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후유증환자유족등록거부처분취소청구의소
2016두35755 고엽제후유증환자유족등록거부처분취소청구의 소
A
경기남부보훈지청장
서울고등법원 2016. 2. 5. 선고 2015누51592 판결
2016. 7. 7.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 당한 규범이다. 그러므로 법의 해석은 그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으로 타당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손상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실정법이란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사안을 염두에 두고 규정되기 마련이므로 그 법을 사회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에 적용할 때에는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즉 구체적 타당성을 가지도록 해석하는 것도 필요하다. 요컨대,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앞서 본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법률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한 어떠한 법률의 규정에서 사용된 용어에 관하여 그 법률 및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을 중시하여 문언의 통상적 의미와 다르게 해석하려 하더라도 당해 법률 내의 다른 규정들 및 다른 법률과의 체계적 관련성 내지 전체 법체계와의 조화를 무시할 수 없으므로, 거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등 참조).
나. 구 「고엽제후유의증 등 환자지원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2015. 12. 22. 법률 제1360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고엽제법'이라 한다) 제8조 제1항 제1호(이하 '이 사건 쟁점조항'이라 한다)는 "월남전에 참전하고 전역한 자등으로서 제4조에 따른 등록 전에 제5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고엽제후유증으로 사망하였음이 인정되는 자"의 유족을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유공자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전몰군경의 유족으로 보고 국가유공자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원심은, '구 고엽제법 제4조에 따라 등록하였으나 상이등급기준에 미달한다는 판정을 받고 사망한 자'의 유족을 이 사건 쟁점 조항의 적용 범위에서 제외하면, ① 등록 후 상이등급 판정을 받은 고엽제후유증환자의 유족은 고엽제법에 정한 보호를 받고 등록신청을 하지 아니한 고엽제후유증환자의 유족은 유족등록 신청을 통해 인과관계의 심사를 받을 수 있는 반면, 등록 후 신체검사에서 등급기준미달 판정을 받은 고엽제후유 증환자의 유족은 어느 쪽의 보호도 받지 못하여 합리적 근거 없이 불이익을 받는 결과가 되어 고엽제후유증환자를 두텁게 보호하려는 고엽제법상 등록의 취지에 반하고, ②② 등록신청의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아니하여 등급기준미달 판정을 받은 자의 유족은 다시 유족등록 신청을 통해 인과관계를 심사받을 수 있는 국가유공자법을 적용받는 경우보다 현저히 불리하게 되어 고엽제법의 특별한 보호취지에 어긋나며, 1③ 등급기준미달 판정을 받은 고엽제후유증환자로 하여금 고엽제후유증이 급격히 악화한 경우 생존 기간 내에 재확인신체검사를 신청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사망 시기에 따라 보상신청의 기회를 결정하게 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쟁점 조항 중 '제4조에 따른 등록'에는 등급기준미달 판정을 받았음에도 의료지원을 위하여 등록된 경우는 포함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본 다음, 월남전에 참전하고 전역한 자로서 구 고엽제법 제4조에 따라 고엽제후유증환자로 등록되었으나 등급기준미달 판정을 받고 사망한 자의 유족인 원고의 유족등록 신청에 대하여 이 사건 쟁점조항의 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사유를 들어 거부한 피고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구 고엽제법 제4조는 "적용 대상자의 결정·등록 등"이라는 표제 아래, 월남전에 참전하고 전역한 자 등에 해당하는 자가 고엽제법의 적용 대상자가 되려면 국가보훈처장에게 등록을 신청하여야 하고, 국가보훈처장은 신청인이 제출한 서류, 국방부장관의 통보 결과, 보훈병원장 등의 검진 결과 또는 상급종합병원의 최종진단서를 토대로 고엽제법의 적용 대상자인지를 결정하고 적용 대상자로 결정된 자를 등록부에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구 고엽제법 제6조 제1항은 고엽제후유증환자로 결정 · 등록된 자 중 그 장애정도가 신체검사에서 국가유공자법에 따른 상이등급에 해당하는 장애를 입은 것으로 판정된 자를 국가유공자법에 따른 전상군경 또는 공상군경(이하 '상이군경')으로 보고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구 고엽제법의 규정 내용에 의하면, 구 고엽제법 제4조에 따른 등록은 상이등급판정에 선행하는 절차로서 상이등급판정 결과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므로 이 사건 쟁점조항 중 '제4조에 따른 등록'은 그 문언에 비추어 '고엽제법 적용대상자로 결정되어 등록부에 등록됨'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나. 구 고엽제법은 고엽제후유증환자로 등록된 자 중 상이등급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자로 판정된 자에 대하여 의료지원을 하고 양로지원, 고궁 등 이용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구 고엽제법 제6조 제2항, 제8조의2, 제8조의 3), 고엽제후유증환 자는 상이등급과 관계없이 일단 고엽제후유증환자로 등록되면 고엽제법의 지원체계에 편입된다. 그리고 상이등급 판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고엽제후유증이 악화되면 재확인 신체검사를 통해 상이등급 판정을 받을 수 있고 재확인신체검사 신청 후 신체검사를 받기 전에 사망하더라도 서면심사가 가능하다(구 고엽제법 제6조의2, 국가유공자법 제6조의3). 이와 같이 고엽제후유증환자로 등록된 후 등급기준미달 판정을 받은 채로 사망한 자에게는 고엽제법의 지원체계 내에서 일정한 지원과 더불어 상이등급 판정을 받을 기회가 부여되었던 이상 그 유족이 국가유공자법상 전몰군경 또는 순직군경의 특례를 규정한 이 사건 쟁점조항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하여 구 고엽제법의 목적과 등록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애초부터 등록조차 되지 아니한 것과 동일하게 이 사건 쟁점조항의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구 고엽제법의 체계에 반할 뿐만 아니라 과도한 보호를 부여하는 셈이 되어 부당한 측면이 있다.
다. 구 「고엽제후유의증 환자지원 등에 관한 법률」(1999. 12. 28. 법률 제604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는 법 시행 전에 사망한 자의 유족(제1항 제1호)과 등록신청을 한 후 법적용대상자인지 여부가 결정되기 전에 사망한 자의 유족(제1항 제2호)만을 특례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위 법 제8조 제1항 제2호가 고엽제후유증에 이환되었다가 그로 인하여 사망하였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한 사람들 중 생전에 등록신청을 하지 않은 일부 사람에 대하여는 고엽제후유증으로 사망한 것인지 여부를 판정받을 기회마저 배제하는 것은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좌우되는 환자의 사망시기 또는 사망 전에 등록신청을 하였는지 여부 등에 의하여 보상을 위한 등록신청의 자격유무를 구별하는 중요한 차별을 행하는 것이 되어 불합리하여 위헌이라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고(헌법재판소 2001. 6. 28. 선고 99헌마516 결정), 그에 따른 개선입법으로 위 규정은 이 사건 쟁점조항과 같은 내용으로 개정되었다. 이러한 이 사건 쟁점 조항의 연혁에 비추어 보면, 등록을 통해 법적용대상자인지 판정받을 기회가 부여된 이상 그 유족에게 일률적으로 전몰군경 또는 순직군경 유족 등록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위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어긋나거나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예우에 관한 헌법 정신에 배치되는 등 입법형성의 재량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라. 고엽제후유증환자로 결정 · 등록된 후 상이등급 7급 이상으로 판정받은 자는 구 고엽제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상이군경으로 보상을 받고, 그가 사망하면 상이등급 6급 이상으로 판정받은 자의 유족만이 상이군경의 유족으로서 보상을 받게 되는데(국가유 공자법 제12조 제1항 제4호, 그 시행령 제20조) 상이군경의 유족에 대한 보상금은 전몰군경 또는 순직군경 유족에 비해 상이등급 1 내지 5급의 경우 약 97%, 상이등급 6급의 경우 약 35% 수준으로 더 낮다(국가유공자법 시행령 제22조 [별표 4]), 만일 원심과 같이 이 사건 쟁점조항 중 '제4조에 따른 등록'을 일단 '고엽제후유증환자로 등록되었으나 등급기준미달 판정을 받은 경우'는 포함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축소 해석할 경우, 등급기준미달 판정을 받은 고엽제후유증환자가 고엽제후유증으로 사망하면 그 유족은 이 사건 쟁점 조항에 따라 '전몰군경 또는 순직군경'의 유족으로 보상을 받게 될 것인데, 상이등급을 받은 고엽제후유증환자의 유족이 '상이군경'의 유족으로서 그 상이등급이 6급 이상일 때에는 전몰군경보다 낮은 수준의 보상금을 받게 되고, 7급의 상이등급을 받은 때에는 전혀 보상금을 받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러한 원심의 해석은 등급기준에 미달하는 자를 더 높은 등급을 받은 자에 비하여 우대하는 것으로서 현저히 균형을 상실한 것일 뿐만 아니라 구 고엽제법 및 국가유공자법이 정한 보훈보상의 체계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고 보아야 한다.
마. 이 사건 쟁점조항의 문언과 개정 연혁, 구 고엽제법의 지원체계 및 국가유공자법의 보상체계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쟁점 조항 중 '제4조에 따른 등록 전에 고엽제후유증으로 사망하였음이 인정되는 자'는 문언 그대로 구 고엽제법 제4조에 따른 고엽제후유 증환자 결정 · 등록을 마치기 전에 고엽제후유증으로 사망한 자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하고, 따라서 고엽제후유증환자로 등록되었으나 등급기준미달로 판정받은 자의 유족은 이 사건 쟁점조항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4.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구 고엽제법 제8조 제1항 제1호 중 '제4조에 따른 등록'에 '등급기준미달 판정을 받았음에도 의료지원을 위하여 등록된 경우'는 포함되지 아니함을 전제로, 원고가 구 고엽제법 제8조 제1항 제1호에 정한 유족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고엽제법 제8조 제1항 제1호에 정한 유족 개념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대법관김용덕
대법관이인복
대법관김소영
주심대법관이기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