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정금][공1995.7.1.(995),2234]
가.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경우
나.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의 취소에 관한 법리오해·채증법칙 위배를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가. 동기에 착오를 일으켜서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특히 그 동기를 계약 당시에 상대방에게 표시함으로써 계약의 내용으로 삼은 때에 한하여 이를 이유로 당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나.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의 취소에 관한 법리오해·채증법칙 위배를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가.나. 민법 제109조 나. 민사소송법 제187조
대한도시가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천기흥외 1인
극동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외 1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현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피고들을 대리한 사단법인 전국아파트연합회(이하 연합회라고만 한다) 회장인 소외인이 원고와의 사이에 1993.3.23. 피고들이 원고에게 그 판시와 같은 배관공사비를 보상하기로 하는 협약을 체결한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 피고들의 아파트단지는 당초부터 그 판시 환경처고시에 의한 난방시설교체대상지역이 아니므로 위 보상과는 관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교체대상지역인 것으로 잘못 알고서 위와 같은 합의에 참여하였으니, 위 합의는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이어서 이를 취소한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즉, 원심은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원고가 엘.엔.지 난방시설을 위한 가스배관을 설치한 것은 당시 1990.1.24.자 환경처고시(90-3호)에 의하여 평균전용면적 82.6㎡ 이상인 아파트단지의 연료를 벙커씨유에서 엘.엔.지.로 교체하도록 의무화함에 따라 환경처의 요청으로 평균전용면적 82.6㎡ 이상으로서 의무적으로 엘.엔.지.를 사용하여야 할 아파트단지들을 공급대상으로 상정하여 배관시설을 한 사실, 원래 강남, 서초지역 아파트단지 내 평균전용면적 82.6㎡ 이상의 중앙집중난방식 아파트단지들이 엘.엔.지. 사용아파트로 지정되었다가 지역난방방식으로 전환됨에 있어 동력자원부가 원고의 위 배관시설 등에 대한 보상을 조건으로 이를 허가하게 됨에 따라 강남, 서초지역의 아파트단지와 원고가 그 보상협의를 시작하게 된 사실, 그런데, 피고 극동아파트단지는 총 1,080세대에 전용면적과 공용면적을 합한 총분양면적이 62,294㎡이고, 피고 은하아파트단지는 총 90세대에 총분양면적이 7,184㎡로서 그 평균전용면적이 위 규정의 82.6㎡에 각 미달하여 환경처고시상 의무적으로 엘.엔.지.로 난방시설을 교체하여야 하는 대상이 아닌데도, 피고들이 회원으로 속한 위 연합회가 원고와의 사이에 위 투자비보상에 관한 합의를 진행하므로 피고들 아파트단지도 위 배관공사비를 보상하여야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서 위 합의에 참여하게 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합의는 그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어 피고들이 그와 같은 사정을 알았더라면 위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다고 하여(또한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로서는 피고들의 아파트단지가 위 난방교체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피고들을 포함시켜 보상협약을 체결한 잘못도 있다고 할 것이다), 피고들의 위 취소주장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하기가 어렵다.
우선, 피고들의 아파트단지가 위 환경처고시에 의한 난방시설 교체대상 지역이 아니어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그 아파트단지내의 배관시설비를 보상하지 아니하여도 되는데도 피고들의 아파트단지가 그 교체대상지역인 것으로 잘못 알고 보상협약에 참여하였다는 피고들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히 피고들이 보상협약체결의 동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동기에 착오를 일으켜서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특히 그 동기를 계약 당시에 상대방에게 표시함으로써 계약의 내용으로 삼은 때에 한하여 이를 이유로 당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할 것인바 (대법원 1991.11.12.선고 91다10732 참조), 기록을 살펴보아도 위 보상협약의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위 협약 당시에 위와 같은 동기를 협약내용으로 하는 의사를 표시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피고들측으로부터 아무런 주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도 전혀 없어, 결국 위와 같은 피고들의 착오는 단순한 동기의 착오에 불과하므로 이를 이유로 한 피고들의 취소주장은 이유 없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원심 인정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들을 포함한 강남, 서초지구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들이 1992.1.17. 전체회의를 열어 배관공사비보상에 관한 논의를 하고, 협상소위원회를 구성하여 그 때부터 1993.3.23.까지 장기간에 걸쳐 원고와의 사이에 보상액을 협상하였다는 것이고, 더구나 피고 극동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은 위 협상소위원회 위원의 1명이었다는 것인바, 그런데도 피고들이 위 환경처고시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거나 모른 채로 협상소위원회의 위원으로서 협상에 계속 참여하였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되지 아니하고, 또, 기록에 의하면, 위 연합회는 1992.1.10. 피고들을 포함한 지역난방 공급대상 65개 아파트단지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관리소장에게 지역난방 공급계약 체결에 따른 제반사항을 토의하기 위한 지역난방회의를 같은 달 17. 개최할 것을 기안하여 통지하였고, 이에 따라 같은 날 지역난방회의를 열었으며, 이에는 피고들 아파트단지의 관리소장들도 참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지역난방회의에서 위 1991.12.18.자 환경처고시는 물론 그 개정전의 위 1990.1.24.자 환경처고시도 거론 내지는 설명되었을 것임을 엿볼 수 있는바, 피고들은 위 1992.1.17.자 지역난방회의에서 또는 적어도 원고와의 위 1993.3.23.자 보상협약 이전까지는 피고들의 아파트단지가 전용면적 82.6㎡ 이하로서 환경처고시에 따른 의무적인 난방시설 교체대상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위 보상협약에 참여한 것이라고 할 것이고, 피고들 주장과 같이 위 보상협약 당시에 피고들이 위 배관공사비를 보상하여야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서 위 협약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어서, 피고들에게 착오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기록에 의하면, 피고들은 지역난방이 현재(또는 앞으로 시행될) 중앙집중방식 엘.엔.지. 난방보다 안전하고 편리함은 물론 난방비용도 월등히 저렴하여 관리비절약이 많이 되는 등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에 지역난방방식을 선택하기로 하고, 이에 따라 원심판시와 같이 피고들의 아파트단지가 속한 강남, 서초지역의 아파트단지들이 지역난방공사의 열공급을 받겠다는 민원을 연합회를 통하여 동력자원부(현 통상산업부)에 제기한 사실, 그런데 동력자원부에서는 원고가 엘.엔.지. 난방을 위하여 위 지역에 설치한 가스배관공사비를 수익자인 위 지역 아파트단지들의 부담으로 보상하는 것을 조건으로 위 지역난방열공급을 허가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고(이에 따라 연합회 및 위 지역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들은 위와 같은 조건부허가에 동의하는 의견서를 1991.12.10.경 동력자원부에 제출하였다),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도 1992.1.6. 위 지역에 이미 매설된 도시가스배관에 대한 시설비보상에 대하여는 해당 아파트단지와 연합회간에 협약된 가스배관보상협약서를 첨부한 후에 해당단지와 열수급계약을 체결할 것임을 연합회에 통지하면서 원고와의 보상문제를 미리 해결할 것을 촉구하여 피고들이 원고와의 가스배관 보상약정의 체결이 없이는 지역난방을 공급받기가 어렵게 되어 위 협상에 참여하게 된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이 위 협약체결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원고와의 보상문제를 미리 해결하지 아니하면 경제적 이점이 많은 지역난방에 의한 열수급계약을 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 피고들 주장과 같이 피고들의 아파트단지가 환경처고시에 의한 난방시설 교체대상지역인 것으로 잘못 알았기 때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들이 주장하는 위 착오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관한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이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의 착오로 인하여 원고와의 사이에 위와 같은 보상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인정하여 피고들의 취소주장을 받아들인 원심판결에는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의 취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