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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두35799 판결

[부당징계구제재심판정취소][미간행]

판시사항

[1] 사용자가 사고나 비위행위 등을 저지른 근로자에게 단순히 사건의 경위를 보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로관계에서 발생한 사고 등에 관하여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죄문 또는 반성문을 의미하는 시말서를 제출하도록 명령한 경우, 업무상 정당한 명령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으나 인정되는 다른 일부 징계사유만으로도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 징계처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는 경우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함께 담당변호사 강호민)

피고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피고보조참가인, 상고인

아데카코리아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충정 담당변호사 박은지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사용자가 사고나 비위행위 등을 저지른 근로자에게 시말서를 제출하도록 명령한 경우, 그 시말서가 단순히 사건의 경위를 보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근로관계에서 발생한 사고 등에 관하여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죄문 또는 반성문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내심의 윤리적 판단에 대한 강제로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효력이 없고, 그에 근거한 사용자의 시말서 제출명령은 업무상 정당한 명령으로 볼 수 없다 (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두6605 판결 참조).

원심판결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들이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 회사’라 한다)에게 제출한 진술서에 이미 대략적인 사건의 경위가 기재되어 있어 그 외에 추가적으로 확인이 요구되는 사항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참가인 회사가 위 진술서의 내용을 확인한 뒤 발송한 이메일의 내용, 원고들에 대하여 한 2011. 9. 9.자 징계와 관련하여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참가인 회사의 답변서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 회사가 원고들에게 제출 요구한 시말서는 사죄와 반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그와 같은 시말서 제출명령은 정당한 업무상 명령으로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이 위 명령에 불응하였다는 것은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그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으나 인정되는 다른 일부 징계사유만으로도 당해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그대로 유지하여도 위법하지 아니하다 ( 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6다33999 판결 등 참조).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구체적으로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은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며,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인데,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두901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상당히 술에 취한 원고들이 많은 양의 위험물질을 보관하고 있는 참가인 회사에 야간 출입함으로써 사고의 위험을 야기한 행위는 참가인 회사의 취업규칙 제69조 제2호에서 정한 징계사유 중 ‘직무상 의무에 배치되는 행위’에 해당하나, 그 위반정도에 비추어 볼 때 감급 1월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은 징계권자의 재량권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무거운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그와 같은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참가인 회사는 위험물을 연료로 투입하여 화학반응을 통해 플라스틱 첨가제를 생산하는 회사로서, 다량의 인화성 및 폭발성 위험물을 옥외 탱크와 공장 내에 보관하고 있다. 그에 따라 작은 실수에도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여 위험물의 유출 등으로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상존하고, 그러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참가인 회사뿐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에게 막대한 재난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실제 이 사건 징계처분 이후 참가인 회사에서는 소속 근로자의 작업절차 미준수로 인해 위험물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해 1개월간의 조업정지처분을 받기도 하였다.

② 위와 같은 위험성 때문에 원고들과 같이 참가인 회사의 제조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안전수칙의 준수가 고도로 요구되고, 그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참가인 회사에게 안전서약서를 작성·제출하였는데, 그중에는 ‘모든 작업에 임함에 있어 책임자의 지시 및 SDP(작업표준)를 따르고 제반 안전수칙을 지키겠음’, ‘허가 없이 직장 내에서 음주행위를 하지 않겠음’ 등의 내용이 있었다.

③ 원고들은 2011. 8. 9. 및 2011. 8. 11. 각 그 전날 저녁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하여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가 귀가치 아니하고 05:30경 또는 04:30경 참가인 회사에 들어와 탈의실에서 취침하였는데, 탈의실이 위치한 사무동과 위험물이 저장된 옥외탱크는 약 20m 정도 떨어져 있었다.

④ 원고들은 위와 같이 늦게까지 상당량의 음주를 한 후 그 주취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오전 작업에 임하였는데, 당시는 1년에 한 번씩 행하여지는 참가인 회사 공장의 기계설비 정비기간으로서 분업화된 작업 공정에 따라 설비를 운용하면 되는 통상의 작업과 달리 원고들이 직접 각종 설비를 분해하여 이물질의 존재 여부를 확인한 후 교체, 세척작업을 실시하여야 함에 따라 그러한 작업 과정에서 위험물을 배출시키고 이물질을 확인하면서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평소보다 더 높은 상황이었다.

살피건대 위와 같은 사실과 기타 기록을 통하여 알 수 있는, 참가인 회사가 보관하고 있는 인화성·폭발성 물질의 위험성, 안전사고 발생 시 참가인 회사 및 인근 지역에 초래할 수 있는 막대한 영향, 위와 같은 안전사고의 위험성으로 인해 참가인 회사의 시설관리에 관한 권한은 강조될 수밖에 없고 안전과 관련된 복무규율 또한 엄격히 준수되어야 할 것인 점, 음주시간과 참가인 회사에 출입한 시각 및 수면시간 등에 의하면 원고들이 오전 작업에 임할 당시 그와 같은 음주로 인하여 정상적인 신체적·정신적 상태에 있지 아니하였음을 추단할 수 있는 점, 그와 같은 주취상태에서 원고들이 행한 업무의 위험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음주상태에서 허락 없이 안전사고 발생의 위험이 상존하는 참가인 회사에 새벽에 출입하여 업무와 무관한 취침을 위해 시설물을 이용한 행위 및 그와 같은 음주 후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전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작업을 행함으로써 실제 사고의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안전사고의 위험을 초래한 행위에 대하여 한 참가인 회사의 원고들에 대한 감급 1월의 이 사건 징계처분은 결코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상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 위법한 것이라고는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징계사유를 인정하면서도,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참가인 회사의 이 사건 징계처분은 그 징계양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징계양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신영철(주심) 이상훈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