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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5.11.6. 선고 2014누74628 판결

시정명령등취소

사건

2014누74628 시정명령등취소

원고

주식회사 한진중공업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변론종결

2015. 9. 11.

판결선고

2015. 11. 6.

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4. 11. 26. 의결 제2014-265호로 원고에 대하여 한 별지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한다는 판결.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지위

원고 및 주식회사 동부건설(이하 이들 2개 사업자를 '원고 등'이라 하고, 이하 회사 상호에서 '주식회사'는 생략한다)은 건설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들로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0. 3. 22. 법률 제1016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2조 1호의 규정에 의한 사업자이다.

나. 낙동강 살리기 17공구 사업의 개요

낙동강 살리기 17공구 사업은 홍수예방, 수자원 확보, 수질개선 및 친수공간 조성 등을 목적으로 실시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준설, 하상유지공 4개소, 교량보호공 1개소, 수변공원 3개소, 자전거도로 설치 등이 주요 공사내용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하고 밀양시, 창원시, 창녕군 일원을 공사현장으로 하며, 사업예정기간은 착공일로부터 700일이다. 2009. 10. 6. 입찰공고가 있었고, 2009. 10. 13. 사전심사 제출마 감일, 2009. 12. 21. 입찰서 제출일을 거쳐 2010. 1. 15. 설계 적격자 선정이 이루어졌다. 낙찰자 선정은 설계 점수 50%, 가격 점수 50%로 하여 합산한 점수가 가장 높은 기업을 낙찰자로 하는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다. 원고 등의 입찰담합행위

(1) 사전심사 이전까지 원고 등은 각자 기본설계를 작성하는 등 개별적으로 입찰을 준비하고 있었다. 특히 원고는 공사현장이 연고지인 부산과 가깝고, 위 공사에 준설 공정이 많아 준설선을 보유하고 있는 원고가 실행원가를 낮출 수 있어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었고, 동부건설도 원가를 낮추어서 낙찰받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2) 사전심사 제출마감일(2009. 10. 13.)부터 입찰서 제출일(2009. 12. 21.) 사이인 2009. 11. 초순경 원고의 A 담당 B는 동부건설의 C를 방문하여 낙동강 살리기 17공구 입찰에서 원고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동부건설이 들러리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에 대하여 동부건설은 준설선을 보유하고 있지 아니하여 입찰시 가격 경쟁에서 원고보다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므로 대가를 받고 입찰에 들러리로 참여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2009. 12. 21. 원고와 동부건설은 다음과 같은 합의를 하였다.

1. 원고는 레인보우힐스 골프회원권 4구좌를 2009. 12. 21.까지 40억 원에 취득하고, 동부건설은 원고가 입찰을 수주할 수 있도록 협조한다.

2. 양사가 공동으로 수주한 "부산항 신항 주간선도로(안골대교) 건설공사"에 대하여 동부건설의 원가를 원고가 부담함으로써 본 입찰의 설계비를 지불한다.

3. 안골대교 설계비 지불과 동시에 골프회원권 입회보증금 40억 원 전액을 원고에게 환불한다.

4. 2010년 원고가 수주 확보한 턴키 및 대안공사 보유 지분 350억 원을 동부건설에게 양도한다.

(3) 위 합의에 따라 입찰 직전 동부건설 소속 C는 원고 소속 B에게 공사 예산금액 89.98%로 입찰할 것임을 알려주었고, 이에 원고는 이보다 낮은 가격인 88.47%로 입찰하였다. 이후 설계심의 평가과정에서도 동부건설은 형식적으로 참여하여 설계심의 평가에서 원고가 44.83점, 동부건설이 40.67점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원고는 총점 94.83점을 받아 낙찰자로 선정되었다.

라. 피고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피고는, 원고들이 가격경쟁을 피할 목적으로 사전에 낙찰자 및 투찰가격을 합의하고 실행한 행위가 공정거래법 19조 1항 8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4. 11. 26. 의결 제2014-265호로 원고에 대하여 별지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 피고는 구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2009. 8. 20. 피고 고시 제2009-36호로 개정된 것, 이하 '과징금 고시'라 한다)를 적용하여 다음과 같이 과징금을 산정하였다.1)

(1) 관련매출액: 원고가 체결한 계약금액 중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154,443,000,000원으로 산정하였다.

(2) 위반행위의 중대성 판단 및 부과기준율: 원고 등의 행위는 위반행위의 내용 및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중대성의 정도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고, 이 사건 공사가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원고 등의 행위가 전형적인 경성 공동행위인 점을 고려하여 부과기준율 10%를 적용하였다.

(3) 의무적 조정과징금 산정: 의무적 조정사유가 없다.

(4) 임의적 조정과징금 산정: 원고 소속 B 등 고위임원이 부당한 공동행위에 직접 관여하였으므로 10%를 가중하고, 원고 등이 위반행위 사실을 인정하면서 관련자료를 제출하는 등 적극 협력하였으므로 20%를 감경하여 13,899,870,000원으로 산정하였다.

(5) 부과과징금 산정: 원고는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입찰에 참여하여 부당이득 규모도 단독으로 계약을 체결하였을 경우보다 작을 것이므로 10%를 감경하고, 확정된 재무제표상 심의일 기준 직전 3개년도 당기순이익을 각각 3:2:1로 가중평균한 금액이 적자이므로 50%를 감경하며, 최근 경기 악화로 건설시장이 크게 위축되었으므로 10%를 감경하여 부과과징금을 4,169,000,000원(100만 원 미만 단위는 절사함)으로 산정한다.

[인정 근거] 다툼이 없는 사실, 갑1, 을1~5,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경쟁제한성의 존부

1) 원고의 주장

원고가 동부건설에 비하여 설계 및 가격 부문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등 경쟁력이 높아 실질적인 경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낮았고, 원고 등의 행위로 인하여 유찰이 방지되었으므로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판단

공동행위가 '경쟁제한성'을 갖는지는 당해 상품이나 용역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공동행위로 인하여 일정한 거래분야에서의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서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2두19298 판결 참조). 여기에서 실제로 합의에 가담한 사업자들이 합의가 없었더라면 서로 유효하게 경쟁할 수 있었는지 여부는 사업자들 사이의 경쟁의사의 존부, 각 사업자들의 존재나 그들의 시장성과가 서로에게 경쟁압력 내지 경쟁상 제약으로 작용하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되, 각 사업자가 보유한 생산능력 및 기술력, 공급의 대체가능성 및 신규 시장진입 가능성, 시장의 구체적 현황 등의 사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입찰담합에 관한 공정거래법 19조 1항 8호는 입찰 자체의 경쟁뿐 아니라 입찰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경쟁도 함께 보호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따라서 사업자들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낙찰예정자를 사전에 결정하였다면, 경쟁이 기능할 가능성을 사전에 전면적으로 없앤 것이 되어 입찰과정에서의 경쟁의 주요한 부분이 제한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그와 같은 공동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두20493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 등의 행위는 사전에 낙찰자 및 가격을 결정하는 전형적인 경성 공동행위로 경쟁제한의 효과가 높다. 특히 동부건설은 발주처에 대한 신인도 평가를 고려하여 원가를 줄이는 등 낙찰을 받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었음에도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하여 낙찰을 포기하고 들러리의 역할을 하여 실질적인 경쟁이 사라졌고, 발주처도 낮은 가격으로 공사 계약을 체결할 수 없었다(을3, 4). 따라서 원고 등의 행위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시정명령의 위법성

1) 원고의 주장

시정명령은 하천 환경정비 및 하도정비 공사 중 관급공사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지나치게 포괄적·추상적이며, 제재의 수준이 과도하여 명확성의 원칙,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 반복금지의 대상이 되는 건설공사 및 금지행위 유형을 특정하여 정하지 않은 채 시정명령을 내린 것은 자기구속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2) 판단

공정거래법상 시정명령이 지나치게 구체적인 경우 다소간의 변형을 거치면서 행해지는 수많은 거래에서 정합성이 떨어져 결국 무의미한 시정명령이 되므로 그 본질적인 속성상 다소간의 포괄성·추상성을 떨 수밖에 없다 할 것이고, 한편 시정명령 제도를 둔 취지에 비추어 시정명령의 내용은 과거의 위반행위에 대한 중지는 물론 가까운 장래에 반복될 우려가 있는 동일한 유형의 행위의 반복금지까지 명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두11199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피고는 별지 1항과 같이 시정명령의 대상 공사를 '하천 환경정비 및 하도정비 공사입찰'로, 그 행위 태양을 '특정한 사업자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다른 사업자가 형식적으로 입찰에 참여하기로 합의하는 방법'으로 제한하여 금지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였다. 따라서 금지의 범위 및 행위를 정한 시정명령이 명확성의 원칙이나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의 주장만으로 자기구속의 원칙에 위반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과징금 산정의 위법성

1) 원고의 주장

① 원고의 경쟁력이 우위에 있어 처음부터 경쟁이 사실상 제한되어 있는 등 경쟁제한성이 낮음에도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의 부과기준율 중 가장 높은 10%를 적용한 것은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 ② 원고 소속 B는 고위임원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피고가 이를 가중사유로 삼은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2) 판단

가) 부과기준율 부분

부당한 공동행위로 인한 위반행위의 중대성의 정도는 위반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쟁질서의 저해 정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 및 그 파급효과, 관련 소비자 및 사업자의 피해 정도, 부당이득의 취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두15005 판결 참조).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 여부와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공정거래법 및 그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과징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얼마로 정할 것인지는 재량행위이고, 다만 이러한 재량을 행사함에 있어서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비례·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서 위법하다(대법원 2008. 2. 15. 선고 2006두4226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 등의 행위는 낙찰자 및 투찰가격을 사전에 결정하는 입찰담합으로 경쟁제한 효과가 중대하며, 발주금액이 154,443,000,000원(부가가치세 제외)에 이르는 대규모 공공발주 공사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국가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사회적·경제적 파급효과도 큰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먼저 경쟁관계에 있던 동부건설에 대하여 들러리 역할을 제안하고, 그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기로 합의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실제 낙찰을 받음으로써 이득을 취득하였다. 이러한 경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부과기준율 판단은 적법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고위임원 가중 부분

구 과징금 고시 Ⅳ. 3. 나. (5)는 임의적 조정과징금 가중사유의 하나로 "위반사업자의 이사 또는 그 이상에 해당하는 고위임원(등기부 등재 여부를 불문한다)이 위반행위에 직접 관여한 경우(사업자단체 금지행위는 제외한다)"를 들면서 그 경우 과징금의 10/100 이내에서 가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고위임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회사 내의 직급뿐 아니라 직무상 권한과 실질적으로 수행한 역할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고 소속 B는 부당한 공동행위 당시 원고의 법인등기부상 D로 등재되어 있지는 않았으나 2007. 1. 30. 원고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후 A담당 임원으로 사업발주 정보를 파악하고 입찰을 준비하는 등 입찰 관련 업무를 총괄하였다. B은 실질적인 직급은 'E'였으나 대내외적으로 'F'라는 직함으로 활동하면서 직접 동부건설 소속 C에게 들러리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하고 그 대가를 협의하는 등 입찰담합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앞서 본 각 증거, 을 6, 7, 변론 전체의 취지). 또한, B은 2008. 12.경 G 턴키공사에서 원고의 H이자 공사의 입찰 PM(Project Manager)으로 본사 관련 업무 및 대외 업무를 총괄하며 입찰담합에 직접 관여하기도 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5. 8. 19. 선고 2014누50790 판결 참조).

위 사실에서 알 수 있는 B의 직무상 권한과 실질적으로 수행한 역할에 비추어 보면 '고위임원'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피고가 이를 가중사유로 삼은 것은 적법하고,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한 원고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균용

판사 정재훈

판사 성충용

주석

1) 다만, 다른 사건들과의 형평을 고려하여 2013. 6. 5. 피고 고시 제201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중 원고에게 불리하지 아니한 부분도 적용하였다.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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