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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3. 12. 26. 선고 2011헌바108 판례집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3조 등 위헌소원]

[판례집25권 2집 621~639]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당해 법률의 해석·적용상의 주의사항을 규정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09. 6. 9. 법률 제9765호로 개정된 것) 제3조(이하 ‘목적조항’이라 한다)에 대해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2.동석한 신뢰관계인의 성립인정의 진술만으로 성폭력 피해아동의 진술이 수록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10. 4. 15. 법률 제10260호로 개정되고, 2012. 2. 1. 법률 제112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의2 제5항 중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절차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조사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는 부분(이하 ‘증거능력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목적조항은 위 법의 해석과 적용상의 일반적 주의사항을 추상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당해 사건에 직접 적용되는 법률이 아니고, 목적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의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진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수 없다.

2.증거능력 특례조항의 입법목적은, 성폭력범죄 피해아동이 법정에서 반복하여 피해경험을 진술함으로써 입을 수 있는 심리적·정서적 외상과 충격으로부터 피해아동을 보호하려는 것으로서 그 정당성

이 인정되고, 성폭력 피해아동의 영상녹화물에 신뢰관계인의 성립인정의 진술만으로 증거능력을 부여하여 피해아동에 대한 법정에서의 조사와 신문을 최소화한 것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된다. 법원은 실체적 진실 발견과 피해아동의 보호를 포함한 제반 사정을 고려하고 관련된 이익을 비교하여 피해아동을 피고인 및 변호인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증인으로 소환하여 신문할 수 있고, 이 경우 피고인 및 변호인은 참여권과 신문권 등이 보장된다. 또한 성폭력범죄 피해아동에 대하여는, 거칠고 날선 법정에서의 반대신문보다는 사건 초기의 생생한 기억 속에서 이루어진 진술을 영상녹화의 방법으로 왜곡 없이 온전하게 보전한 다음, 이를 아동진술전문가나 심리학자 등으로 하여금 전문적·과학적 방법으로 분석하게 하여 그 신빙성을 검증하는 것이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피고인으로 하여금 진술 당시 동석한 신뢰관계인에 대한 신문이나 진술 과정을 그대로 녹화한 영상녹화물에 대한 전문적, 과학적 방법에 의한 탄핵을 통하여 자신을 방어할 수 있게 하는 효과적인 대체수단이 존재하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피해아동의 보호와 실체적 진실발견 등 제반 요소를 고려한 법원의 개별적 판단에 따라 피해아동에 대한 반대신문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도 여전히 남아 있으므로, 증거능력 특례조항이 침해최소성 및 법익균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거나, 피해아동의 보호만을 앞세워 피고인의 방어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서기석의 증거능력 특례조항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

탄핵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피해자의 일방적인 진술만을 근거로 유죄의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적법절차의 원칙으로부터 요청되는 최소한의 공정성과 절차적 정의를 갖추지 못한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반대신문권 보장의 의의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하여 ‘가치 있는 증거’를 얻고, 재판결과에 대한 승복의 기초가 되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에 있는 것인 이상, 이를 배제한 일방만의 보호는 실체적 진

실의 발견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피해자 본인을 위한 것일 수도 없고 그 재판 결과를 피고인에게 설득할 수도 없다. 따라서 증거능력 특례조항의 입법목적의 중대성을 감안하더라도 그 제한을 정당화할 만한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거나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한 합리적이고 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우리 법령에는 비디오중계장치에 의한 신문제도, 심리의 비공개, 신뢰관계인의 동석 제도 등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완전히 박탈하지 않으면서도 피해아동의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들을 이미 마련해 두고 있다. 따라서 증거능력 특례조항은 피해아동의 보호만을 앞세워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박탈함으로써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로부터 요구되는 최소한의 절차적 정의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09. 6. 9. 법률 제9765호로 개정된 것) 제3조(해석·적용상의 주의) 이 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아동·청소년의 권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며, 이해관계인과 그 가족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⑤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절차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피해자 또는 조사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⑥ 생략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161조의2(증인신문의 방식)① 증인은 신청한 검사, 변호인 또는 피고인이 먼저 이를 신문하고 다음에 다른 검사, 변호인 또는 피고인이 신문한다.

② 재판장은 전항의 신문이 끝난 뒤에 신문할 수 있다.

③ 재판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전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어느 때나 신문할 수 있으며 제1항의 신문순서를 변경할 수 있다.

④ 법원이 직권으로 신문할 증인이나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신청에 의하여 신문할 증인의 신문방식은 재판장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

⑤ 합의부원은 재판장에게 고하고 신문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310조의2(전문증거와 증거능력의 제한) 제311조 내지 제316조에 규정한 것 이외에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외에서의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된 것) 제312조(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조서 등) ①∼③ 생략

④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그 조서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 앞에서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원진술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나 영상녹화물 또는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증명되고,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

⑤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은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진술서에 관하여 준용한다.

⑥ 생략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10. 4. 15. 법률 제10260호로 개정되고, 2011. 9. 15. 법률 제110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의2(영상물의 촬영·보존 등) ①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내용과 조사과정은 비디오녹화기 등 영상물 녹화장치에 의하여 촬영·보존할 수 있다. 다만,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이를 원하지 아니하는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촬영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제1항에 따른 영상녹화는 조사의 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전 과정 및 객관적 정황을 녹화하여야 하고, 녹화가 완료된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원본을 피해자 또는 변호인 앞에서 봉인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하여야 한다.

③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해자가 제1항의 녹화장소에 도착한 시각, 녹화를 시작하고 마친 시각, 그 밖에 녹화과정의 진행경과를 확인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조서 또는 별도의 서면에 기록한 후 수사기록에 편철하여야 한다.

④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으로부터 신청이 있는 때에는 영상물 촬영과정에서 작성한 조서의 사본을 신청인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⑤ 생략

⑥ 누구든지 제1항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을 수사 및 재판의 용도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음과 같다.

1. “아동·청소년”은 19세 미만의 자를 말한다. 다만, 19세에 도달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자는 제외한다.

2.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는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죄를 말한다.

가. 제7조부터 제12조까지의 죄(제8조 제4항의 죄는 제외한다)

나. 아동·청소년에 대한「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제3조부터 제10조까지 및 제14조의 죄

다. 아동·청소년에 대한「형법」제297조부터 제301조까지, 제301조의2, 제302조, 제303조, 제305조제339조의 죄

라. 아동·청소년에 대한「아동복지법」제29조 제2호및 제6호의 죄

3.∼7. 생략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0. 4. 15. 법률 제10258호로 제정되고, 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영상물의 촬영ㆍ보존 등)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성폭력범죄를 당한 피해자의 나이, 심리 상태 또는 후유장애의 유무 등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격이나 명예가 손상되거나 사적인 비밀이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② 생략

③ 제1항의 피해자가 16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을 비디오녹화기 등 영상물 녹화장치로 촬영ㆍ보존하여야 한다. 다만,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이를 원하지 아니하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촬영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제3항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피해자나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 증거로 할 수 있다.

⑤∼⑥ 생략

참조판례

2. 헌재 1994. 4. 28. 93헌바26 , 판례집 6-1, 348, 355-357헌재 1994. 4. 28. 93헌바26 , 판례집 6-1, 348, 362헌재 1996. 12. 26. 94헌바1 , 판례집 8-2, 808, 819-820헌재 1998. 7. 16. 97헌바22 , 판례집 10-2, 218, 226헌재 1998. 9. 30. 97헌바51 , 판례집 10-2, 541, 549헌재 1998. 12. 24. 94헌바46 , 판례집 10-2, 842, 851헌재 2001. 6. 28. 99헌가14 , 판례집 13-1, 1188, 1200헌재 2010. 11. 25. 2009헌바57 , 판례집 22-2하, 387, 394헌재 2012. 7. 26. 2010헌바62 , 판례집 24-2상, 93, 99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도2520 판결

당사자

청 구 인노○선국선대리인 변호사 송재호

당해사건대전고등법원 2010노573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

2.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10. 4. 15. 법률 제10260호로 개정되고, 2012. 2. 1. 법률 제112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의2 제5항 중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절차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조사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정신지체 2급의 지적 장애인으로, 2010년 5월 중순경부터 2010. 7. 2.까지 3회에 걸쳐 만 8세와 9세의 아동인 피해자들의 엉덩이를 툭툭 치거나 가슴을 만지는 등 강제추행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 사건 제1심(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 2010고합51) 공판에서 피해아동 어머니들의 진술에 따라 진정하게 성립되었음이 인정된 피해아동들에 대한 영상녹화물이 공소사실에 관한 증거로 채택·조사되었다. 그러나 그 원진술자인 피해아동들에 대한 증인신문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법원은 위 영상녹화물을 주요 증거로 공소사실 중 일부를 유죄로 인정하여 청구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및 3년간의 정보공개를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청구인은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한 뒤(대전고등법원 2010노573, 당해 사건), 원진술자인 피해아동들의 법정에서의 진술 없이도 피해아동들에 대한 영

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의2 제5항과 위 법의 해석적용상의 주의사항을 규정한 같은 법 제3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 그리고 위 신청이 2011. 5. 13. 기각되자 청구인은 같은 달 30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한편, 당해 사건 재판부는 위 영상녹화물의 원진술자인 피해아동 중 1인에 대한 청구인의 증인신청을 받아들여 그 아동을 증인으로 신문한 다음, 위 제청신청 기각결정일과 같은 날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청구인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3년간의 신상정보공개를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위 판결은 2012. 6. 14. 대법원의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09. 6. 9. 법률 제9765호로 개정된 것) 제3조(다음부터 ‘목적조항’이라고 한다) 및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2010. 4. 15. 법률 제10260호로 개정되고, 2012. 2. 1. 법률 제112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의2 제5항 중 조사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을 증거로 할 수 있도록 한 부분(아래 밑줄 그은 부분, 다음부터 ‘증거능력 특례조항’이라고 한다)의 위헌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의 내용은 별지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3조(해석·적용상의 주의) 이 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아동·청소년의 권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며, 이해관계인과 그 가족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제18조의2(영상물의 촬영·보존 등) ⑤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절차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피해자 또는조사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심판대상조항은 피해아동의 법정증언 없이 그 진술이 수록된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아동은 성인과 같은 분별력이 없어 그 진술이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아동이라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으로 하여금 원진술자인 아동에 대한 반대신문을 통하여 그 진술을 탄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아니하는 것은,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

3.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목적조항은 위 법의 해석과 적용상의 일반적 주의사항을 추상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당해 사건에 직접 적용되는 법률이 아니다. 또 위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의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진다고도 볼 수 없다. 따라서 위 조항에 관하여는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증거능력 특례조항의 의의

증거능력 특례조항은 성폭력범죄로 피해를 입은 아동과 청소년(다음부터 ‘피해아동’이라고 한다)이 재판에 출석하여 증언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심리적, 정서적 충격으로 인한 ‘2차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데 그 입법목적이 있다. 즉 성에 관한 인식과 자아관념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고 방어력이 취약한 피해아동이 재판 과정에서 끔찍한 기억에 대한 반복적인 회상을 강요당하거나 가해자를 다시 대면하게 됨으로써 정신적 상처로부터의 회복이 방해되는 것을 방지하고, 피해아동의 신상 및 사생활에 관한 사항이 노출되거나 공개된 법정에서 자신의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받게 됨으로써 올 수 있는 심리적·정서적 충격으로부터 피해아동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는 “제311조 내지 제316조에 규정한 것 이외에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 외에서의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그런데 증거능력 특례조항은 피해아동뿐 아니라 그와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에 의한 성립인정의 진술만으로도 증거능력이 부여되는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하여, 원진술자인 피해아동의 법정진술 없이도 전문증거인 영상녹화물을 아동성폭력범죄의 ‘본증’으로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성폭력범죄의 피해아동이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함으로써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원진술자의 법정출석을 전제로 하여 가능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의미를 갖는다.

한편, 형사소송법은 ‘당연히 증거능력 있는 서류’를 규정한 제315조와 원진술자의 사망, 질병, 외국거주 등으로 인한 ‘증거능력의 예외’를 규정한 제314조에서도 원진술자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 부여 없이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전자는 공무상 또는 업무상 기계적·반복적으로 작성되거나 고도의 신용성 보장이 있어 굳이 반대신문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후자는 반대신문을 위한 증인 소환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여 반대신문을 할 수 없는 경우라는 점에서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증거능력 특례조항은 문제되는 전문증거인 피해아동의 진술이 반대신문을 거칠 필요가 없다거나 반대신문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는데도, 피해아동의 2차 피해 방지라는 적극적인 목적을 위하여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 조항들과 구별되는 고유한 헌법적 문제를 야기한다.

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

(1)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반대신문권의 보장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모든 국민에게 적법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헌재 1996. 12. 26. 94헌바1 , 판례집 8-2, 808, 819-820). 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속에는 신속하고 공개된 법정의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ㆍ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ㆍ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 즉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당사자가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을 하는 등 공격,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헌재 1994. 4. 28. 93헌바26 , 판례집 6-1, 348, 355-357; 헌재 1998. 7. 16. 97헌바22 , 판례집 10-2, 218, 226; 헌재 2001. 6. 28. 99헌가14 , 판례집 13-1, 1188, 1200).

헌법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헌법상의 기본권으로까지 규정하지는 않았으나, 형사소송법제161조의2에서 상대 당사자의 반대신문을 전제로 한 교호신문제도를 규정하고 있고, 제312조 제4항, 제5항에서 ‘공판준비 및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는 때에 한하여’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나 진술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도록 규정함으로

써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에 대하여 반대신문할 수 있는 권리를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위와 같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형사소송절차에서 구현하고자 한 것이다(헌재 1994. 4. 28. 93헌바26 , 판례집 6-1, 348, 362; 헌재 1998. 9. 30. 97헌바51 , 판례집 10-2, 541, 549; 헌재 1998. 12. 24. 94헌바46 , 판례집 10-2, 842, 851 등 참조). 형사소송법은 이러한 반대신문권을 실질적·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제310조의2 이하에서 증거능력 부여과정에서도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증거능력 특례조항은 피해아동의 진술이 수록된 영상녹화물에 피해아동의 법정진술 없이도 증거능력이 부여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헌법 제27조가 정한 재판청구권, 그중에서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므로 그 제한이 헌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한편, 청구인은 증거능력 특례조항이 적법절차의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적법절차의 원칙은 법률이 정한 형식적 절차와 실체적 내용이 모두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적정한 것이어야 한다는 실질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서, 증거능력 특례조항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반대신문권을 보장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문제에 귀착된다. 따라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 속에 적법절차의 원칙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까지 포함된다(헌재 2010. 11. 25. 2009헌바57 , 판례집 22-2하,387, 394; 헌재 2012. 7. 26. 2010헌바62 , 판례집 24-2상,93, 99 참조).

(2)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절성

증거능력 특례조항의 입법목적은, 성폭력범죄 피해아동이 법정에서 반복하여 피해경험을 진술함으로써 입을 수 있는 심리적·정서적 외상과 충격으로부터 피해아동을 보호하려는 것으로서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리고 피해아동의 진술을 영상녹화하고 그 영상녹화물에 대하여 아동과 동석한 신뢰관계인의 성립인정의 진술만으로 증거능력이 부여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피해아동에 대한 법정에서의 조사와 신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것이다.

(나) 피해최소성 및 법익균형성

이 사건의 쟁점은, 증거능력 특례조항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기본권 제한입법이 갖추어야 할 피해최소성 및 법익균형성의 원칙에 위

배되거나, 피고인의 방어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는지 여부이다. 이것은 증거능력 특례조항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제한하는 정도와 피고인에게 대체적인 방어수단이 존재하는지 여부, 위 조항의 규율 대상인 영상녹화물이 증거방법으로서 갖는 성격과 그것이 피고인의 방어권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 그리고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면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대체적인 수단이 있는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증거능력 특례조항은 전문법칙을 분별없이 적용하여 일률적으로 원진술자인 피해아동을 법정에 출석시켜 진술하도록 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피고인의 형사절차상 권리의 보장과 성폭력범죄 피해아동의 보호 사이의 조화를 도모한 규정일 뿐, 피고인의 피해아동에 대한 반대신문을 금지하고자 하는 조항이 아니다. 즉 법원은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진술의 신빙성이나 구체성, 사건의 내용, 피해아동의 연령과 출석의지, 피고인 주장의 합리성 등 실체적 진실발견과 피해아동의 보호를 포함한 제반 사정을 고려하고 관련된 이익을 비교하여, 형사소송법 제294조, 제295조에 따라 원진술자인 피해아동을 피고인 및 변호인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증인으로 소환하여 신문할 수 있다. 이 경우 피고인 및 변호인은 형사소송법 제161조의2, 제163조에 따라 증인신문에의 참여권과 신문권 등이 보장되므로 증거능력 특례조항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위와 같은 제반사정을 고려한 법원의 증인채택결정에도 불구하고 피해아동이 법정에 출석하지 아니하여 반대신문권이 행사되지 못하였다면, 법원은 영상녹화물에 대한 증명력의 판단에서 그러한 사정을 적절히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증거능력 특례조항에 따라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동석한 신뢰관계인이 성립인정에 관한 진술을 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은 그 신뢰관계인을 통하여 영상녹화 당시의 피해아동의 진술 태도, 진술의 경위와 내용 등 영상녹화물에 수록된 진술의 증거능력 및 증명력 판단에 필요한 사정들을 1차적으로 탄핵할 수 있는 대체적인 방법이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체적인 방법에 의하여 그 진실성이 쉽사리 판단되지 않을 때 비로소 피해아동에 대한 신문을 행하여도 늦지 않다.

나아가 법정 신문에 대신한 영상녹화물을 통한 증거조사가 반드시 소극적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관점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연령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아동과 청소년은 기억과 인지능력의 한계로 말미암아 유도신문과 암시적 질문 등 부적절한 신문방법에 의하여 그 기

억과 진술이 왜곡될 가능성이 성인에 비하여 크고, 질문의 사회적·법적 의미를 이해하여 이를 표현해 내는 능력 또한 성인에 비하여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전문성 없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 의한 반대신문은 피해아동에게 2차 피해를 초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이 종국적으로 목적하는 진술의 진실성을 밝혀내는 데에도 큰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성폭력범죄 피해아동에 대하여는, 거칠고 날선 법정에서의 반대신문보다는 사건 초기의 생생한 기억 속에서 이루어진 진술을 영상녹화의 방법으로 왜곡 없이 온전하게 보전한 다음, 이를 아동진술전문가나 심리학자 등으로 하여금 전문적·과학적 방법으로 분석하게 하여 그 신빙성을 검증하는 것이 피고인의 무고함을 밝힌다는 의미에서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한편, 진술의 취득과정 자체가 고스란히 담긴 영상녹화물은 질문자의 부적절한 암시나 잘못된 정보제공·반복적인 질문을 통한 유도신문, 진술의 강요나 회유 등이 있었는지 여부 등 영상녹화가 아니고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아동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필요한 요소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도2520 판결 참조)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피고인은 이를 통하여 피해아동 진술의 신빙성을 충분히 탄핵할 수 있다.

또한 증거능력 특례조항에 의하여 전문법칙의 예외가 인정되는 것은 일반적인 진술조서나 진술서가 아닌 ‘영상녹화물’에 한하는 것이다. 영상녹화물은 진술이 이루어지는 당시의 시각적 장면과 음성을 기술적으로 거의 완전하게 재생할 수 있고, 그 진술의 취득과정 자체와 이른바 ‘태도증거(demeanor evidence)’에 해당하는 진술자의 진술태도 및 언어의 미묘한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므로, 그 성립과정에서의 왜곡이 없는 한 통상의 전문증거에 비하여 반대신문에 의한 검증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증거능력 특례조항 외에 성폭력범죄 피해아동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신문이나 피고인의 퇴정 조치, 신뢰관계인의 동석 제도 등은 가해자와의 직접적인 대면으로 인한 피해아동의 충격과 공포감을 완화시키는 데 다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피해아동이 과거의 끔찍한 피해경험에 대한 반복적인 회상을 강요받게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또 피해아동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진술이 거짓임을 탄핵하는 것을 본질적인 목적으로 하는 반대신문의 거친 공격 앞에 놓이게 되는 것 역시 피할 수 없게 되므로, 피해아동에 대한 2차 피해를 막는 대안으로서는 한계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증거능력 특례조항은 그 적용대상을 만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로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성인이 아닌 모든 미성년의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청소년 역시 심리적·정서적으로 아직 미성숙하고,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있어 성폭력범죄 및 그에 따른 2차 피해로 인해 보다 장기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는 점, 더욱이 이 연령대의 청소년이 대부분 학령기에 있으므로, 성폭력피해 후 반복적인 사법절차에의 관여는 학업에 대한 부적응, 또래들 사이의 부정적인 소문의 확산 등으로 인해 그 피해가 증폭될 위험이 있는 점, 그리고 위와 같은 증거능력 특례의 적용범위는 관련 법률의 수차 개정으로 만 13세 미만의 아동에서부터 16세 미만의 아동으로 확대되었다가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데, 이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로부터 기존 법률로 포섭되지 않던 연령의 청소년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경험적으로 강하게 대두된 데 따른 입법적 결단이었던 점 등을 감안해 볼 때, 위와 같은 적용범위의 확대가 보호대상인 피해아동의 범위를 부당하게 확대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이와 같이 성폭력범죄 피해아동의 진술의 경우에는 ‘피해아동의 보호’나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두 측면에서 모두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제한할 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 또 피고인으로 하여금 진술 당시 동석한 신뢰관계인에 대한 신문이나 진술 과정을 그대로 녹화한 영상녹화물에 대한 전문적, 과학적 방법에 의한 탄핵을 통하여 자신을 방어할 수 있게 하는 효과적인 대체수단이 존재한다. 나아가 구체적인 사건에서 피해아동의 보호와 실체적 진실발견 등 제반 요소를 고려한 법원의 개별적 판단에 따라 피해아동에 대한 반대신문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도 여전히 부여받고 있다. 이러한 사정들과 증거능력 특례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증거능력 특례조항이 침해최소성 및 법익균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거나, 피해아동의 보호만을 앞세워 피고인의 방어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다. 청구인의 나머지 주장에 관한 판단

(1) 평등권 침해 주장

청구인은, 증거능력 특례조항이 아동이나 청소년인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성인인 피고인을 차별하고 있는데, 청구인은 아동과 마찬가지로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지적 장애인이므로 위 차별취급에 합리성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성인인 가해자 또는 피고인’은 ‘아동 또는 청소년인 피해자’

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워 평등원칙의 침해를 논할 비교집단이 될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2)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 침해 주장

청구인은 증거능력 특례조항이 청구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증거능력 특례조항이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면, 이보다 포괄적인 기본권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도 볼 수 없다.

(3) 무죄추정의 원칙 위배 주장

청구인은 증거능력 특례조항이 헌법 제27조 제4항에서 정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증거능력 특례조항은 피고인이 유죄라는 전제에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아동이 법정에서 피해경험을 진술함으로 인하여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을 뿐이다. 또 아동진술의 특수성에 비추어, 사건이 발생한 초기에 이루어진 피해아동의 진술을 영상녹화하여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그 신빙성을 검증하는 것이 피고인의 무고함을 밝히는 데 보다 적합한 수단이 될 수도 있으므로, 증거능력 특례조항이 피고인이 유죄임을 전제로 한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청구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 중 목적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고, 증거능력 특례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증거능력 특례조항에 관하여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서기석의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6. 증거능력 특례조항에 대한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서기석의 반대의견

가. 반대신문권 보장의 헌법적 의의

자기에게 불리하게 진술한 증인에 대하여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는 절차적 권리의 보장은 헌법 제12조 제1항, 제27조 제1항, 제3항 및 제4항에 의하여 인정되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핵심적인 내용을 이루는 것으로서(헌재 1996. 12. 26. 94헌바1 ,판례집 8-2, 808, 829-830 참조), 자신이 탄핵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피해자의 일방적인 진술만을 근거로 유죄의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 보장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적

법절차의 원칙으로부터 요청되는 최소한의 공정성과 절차적 정의를 갖추지 못한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이와 같이 반대신문권의 보장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핵심적인 내용으로 이해되는 이유는, 전문증거의 내용이 되는 진술증거는 불완전한 인간의 지각과 기억에 기초한 것일 뿐 아니라 그 표현과 전달에 잘못이 있을 수 있고 또 신문자의 신문방식에 의해서도 진술자의 원래 의사나 기억과 다른 내용이 전달될 가능성도 커서 본질적으로 오류 가능성이 큰 증거방법이므로, 반대신문에 의한 탄핵을 거쳤을 때에만 비로소 진정한 증거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있고, 이러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증거는 실체적 진실발견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헌재 1996. 12. 26. 94헌바1 , 판례집 8-2, 808, 827-829 참조). 나아가 절차적 정의의 측면에서도, 피고인이 단순한 형사절차의 객체로 취급되지 아니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증인을 직접 대면하고 물어볼 기회를 가짐으로써 그 재판에 대한 형성과 참여가 보장되었을 때에만 비로소 그 불리한 증언을 기초로 한 형사처벌을 수용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나.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1)아동은 질문자에 의한 암시에 취약하고, 상상과 현실을 혼동하거나 기억내용의 출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성인에 비하여 강하다는 점에서(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도2520 판결 등 참조), 아동진술은 증거의 성질상 반대신문에 의한 검증을 거쳐야만 할 강한 필요성이 있으며, 피고인에게 이를 보장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도 않음에도, 증거능력 특례조항은 피해아동의 보호라는 적극적인 목적을 위해 이를 제한하고 있다.

물론 성폭력범죄 피해아동이 받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방지하는 것은 이러한 범죄와 관련한 형사소송절차를 형성함에 있어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이 고려되어야 할 유일한 목적일 수는 없고, 우리 헌법형사소송법이 보장하고 있는 피고인의 방어권과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에만 그 합헌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2)이러한 관점에서 보건대, 우선 증거능력 특례조항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제한하여 오로지 피해자의 일방적인 진술만을 기초로 피고인에 대한 유죄판결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성폭력범죄 피해아동의 보호라는 입법목적의 중대성을 감안하더라도 그 제한을 정당화할 만한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거나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한 합리적이고 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반대신문권 보장의 의의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하여 ‘가치 있는 증거’를 얻고, 재판결과에 대한 승복의 기초가 되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에 있는 것이라면 이를 배제한 일방만의 보호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피해자 본인을 위한 것일 수도 없으며, 그 재판결과를 피고인에게 설득할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완전히 박탈하지 않으면서도 피해아동의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조화적인 방법을 강구할 때에 비로소 기본권 제한입법에 요구되는 침해최소성의 요건이나 법익균형성의 요건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인데, 우리 법령은 이미 그러한 방법으로, 심리의 비공개(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1조), 피해자의 신원 및 사생활에 관한 비밀의 누설 금지(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31조), 전담재판부에 의한 심리(성폭력범죄의 처벌 에 관한 특례법 제28조),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증인신문(형사소송법 제165조의2 제2호), 신뢰관계인의 동석(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8조), 피해아동을 위한 변호사 선임(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30조), 진술조력인의 재판과정 참여(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7조), 피해아동에 대한 부적절한 신문사항의 제한(성폭력범죄 사건의 심리·재판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칙 제2조 제2항) 등 성폭력범죄 피해아동의 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그리고 반복적인 피해상황의 진술로 인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영상녹화 대신 형사소송법 제184조 제1항의 증거보전절차를 사건 초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면서도, 증거능력 특례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증거능력 특례조항은 만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는데, 나이 어린 아동과 성인에 가까운 청소년 사이에는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성적 발달의 정도와 그에 따른 법정 신문 제한의 필요성에 현저한 차이가 있는데도, 성인과 거의 다를 바 없는 만 19세에 가까운 청소년에 대해서까지 일률적으로 반대신문권 행사를 제한한 것은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제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면서도 성폭력범죄 피해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조화적인 방법이 있는데도, 19세 미만의 모든 성폭력범죄 피해아동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반대신문권을 배제하는 방법을 택한 증거능력 특례조항은

침해최소성이나 법익균형성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다.

(3)한편, 다수의견은 피고인은 여전히 피해아동을 증인으로 신청할 수 있고, 법원이 피고인의 방어권과 피해아동 보호의 이익을 형량하고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위 신청에 따라 또는 직권으로 피해아동을 증인으로 채택할 수 있기 때문에, 증거능력 특례조항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거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피해아동에 대한 피고인의 증인신청이 반드시 받아들여진다거나 이미 자신의 진술에 증거능력을 부여받은 피해아동이 법정에 반드시 출석하리라는 보장이 없으므로, 피고인은 여전히 자신이 탄핵할 기회를 갖지 못한 피해자의 일방적인 진술에 의하여 유죄를 선고받을 수 있는 위험에 놓여 있게 된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핵심적인 내용으로서 반대신문권의 보장은, 반대신문을 기대할 수 있는 단순한 가능성의 부여가 아니라 반대신문을 위한 충분하고도 적절한 기회의 부여를 의미하는 것이며, 여기에는 그 행사의 전제가 되는 원진술자의 법정 출석이 제도적으로 보장될 것이 전제되는 것이다. 법원의 재량에 의하여 비로소 부여되는 권리는 ‘보장’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다수의견은 동석한 신뢰관계인에 대한 반대신문을 통하여 영상녹화물의 증거가치를 탄핵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고 하나, 피해아동과 동석한 신뢰관계인은 탄핵 또는 검증의 대상이 되는 진술의 원진술자가 아닐 뿐 아니라 그 신뢰관계인이 사건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람도 아니므로, 신뢰관계인의 진술은 영상녹화물의 원진술자인 피해아동에 대한 반대신문을 대체하는 수단으로서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나아가 영상녹화물이 진술 당시의 모습을 기계적으로 재현함으로써 소극적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측면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방법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는 다수의견의 견해에 관하여 본다.

진술의 자연스러운 최초의 발화 과정을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적인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참여와 감시 없이 만들어진 영상녹화물이 전체적인 진술의 형성 과정에 있어 왜곡의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영상녹화물이 갖는 기계적·시각적 재현이라는 특성이 오히려 그와 같은 왜곡 가능성을 은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상녹화물이 과연 반대신문에 의한 검증과 탄핵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증거방법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우리 형사소송법은 원칙적으로 영상녹화물을 조서의 성립인정에 관한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을 뿐

이를 공소사실의 입증을 위한 본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는 아니한 것이다.

(4) 마지막으로 성폭력범죄 피해아동의 보호가 어느 나라에서나 예외 없는 중대한 관심사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주요 국가 가운데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틀어 반대신문의 기회를 전혀 부여받지 않은 영상녹화물에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입법례가 존재하지 않음은, 피고인에 대한 반대신문권의 보장이 포기할 수 없는 근본적인 공정성의 요소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5) 결론적으로 증거능력 특례조항은 피해아동의 보호만을 앞세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서 도출되는 가장 중요한 형사절차상의 권리인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박탈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로부터 요구되는 최소한의 절차적 정의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기본권 제한입법이 준수하여야 할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재판관

재판관 박한철(재판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별지

[별지] 관련조항

제18조의2(영상물의 촬영·보존 등) ①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내용과 조사과정은 비디오녹화기 등 영상물 녹화장치에 의하여 촬영·보존할 수 있다. 다만,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이를 원하지 아니하는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촬영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제1항에 따른 영상녹화는 조사의 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전 과정 및 객관적 정황을 녹화하여야 하고, 녹화가 완료된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원본을 피해자 또는 변호인 앞에서 봉인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하여야 한다.

③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해자가 제1항의 녹화장소에 도착한 시각, 녹화를 시작하고 마친 시각, 그 밖에 녹화과정의 진행경과를 확인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조서 또는 별도의 서면에 기록한 후 수사기록에 편철하여야 한다.

④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으로부터 신청이 있는때에는 영상물 촬영과정에서 작성한 조서의 사본을 신청인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⑥누구든지 제1항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을 수사 및 재판의 용도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아동·청소년”은 19세 미만의 자를 말한다. 다만, 19세에 도달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자는 제외한다.

2.“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는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죄를 말한다.

가.제7조부터 제12조까지의 죄(제8조 제4항의 죄는 제외한다)

나.아동·청소년에대한성폭력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부터 제10조까지 및 제14조의 죄

다.아동·청소년에대한형법제297조부터 제301조까지, 제301조의2, 제302조, 제303조, 제305조제339조의 죄

라.아동·청소년에대한아동복지법제29조 제2호및 제6호의 죄

제26조(영상물의 촬영·보존 등)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성폭력범죄를 당한 피해자의 나이, 심리 상태 또는 후유장애의 유무 등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격이나 명예가 손상되거나 사적인 비밀이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③ 제1항의 피해자가 16세 미만이거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을 비디오녹화기 등 영상물 녹화장치로 촬영·보존하여야 한다. 다만,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이를 원하지 아니하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촬영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제3항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피해자나 조사 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경우에 증거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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