출항 유도, 수하물 적재, 적하 등의 작업을 수행하는데, 당시 조업장인 소외 정상길은 휴가중이었고, 같은 조업사원인 소외 이지섭은 동원예비군 훈련중이어서 가동인원이 8명뿐이었으며, 위의 업무수행을 위하여는 최소한 8명의 인원이 필요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당시 가동인원이 8명뿐이어서 원고마저 조퇴를 하면 팀 전체의 정상가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원고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박흥순이 처음에는 조퇴를 허락하였다가 원고의 위 법정방청을 저지하기 위하여 다시 불허한 것이라는 갑 제14호증, 을 제7호증의 2의 각 기재와 증인 조영배의 증언은 선뜻 믿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더구나 원고는 원래 국제조업 2과 11조 소속이었고 11조는 1992. 5. 26.이 휴무일이었으나 피고가 위 법정방청을 저지하기 위하여 같은 달 12. 원고의 소속을 15조로 변경하였다고 주장하는바, 그렇다면 박흥순이 처음에 원고의 조퇴를 허락하였을 리는 더욱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갑 제14호증의 기재 등을 믿어 위 박흥순이 처음에는 원고의 조퇴를 허락하였다가 위 법정방청을 저지하기 위하여 이를 번복하였다고 사실인정을 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그릇 인정한 것이라 할 것이다.

(2)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항공기의 화물들의 하역작업을 하던 중 면허 없이 상하역장비(CGO LOADER)에 올라가 컨테이너를 이동시키는 스위치를 작동하여 컨테이너를 지상에 추락시키는 사고를 일으킨 행위는 피고 회사 징계양정기준 제40호의 기계류 및 차량 조작소홀의 징계사유에 해당하고, 피고 회사의 징계양정기준에 의하면 무단이탈에 대하여는 정직, 견책, 감봉의 징계가, 기계류 및 차량조작 소홀에 대하여는 파면, 권고사직, 강등, 정직, 감봉, 견책의 징계가 각 가능하고, 1년에 2회 이상 징계해당자에 대하여는 가중처벌할 수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원고는 위 무단이탈 당시 오후 근무시간이 시작된 이후에 비로소 오후 조퇴를 신청하였고, 위 박흥순이 원고마저 조퇴하면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하여 조퇴를 불허하였으며, 원고는 위와 같은 사정을 잘 알면서도 피고 회사 해고근로자가 제기한 해고무효확인소송의 법정방청이라는 꼭 필요하지도 아니한 사유로 무단이탈한 점, 피고 회사의 항공기 유도 및 화물의 상하역작업은 항공기 이착륙시간에 맞추어 차질 없이 수행되어야 하는 것인바, 위의 작업에서의 차질은 곧바로 항공기의 연발, 연착 및 결항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으로서 이 경우 피고 회사의 대외적인 신용도의 훼손이나 경제적 손실 및 승객의 불편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항공기 운항의 특수성, 공익성에 비추어 이 부분 징계사유는 가볍게 평가될 수 없는 점(비록, 이 사건에서 다른 조의 인력지원으로 15조의 업무가 무사히 수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의 무단이탈로 인한 업무상의 장애를 제거하기 위한 피고 회사의 노력의 결과라 할 것이다), 원고가 규정을 무시하고 면허 없이 상하역장비의 스위치를 작동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이 사건 컨테이너 추락사고에 있어서의 위험성의 정도(컨테이너 추락시 인명사고나 고가 화물의 손괴 등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피고 회사의 조업기준서에 의하면 컨테이너의 하역작업은 대형운전면허소지자로 하여금 항상 조심하여 안전에 유의하여 작업하도록 주의사항을 명기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비록 위 추락사고로 인한 현실적인 피해정도가 그다지 크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원심 판시와 같이 이에 대한 원고의 책임 정도가 가볍다고 할 수 없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에 대한 위의 징계사유는 사회통념상 고용계약을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징계처분이 징계권을 남용하거나 징계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3) 결국, 원심은 징계사유에 대하여 일부 사실을 그릇 인정하고 징계해고의 정당한 이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 할 것이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제1, 2점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김석수 정귀호(주심) 이돈희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5.2.7.선고 93나5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