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2007헌마949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제11조 제1항 위헌확인
별지 기재와 같다.
청구인들의 대리인 변호사 김영훈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2007. 3.경부터 2007. 6.경까지 사이에 인터넷쇼핑몰 등을 통하여 취미로 모조 총포를 구입하여 소지하였는바, 2007. 6.경부터 2007. 8.경까지 사이에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이하 ‘법’이라고만 한다.)이 금지한 모의총포의 소지 혐의로 경찰관서로의 출석요구를 받았다.
이에 청구인들은 2007. 8. 23. 자신들에게 적용된 법 제11조 제1항이 헌법상 포괄위임입법 금지의 원칙 및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위 법률조항의 위헌확인을 구
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심판의 대상
청구인들은 법 제11조 제1항 전부를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위 법률조항은 형사 처벌조항인 법 제73조 제1호의 구성요건 규정이다. 청구인들 역시 법 제11조 제1항이 처벌조항의 일부임을 전제로 이에 대하여 죄형법정주의, 포괄위임입법 금지원칙 위반 등을 다투고 있다. 따라서 청구인들이 실질적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은 것은 ‘법 제73조 제1호 중 제11조 제1항에 관한 부분’이라 할 것이다. 한편, 청구인들은 취미로 모조 총포를 구입하여 소지한 자들로서 ‘모의총포의 제조·판매’나 ‘수출 목적의 모의총포 소지’와는 무관하므로 이 사건에서는 법 제11조 제1항 본문 중 ‘소지’에 관한 부분만이 문제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법률조항은 법 제73조 제1호 가운데 제11조 제1항 본문의 소지에 관한 부분(아래 밑줄 친 부분,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은 이 부분 법률조항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 조항]
제73조(벌칙)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으로 벌한다.
1. 제4조의2 제3항(제6조의2 및 제25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준용되는 경우를 포
함한다),제11조 제1항, 제17조 제2항ㆍ제4항, 제31조 제2항 또는 제37조 제1항ㆍ제2항의 규정을 위반한 사람
제11조(모의총포의 제조ㆍ판매ㆍ소지의 금지)
①누구든지 총포와 아주 비슷하게 보이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이하 “모의총포”라 한다.)을제조ㆍ판매 또는소지하지 못한다.
[관련 조항]
제1조(목적) 이 법은 총포·도검·화약류·분사기·전자충격기·석궁의 제조·거래·소지·사용 그 밖의 취급에 관한 사항을 규제하여 총포·도검·화약류·분사기·전자충격기·석궁으로 인한 위험과 재해를 미리 방지함으로써 공공의 안전을 유지하는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총포”라 함은 권총ㆍ소총ㆍ기관총ㆍ포ㆍ엽총, 금속성 탄알이나 가스 등을 쏠 수 있는 장약총포, 공기총(압축가스를 이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및 총포신ㆍ기관부 등 그 부품(이하 “부품”이라 한다.)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을 말한다.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시행령
제13조 (모의총포의 기준)
법 제11조의 규정에 의한 모의총포는 별표 5의2에 해당하는 것으로 한다.
[별표 5의2]
모의총포의 기준(제13조 관련)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것을 모의총포로 한다.
1. 금속 또는 금속 외의 소재로 만들어진 것으로서 모양이 총포와 아주 비슷하여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현저한 것
2. 금속 또는 금속 외의 소재로 만들어진 것으로서 금속 또는 금속 외의 물체를 발사하거나 소리·불꽃을 내는 것 중 다음의 1에 해당하여 인명·신체상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것
가. 발사되는 물체(이하 “탄환”이라 한다)의 크기가 직경 5.7㎜ 미만인 것
나. 탄환의 무게가 0.2g을 초과하는 것
다. 발사된 탄환의 운동에너지(파괴력)가 0.02㎏/m를 초과하는 것
라. 탄환의 앞부분이 둥글게 처리되지 아니하여 예리한 것
마. 순간 폭발음이 90㏈을 초과하거나 가연성의 불꽃을 내는 것
제3조 (총포)
① 법 제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총포는 다음 각 호의 총과 포 및 총포의 부품을 말한다.
1. 총
가. 권총(기관권총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나. 소총
다. 기관총(구경 20㎜ 미만의 것에 한하며, 기관권총을 제외한다.)
라. 엽총
(1) 산탄총(번경 4번 내지 32번 및 구경 0.41인치의 것에 한한다.)
(2) 강선총(구경 0.22인치 내지 0.38인치의 것에 한한다.)
(3) 공기총(구경 4.5㎜ 내지 5.5㎜의 것에 한한다. 다만, 산탄총인 공기총의 경우에는 5.5㎜ 내지 6.4㎜의 것에 한한다.)
(4) 가스총(공기총의 경우와 같다.)
마. 사격총
(1) 산탄총(번경 12번 내지 20번의 것에 한한다.)
(2) 강선총(구경 0.22인치 내지 0.38인치의 것에 한한다.)
(3) 공기총(구경 4.5㎜ 내지 5.5㎜의 것에 한한다.)
(4) 가스총(공기총의 경우와 같다.)
바. 어획총
(1) 어획소총(구경 0.22인치 내지 0.38인치의 것에 한한다.)
(2) 섬총
사. 마취총
아. 도살총
자. 산업용총
(1) 타정총
(2) 청소총
(3) 광쇄총
(4) 쇠줄 발사총
차. 구난 구명총
(1) 구명줄 발사총
(2) 구명신호총
카. 가스발사총
타. 기타 뇌관의 원리를 이용한 장약총
2. 포
가. 소구경포(구경 20㎜ 내지 40㎜의 것에 한한다.)
나. 중구경포(구경 40㎜ 초과 90㎜ 미만의 것에 한하며, 박격포를 제외한다.)
다. 대구경포(구경 90㎜ 이상의 것에 한하며, 박격포를 제외한다.)
라. 박격포
마. 포경포(소구경포에 한한다.)
3. 총포의 부품
가. 총포신 및 기관부(총포 외의 다른 용도에는 사용할 수 없는 부품에 한한다.)와 포가
나. 산탄탄알 및 연지탄
다. 소음기 및 조준경
② 제1항에서 “공기총”이라 함은 사람ㆍ가축 또는 조류 등을 살상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춘 것을 말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 요지
가.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 구성요건인 모의총포의 개념 내지 내용에 관하여 막연하게 ‘총포와 아주 비슷하게 보이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이라고 규정하여 모의총포의 내용에 대한 규제를 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함으로써 집행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맡기고 있으므로 포괄위임입법 금지의 원칙 및 죄형법정주
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고, 이로 인하여 모의총포와 완구용 총포의 구별이 불명확하여 취미로 완구용 총포를 소지하고자 하는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있다.
나. 경찰청장의 의견 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바로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대상으로 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다.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직접성
법률 또는 법률조항 자체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려면 일반적으로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그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의하여 직접 자유의 제한ㆍ의무의 부과ㆍ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 등 기본권을 침해받아야 한다. 따라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예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직접성의 요건이 결여된다. 그러나 국민에게 일정한 행위의무 또는 행위금지의무를 부과하는 법규정을 정한 후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수단으로서 형벌 또는 행정벌 등을 부과하도록 한 경우 그 형벌이나 행정벌의 부과를 위 직접성에서 말하는 집행행위라고는 할 수 없다. 국민은 별도의 집행행위를 기다릴 필요 없이 제재의 근거가 되는 법률의 시행 자체로 행위의무 또는 행위금지의무를 직접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헌재 1996. 2. 29. 94헌마213 , 판례집 8-1, 147, 154 참조).
위에서 말하는 집행행위에는 입법행위도 포함되므로 법률 규정이 그 규정의 구체화를 위하여 하위규범의 시행을 예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 법률 규정의 직접성은 원칙적으로 부인된다(헌재 1996. 2. 29. 94헌마213 , 판례집 8-1, 147,
154-155 참조). 다만, 어떤 법률 규정이 하위 법령에 그 규정의 구체화를 위하여 내용의 일부를 위임하고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수권 조항과 시행령 조항이 서로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면서 전체적으로 하나의 규율 내용을 형성하고 있고, 수권 조항과 시행령 조항을 서로 분리하여서는 규율 내용의 전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수권 조항과 시행령 조항 모두에 대해 불가분의 일체로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헌재 2002. 6. 27. 99헌마480 , 판례집 14-1, 616, 625; 헌재 2008. 6. 26. 2005헌마506 , 공보 141, 911, 913 등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총포와 아주 비슷하게 보이는 모의총포의 소지 등을 금지하면서 모의총포의 범위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모의총포 소지 등의 금지의무는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에서 나온다. 대통령령인 법 시행령 제13조, 별표 5의2(이하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라 한다.)는 모의총포의 구체적 범위에 관한 기준을 정할 뿐, 소지를 금하는 의무 부과 등 기본권 제한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모의총포 소지에 관련한 기본권제한은 이 사건 법률조항과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함께 적용될 때 비로소 구체화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과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면서 전체적으로 하나의 규율 내용을 형성하고 있고 서로 분리하여서는 규율 내용의 전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 사건 시행령 조항과 불가분의 일체로서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다만 청구인들은 모의총포 소지 등의 금지 자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규정된 모의총포의 범위와 관련한 규제의 과잉 여부 등에 대하여는 다투지 아니하고, 단지 범죄 구성요건 규정인 이 사건 법률조
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포괄위임입법 금지의 원칙에 위반하였다고 다투고 있을 뿐이므로 심판대상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한정한다.
나. 청구기간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에 의하면,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의 청구기간은 그 법령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법령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법령이 시행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여야 하고, 법령이 시행된 뒤에 비로소 그 법령에 해당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여야 한다.
일반인을 수범자로 하는 금지규정과 형벌규정을 둔 법이 시행되는 경우 법시행과 동시에 모든 사람에 대하여 바로 법률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볼 것은 아니며, 심판청구인에 대한 구체적, 현실적인 침해사유가 있어야 비로소 법률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0. 4.27. 98헌가16 등, 판례집 12-1, 427, 443-444).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기본권침해 사유의 발생은 청구인들이 모의총포를 소지함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대상이 된 때라 할 것이므로, 청구인들이 이 사건 모조 총포를 구입한 시기인 2007. 3.경부터 2007. 6.경까지 사이라 할 것이다. 이 사건 헌법소원은 이때로부터 1년 이내에 제기되었다.
그리고 청구인들은 2007. 6.에서 8.경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출석요구를 받고 비로소 이 사건 모조 총포를 소지한 행위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위반될 수 있음을 알
게 되었다고 주장하는바, 청구인들이 이와 다른 시기에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을 알게 되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제기되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준수하였다.
다. 소결론
위에서 살펴본 내용 이외에 다른 적법요건의 흠결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심판 청구는 적법하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침해되는 기본권 및 이 사건 쟁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모의총포 소지를 금지하는 것 자체 또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규정된 모의총포의 범위와 관련하여 규제의 과잉 여부 등에 대하여는 다투지 아니하고, 단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범죄 구성요건 규정으로서 헌법상 포괄위임입법 금지의 원칙 및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함을 다투면서 심판대상을 이 사건 법률조항에 한정하고 있다.
청구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말미암아 개인의 취미생활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모의총포 소지가 금지되는 등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에서 유래하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받을 수 있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반에 따라 부과 가능한 형벌(유기 징역형과 벌금형이다.)로 인하여 신체의 자유 및 재산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쟁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상 포괄위임입법 금지의 원칙 및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함으로써 청구인들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
신체의 자유 및 재산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라 할 것이다.
나. 포괄위임입법 금지의 원칙과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위반 여부
(1) 포괄위임입법 금지의 원칙과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가)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함과 아울러 위임입법의 범위와 한계를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라 함은 법률에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 그 자체로부터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헌재 1997. 10. 30. 96헌바92 등, 판례집 9-2, 478, 495 참조). 위임입법의 위와 같은 구체성 내지 예측가능성의 요구 정도는 규제대상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달라질 것인데, 특히 처벌법규나 조세법규와 같이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침해할 소지가 있는 법규에서는 그 위임의 요건과 범위가 더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그 예측가능성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종합․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헌재 2009. 4. 30. 2007헌마106 , 공보 제151호, 966, 978; 헌재 1998. 2. 27. 95헌바59 , 판례집 10-1, 103, 112 등 참조).
(나) 그리고 헌법 제12조 제1항 제2문과 제13조 제1항 전단에서 도출되는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이 필요하더라도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적용대상자와 금지되는 행위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거나(헌재 2002. 4. 25. 2001헌가27 , 판례집 14-1, 251, 260; 헌재 2000. 6. 29. 98헌가10 , 판례집 12-1, 741, 748 참조), 어느 정도의 보편적이거나 일반적인 뜻을 지닌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당해 법률의 입법경과와 입법목적, 같은 법률의 다른 규정들과의 체계 조화적 해석 등을 통해 법률적용 단계에서 다의적인 해석의 우려 없이 그 의미가 구체화될 수 있다면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04. 11. 25. 2003헌바104 , 판례집 16-2하, 355, 368; 헌재 2004. 2. 26. 2001헌바75 , 판례집 16-1, 184, 194-195 참조).
(다) 범죄와 형벌에 관한 사항에 대한 위임입법의 한계와 관련된 요구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의 요구와 경합된다고 할 것이다(헌재 1997. 9. 25. 96헌가16 , 판례집 9-2, 312, 322-323). 따라서 죄형에 관한 법률조항이 그 내용을 해당 시행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는지 여부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의 위반 여부의 문제인 동시에 포괄위임입법금지 여부의 문제가 된다(헌재 2008. 7. 31. 2005헌마667 , 판례집 20-2 상, 269, 287 참조).
(2) 처벌법규에 있어서 위임의 한계
법률에 의한 처벌법규의 위임은 죄형법정주의와 적법절차, 기본권보장 우위사상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므로, 그 요건과 범위가 보다 엄격하게 제한적으
로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처벌법규의 위임은 첫째,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고, 둘째, 이러한 경우일지라도 법률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은 처벌대상인 행위가 어떠한 것일 거라고 이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셋째,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폭을 명백히 규정하여야 한다(헌재 2004. 8. 26. 2004헌바14 , 판례집 16-2상, 306, 314; 헌재 1991. 7. 8. 91헌가4 , 판례집 3, 336, 341 참조).
(3)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구체적 검토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 구성요건에 한정된 것으로서 형벌의 종류 및 범위에 관한 규정의 명확성은 문제될 여지가 없다. 아래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처벌법규로서 위임입법의 필요성과 위임범위의 예측가능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한정하여 살펴본다.
(나) 먼저 위임입법의 필요성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율하고자 하는 모의총포는 ‘총포는 아니지만 총포의 모양과 기능을 본뜬 것으로서 이로 인한 위험과 재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하여 총포와 마찬가지로 이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모의총포는 우선 총포가 무엇인가에 따라 그 구체적 범위가 달라질 것이고, 모의총포의 소재나 제조기술의 발달에 따라 총포와 유사한 것으로서 규제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범위가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총포는 권총·소총·기관총·포·엽총, 금속성 탄알이나 가스 등을 쏠 수 있는 장약총포, 공기총(압축가스를 이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및 총포신·기관부 등 그 부품으로서(법 제2조 제1항), 총이나 포의 크기․총구의 크기와 구조․격발방식․사용되는 탄알의 종류․총의 용도(군용, 마취용, 도살용, 산업용, 구난구명용
등)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재의 출현 및 제조기술의 발달에 따라 모양과 성능을 달리한 총이나 포가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입법자가 이를 상세히 규율하지 않고 그 구체적인 범위는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법 제2조 제1항).
총포가 위와 같이 다양한 만큼 모의총포 역시 각 총포에 대응하여 다양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모의총포의 소재의 다양성, 제조기술의 발달 등에 따라 총포와 유사한 것으로서 규제필요성이 인정되는 새로운 성능의 모의총포가 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편 모의총포의 기능과 관련하여 ‘탄환의 크기, 무게, 모양, 발사된 탄환의 운동에너지 등’과 ‘인명․신체상의 유해성’의 관계를 검증하고 어느 범위에서 소지 등을 금지할 것인지는 기술적․전문적 영역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법률로써 미리 모의총포의 범위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자세히 규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법률에서는 모의총포의 전체적인 기준을 정한 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규율은 전문적․기술적 능력을 갖춘 행정부에서 상황의 변동에 따라 시의 적절하게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위 법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다) 다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하위법령에 규정될 범죄 구성요건이 어떠한 것일지 예측 가능하도록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위임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총포와 아주 비슷하게 보이는 것’이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그 구체적 내용을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먼저, “총포”는 법 제2조 제1항에서 ‘권총ㆍ소총ㆍ기관총ㆍ포ㆍ엽총, 금속성 탄
알이나 가스 등을 쏠 수 있는 장약총포, 공기총(압축가스를 이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및 총포신ㆍ기관부 등 그 부품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이에 근거한 법 시행령 제3조는 총포를 자세히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범위가 비교적 명확하다 할 것이다.
다음, 총포와 “아주 비슷하게 보이는 것”이란 ‘눈에 보이는 유사성’, 즉 모양의 유사성만을 뜻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법이 총포 등의 취급에 관한 사항을 규제하여 총포 등으로 인한 위험과 재해를 미리 방지함으로써 공공의 안전을 유지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법 제1조 참조)에 비추어 보면, ‘총포와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것’으로서 모양의 유사성뿐만 아니라 기능의 유사성까지 포함하는 의미라고 할 것이고, 그 유사성의 정도는 총포와 같은 위험성을 갖는 정도를 뜻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총포와 아주 비슷하게 보이는 것”으로서 하위 법령에서 규정될 모의총포란 ‘총포는 아니지만 모양 또는 성능 면에서 총포와 매우 유사하여 총포처럼 위험과 재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것’, 다시 말하면 ‘총포는 아니지만 총포와 같은 위협 수단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총포와 모양이 매우 유사하여 충분히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거나(모양의 유사성) 총포와 같이 인명이나 신체에 충분히 위해를 가할 정도의 성능을 갖춘 것(기능의 유사성)’이라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이와 같은 취지에서 모의총포의 범위를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라)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모의총포의 구체적 내용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것이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이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5. 결론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6.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
가. 나는 다수의견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모의총포의 범위에 ‘총기로서의 기능을 전혀 갖추지 않고 단지 외관만 총기와 아주 비슷한 것’도 포함된다는 해석을 전제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포괄위임입법 금지의 원칙 및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에 반대한다.
탄환의 발사기능이 전혀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총포로서의 성능과는 거리가 멀고, 단지 모양만 총포와 매우 유사한 것은 장난감에 불과하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 장난감가게 등을 통하여 흔하게 유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기능상 총포로서의 위험성을 전혀 갖지 못하고 모양만 총포와 비슷한 것조차 모의총포에 해당한다고 보아 그 소지 등을 처벌하는 것은 명백히 과잉처벌이라 할 것이고, 실제 처벌에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다수의 국민이 잠재적 처벌대상에 해당하게 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하위 법령인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위와 같이 외관만 총포와 유사한 것도 모의총포의 범위에 포함된 것으로 규율하여 과잉처벌을 하고 있는바, 이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범죄구성요건인 모의총포의 개념을 불명확하게 규정한 채 대통령령에 포괄위임한 데에 기인한다 할 것이
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어떤 점에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이나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반하였는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나.범죄 구성요건의 위임법률에 대한 위헌심사
법률은 규정할 내용의 일부를 대통령령에 위임할 수 있으나(헌법 제75조), 이 경우 의회입법의 원칙 및 법치주의의 원리에 입각하여 위임근거 법률 자체에서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 내지 기본적 윤곽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처벌법규가 위임의 대상일 경우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위임법률 자체에서 처벌의 대상 및 정도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있어야 하므로, 위임범위의 구체성 내지 명확성의 요청이 더욱 강화되어 그 위임의 요건과 범위가 더 엄격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헌법 제12조제1항 및 제13조 제1항에 근거한 죄형법정주의에 따르면 죄와 형을 국회가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써 규정하여야 하고, 나아가 그 법률조항에서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측 가능하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벌법규의 위임은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되, 이와 같이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 위임이 불가피한 경우일지라도 법률에서 하위법령에 규정될 내용의 기준과 범위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설정함으로써 수범자에게 예측가능성을 부여하여야 한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경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구성요건 규정인 모의총포에 관하여 “총포와 아주 비슷하게 보이는 것”이라는 기준만 제시하고 그 구체적 범위를 대통령령에서 규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총포와 비슷하게 보이는 것”이란 ‘눈으로 보기에 총포와 비슷한 것’으로서 모양의 유사성만을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총포와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것’으로서 모양의 유사성뿐만 아니라 기능의 유사성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기능의 유사성까지 포함하는 의미라고 볼 때에도 모양의 유사성과 기능의 유사성 양자 모두를 갖추는 것을 뜻하는 것인지, 양자 중 어느 한 가지라도 비슷하다면 이에 해당하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또한 ‘아주’ 비슷하게 보이는 것이란 표현은 비슷한 정도를 나타내고 있으나 그 의미는 매우 주관적이어서 사람에 따라 ‘아주’ 비슷하게 보이는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인식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모조 총포가 모양이나 기능 면에서 총포와 어느 정도 비슷하여야 아주 비슷하다고 할지도 알기 어렵다.
따라서 국민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규정만으로는 ‘어떤 것이 모의총포로서 소지 등이 금지되고 이에 위반하면 처벌받는지’, 그 대상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할 것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모의총포의 기준에 관하여 이렇게 불명확하게 규정한 채 하위 법령에 그 구체적 범위를 정하도록 위임한 것은 실질적으로 하위 법령에서 모의총포를 규정하도록 포괄하여 위임한 것과 다르지 않다.
그 결과 앞서 본 바와 같이 하위 법령에서 총포로서의 성능이 전혀 없이 단지 모양만 총포와 유사한 것으로서 장난감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할 것조차 모의총포에 포함된 것으로 규정하여 다수의 국민을 범죄자로 만든 잘못을 초래하였다.
라.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모의총포’에 관한 규정을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에 위임함에 있어, 그 기준과 범위를 명확히 제시하지 아니함으로써 소지가 금지된 모의총포가 어느 범위에서 규정될 것인지 예측할 수 없으므로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하는 명확성 원칙 및 포괄위임입법 금지의 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였다 할 것이다.
2009. 9. 24.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해외출장으로서명날인불능
재판장
재판관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
별지
청구인목록생략
최○옥외90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