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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23660 판결

[계금][공1992.6.1.(921),1562]

판시사항

가. 민법 제104조 소정의 “궁박”의 의미와 그 판단기준

나. 계 관계로 고소당하여 삼청교육대까지 다녀온 여자가 다시 고소를 당하여 삼청교육대에 갈지 모른다는 정신적 압박을 받는 상태에서 금 1,300만 원 이상의 채권이 있었음에도 일부만을 변제받고 금 1,000만 원 이상의 채권을 포기하는 약정을 맺은 것이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가. 민법 제104조 소정의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경제적 원인에 기인 할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으며, 당사자가 궁박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신분과 재산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 상황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계와 관련되어 갑으로부터 사문서변조죄로 고소되어 수사를 받다가 15일 간 삼청교육대의 교육을 받고 퇴소한 을녀가 그로부터 4일 후 갑의 인척이 다시 계 관계로 고소하여 경찰서로부터 조사를 위한 소환을 받게 되었다면 을로서는 이미 삼청교육대에 다녀왔는데 갑측으로부터 제기된 새로운 고소에 따라 또 다시 삼청교육대에 갈지 모른다는 급박한 정신적 압박을 받고 있었을 것임을 쉽사리 알 수 있고 따라서 을로서는 이러한 궁박상태 아래에서 고소를 취하시켜서 삼청교육대에 가는 것을 회피할 생각으로 경솔하게 청산합의에 응하였을 것으로 보지 못할 바 아니며, 또 을이 갑에게 금 1,300만 원 이상의 채권이 있었음에도 이것과 현금 45만 원 및 부채 216만 원을 인수시키고 그 나머지 금 1,000만 원 이상의 채권을 포기하는 약정을 맺은 것은 을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이어서 현저히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된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철선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 제1점을 본다.

1.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증거에 의하여, 원고가 1978년경부터 계주가 되어 조직한 4개의 낙찰계 등에 피고 2가 그의 남편인 피고 1의 연대보증 아래 계원으로 가입하여 1980.9.경 피고들이 원고에게 위 각 계로 인하여 부담하는 채무가 금 13,040,000원이었는데, 같은해 9.12. 원고와 피고들 및 피고 1의 처남 소외 1 그의 처 소외 2 사이에 원고가 피고들로부터 금 45만원을 현금으로 받고, 원고의 위 소외 2에 대한 금 216만 원의 채무를 피고들이 인수하며 원고가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계금채권을 포기하기로 하는 청산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전제한 다음, 원·피고들 사이의 1980.9.12. 위 청산합의를 할 당시 원고는 피고들의 고소에 의하여 사문서변조 등으로 수사를 받던 중 그와 관련하여 15일 동안 삼청교육대를 다녀온 직후이어서 극심한 육체적, 심리적 압박을 받아 궁박한 상태에 있었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경솔하게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위 청산합의약정을 맺게 된 것이어서 이는 민법 제104조 소정의 불공정한 행위로서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갑 제6호증의 1, 2, 갑 제7호증의 1, 2, 갑 제17호증의 1, 갑 제23호증, 을 제6호증의 2 내지 6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2가 화물트럭 2대로 운수업을 하다가 사업에 실패하여 계불입금을 연체하게 되자 원고가 피고 1을 상대로 판시 새마을계의 계불입금 9,600,000원의 채권에 기하여 1980.1.28.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으로부터 79차856호 가집행선고부 지급명령을 받아 국가를 제3채무자로 하여 ○○경찰서의 형사로 재직중이던 피고 1의 봉급채권을 압류하자 위 피고가 위 지급명령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여 위 계금청구사건의 민사소송이 계속되었던 사실, 위 민사소송중에 원고가 피고들 명의의 차용금증서 2매(갑 제3,4호증)의 내용 일부를 변조하여 증거로 제출하자 피고 2가 원고를 상대로 사기죄로 고소를 제기한 사실, 위 고소로 원고가 조사를 받던 중에 사문서변조 사실이 밝혀지자 그 사건으로 인하여 1980.8.21.부터 같은해 9. 3.까지 삼청교육을 받았고, 1981.3.11. 위 법원으로부터 징역 6월에 1년간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받았던 사실, 소외 2도 원고를 상대로 사기죄로 고소를 제기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지만, 위 청산합의가 원고의 궁박, 경솔, 무경험으로 인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는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갑 제7호증의 2, 갑 제8호증의 1, 갑 제10 내지 13호증, 갑 제16호증, 갑 제21호증의 각 기재와 위 증인 소외 3, 소외 4의 각 증언은 이를 믿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 할 증거가 없으며, 위 청산합의 당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채권액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금 13,040,000원이기는 하지만, 사업에 실패하여 살고 있던 아파트까지 채권자에게 넘겨주고 피고 1의 봉급에 의지하여 살고 있던 피고들 부부가 원고에게 현금 450,000원을 지급하고 원고의 위 소외인들에 대한 돈 2,160,000원의 채무를 인수하며, 원고에 대한 형사고소까지 취소하여 주는 대가로 원고가 위 채권액을 포기한 것이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하여 배척하였다.

2. 민법 제104조 소정의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경제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으며, 당사자가 궁박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신분과 재산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상황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바 ( 대법원 1981.12.8. 선고 80다2683 판결 참조)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원고는 6.25 전쟁 때 상이군인이 된 남편과 결혼하였으나 남편이 일찍 사망하여 계를 운영하는 등 혼자 힘으로 가계를 꾸려 나가고 있었고, 계와 관련되어 피고들로부터 사문서변조죄로 고소되어 수사를 받다가 1980.8.20.부터 같은 해 9.3.까지 15일 간 삼청교육대의 교육을 받고 퇴소하였는데 그로부터 4일 후인 같은 달 7월 피고 1의 처남의 처인 소외 2가 계 관계로 고소하여 같은 달 11월경 ○○경찰서로부터 조사를 위한 소환을 받게 된 사실이 인정되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고는 피고측의 고소로 인하여 삼청교육을 받고 퇴소함으로써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압박을 받고 있었을 것이고, 퇴소한지 4일만에 피고의 인척인 위 소외 2로부터 계에 관련되어 또 다른 고소가 제기되어 그 때문에 경찰서로부터 소환을 받고 있는 상태이었다면 원고로서는 피고측의 고소에 의하여 삼청교육대에 다녀왔는데, 피고측으로부터 제기된 새로운 고소에 따라 또 다시 삼청교육대에 갈지 모른다는 급박한 정신적 압박을 받고 있었을 것임을 쉽사리 알 수 있고 따라서 원고로서는 이러한 궁박상태 아래에서 고소를 취하시켜서 삼청교육대에 가는 것을 회피할 생각으로 경솔하게 위 청산합의에 응하였을 것으로 보지 못 할 바 아니며, 또 원고가 피고들에게 금 13,000,000원 이상의 채권이 있었음에도 이것과 현금 45만 원 및 부채 216만 원을 인수시키고 그 나머지 금 10,000,000원 이상의 채권을 포기하는 약정을 맺은 것은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이어서 현저히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기에 어렵지 않다. ( 당원 1975.5.13. 선고 75다92 판결 참조).

그런데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위 청산합의가 민법 제104조 소정의 불공정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필경 불공정행위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점을 지적하는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준(재판장) 최재호 윤관 김주한

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1991.6.13.선고 90나5673
-대구고등법원 1993.4.15.선고 92나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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