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집11권 1집 529~559] [전원재판부]
1.법정형의 내용에 관한 입법형성권
2.외국인을 위한 탈법행위를 한 내국인에 대하여 가중처벌을 규정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12조의 법정형이 외국인에 대한 처벌규정에 비하여 무겁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가혹한 형벌인지 여부(소극)
3.작량감경을 하여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법정형을 정한 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 것인지 여부(소극)
1.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므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 아니된다.
2.보호법익과 죄질이 서로 다른 둘 또는 그 이상의 범죄를 동일 선상에 놓고 그 중 어느 한 범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단순한 평면적인 비교로써 다른 범죄의 법정형의 과중여부를 판정하여서는 아니된다. 외국 투기자본의 국내침투에 앞장서서 그 외국인을 위하여 투기용 부동산 등을 사들임으로써, 전 국토를 투기장으로 만들고 국내부동산의 가격폭등을 야기하여 서민들의 소박한 내집마련 꿈이나 건전한 근로의식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는 그 장본인인 내국인들에 대하여 그들 개개인의 불법행위들이 모여서 초래하는 우리 경제기반의 붕괴라는 막대한 피해결과에 따른 인과책임은 물론 국가정책이나 법치질서의 확립, 국민의 법감정 및 일반 예방이라는 형사정책적 측면 등을 모두 고려해서 가중 처벌하는 것과 외국인을 단지 외국환거래법이나 외국인토지법 등 관련 법률에 의하여 처벌하는 것은 그 보호법익과 죄질이 다르다. 따라서 외국인 관련 법률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소정형의 경중을 논단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3.가.입법자가 법정형의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의 종합적 고려에 따라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간의 비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이러한 법률을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그 법정형의 하한을 높여 놓았다 하여 곧 그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하였다거나 법관독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고중석의 반대의견
입법자는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죄형균형(罪形
均衡)의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 과도하게 무거운 형을 정하는 입법을 하여서는 아니되는 것이고 법관들이 행위자의 책임에 알맞는 형벌을 선고할 수 있는 즉, 형벌개별화(刑罰個別化)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야 하는 제약이 있다.
내국인간의 명의신탁에서와 마찬가지로 외국인의 부동산취득에 있어서도 그 행위를 주도하는 자나 그 취득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얻는 자는 대부분 그 외국인이며, 명의를 빌려주는 내국인은 소극적 협조자에 불과한 경우가 많으므로, 다수의견이 내국인간의 명의신탁과 달리 외국인을 위하여 명의를 빌려준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비하여 처벌 가능성이 높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수긍할 수 없다. 또 죄질과 보호법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 사건 범죄는 재산의 불법적인 국외이동이나 국내에 반입하여야 할 재산의 국외은닉 또는 국외처분에 의한 도피행위보다 그 법정형이 현저히 더 높아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음에도, 재산의 불법적인 국외이동이나 국내에 반입하여야 할 재산의 국외은닉 또는 국외처분행위를 한 자에 대한 법정형과 비교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 하한은 현저하게 높다. 다수의견이 상정하는 것과 같은 예를 일반화할 수 없는 이상, 그와 같은 사정은 법정형의 상한을 높게 정하는 근거로서 사용될 수 있을 뿐이며 하한을 중형으로 설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이 사건 범죄의 죄질은 다양하게 있을 수 있는 것인데, 이러한 범죄에 있어서 법정형의 하한을 높게 설정하여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도록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두면 결국 죄형균형과 형벌개별화의 원칙이 지켜질 수 없다.
또, 법률을 제정한 때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오늘날의 경제적, 사회적 여건 하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의 타당성은 입법당시와 같이 유지되기는 어려워졌다고 할 것인데, 적어도 법정형의 하한이 그토록 중하여야 할 근거는 상실되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은 행위의 반가치성(反價値性)과 행위자의 책임에 상응하는 정당한 비례성이 지켜지지 아니한 것이고, 실질적 법치주의와 적법절차를 무시한 가혹한 형벌이자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은 것으로서,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1990. 12. 31. 법률 제4291호로 개정된 것) 제12조(외국인을 위한 탈법행위) 외국인에 의한 취득이 금지 또는 제한된 재산권을 외국인을 위하여 외국인의 자금으로 취득한 자는 다음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재산권의 가액이 1억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재산권의 가액이 1억원 미만인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1990. 12. 31. 법률 제4291호로 개정된 것) 제13조(몰수) 제3조와 제12조의 경우에 범인이 취득한 당해 재산은 몰수하며,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제7조(벌칙)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 및 그를 교사하여 당해 규정을 위반하도록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3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
2. 제3조 제2항의 규정을 위반한 채권자 및 동조 동항의 규정에 의한 서
면에 채무자를 허위로 기재하여 제출하게 한 실채무자
②~③ 생략
외국인토지법 제7조(벌칙) 제4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토지취득계약을 체결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아 토지취득계약을 체결한 외국인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4조(재산국외도피의 죄) ①법령에 위반하여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국민의 재산을 국외에 이동하거나 국내에 반입하여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 또는 처분하여 도피시킨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당해 범죄행위의 목적물의가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경우 범죄행위의 목적물의 가액(이하 “도피액”이라 한다)이 5억원 이상인 때에는 다음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도피액이 50억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도피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3. 삭제
③ 제1항 또는 제2항의 미수범은 각 본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④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 내지 제3항에 규정된 행위를 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제1항에 규정된 벌금을 과한다.
1. 헌재 1995. 4. 20. 91헌바11 , 판례집 7-1, 487
2. 헌재 1995. 4. 20. 93헌바40 , 판례집 7-1, 553
청 구 인윤○석 외 1인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화백
담당변호사 김형표 외 4인
당해사건서울지방법원 95고합1293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외국인을위한재산취득) 피고사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12조 및 제13조 중 제12조 관련부분(1990. 12. 31. 법률 제4291호로 개정된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 윤○석은 1993. 4.경 미국 시민권자인 청구외 최○애로부터 대한민국 내 토지를 소유하는데 청구인의 명의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위 최○애와 공모하여, 그녀를 위하여 그녀의 자금으로 청구인 명의를 사용하여 같은 달 27. 청구외 신○기 소유의 경기 안성군 금광○ 장죽리 소재의 대지 625㎡, 유지 56㎡ 도합 시가 9,000만원 상당을 불법취득하고, 같은 해 7. 27. 같은 방법으로 청구외 오세찬 소유의 같은 리 소재 답 1,784㎡ 시가 1억 500만원 상당을 불법취득하고, 청구인 이○각은 이종사촌간인 위 최○애로부터 위 토지를 위 윤○석이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위 이○각의 명의로 위 토지들에 채권최고액 9,000만원과 1억원의 근저당권을 각 설정하여 위 윤○석의 외국인을 위한 탈법행위를 방조하였다.
(2)청구인들은 위 (1)항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1995. 12. 23.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외국인을 위한 재산취득) 및 방조죄로 서울지방법원에 기소되어 재판(95고합1293)을 받던 중, 위 법원에 공소장기재의 적용법조인 위 법률 제12조 제1호·제2호 및 동
법 제13조(몰수)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그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96초236)을 하였으나, 동 법원이 1996. 2. 7. 그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2. 17.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이라 약칭한다) 제12조 제1호·제2호, 제13조 중 제12조 관련부분(제정 1966. 2. 23. 법률 제1744호, 개정 1980. 12. 18. 법률 제3280호, 1990. 12. 31. 법률 제4291호;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약칭한다)으로서 그 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2조(외국인을 위한 탈법행위) 외국인에 의한 취득이 금지 또는 제한된 재산권을 외국인을 위하여 외국인의 자금으로 취득한 자는 다음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재산권의 가액이 1억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재산권의 가액이 1억원 미만인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13조(몰수) 제3조와 제12조의 경우에 범인이 취득한 당해 재산은 몰수하며,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이해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이 사건 법률조항 중 특가법 제12조 제1호는 그 법정형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되어 있는바, 위 법조항이 이 사건과 같은 친족, 친지간의 단순한 명의수탁도 처벌하는 취지라면
상대적으로 가벌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법정형과 비교하여 볼 때,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지나치게 과중하고 가혹한 법정형을 규정한 것으로서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행위자를 그 귀책사유 이상으로 과잉처벌하고 있다. 즉 외국인과 내국인과의 명의신탁의 경우, 실질적인 취득자인 외국인은 거의 전부가 비거주자일 것이므로 명의신탁자인 당해 외국인은 구 외국환관리법(현행 외국환거래법) 제21조 제7호 위반으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거나 구 외국인의토지취득및관리에관한법률(현행 외국인토지법) 제6조 제1항 위반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을 뿐임에 반하여, 명의수탁자인 내국인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되는 것이므로, 이는 헌법 제10조에 규정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할 국가의 의무와 헌법 제11조에 규정된 평등의 원칙에 반하고,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입법금지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다.
(2)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되는, 외국인을 위한 재산권 불법취득 사건은 죄질이 다양하고 정상참작의 폭이 넓어 법관의 탄력적인 운용이 긴요한 사건인데도 동 법률조항은 재산권의 가액이라는 한 가지 기준만으로 지나치게 가중처벌을 하고 있고, 특히 그 법정형의 하한을 10년으로 정함으로써 구체적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으로서는 양형을 함에 있어 피고인에게 딱한 정상이 있어서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그 양형재량권을 극도로 제한받고 있는바, 이는 헌법 제27조에 규정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와 헌법 제103조에 규정된 법관의 독립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3)이와 같이 특가법 제12조의 규정이 위헌이라면 이를 근거로 한 몰수규정인 동법 제13조 중 제12조 관련부분도 위헌이며, 몰수 및 추징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인 구 외국환관리법 제33조의 규정에 의하면 족할 것이다.
나.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
(1)토지는 국가자원 중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국가 산업상 중요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소유물임과 동시에 국가영토의 일부라는 점에서 국방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휴전선을 경계로 공산체제와 대치하고 있고 전 국토의 절반 이상을 북한이 차지하여 현재 남한의 인구밀도가 세계 3위에 달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비좁은 국토여건을 고려할 때 외국인의 토지 취득에 일정한 제한을 두는 것은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하에서, 불법적으로 토지를 취득하는 외국인의 범죄에 앞장서서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는 내국인에 대하여는 그 비난 가능성이 상당히 크므로 불법취득한 재산권의 가액에 따라 가중처벌하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 따라서 그 입법배경이나 보호법익, 나아가 죄질 등에 있어서 서로 다른 점들에 대한 충분한 고려없이 단지 구 외국환관리법, 구 외국인의토지취득및관리에관한법률 등 다른 관련 법률의 규정들과 평면적으로 법정형의 경중만을 단순 비교하여 헌법상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인 비례의 원칙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없는 것이라 할 것이다.
또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과 같이 공공복리를 위하
여 제한이 가능한 것인데, 이 사건 가중처벌 규정에 대하여는 형벌의 기능과 목적에 본질적으로 배치된다거나 과잉금지원칙을 현저하게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2)외국인에 비하여 내국인을 가중처벌하는 것은 국가재산의 보호 및 외국자본의 불법적인 국내 부동산 침투 및 투기행위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제재수단으로서, 일정한 요건하에서 명의수탁자인 내국인의 가중처벌을 법제화한 것이므로, 결코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할 것이다.
3. 판 단
가. 특가법 제12조의 위헌 여부
(1) 지나치게 가혹하고 무거운 형벌인지의 여부
(가) 법정형의 내용에 관한 입법형성권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하여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범죄의 실태와 죄질 및 보호법익 그리고 범죄예방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따라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죄질의 경중과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전체 형벌체계상 현저히 균형을 잃게 되고 이로 인하여 다른 범죄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헌법상 평등의 원리에 반하게 된다거나, 그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함으로써 헌법 제37조 제2항으로부터 파생되는 비례의 원칙 혹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등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제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경우가 아닌 한, 법정형의 높고 낮음은 단순한 입법정책 당부의 문제에 불과하고 헌법위반의 문제는 아니라 할 것이므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된다(헌재 1995. 4. 20. 91헌바11 , 판례집 7-1, 487 참조).
(나) 입법배경 및 개정연혁
이 사건 특가법조항이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헌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지를 살피기에 앞서 먼저 그 입법배경과 개정경과를 보기로 한다.
한국의 인구밀도는 95년말 현재 451명/㎢로 홍콩·싱가포르 등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방글라데시, 대만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고, 2000년 이후에는 인구가 5,000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이에 비해 남한의 국토면적은 99,200㎢에 불과하여 인구 과밀상태를 나타내고 있으며 부동산은 부족현상에 따라 항상 희소성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토지 문제는 비좁은 국토에 따른 공급의 절대적 부족과 과밀한 인구, 도시화 및 산업화에 따른 토지 수요의 급속한 증대로 인하여 만성적인 수요초과 상태를 나타내고 있어서 투기적 요소가 상존하고 있다. 더욱이 부동산 담보위주 대출의 불건전한 금융관행과 토지세제의 미비 등으로 인하여 경제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6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지가가 상승함에 따라 엄청난 불로소득이 발생하였으며 또한 토지 소유의 편중 심
화로 불로소득이 특정계층에만 집중됨으로써 대다수 근로자의 근로의욕을 상실시키는 등 우리 사회의 안정 및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최대한의 걸림돌로 대두되었다.
그런데 재일교포, 재미교포 등 수백만에 달하는 해외동포들을 포함하여 한국의 실정을 잘 아는 외국인이나 외국기업들에서는 이와 같은 부동산 투기현상에 편승하여 국내 부동산의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직접 매입 및 소유를 제한하고 있는 국내법을 회피하기 위하여 내국인을 앞세워 내국인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국내의 과열된 부동산 투기현상을 억제하기 위하여는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투기자금을 차단할 필요가 절실하게 되었고 이에 정부는 기존의 부동산 관련법 규정만으로는 이러한 해외 투기자본의 불법적인 국내 부동산 취득과 관련하여 내국인의 부정행위를 예방하고 척결하기에 미흡하다는 입법정책적 판단에 따라 1966. 2. 23. 법률 제1744호로 “특가법”을 제정하면서 동법 제12조에 외국인을 위한 내국인의 탈법행위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제13조에는 불법으로 취득한 재산에 대한 몰수 및 추징 규정을 두었다.
특가법 제정 당시 동법 제12조의 규정내용은, 외국인에 의한 취득이 금지 또는 제한된 재산권을 외국인을 위하여 외국인의 자금으로 취득한 자는 그 취득 재산권의 가액(이하, “재산가액”이라 한다)이 500만원 이상인 때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제1호), 500만원 미만인 때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것으로(제2호) 되어 있었는데, 이 조항은 그 후 토지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경제규모의 확대 등에 따라 재산가액이 급등하
는 현실에 맞추기 위하여, 1980. 12. 18. 법률 제3280호에서 제12조 제1호의 재산가액 500만원 이상이 2,000만원 이상으로, 동조 제2호의 재산가액 500만원 미만이 2,000만원 미만으로 개정되었고, 다시 1990. 12. 31. 법률 제4291호로 개정되면서 같은 구성요건하에서 처벌의 기준이 제1호의 경우는 재산가액이 “1억원 이상인 때”로, 제2호의 경우는 “1억원 미만인 때”로 상향 조정되어 엄격해진 반면 법정형은 제1호의 “사형”이 삭제되었고, 제2호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개정되어 가벼워졌다.
(다) 입법취지의 유효성과 현실적 필요성 여부
외국인에 의한 취득이 제한되는 재산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제정될 당시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투기를 방지하려던 주된 입법목적이 1997. 11. 이후 IMF체제하에서도 과연 인정되는지 그리고 내국인에 대한 가중처벌이 여전히 필요한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우리 국민의 토지에 대한 강한 소유욕은 전통적으로 내려 온 가족주의적 농업사회에서 비롯된 것으로, 농업사회에 있어서는 토지가 생계보장의 절대적 수단이었고 가족중심적 가치관은 토지를 후대에 상속시켜 안전한 생활을 보장해 주려는 의식을 낳게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관념은 고도의 산업사회가 된 오늘날에 와서도 그대로 이어져 기업가나 개인 모두 생산과 주거에 필요한 면적이상의 토지를 보유하여 토지가격의 등귀를 치부의 수단으로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투기가 대형화, 본격화된 것은 1964년 전
후로서 그 이후 1990년대까지 급격한 산업화과정을 겪으면서 매 10년을 주기로 이미 3-4차례 부동산 투기열풍과 지가폭등을 경험하였는데, IMF체제 이후 우리 사회전체의 거품이 빠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여 정부의 공시지가에도 못미치는 실거래가가 형성되는 등 극심한 침체상황에 빠져들었다. 그러자 정부는 1998년 이후 주요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부동산 및 건설경기 활성화에 부심하게 되었고, 그 대책으로 외국인 및 외국자본에 대하여 국내 부동산 시장의 업종개방을 확대하고 토지취득 관련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사실상 외국자본의 무제한 국내 토지 취득을 가능케 하였다.
그런데 외국인이나 외국자본에 대한 부동산 시장의 전면개방은 우리사회가 앞서 여러차례 경험한 바와 같은 부동산 투기열풍의 재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더욱이 IMF체제로 인한 경제적, 심리적 침체상태가 극복되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되살아날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더욱이 외국인의 경우 1998. 5. 26.부터 시행된 외국인토지법에 따라 국내토지 취득시 내국인과 동일하게 대우를 받게되므로 굳이 내국인 명의를 차용할 필요가 없음에도 내국인의 명의를 앞세워 위장매입하는 경우는 국내지가의 상승차익만을 노린 투기매입임이 거의 확실하다 할 것이고 이러한 경우 정부에서 이를 사전 감지하기도 어려우며, 또한 외국인의 불법적인 국내 부동산투기를 막는데 종래 부동산 보유세나 거래세만으로는 실질적인 통제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외국인이나 외국의 거대한 부동산관련자본이 탈법적인 방법으로 국내 부동산을 매입한 다음 본래 용
도와는 달리 투기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내국인이 외국인의 범죄행위에 적극 개입하는 것을 가중처벌함으로써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게 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는 그 유효성이 충분히 인정될 뿐만 아니라 IMF체제 이후 앞으로 우리 경제현실의 변화추세 등을 감안하여 볼 때 그 유지 필요성은 오히려 커진다 할 것이다.
(라)형벌체계상의 균형상실 또는 과잉체벌인지의 여부
그렇다면 이 사건 특가법조항의 법정형이 다른 범죄의 그것과 견주어 볼 때 지나치게 높아서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행위자를 그 귀책사유 이상으로 과잉처벌하는 것인지 여부를 보기로 한다.
1) 부동산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법정형과 비교
부동산에 관한 실체적 권리관계를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한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을 살펴보면 동법 제7조 제1항에서 부동산의 명의신탁자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으나 명의수탁자는 동조 제2항에서 그보다 가볍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명의신탁자의 가벌성이 명의수탁자보다 중하다는 전제하에서 입법되었는데, 이는 내국인간의 부동산 명의대여의 경우, 일반적으로 명의신탁자가 주도적으로 부동산관련 정보나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높고 또한 각종 탈법행위 등으로 인한 경제적 수익도 대부분 차지하게 되는 측면에서 볼 때 일응 타당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탈법적인 방법으로 국내 재산권을 취득하려는 외국인에 대하여 내국인이 앞장서서 외국인
을 위해서 자신의 명의까지 대여하여 주고 외국인의 자금으로 재산권을 취득해 주는 경우에도 반드시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 비하여 처벌 가능성이 크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보는 것은 일반론의 지나친 비약이라 할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비좁은 국토에 과밀한 인구로 항상 부동산에 대한 투기적 거품이 상존하고 있고, 경제 또한 거품으로 휘청거리는 어려운 국내 상황하에서, 외국 투기자본의 국내 침투에 앞장서서 그 외국인을 위하여 취득이 금지되거나 제한된 재산권을 사들이는 내국인에 대하여는 국가 재산의 보호라는 국가정책적 측면뿐만이 아니라, 일반국민들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볼 때, 단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라는 단순 도식화된 가벌성의 평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가중처벌의 필요성이 충분이 있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인 특가법 제12조는 일반적인 부동산 명의신탁관계와는 달리 특별한 범죄구성 요건하에서 명의수탁자를 가중처벌할 필요성을 대변한 것이므로, 내국인간의 명의신탁에서 적용되는 잣대를 가지고 명의신탁 외국인과의 처벌의 형평성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그 가벌성의 평가에 따라 법정형을 규정한 것이므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 탈법 외국인에 대한 법정형과의 비교
외국인이 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기타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여 국내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에 그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법률조항을 살펴보면, 외국환거래법 제27조에서 거주자와 비거주자간에 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자본거래를 한
자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고, 외국인토지법 제7조에서 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아 토지취득계약을 체결한 외국인에 대하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내국인의 경우는 그 취득 재산가액을 기준으로 1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그리고 1억원 미만인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법정형이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이다. 보호법익과 죄질이 서로 다른 둘 또는 그 이상의 범죄를 동일선상에 놓고 그 중 어느 한 범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단순한 평면적인 비교로써 다른 범죄의 법정형의 과중여부를 판정하여서는 아니된다.
외국 투기자본의 국내침투에 앞장서서 그 외국인을 위하여 투기용 부동산 등을 사들임으로써, 전 국토를 투기장으로 만들고 국내부동산의 가격폭등을 야기하여 서민들의 소박한 내집 마련 꿈이나 건전한 근로의식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는 그 장본인인 내국인들에 대하여 그들 개개인의 불법행위들이 모여서 초래하는 우리 경제기반의 붕괴라는 막대한 피해 결과에 따른 인과책임은 물론 국가정책이나 국민의 법감정 및 일반 예방이라는 형사정책적 측면 등을 모두 고려해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가중처벌하는 것과 외국인을 외국환거래법이나 외국인토지법 등 관련 법률에 의하여 처벌하는 것은 그 죄질이 전혀 다르다 할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과 내국인간의 공모사건에서 내국인에 대한 법정형이 상당히 무겁다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은 것이라거나 범행자를 귀책 이상으로 과잉처벌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3)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4조와의 비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경가법”이라 약칭한다) 제4조는 재산의 불법적인 국외이동이나 국내에 반입하여야 할 재산의 국외은닉 또는 국외처분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목적물가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면서, 그 도피액에 따라 50억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그 법정형을 가중하여 경제적 측면에서 도피 금액만큼 국부에 손실을 가지고 오는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외국인을 위한 내국인의 탈법행위를 가중처벌하는 것은 단지 국가재산의 보호라는 경제적 측면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외국인의 국내법 위반행위에 앞장서서 이를 조장하고 유도한 내국인을 가중처벌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법치질서 확립과 나아가 국가의 총체적인 안전을 보장하는데 더 큰 비중이 있다 할 것이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외국의 각종 투기자본이 국내에 침투하여 각종 불법적인 부동산투기 등을 통하여 경제질서를 교란하고 궁극적으로는 막대한 부당이득을 외국으로 반출하는 등 그 예상되는 피해의 범위나 규모가 극심한 행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한 입법배경에서도 위 특경가법 제4조는 외화의 불법적인 해외도피 방지가 주된 배경인데 비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외국인의 탈법행위를 앞장서서 조장한 내국인에 대하여 외국환거래법 및 외국인토지법의 방조범으로만 처벌하여서는 그와 같은 범죄를 예방하고 척결하기에 미흡하다는 입법정책적 고려에 따라 이를 가중처벌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므로 차이가 크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처벌기준 재산가액 및 법정형은 특경가법 제4조 재산국외도피죄의 도피기준액 및 법정형과 비교하여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었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재산권 가액을 가중처벌의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재산가액을 기준으로 한 단계적 가중처벌은 외국인을 위한 탈법행위가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병폐는 재산가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중된다는 점에서 볼 때, 비록 재산가액의 다과만이 그 죄의 경중을 가늠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라 할지라도 가장 중요한 기준임에 비추어 일응 수긍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할 것이다. 더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재산가액이 1억원미만인 경우에는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있다는 점과 재산가액의 상한에 제한을 두지 아니하면서도 그 법정형에서 ‘사형’을 삭제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이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었다고 할 정도로 과중하다고는 볼 수 없다.
(마)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합헌성 여부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은 입법재량 범위 내의 것으로서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이나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유
래하는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헌법 제10조의 인간존중의 이념에도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2)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침해한 것인지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제12조 제1호는 그 법정형의 하한이 10년 이상의 징역이므로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바, 이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 것인지 여부를 본다.
살피건대, 법정형은 법관으로 하여금 구체적 사건의 정상에 따라 그에 알맞는 적정한 선고형을 이끌어 낼 수 있게끔 되도록 그 폭을 넓게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입법자가 앞서 본 바와 같은 법정형 책정에 관한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률 그 자체로 법관에 의한 양형재량의 범위를 좁혀 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에 비추어 범죄와 형벌간의 비례의 원칙상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성이 있다면, 이러한 법률을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헌재 1995. 4. 20. 93헌바40 , 판례집 7-1, 553 참조). 우리 형사특별법의 규정들만 보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작량감경만으로는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법정형의 하한을 높인 것이 많이 있는데, 예를 들면 마약법 제60조 제2항,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제40조 제2항과 특경가법 및 특가법에 정하여진 각종 가중처벌조항들이(강학상의 이른바 국가적 법익을 침해하는 죄뿐만 아니라 사회적 법익이나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죄 중에도 많이 있다) 모두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입법자는 재산가액 1억원 이상의 외국인을 위한 탈법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는 그 불법과 비난가능성의 정도를 높게 평가하여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즉 법률상의 감경사유가 없는 한 법관이 작량감경은 할 수 있으되 집행유예는 선고하지 못하도록 입법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 할 것이고, 이러한 입법자의 결단은 위에서 본 여러가지 사정에 비추어 일응 수긍할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자의적인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범행 후 수사책임이 있는 관서에 자수하였고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 형의 집행을 유예받을 수도 있으므로 집행유예의 가능성이 법률상 전면적으로 봉쇄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그 법정형의 하한을 높여 놓았다하여 곧 그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하였다거나 법관독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나. 몰수규정의 위헌 여부
특가법 제12조의 규정을 근거로한 몰수규정인 동법 제13조 중 제12조와 관련된 ‘제12조의 경우에 범인이 취득한 당해 재산은 몰수하며,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는 부분의 입법취지는 불법한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을 그 범죄행위자로부터 배제함으로써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려는 것으로서 정당성이 인정되고 나아가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취득 재산가액을
추징하도록 하여 적정한 비례관계가 성립하였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유례하는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할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재판관 조승형의 다음 5.와 같은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과, 재판관 김용준, 김문희, 이재화, 고중석의 다음 6.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이외에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
나는 주문표시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12조 및 제13조 중 제12조 관련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로 함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재판소가 1995. 10. 26. 선고한 92헌바45 군형법 제75조 제1항 제1호 위헌소원, 93헌바62 구 주택건설촉진법 제52조 제1항 제3호 등 위헌소원, 94헌바7 ·8(병합) 구 조세감면규제법 제62조 제3항 위헌소원, 95헌바22 징발재산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 제20조 제1항 위헌소원, 94헌바28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위헌소원의 각 사건 결정시에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에서 상세하게 설명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 제47조 소정의 기속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합헌결정을 굳이 할 필요가 없으며, 이 사건의 경우는 국민이 위헌이라고 주장하여 심판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그 뜻을 받아 들일 수 없는 결론 즉 합헌이라면 굳이 아무런 실효도 없이 국민이 청구한 바도 없는 “합헌”임을 주문에 표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6.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고중석의 반대의견
우리는 다수의견 중, 특가법 제12조가 합헌이라는 다수의견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
가.다수의견이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형벌법규의 제정은 입법자가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자의 형성재량에도 헌법상의 제약이 따른다. 즉, 입법자는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형벌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10조의 요구에 따라야 하고, 또한 형벌은 행위의 반가치성(反價値性)과 행위자의 책임에 상응하는 정당한 비례성이 지켜져야 하며 이를 무시한 가혹한 형벌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실질적 죄형법정주의 및 실질적 적법절차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그러므로 입법자가 그 권한의 한계를 넘어서 죄형균형(罪刑均衡)의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 지나치게 무거운 형을 정하는 입법을 하여서는 아니되는 것이고, 법관들이 행위자의 책임에 알맞는 형벌을 선고할 수 있는, 즉, 형벌개별화(刑罰個別化)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의 법정형을 설정하여 실질적 법치국가의 원리를 구현하여야 하는 헌법적 제약이 있다(헌재 1992. 4. 28. 90헌바24 , 판례집 4, 225, 229-230).
그러므로, 법정형이 사형과 같은 극형을 상한으로 정하는 경우는 물론 법정형의 하한을 법관이 작량감경을 하여도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도록 높게 정하는 경우에는 특히 죄형균형의 원칙 및 형벌개별화의 원칙이 지켜질 수 있는 법정형인지의 여부를 철저히 검증해보아야 한다. 만일, 법정형의 상한이나 하한이 너무 높아서 위와 같은 원칙이 지켜질 수 없는 정도인 경우에는 비록 문제가 되는 사건이 상대적으로 소수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그 형벌규정은 헌법적 제약을 넘는 위헌의 입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형벌을 가중하는 특별법의 제정에 있어서도 위와 같은 제약이 따름은 물론이다. 특히,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라는 예외적이고도 특별한 법률제정형식을 빌리는 입법방법은 일면 특정범죄에 대한 일반예방적 입법목적을 탄력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반면 입법당시의 특수한 사정과 필요에 따라 제정되는 결과로 총체적인 법체계의 정당성 상실로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역시 다른 법률과 마찬가지로 통일된 헌법질서 내에서 체계와 조화를 이루도록 제정되어야 한다는 점은 이미 우리 재판소가 종전결정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위 헌재 1992. 4. 28. 90헌바24 , 판례집4. 225, 230-232 참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입법배경이 된 특수사정과 필요, 국민일반의 법감정이 현저히 변화하여 당초의 입법목적이 무의미하게 되거나 입법의 내용이 정의와 형평을 잃게 된다면 그 입법은 사후적으로라도 위와 같은 헌법적 제약의 범위를 벗어나 위헌의 입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이 사건 법률조항은 내국인이 외국인에 의한 취득이 금지 또는 제한된 재산권을 외국인을 위하여 외국인의 자금으로 취득하는 것을 범죄구성요건으로 하는데, 취득한 재산권의 가액에 따라서,
그 가액이 1억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재산권의 가액이 1억원 미만인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외국인을 위하여 취득한 재산권의 가액이 1억원 이상인 때에는 비록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감경사유가 없는 한 5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는 매우 중한 법정형이다.
다른 형벌규정과 비교하여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은 지나치게 무겁다.
먼저,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1995. 7. 1.부터 시행) 제7조 제1항·제2항에서 부동산의 명의신탁자를 명의수탁자보다 중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부동산 명의신탁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 명의수탁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그리고 외국환거래법 제27조나 외국인토지법 제7조에서 허가를 받지 않거나 기타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여 자본거래를 하거나 국내 부동산을 취득하는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법정형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내국인인 명의수탁자에게 적용하는 법정형보다 훨씬 가볍게 규정한 것과 서로 비교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정한 법정형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볼 수밖에 없다〔즉, 1999. 4. 1.부터 시행되고 있는 외국환거래법 제27조에서는 거주자와 비거주자간에 허가를 받지 않거나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고 자본거래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허가 없는 자본거래에 관한 구 외국환관리법(1992. 9. 1.부터 시행)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다만 목적물 가액의 3배가
5천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목적물 가액 3배 이하의 벌금)이었고, 1995. 12. 29. 법률 제5040호로 개정(1996. 6. 1.부터 시행)된 이후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다만 목적물 가액의 3배가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목적물 가액 3배 이하의 벌금)이었다. 1998. 6. 26.부터 시행되고 있는 외국인토지법 제7조에서는 허가를 받지 않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아 토지취득계약을 체결한 외국인에 대하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같은 경우 구 외국인의토지취득및관리에관한법률(1994. 4. 8.부터 시행)에 의한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었으며, 동법에 의하여 폐지된 구 외국인토지법은 1968. 7. 3.부터 개정·시행된 법률에서 허가 없이 토지에 관한 권리를 취득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였었다〕.
이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내국인간의 부동산 명의신탁의 경우 일반적으로 명의신탁자가 행위를 주도하고 각종 탈법행위 등으로 인한 경제적 수익도 대부분 차지하게 되므로 명의신탁자를 명의수탁자보다 중하게 처벌하는 것이 타당하나, 내국인이 외국인을 위해서 자신의 명의까지 빌려주어 탈법적으로 국내재산권을 취득해 주는 경우에도 반드시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 비하여 처벌 가능성이 크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보는 것은 일반론의 지나친 비약이고, 외국 투기자본의 국내침투에 앞장서서 부동산투기를 조장하고 그로 인하여 막대한 폐해를 야기시키는 내국인들의 책임과 그들에 대한 국민의 법감정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의 측면에서 보아도 명의수탁자인 내국인에 대한 가중처벌의 근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외국인의 부동산취득에 있어서도 그 행위를 주도하거나 그 취득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얻는 자는 통상경우에는 그 외국인이며, 명의를 빌려주는 내국인은 소극적 협조자에 불과한 경우가 오히려 많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즉, 이러한 사정은 국내의 부동산에 투자하려 하는 해외동포인 친지의 부탁을 받고 인정상 명의를 빌려주는 경우를 생각하여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내국인간의 명의신탁과 달리 외국인을 위하여 명의를 빌려준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비하여 처벌 가능성이 높고 죄질이 더 나쁘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수긍할 수 없다.
또한, 죄질과 보호법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에도, 이 사건 범죄는 재산의 불법적인 국외이동이나 국내에 반입하여야 할 재산의 국외은닉 또는 국외처분에 의한 도피행위보다 그 법정형이 현저히 더 높아야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런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4조에서 재산의 불법적인 국외이동이나 국내에 반입하여야 할 재산의 국외은닉 또는 국외처분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당해 목적물 가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단, 도피액이 50억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되어있다)한 것과 비교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 하한은 현저히 높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외국인을 위한 내국인의 탈법행위를 가중처벌하는 것은 외국인의 국내법 위반행위에 앞장서서 이를 조장하고 유도한 내국인을 가중처벌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법치질서를 확립해야할 필요성과 아울러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외국의 각종 투기자본이 국내에
침투하여 각종 불법적인 부동산투기 등을 통하여 경제질서를 교란하고 궁극적으로는 막대한 부당이득을 외국으로 반출하는 등 그 예상되는 피해의 범위나 규모가 극심한 행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의 이러한 논리야말로 상정할 수 있는 일부의 특별한 예를 일반화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오늘날 다수의 해외동포가 국내에 투자를 하고 역이민을 오기도 하는 사정에 비추어볼 때, 다수의견이 상정하는 것과 같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일부의 예를 일반화할 수 없는 이상, 그와 같은 사정은 법정형의 상한을 높게 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뿐이며, 그 하한을 높게 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앞서 든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사건 범죄의 죄질은 인정상 누구라도 쉽게 거절할 수 없는 친지의 부탁을 들어준 경우부터 개인적인 경제적 이익만을 노리고 외국 거대자본가의 앞잡이가 되어 투기를 도와준 경우까지 다양하게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범죄에 있어서 법정형의 하한을 지나치게 높게 정하여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도록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두면 결국 죄형균형과 형벌개별화의 원칙이 지켜질 수 없다.
그리고 입법자는 죄질에 비하여 법정형이 지나치게 무거운 경우에는 형벌체계의 부조화로 법률실무가들로 하여금 그 법의 적용을 회피하도록 하여 원래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는 사실을 새겨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별도의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4년 이후의 통계(대검찰청 형사사건통계)를 살펴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 해당 피의자로 입건된 자가 1994년에는 1명, 1995년에는 6명, 1997년에는 4명(그 중 1명은 무혐의 처분됨)에 그친 것
을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거의 그 기능을 하지 못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다. 또한, 입법목적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인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은 지나치게 무겁다.
이와 같은 중한 법정형을 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해외에서 유입되는 자본에 의한 부동산투기를 방지하자는데 있었다. 즉, 입법당시 우리 나라의 좁은 국토여건에서 비롯되는 토지수요의 초과현상과 경제개발로 인하여 토지가격이 급격히 상승하자 이에 편승한 부동산투기현상이 심각한 정도에 이르렀다. 그러한 상황에서 특히 재일교포, 재미교포 등 해외동포들이나 한국의 실정을 잘 아는 외국인, 외국기업들이 토지의 직접 매입 및 소유를 제한하고 있는 국내법을 회피하기 위하여 내국인을 앞세워 내국인 명의로 토지를 매입하기 시작하였다는 실태파악을 전제로 하여, 해외 투기자본에 의한 불법적인 국내 부동산 취득을 차단하고 이와 관련된 내국인의 부정행위를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해서 1966. 2. 23. 법률 제1744호로 특가법을 제정하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둔 것은 다수의견이 설시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특가법 제정당시와는 달리 오늘날에 있어서는 이른바 경제의 세계화가 급격히 진행됨에 따라 방어적이고 배타적인 경제정책보다는 개방적이면서도 적극적인 경제정책이 더 선호되고 있고 그것이 국부(國富)의 증대에 보다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해외자본가들의 국내투자여건을 개선하여 보다 많은 투자를 유치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우리의 생존을 위하여 필수적이며 과거 이러한 투자여건이 외국에 비하여 뒤떨어졌던 것은 우리 경
제정책의 실패요인 중 하나였다고까지 지적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외국인의 국내재산권 취득제한은 현저히 완화되어 왔는데, 부동산에 관하여 보면, 1998. 4.부터 부동산시장의 업종을 대폭 개방하여 건물임대업이나 건물분양공급업을 전면 허용하였고, 1998. 6. 26.부터 종전의 외국인의토지취득및관리에관한법률을 외국인토지법으로 전면개정·시행하면서 외국인이나 외국법인의 토지취득제한을 폐지하여 내국인 및 내국법인과 동등하게 대우하고 토지취득절차도 종전의 허가제에서 원칙적으로 신고제로 바꾸는 등 사실상 거의 모든 규제를 철폐하였다. 일반적으로 선진외국은 외국인의 부동산취득에 관하여 비교적 개방적 입장인데 비해 우리 나라는 폐쇄적인 입장을 취하여 왔음을 고려할 때 이러한 규제완화는 최근의 경제위기로 인한 일시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우리 나라의 경제성장과 세계경제구조에의 편입이 진전됨에 따라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지난 수십년간의 경험에 미루어 볼 때 부동산투기로 인한 폐해는 매우 심각한 것이고 우리 나라의 국토여건에 비추어 볼 때 경제사정의 변화에 따라 부동산투기가 재연될 가능성은 늘 잠재하고 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한 조치의 필요성은 결코 부인될 수 없고, 외국자본에 의한 투기의 위험성도 경계할만 하다. 부동산투기를 방지하기 위하여 마련된 여러 가지 법률적 장치 중 부동산의 명의신탁을 금지하는 것으로는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이 1995. 7. 1.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이는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기타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투기와 탈세, 기타 탈법행위를 방지하는 기능을
하도록 의도된 것이다. 이와 같이 부동산투기의 여지를 봉쇄하여야할 필요성은 아직도 인정되고 있으나, 그 주체가 외국인인지 또는 내국인인지 여부보다는 투기적 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 자체를 방지하여야 한다는데 중점이 있다는 것이 현재로서의 현실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법률을 제정한 때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오늘날의 여건 하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의 타당성은 입법당시와 같이 유지되기는 어려워졌다고 할 것이고, 적어도 법정형의 하한만은 그토록 무거워야할 근거가 상실되었다고 할 것이다.
라.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은 행위의 반가치성(反價値性)과 행위자의 책임에 상응하는 정당한 비례성이 지켜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실질적 법치주의와 적법절차를 무시한 가혹한 형벌이자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은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것이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주심)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