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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20.10.15. 선고 2019누64756 판결

제재조치명령의취소

사건

2019누64756 제재조치명령의취소

원고항소인

재단법인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공

담당변호사 양홍석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정민영

피고피항소인

방송통신위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이혜리

변론종결

2020. 9. 17.

판결선고

2020. 10. 15.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이 사건 소 중 각 고지방송명령에 관한 부분을 각하한다.

3. 피고가 2013. 8. 21. 원고에 대하여 한 각 제재조치명령(방송심의 AP, 방송심의 AQ)을 취소한다.

4.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13. 8. 21 원고에 대하여 한 각 제재조치명령 및 고지방송명령(방송심의 AP, 방송심의 AQ)을 모두 취소한다[원고는 소장 및 항소장에서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로 '각 제재조치명령'의 취소를 구한다고 기재하였으나, 원고가 제출한 2014. 4. 3.자 준비서면의 내용을 비롯한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는 각 고지방송명령이 처분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이에 대한 취소까지 구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위와 같이 선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아래와 같이 고쳐 쓰거나 추가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제1심판결의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별지1, 2를 포함하여 이를 인용한다.

[고쳐 쓰거나 추가하는 부분]

○ 제1심판결문 3쪽 2행부터 9행까지를 아래와 같이 고친다.

『다. 제재조치명령 등

피고는 2013. 8. 21. 원고에게 방송심의 AP, 방송심의 AQ로, 이 사건 각 방송이 구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2014. 1. 15. 방송통신심의위원회규칙 제1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심의규정'이라 한다) 중 객관성과 공정성에 관한 제9조 제1항, 제2항, 제14조 및 사자 명예존중에 관한 제20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구 방송법(2014. 5. 28. 법률 제126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00조 제1항 제3호, 제4호 및 같은 조 제4항에 따라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를 명하고(이하 '이 사건 각 제재조치명령'이라 한다), 이러한 제재조치를 받은 사실에 대한 고지방송을 명하였다(이하 '이 사건 각 고지방송명령'이라 한다). 이 사건 각 제재조치명령 및 각 고지 방송명령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2. 이 사건 각 고지 방송명령에 대한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본안전 항변 요지

원고는 피고로부터 제재조치명령을 받음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구 방송법 제100조 제4항에 따라 그에 관한 결정사항 전문을 방송할 의무(이하 '고지방송의무'라 한다)를 부담하므로, 이 사건 각 고지 방송명령은 이미 법률상 고지방송의무를 부담하는 원고에 대하여 그 의무 이행을 촉구하고 권고하는 것에 불과할 뿐,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각 고지방종명령 부분에 대하여는 원고가 항고소송으로 다툴 수 없다.

나. 판단

1)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 · 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 · 내용 · 형식 · 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 당해 행위에 관련된 행정청과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구체적 ·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6. 10. 선고 2010두7321 판결 등 참조). 행정청 내부에서의 행위나 알선, 권유, 사실상의 통지 등과 같이 상대방 또는 기타 관계자들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아니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8두3500 판결 등 참조).

2)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각 고지방송명령은 권고적 효력만을 가지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할 뿐,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4두43974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각 고지방송명령에 관한 부분은 부적법하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있다.

가) 구 방송법 제100조 제4항은 방송사업자 등이 같은 법 제100조 제1항에 따른 제재조치명령을 받은 경우 지체 없이 그에 관한 피고의 결정사항 전문을 방송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로부터 위와 같이 제재조치명령을 받은 방송사업자인 원고로서는 피고가 명한 이 사건 각 고지방송명령이 아니라 위 규정에 근거하여 법령상의 고지방송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제재조치명령 당시 피고의 이 사건 각 고지방송명령이 있었다 하더라도 원고의 고지방송의무는 위 명령이 아니라 구 방송법 제100조 제4항에 기초하여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각 고지방송명령이 그 상대방인 원고의 권리의무 등 법률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

나) 구 방송법 제108조 제1항 제27호는 방송사업자가 위와 같이 고지방송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구 방송법 제100조 제4항에 따른 고지방송의무 자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에 대한 제재로 해석될 뿐 피고가 정하여 통보한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고지방송의무를 이행한 것에 대한 제재라고 볼 수는 없고, 달리 방송법령 등에서 피고가 정하여 통보한 방식을 따르지 않고 고지방송의무를 이행하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나 법적 불이익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 구 방송법 제100조는 피고가 명한 제재조치명령에 대하여는 미리 의견진술기회 제공(제5항), 재심 청구(제6항)와 같은 구제 절차를 마련하고 있는 반면에, 고지방송명령에 대하여는 구제 절차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리고 이 사건 각 결정서(갑 제1호증)에 의하면, 그 주문 제2항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고지방송을 하도록 명하고 있지만, 위 결정서 이유 중 '4. 이의제기 방법 및 기간'에서는 제재조치명령에 대해서만 그에 대한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고 언급되어 있을 뿐, 고지방송명령에 대해서는 불복 방법에 대한 언급이 없는 사정 등을 위에서 살핀 구 방송법 제100조 제4항의 내용에 보태어 볼 때, 피고의 의사는 고지방송명령을 통하여 직접적으로 원고에게 고지방송의무를 부과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원고의 고지방송의무 이행에 필요한 고지방송의 구체적 내용과 그 방법을 제시 • 권고하여 원고로 하여금 고지방송의무의 이행을 유도하고, 그에 관한 피고 측의 심사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인다.

라) 피고가 명한 제재조치명령이 적법하다는 전제에서 원고가 그에 관한 고지방송의무를 준수하였는지 여부가 문제될 경우에는, 원고의 고지방송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과태료 처분과 그에 대한 불복 절차 등을 통하여 원고의 고지 방송의무 준수 여부를 충분히 다툴 수 있다. 설령 피고가 고지 방송명령에 불응한 것을 이유로 원고에게 어떠한 불이익한 처분을 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로서는 그 불이익 처분을 대상으로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원고의 법적 지위에 대한 침해를 다툴 수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 피고가 한 이 사건 각 고지방송명령에 관하여 처분성을 긍정할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마) 나아가 비록 피고가 고지방송명령을 통하여 원고에게 단순히 구 방송법 제100조 제4항의 내용을 고지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원고의 의무가 아닌 사항의 이행까지 명하고 있지만, 원고로서는 피고가 정하여 통보한 고지방송명령의 내용과 방법이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그에 따르지 않고 구 방송법 제100조 제4항에 따라 결정사항 전문을 방송할 수 있다고 보이는 이상, 위 명령 자체만으로는 원고의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는 어떠한 법률상의 효과가 발생하거나 법적 불안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설령 위 명령으로 인하여 원고가 자신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사실상의 불이익에 대한 것일 뿐이다.

3. 처분사유의 변경 허용 여부

가. 피고의 이 법원에서의 주장

피고가 이 사건 각 제재조치명령의 근거로 삼은 사실관계는, 원고가 ① 젊은 여성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암시하는 사진을 패러디하여 합성하고, '미친놈', '악질 친일파', 'S', '반역자 BETRAYER, E A Class Collaborator, A급 민족반역자', 'S', '부도덕한 플레이보이', '돌대가리', '썩은 대가리'와 같은 직설적이고 저속한 표현을 사용한 이 사건 1방송과 ② T가 '친일파'에 '공산주의자'이고, 뱀 사진을 T 얼굴 사진과 나란히 노출하고 '뱀 같은 인간', 'X'이라고 표시하여, T가 '공산주의자'이고, '일본으로부터 검은 돈을 받았'으며 '멍청한 짓을 저질렀다고 하는 등 직설적이고 저속한 표현을 함께 사용한 이 사건 2 방송을 전 연령층이 시청할 수 있는 '전체 관람가'로 각 29회와 26회, 총 55회 방영하였다는 점이다.

위와 같이 이 사건 각 방송에서 사용된 표현들은 방송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여 시청자에게 혐오감을 주는 저속하고 직설적인 표현들로써 구 심의규정 제27조 제2항 위반에 해당하고, 이 사건 각 방송에서 비속어를 포함하여 저속하고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원고가 이를 여과 없이 방영한 이상 구 심의규정 제51조 제3항 위반에 해당한다. 그리고 자극적인 화면들과 함께 직설적이고 저속한 표현들을 사용한 이 사건 각 방송을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어떠한 여과 장치 없이 반복적으로 방영한 원고의 행위는 구 심의규정 제44조 제2항 위반에 해당한다.

피고는 이 사건 각 제재조치 명령의 당초 처분사유와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위 내에서 위와 같이 처분사유 및 근거법령을 변경하고, 위와 같이 변경된 처분사유에 따르면 이 사건 각 제재조치명령은 적법하다.

나. 판단

1) 행정처분의 취소를 청구하는 항고소송에 있어서는 실질적 법치주의와 행정처분의 상대방인 국민에 대한 신뢰보호라는 견지에서 행정청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다른 처분사유를 새로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을 뿐,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사유로 주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2두5016 판결 등 참조).

한편, 처분청이 처분 당시 적시한 구체적 사실을 변경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단지 처분의 근거법령만을 추가 · 변경하는 것은 새로운 처분사유의 추가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처분청이 처분 당시 적시한 구체적 사실에 대하여 처분 후 추가∙변경한 법령을 적용하여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여도 무방하다. 그러나 처분의 근거법령을 변경하는 것이 종전 처분과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는 별개의 처분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경우에는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0두28106 판결 등 참조).

2)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당초 이 사건 각 처분의 이유로 제시한 처분사유와 이 법원에서 변경하려는 처분사유의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가 주장하는 처분사유의 변경은 허용될 수 없고 당초 처분사유를 기준으로 이 사건 각 제재조치명령의 적법 여부를 살피는 것이 타당하다.

가) 위 1의 다. 항에서 살펴본 이 사건 각 제재조치명령의 원인사실 및 적용법조에 비추어 보면, 당초 처분사유는 「이 사건 각 방송이 E, T 두 AJ에 관하여, ① 미국 입장의 사료와 E, T에 대한 부정적인 자료만을 인용하여 방송하거나, 전체적으로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지 않고,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함으로써 구 심의규정 제9조 제1항, 제14조를 위반하였고, ② 긍정적인 평가가 다수 존재함에도 부정적인 시각만으로 평가를 하여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루면서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다양한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구 심의규정 제9조 제2항을 위반하였고, ③ E을 사적인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독립운동을 하거나 독립투사로서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등의 인물로, T을 동료들을 밀고해 살아남았다거나 무고한 언론인을 재판을 통해 살해하는 등의 인물로 묘사하면서, "미친놈", "악질 친일파", "공산 주의자", "X" 등의 직설적이고 저속한 표현을 함께 사용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구 심의규정 제20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한편 변경된 처분사유는 그 적용법조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방송이 ① 위와 같이 직설적이고 저속한 표현을 사용하여 시청자에게 혐오감을 줌으로써 구 심의규정 제27조 제2항을 위반하고, ② 위와 같이 직설적이고 저속한 표현을 통하여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비속어 등을 사용함으로써 구 심의규정 제51조 제3항을 위반하고, ③ 어린이 및 청소년 시청보호시간대에 위와 같이 직설적이고 저속한 표현을 사용한 방송을 방영하여 시청 대상자의 정서 발달과정을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구 심의규정 제44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나) 종전 처분사유 중 ③항 부분과 변경된 처분사유들은 모두 위 직설적이고 저속한 표현에 관한 것이기는 하나, 종전 처분사유 중 ③항 부분은 "사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을 요건으로 하는 반면, 변경된 처분 사유는 ①항의 경우 "시청자에게 혐오감을 주었다", ②항의 경우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비속어 등을 사용하였다", ③항의 경우 "어린이 및 청소년 시청보호시간대에 방송을 방영하여 시청대상자의 정서 발달과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요건으로 한다. 이로 인하여 종전 처분사유와 변경된 처분사유는 그 요건 충족 여부의 판단기준 및 고려요소 등이 서로 다르므로, 처분의 상대방인 원고의 입장에서 볼 때 방어권 행사의 대상과 방법이 서로 다르고, 그에 대한 방어권을 어떻게 행사하는지 등에 따라 구 방송법 제100조 제1항에 따른 제재조치의 대상이 되는지에 관한 판단이 달라진다. 따라서 위 처분사유의 변경을 허용하는 경우 원고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

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방통위법'이라 한다) 제18조 제1항은 "방송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고 정보통신에서의 건전한 문화를 창달하며 정보통신의 올바른 이용환경 조성을 위하여 독립적으로 사무를 수행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둔다"라고 규정하고, 제21조 제2호는 "방송법 제100조에 따른 제재조치 등의 심의·의결에 관한 사항"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직무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같은 법 제25조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하여금 심의규정에 위반되는 방송에 대하여 방송법 제100조 제1항에 따라 제재조치를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제1항),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위와 같이 제재조치를 정한 때에는 피고에 지체 없이 제재조치의 처분을 요청하여야 하며(제3항), 피고는 위와 같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조치 요청을 받은 때에는 그 제재조치의 처분을 명령할 의무가 있다(제5항), 이처럼 방송법령은 심의규정에 위반되는 방송에 대한 제재조치의 심의·의결을 독립적으로 사무를 수행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직무로 규정하고, 피고는 제재조치에 관한 방송통신심 의위원회의 요청에 기속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각 제재조치명령의 처분사유를 이 법원에 이르러서야 변경하는 것은 원고로부터 변경된 처분사유에 대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될 수 없고, 이 사건 각 제재조치명령을 위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절차에서 원고에게 변경된 처분사유에 관한 통지 및 의견진술의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으므로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다.

4. 이 사건 각 제재조치명령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절차상 하자

가) 방통위법 제25조 제2항에서 대리인의 자격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구 심의규정 제61조 제9항에서 행정절차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의견진술'과 관련한 절차를 준용하라는 취지이지 의견진술을 할 대리인의 자격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라는 취지가 아니다. 따라서 피고가 행정절차법 제2조에서 정한 대리인에 이 사건 각 방송을 제작한 B 직원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견진술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

나) 설령 이 사건 각 제재조치명령과 관련한 의견진술절차에 행정절차법 제2조 가 준용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각 방송의 제작자측의 의견진술 기회를 박탈한 것은 원고의 의견진술을 막은 것과 동일하므로 위법하다.

2) 방송법상 공정성과 객관성의 심의대상에 관하여

구 방송법 제6조 제1항은 방송에 의한 보도가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3조 제2항에서 방송심의규정에 포함되어야 할 사항으로 '보도 · 논평의 공정성 · 공공성', '방송광고의 공정성 · 공공성'을 규정하고 있으며, 그 외 방송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방송법은 방송에 관한 공정성과 객관성에 관한 심의 대상을 '보도 및 논평'과 '방송광고'에 한정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그런데 구 심의규정 제9조와 제14조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요구하는 범위를 방송 일반으로 확대하여 방송법이 위임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무효이므로, 이 사건 각 제재조치명령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각 방송은 역사 다큐멘터리로 보도 및 논평', '방송광고'에 해당하지 않아 방송법상 공정성 및 객관성의 심의대상이 아니다.

3) 처분사유의 부존재

가) 이 사건 각 방송은 비교적 덜 알려진 사실을 조명함으로써 역사적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려는 목적으로 제작된 점, 공정성이나 객관성은 기계적 중립이나 산술적 평균치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확보된다고 볼 수 없는 점, 역사에 관한 다양한 견해들이 자유롭게 교류될 필요성이 있는 점, 이 사건 각 방송은 검증된 역사적 자료에 근거한 사실로 구성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각 방송이 진실을 왜곡하였다거나,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지 않고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구 심의규정 제9조 제1항, 제14조에 위반되지 않는다.

나) 역사적 인물에 관한 내용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사안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구 심의규정 제9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 E, T에 대하여 저속한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고, 설령 일부 저속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때'에 해당하므로, 구 심의규정 제20조 제3항에 의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할 수 없다.

4) 재량권의 일탈·남용

퍼블릭 액세스 채널에는 일반 방송에 관한 심의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점, 이 사건 각 제재조치명령 보다 경미한 처분으로 제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각 제재조치명령은 재량권을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여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3 관계 법령의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파기환송판결의 기속력

상고심으로부터 사건을 환송받은 법원은 그 사건을 재판함에 있어서 상고법원이 파기이유로 한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에 대하여 환송 후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주장이나 입증이 제출되어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이에 기속되므로(대법원 1997. 2. 28. 선고 95다49233 판결, 대법원 1997. 7. 11. 선고 97다14934 판결 등 참조), 이 법원도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판단한다.

2) 절차적 하자 주장에 대하여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아래와 같이 고쳐 쓰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제1심판결문 14쪽 밑에서 7행부터 15쪽 11행까지의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

[고쳐 쓰거나 추가하는 부분]

○ 제1심판결문 14쪽 밑에서 3행의 "방송법""구 방송법" 으로 고친다.

○ 제1심판결문 14쪽 밑에서 1, 3행의 "심의규정"을 "구 심의규정"으로 각 고친다.

○ 제1심판결문 15쪽 2행, 6행, 8행의 "이 사건 각 처분"을 "이 사건 각 제재조치명령"으로 각 고친다.

3) 구 방송법상 공정성과 객관성의 심의대상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이유로 구 방송법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방송 분야 전반에 대하여 공정성과 객관성을 심의하도록 위임하였고, 이에 따라 심의규정은 방송 분야 전반에 대하여 공정성과 객관성을 요구하며 이를 심의기준으로 채택하고 있으므로, 심의대상이 되는 프로그램이 보도 프로그램으로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

가) 구 방송법은 방송 분야를 불문하고 모든 방송에 대하여 공적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제1조, 제5조, 제10조 제1항 제1호), 방송내용의 공정성과 공공성은 방송의 공적 책임에서 파생되는 요청이므로, 이를 보도 프로그램에만 요구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보도 프로그램은 국내외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전반에 관한 시사적인 취재보도 · 논평 또는 해설 등을 통해 여론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므로, 그 요구 정도가 다른 방송 분야보다 더 강할 뿐이다. "방송에 의한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구 방송법 제6조 제1항 역시 교양, 오락 등 다른 방송 분야보다 보도 프로그램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이 더 강하게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한 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나) 구 방송법이 심의 범위를 보도 프로그램으로 한정하지 않은 채 방송통신심 의위원회에 대하여 방송내용에 대한 심의·의결 권한을 부여하고(제32조), 공정성과 공공성을 심의하기 위한 심의규정을 제정·공표하도록 규정하고(제33조 제1항) 있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또한 구 방송법 제33조 제2항은 심의규정에 포함되어야 할 사항을 제1호부터 제14호까지 나열한 다음 일반조항으로 제15호를 두어 "기타 이 법의 규정에 의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업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제9의 "보도 · 논평의 공정성 · 공공성에 관한 사항"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할 사항 중 대표적이고 중요한 사항을 예시한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따라 구 심의규정은 제9조와 제14조에서 보도 프로그램으로 한정하지 않은 채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요구함으로써 방송 분야 전반을 심의 대상으로 규정하였다.

다) 최근 보도, 교양, 오락 등과 같은 방송 분야의 구분은 그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뉴스쇼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융합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심의대상을 보도 프로그램으로 한정한다면 방송심의제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08년 출범한 이래 줄곧 모든 분야의 방송프로그램에 대해 공정성·공공성 심의를 해왔다.

4) 구 심의규정 제9조 제1항, 제2항, 제14조(객관성과 공정성 · 균형성 유지의무)위반 여부

가) 구 방송법 제32조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내용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심의할 때 매체별 · 채널별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구 심의규정 제5조는 제1항에서 "위원회는 방송매체와 방송채널별 창의성, 자율성, 독립성을 존중하여야 한다"라고, 제2항에서 "위원회가 이 규정에 따라 심의를 할 때는 방송매체와 방송채널별 전문성과 다양성의 차이를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매체 또는 채널이라고 하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정보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방송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는 매체별, 채널별로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방송프로그램 별로도 차이가 있다.

방송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의 구체적인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객관성 · 공정성 · 균형성을 심사한다면, 방송법이 매체와 채널 및 방송 분야를 구별하여 각 규율 내용을 달리하고, 각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목적을 추구함으로써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을 도모함과 동시에 방송의 다양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취지 및 이로써 공정한 여론의 장을 형성하고자 하는 방송의 역할을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방송내용이 공정성과 공공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 등을 심의할 때에는 매체별, 채널별, 프로그램별 특성을 모두 고려하여야 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아래와 같다.

(1)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의 객관성 · 공정성 · 균형성을 심사할 때 해당 방송프로그램을 방영한 방송매체나 채널이 국민의 생활이나 정서 및 여론형성 등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나 범위를 충분히 고려하여, 방송매체나 채널의 자율성, 전문성, 다양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그리고 해당 방송프로그램을 방영한 방송매체나 채널이 국민의 생활이나 정서 및 여론형성 등에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나 범위가 크지 않은 한편 다양한 정보와 견해의 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데에 주로 기여하는 것이라면 방송의 객관성 · 공정성 · 균형성에 관한 심사기준을 완화함이 타당하다. 여기에서 심사기준을 완화한다는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내용이 심의규정상의 객관성·공정성·균형성을 준수하였는지를 심사하는 기준을 완화한다는 것으로서, 이는 결국 방송내용의 심의규정상의 객관성 · 공정성 · 균형성 유지의무 위반은 엄격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통해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자율성, 전문성, 다양성을 최대한 존중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방송과 언론의 자유 보장을 강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2) 시청자 제작 방송프로그램은 소수의 이해와 관점을 반영하여 다양한 사회적 의견을 형성하는 방송의 공적 역할을 위하여 도입된 것으로, 시청자가 제작한다는 점에서 기술이나 자본, 접근 가능한 정보의 양에 한계가 있고 그 결과 전문성이나 대중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이와 같은 한계는 각각의 다른 의견을 가진 시청자가 각자의 관점으로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여 방송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 그 특성이 있다. 따라서 시청자가 제작한 방송프로그램은 방송내용의 진실성과 신뢰도에 대한 기대의 정도나 사회적 영향력의 측면에서 방송사업자가 직접 제작한 방송프로그램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청자가 제작한 방송프로그램의 객관성·공정성·균형성 심사를 할 때는 방송사업자가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에 비하여 그 심사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3) 뉴스 등 보도 프로그램은 국민의 개별적 의견 형성과 사회적 여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구 방송법 제6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공정성과 객관성이 더 강하게 요구된다. 그에 반하여 다큐멘터리, 지식 · 생활 · 문화 강좌 등 국민의 교양 향상과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교양에 관한 프로그램(이하 '교양 프로그램'이라 한다)이나 드라마, 영화, 스포츠 등 국민정서의 함양과 여가 생활의 다양화를 목적으로 하는 오락에 관한 방송프로그램(이하 '오락 프로그램'이라 한다)은 여론을 형성하는 데 보도 프로그램과 같은 정도의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방송통신심 의위원회가 교양 프로그램이나 오락 프로그램이 방송의 객관성 · 공정성·균형성 유지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심사할 때는 그 특성을 고려하여 보도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

나) 앞서 든 증거, 을 제9, 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원고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및 위성방송사업자와 채널 전용사용계약을 체결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해당하고, 이 사건 각 방송은 비지상파방송이자 유료방송에 해당하는 위성방송 및 종합유선방송을 통해 방영되어 소정의 대가를 지불한 시청자들만 선택하여 시청할 수 있다.

(2) 원고는 퍼블릭 액세스 전문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시청자가 제작한 이 사건 각 방송은 대중적 지명도나 접근성이 낮은 채널을 통해 방영되었다.

(3) 이 사건 각 방송은 역사 다큐멘터리로서 방송분야 중 교양 프로그램에 해당한다(구 방송법 제2조 제16호, 방송법 시행령 제50조 제2항), 일반적으로 역사 다큐멘터리는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에 관한 특정한 인식과 평가를 전달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는데, 이 사건 각 방송은 E, T에 대해 비교적 덜 알려진 사실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다) 위 인정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각 방송이 진실을 왜곡하거나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아니하여 객관성 · 공정성 · 균형성 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각 방송이 구 심의규정 제9조 제1항, 제2항, 제14조를 위반하였다는 이 부분 처분사유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1) 이 사건 각 방송은 시청자의 자유로운 접근이 제한된 유료의 비지상파 방송매체 및 퍼블릭 액세스 전문 채널을 통해 방영되었고, 시청자가 제작한 역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므로, 방송내용의 객관성 · 공정성 · 균형성 심사를 할 때는 무상으로 접근 가능한 지상파 방송이나 방송사업자가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 또는 보도 프로그램과 달리 상대적으로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

(2) 이 사건 각 방송은 공적 인물과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데, E, T에 대해서는 상반된 역사적 · 사회적 평가가 존재하고, 이들의 친일 여부나 업적과 관련된 논쟁은 아직까지도 정치적 견해 차이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등 현재 우리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역사 다큐멘터리는 사료를 선택하고 평가할 때 주관적 관점의 개입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방송내용의 사실관계는 신빙성 있는 자료에 근기하여야 하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방송의 기초가 되는 그 자료 내용의 진위에 대하여는 사전에 충분한 조사 활동을 거쳐야 함이 원칙이다. 이 사건 각 방송은 제작자가 기획에서 방송에 이르기까지 사실 확인을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투입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사료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 사건 각 방송의 내용과 구성, 인터뷰 대상자의 지위나 경력 등 이 사건 각 방송이 시청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은 기존에 입론된 역사적 사실과 그 전제에 관하여 의문을 제기한 정도에 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역사에 관한 사실관계나 그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역사관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제작자의 관점과 다른 관점을 가진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모두 반영한 역사 다큐멘터리만 방송하여야 한다면, 주류적 통념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을 제기하는 다큐멘터리는 방송에서 다루기 힘들 뿐만 아니라 자칫 역사적 관점에 대한 단순한 나열에 그칠 수 있다.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각 방송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알려져 사실 주류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과 해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다양한 여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므로, 그 자체로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전제하고 있다.

(3) 나아가 역사 다큐멘터리의 경우에는 방송의 균형성을 선거방송이나 보도방송과 같이 한 프로그램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나 관점에 대해 각각 동등한 정도의 기회를 기계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 사건 각 방송이 시청자 제작 프로그램인 점을 감안하면 다른 의견을 가진 시청자에게 접근 가능한 방송 기회가 보장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 사건 각 방송과 관련 있는 당사자에게도 원고와 같은 시청자 제작 영상물 방송 전문 채널을 통한 방송뿐 아니라 구 방송법 제69조 제7항이나 제70조 제7항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시청자 제작 프로그램에의 참여 등을 통해 여러 상반되는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열려 있다.

5) 구 심의규정 제20조 제2항(사자 명예존중 조항) 위반 여부

가) 방송내용 중 역사적 평가의 대상이 되는 공인에 대하여 그 명예가 훼손되는 사실이 적시되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심의규정 제20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으로서 진실한 것이거나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구 심의규정 제20조 제3항에 의하여 구 방송법 제100조 제1항에서 정한 제재조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는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을 의미하는데,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무방하고, 여기서 '진실한 사실'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대법원 2016. 5. 24. 선고 2013다34013 판결 등 참조).

또한 명예훼손과 모욕적 표현은 구분해서 다루어야 한다. 사실의 적시가 없는 모욕적 표현이나 저속한 표현은 "방송은 저속한 표현 등으로 시청자에게 혐오감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한 구 심의규정 제27조 제2항 위반에 해당할 여지는 있을지언정, 명예훼손 금지를 규정한 구 심의규정 제20조 위반으로 포섭할 수는 없다.

나)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각 방송이 사자 명예 존중을 규정한 구 심의규정 제20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거나 구 심의규정 제20조 제3항에 의하여 제재조치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방송이 구 심의규정 제20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는 이 부분 처분사유 역시 존재하지 아니한다.

(1) 피고가 구 심의규정 제20조 제2항 위반에 해당하는 처분사유로 삼은 내용은, 이 사건 1 방송에서 E이 사적인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독립운동을 했다거나 독립 투사로서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여대생 및 백인 여자들과 데이트를 즐기며 독립자금을 횡령한 것 등으로 묘사하고, 이 사건 2 방송에서 T이 동료들을 밀고해 살아남았다거나 무고한 언론인을 재판을 통해 살해하였고 일본으로부터 검은돈을 받거나 주가조작을 통해 부정한 자금을 모았으며 경제성장의 공로를 가로챈 것 등으로 묘사함과 동시에 저속한 표현을 사용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이다.

(2) 먼저 이 사건 1 방송 중 '악질 친일파, A급 민족반역자, 돌대가리, 썩은 대가리' 등과 같은 표현이 사용된 부분과 이 사건 2 방송 중 T을 'X'으로 표현하면서 T의 사진을 뱀 사진과 나란히 편집한 부분은 위 처분사유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저속하거나 모욕적인 표현에 해당할 여지는 있지만 사실 적시를 요하는 명예훼손이라고 볼 수는 없다.

(3) 이 사건 1 방송은 CIA문서(1948. 10. 28.자), F 신문, G 기사, I 기사 등을, 이 사건 2 방송은 U, 케네디 종합보고서(1961. 6. 6. "Presidential task force on Korea"), AK 보고서, 미국 제483차 국가안보회의 자료, CIA 스페셜 리포트 등을 인용하였는데, 피고가 처분사유로 삼은 위와 같은 내용은 모두 이러한 자료에 근거한 것으로서, 표현 방식이 다소 거칠고 세부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있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기는 하나, 방송 전체의 내용과 취지를 살펴볼 때 그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므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

(4) 이 사건 1 방송은 E에 대한 독립운동가라는 평가와 관련하여, 이 사건 2방송은 T에 대한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인물이라는 평가와 관련하여 역사적 자료에 근거한 의혹을 제기하려는 것으로서 공적 인물과 관련된 공적인 관심 사안을 다루고 있다. 이 사건 각 방송은 역사적 사실과 인물에 대한 논쟁과 재평가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외국 정부의 공식 문서와 신문기사, 관련자 및 전문가와의 인터뷰 등을 기초로 하였다는 점에서 진실과 다소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인다.

라. 소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각 방송은 구 심의규정 제9조 제1항, 제2항, 제14조, 제20조 제2항에서 정한 객관성 · 공정성 · 균형성 유지의무 및 사자 명예존중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각 제재조치명령은 원고의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위법하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각 고지방송명령에 관한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고, 이 사건 각 제재조치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이와 결론을 달리하는 제1심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각 고지방송명령에 관한 부분을 각하하고, 이 사건 각 제재조치명령을 모두 취소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서태환

판사 강문경

판사 진상훈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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