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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9. 9. 선고 2009다105383 판결

[채무부존재확인][공2010하,1884]

판시사항

[1] 리스회사 갑과 선박 등에 관한 리스계약을 체결한 리스이용자 을이 그 계약에 따라 리스선박에 대하여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이 적용되는 선박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피보험자를 ‘소유자 갑, 관리자 을’로 한 사안에서, 을은 위 보험계약의 준거법인 영국 해상보험법상 그 보험계약에 관하여 피보험이익이 있다고 한 사례

[2] 사업자가 약관에 의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상대방과 특정 조항에 관하여 개별적인 교섭을 거친 경우, 그 특정 조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 대상이 아닌 개별약정이 되는지 여부 및 이때 개별적인 교섭이 있었다고 하기 위한 요건과 그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사업자 측)

[3] 리스선박에 관한 보험계약에서 선박의 현상검사와 관련한 워런티(warranty) 약관 조항이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의 이행 기한을 리스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당초 정한 기한에서 연기하여 정한 사실이 인정되지만, 이는 현상검사 등을 이행하여야 하는 기한에 관한 합의일 뿐 그 이행사항이 이행되지 않았을 경우 그 즉시 보험금지급의무가 면제되는 효과 등에 관하여 개별적인 교섭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어, 위 워런티 약관 조항은 여전히 구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약관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4] 영국 해상보험법상의 워런티(warranty) 조항을 사용하여 해상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보험자는 보험계약자에게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에 대하여 설명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5] 보험회사가 영국법 준거약관에 의하여 영국 해상보험법이 적용되는 워런티(warranty) 약관 조항을 사용하여 해상운송업자인 보험계약자와 선박에 관한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보험자는 보험계약자에게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6] 보험회사가 영국법 준거약관에 의하여 영국 해상보험법이 적용되는 워런티(warranty) 약관 조항을 사용하여 해상운송업자인 보험계약자와 선박에 관한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계약자가 일정 기한까지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을 이행할 것을 워런티 사항으로 정한 사안에서, 보험회사가 워런티의 의미와 효과에 관하여 보험계약자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경우 위 약관 조항 전체가 처음부터 보험계약에 편입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리스회사 갑과 선박 등에 관한 리스계약을 체결한 리스이용자 을이 그 계약에 따라 리스선박에 대하여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Institute Time Clauses(Hull-1/10/83)]이 적용되는 선박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피보험자를 ‘소유자(owner) 갑, 관리자(manager) 을’로 한 사안에서, 을은 리스계약상 선박의 법률상 소유자는 아니지만 리스이용자로서 선박을 사용할 권리를 갖고 있고 그 멸실·훼손에 대하여 위험부담을 지고 선박의 훼손시 이를 복원·수리할 의무를 부담하며 리스기간 종료시 선박을 법률상 소유자인 리스회사로부터 양도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는데, 그렇다면 을은 그 선박에 관하여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고 그 결과 선박의 멸실이나 손상 등으로 수리비 등을 지출함으로써 손해를 입거나 그에 관하여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위 보험계약의 준거법인 영국 해상보험법상 그 보험계약에 관하여 피보험이익이 있다고 한 사례.

[2]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계약서를 마련하여 두었다가 어느 한 상대방에게 이를 제시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그 상대방과 사이에 특정 조항에 관하여 개별적인 교섭(또는 흥정)을 거침으로써 상대방이 자신의 이익을 조정할 기회를 가졌다면, 그 특정 조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이 아닌 개별약정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개별적인 교섭이 있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비록 그 교섭의 결과가 반드시 특정 조항의 내용을 변경하는 형태로 나타나야 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계약의 상대방이 그 특정 조항을 미리 마련한 계약서의 내용에 구속되지 아니하고 당사자와 사이에 거의 대등한 지위에서 당해 특정 조항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와 고려를 한 뒤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그 내용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약관 조항이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개별약정으로 되었다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사업자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3] 리스선박에 관한 보험계약에서 선박의 현상검사와 관련한 워런티(warranty) 약관 조항이 보험계약자인 리스이용자가 일정 기한까지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을 이행할 것을 워런티 사항으로 정하고 있고, 그 현상검사 등의 이행 기한을 리스이용자의 연기 요청에 따라 당초 정한 기한에서 연기하여 정한 사실이 인정되지만, 이는 현상검사 등을 이행하여야 하는 기한에 관한 합의일 뿐 그 이행사항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그 즉시 보험회사의 보험금지급의무가 면제되는 효과 등에 관하여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 사이에 개별적인 교섭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워런티 약관 조항은 여전히 구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2007. 8. 3. 법률 제86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적용을 받는 약관에 해당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4] 영국 해상보험법상 워런티(warranty) 제도는 상법에 존재하지 아니하는 낯설은 제도이고 영국 해상보험법상 워런티 위반의 효과는 국내의 일반적인 약관해석 내지 약관통제의 원칙에 비추어 이질적인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비록 워런티라는 용어가 해상보험 거래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하더라도 해상보험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없거나 워런티에 관한 지식이 없는 보험계약자가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에 관하여 보험자로부터 설명을 듣지 못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워런티 사항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어떠한 불이익을 받는지에 관하여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그 위반 즉시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할 위험에 놓일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상실 사실조차 모른 채 보험사고를 맞게 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워런티 조항을 사용하여 해상보험을 체결하는 보험자로서는 원칙적으로 당해 보험계약자에게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단순히 워런티 조항이 해상보험 거래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개별 보험계약자들이 그 의미 및 효과를 충분히 잘 알고 있다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단정하여 이를 언제나 설명의무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볼 수는 없다.

[5] 보험회사가 영국법 준거약관에 의하여 영국 해상보험법이 적용되는 워런티(warranty) 약관 조항을 사용하여 해상운송업자인 보험계약자와 선박에 관한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위 워런티 약관 조항은 보험계약자가 일정 기한까지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을 이행할 것을 워런티 사항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보험자는 보험계약자가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명할 의무를 부담하고, 보험계약자가 해상운송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형해운회사나 무역회사와 같이 해상보험계약의 전담부서에 전문가를 두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자의 별도 설명 없이도 워런티의 내용과 효과를 잘 알고 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6] 보험회사가 영국법 준거약관에 의하여 영국 해상보험법이 적용되는 워런티(warranty) 약관 조항을 사용하여 해상운송업자인 보험계약자와 선박에 관한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계약자가 일정 기한까지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을 이행할 것을 워런티 사항으로 정한 사안에서, 보험회사가 워런티의 의미와 효과에 관하여 보험계약자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가 위 워런티 약관 조항의 의미와 효과를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게 되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그 경우 위 약관 조항 전체가 처음부터 보험계약에 편입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와 달리 위 워런티 약관 조항을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을 이행하여야 한다는 부분과 그 이행사항이 워런티에 해당한다는 부분으로 분리하여 전자는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해 준 부분이어서 우선 보험계약에 분리 편입되고, 후자는 그 의미와 효과에 대하여 준거법인 영국 해상보험법에 규정된 사항이어서 법령에 규정된 것으로 별도의 설명 없이 보험계약에 편입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전자와 후자가 각각 분리하여 편입되는 방식으로 위 워런티 약관 조항 전체가 보험계약에 편입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한화손해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재환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신흥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동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리스이용자의 피보험이익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가. 외국적 요소가 있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적용될 외국법규의 내용을 확정하고 그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그 외국법이 그 본국에서 현실로 해석·적용되고 있는 의미·내용대로 해석·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며, 소송 과정에서 그 외국의 판례나 해석기준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여 그 내용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일반적인 법해석 기준에 따라 법의 의미·내용을 확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8다5458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는 2006. 5. 23. 리스회사인 한국캐피탈 주식회사(이하 ‘한국캐피탈’이라고 한다)와 사이에 이 사건 선박 등에 관하여 리스기간을 물품수령증 발급일로부터 60개월로, 월 리스료를 104,146,300원으로 정하여 시설대여(리스)계약(이하 ‘이 사건 리스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한 사실, 이 사건 리스계약서와 그 특약사항에는「① 이 사건 선박의 소유권은 한국캐피탈에게 귀속되고 피고는 이 사건 선박 등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 이외에는 이 사건 선박 등에 대하여 어떠한 재산상의 권리 또는 이익을 갖지 아니한다. ② 피고는 리스기간 만료시까지 이 사건 선박 등에 발생한 멸실, 훼손에 대하여 모든 위험과 책임을 부담하고 이 사건 선박 등이 훼손되었을 때에는 피고의 비용으로 복원·수리하여야 한다. ③ 피고는 선박등기 전에 피고를 피보험자로 하는 선박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리스기간 중 이를 유지하되, 한국캐피탈은 피고와 협의하여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이 적용되는 선체보험, 선주책임보험, 선주배상책임보험, 기타 보험 중에서 선박보험의 종류를 정한다. ④ 리스기간이 종료되면 한국캐피탈은 피고에게 이 사건 선박 등을 현금 2억 7천만 원에 양도한다.」등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 한편 피고는 2006. 6. 2. 해상보험회사인 원고와 사이에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① 피보험자 : 소유자(owner) 한국캐피탈, 관리자(manager) 피고, ② 보험기간 : 2006. 5. 26. 12:00부터 2007. 5. 26. 12:00까지, ③ 보험목적물 : 선체 및 기관, ④ 보험가액 : 16억 2,000만 원」등으로 정하여 선박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한 사실,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Institute Time Clauses (Hull-1/10/83)]은 그 첫머리에서 “이 보험은 영국의 법률 및 관습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그 제6조에서 “이 보험은 다음의 위험으로 인한 보험목적물의 멸실 또는 훼손을 부보합니다.”라고 규정하면서 그 제1항에서 ‘해상, 강, 호수 또는 기타 항해 가능한 수면에서의 고유의 위험’을 들고 있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다. 위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준거법인 영국 해상보험법 제5조 제1항은 해상사업에 이해관계를 가진 모든 자는 피보험이익이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특히 해상사업 또는 그 중 위험에 처한 피보험재산에 보통법상 또는 형평법상의 관계를 가지고 그 결과 피보험재산의 안전 또는 적시의 도착으로 이익을 얻거나 그 멸실이나 손상 또는 그 억류로 손해를 입거나 그에 관하여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자는 해상사업에 이해관계가 있고 피보험이익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 보험계약이나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은 해상 등에서의 고유의 위험 등으로 인한 보험목적물의 멸실 또는 훼손을 부보한다고 규정할 뿐, 그 피보험이익을 보험목적물의 멸실 또는 훼손에 관한 소유자이익으로 제한하고 있지 아니하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리스계약상 이 사건 선박의 법률상 소유자는 아니지만, 리스이용자로서 이 사건 선박을 사용할 권리를 갖고 있고 그 멸실·훼손에 대하여 위험부담을 지고 이 사건 선박의 훼손시 이를 복원·수리할 의무를 부담하며 리스기간 종료시 이 사건 선박을 법률상 소유자인 한국캐피탈로부터 양도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다. 그렇다면 피고는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고 그 결과 이 사건 선박의 멸실이나 손상 등으로 수리비 등을 지출함으로써 손해를 입거나 그에 관하여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준거법인 영국해상보험법상 이 사건 보험계약에 관하여 피보험이익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심의 이유설시는 미흡하지만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영국 해상보험법의 피보험이익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약관의 의의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가.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계약서를 마련하여 두었다가 어느 한 상대방에게 이를 제시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그 상대방과 사이에 특정 조항에 관하여 개별적인 교섭(또는 흥정)을 거침으로써 상대방이 자신의 이익을 조정할 기회를 가졌다면, 그 특정 조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이 아닌 개별약정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개별적인 교섭이 있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비록 그 교섭의 결과가 반드시 특정 조항의 내용을 변경하는 형태로 나타나야 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계약의 상대방이 그 특정 조항을 미리 마련한 계약서의 내용에 구속되지 아니하고 당사자와 사이에 거의 대등한 지위에서 당해 특정 조항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와 고려를 한 뒤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그 내용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다16950 판결 등 참조), 약관조항이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개별약정으로 되었다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사업자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1다8331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의 현상검사와 관련한 워런티 약관조항(이하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이라고 한다)은 피고가 2006. 7. 2.까지 이 사건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을 이행할 것을 워런티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실, 원고는 당초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개시일을 리스자금의 대출일로 소급해 달라는 한국캐피탈의 요구에 응하여 보험개시일을 계약 체결일 전인 2006. 5. 26.로 정하고 이 보험개시일까지 현상검사 등을 이행할 것을 워런티 사항으로 정한 후 피고에게 현상검사를 반드시 받으라고 전화 연락을 하는 과정에서 피고로부터 이 사건 선박이 수리 중이어서 현상검사를 받을 수 없으니 현상검사 기한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받고 2006. 7. 2.을 현상검사 등의 이행 기한으로 정한 사실을 알 수 있기는 하나, 이는 현상검사 등을 이행하여야 하는 기한에 관한 합의일 뿐 그 이행사항을 이행하지 아니하였을 경우 그 즉시 원고의 보험금지급의무가 면제되는 효과 등에 관하여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개별적인 교섭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자료를 기록상 찾아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은 여전히 구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2007. 8. 3 법률 제86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약관규제법’이라고 한다)의 적용을 받는 약관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약관의 의의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구 약관규제법 제3조 소정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점에 대하여

가. 사업자가 약관을 사용하여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계약의 종류에 따라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방법으로 명시함으로써 그 약관내용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 여기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이라 함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고객이 계약 체결의 여부 또는 대가를 결정하거나 계약 체결 후 어떤 행동을 취할지에 관하여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말하고, 약관조항 중에서 무엇이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사건에서 개별적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다19990 판결 등 참조).

한편, 구 약관규제법 제3조 제2항 본문이 사업자에 대하여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의무를 부과하고 같은 조 제3항 이 이를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고객으로 하여금 약관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 성립되는 경우에 각 당사자를 구속하게 될 내용을 미리 알고 약관에 의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함으로써 고객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방지하여 고객을 보호하려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다. 따라서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에는 그 약관이 바로 계약내용이 되어 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갖는다고 할 것이므로, 사업자로서는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대법원 1998. 4. 14. 선고 97다39308 판결 참조), 이는 약관의 내용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 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지만( 대법원 2003. 12. 11. 선고 2001다33253 판결 , 위 대법원 2010다19990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사업자가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사업자가 증명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5533 판결 , 위 대법원 2010다19990 판결 등 참조).

나. (1) 영국법상 워런티(warranty)라는 용어는 여러 의미로 사용되지만, 영국 해상보험법 제33조 제1항은 워런티(실무상 혹은 강학상 ‘담보특약’ 내지 ‘보장조건’이라고 지칭되기도 한다)를 확약적 워런티(promissory warranty), 즉 피보험자가 어떤 특정한 일이 행하여지거나 행하여지지 않을 것, 또는 어떤 조건이 충족될 것을 약속하거나 또는 특정한 사실상태의 존재를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내용의 워런티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정의되는 워런티는 위험의 발생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이든 아니든 불문하고 정확하게(exactly) 충족되어야 하는 조건(condition)으로서(같은 조 제2항), 만약 이것이 정확하게 충족되지 않으면 보험증권에 명시적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험자는 워런티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 해지통고 등을 할 필요조차 없이 자동적으로 워런티 위반일에 소급하여 그 보험계약상의 일체의 책임을 면한다(같은 조 제3항, 대법원 1996. 10. 11. 선고 94다60332 판결 등 참조). 특히 이러한 워런티 위반이 있으면 설령 보험사고가 워런티 위반과 아무런 관계없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보험자는 일체의 책임을 면하고( 대법원 1998. 5. 15. 선고 96다27773 판결 등 참조), 이는 워런티 위반 후 보험사고 발생 전에 그 위반사항을 시정하였다 하더라도 달라지지 아니하므로 워런티 위반의 효과는 매우 엄격하고 보험계약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위와 같은 영국 해상보험법상 워런티 제도는 상법에 존재하지 아니하는 낯설은 제도이고 영국 해상보험법상 워런티 위반의 효과는 국내의 일반적인 약관해석 내지 약관통제의 원칙에 비추어 이질적인 측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비록 워런티라는 용어가 해상보험 거래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하더라도 해상보험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없거나 워런티에 관한 지식이 없는 보험계약자가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에 관하여 보험자로부터 설명을 듣지 못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워런티 사항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어떠한 불이익을 받는지에 관하여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그 위반 즉시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할 위험에 놓일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상실 사실조차 모른 채 보험사고를 맞게 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워런티 조항을 사용하여 해상보험을 체결하는 보험자로서는 원칙적으로 당해 보험계약자에게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단순히 워런티 조항이 해상보험 거래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개별 보험계약자들이 그 의미 및 효과를 충분히 잘 알고 있다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단정하여 이를 언제나 설명의무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볼 수는 없다 .

(2)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원용하여, 영국법 준거약관에 의하여 영국 해상보험법이 적용되는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은 피고가 2006. 7. 2.까지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을 이행할 것을 워런티 사항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원고는 피고가 위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를 이해할 수 있도록 피고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피고가 해상운송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형해운회사나 무역회사와 같이 해상보험계약의 전담부서에 전문가를 두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자의 별도 설명 없이도 워런티의 내용과 효과를 잘 알고 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의 보험실무상 현상검사 등과 관련된 워런티 조항은 항상 문제가 되어 민원이 자주 발생하였던 사항인 점, 피고는 이 사건 선박의 리스 전에는 다른 선박을 용선하여 골재채취업 등에 종사하여 온 소형 해상기업으로서 법무 전담부서가 없고 스스로 해상보험에 가입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증거를 제출하고 있는 반면, 이에 대하여 원고는 아무런 반증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선박에 관한 해상보험을 공동으로 인수한 한국해운조합은 당시 이 사건 선박이 1개월 정도 수리를 요하여 그 기간 중에는 현상검사가 불가능한 상태에 있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아니하고 또한 보험개시일을 보험계약 체결일보다 소급한 2006. 5. 26.로 정한 후 보험개시일까지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을 이행할 것을 워런티 사항으로 정하였는데, 이는 당시 거래실정상 보험계약자인 피고는 물론이고 보험회사조차도 워런티 조항의 의미 및 효과를 정확히 알고 사용하고 있었는지에 관하여 의문을 들게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보험약관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다. 원고가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에 관하여 피고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피고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피고로서는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의 의미 및 효과를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게 되어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이 사건 약관조항 전체가 처음부터 이 사건 보험계약에 편입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달리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을 현상검사와 그에 따른 권고사항을 이행하여야 한다는 부분과 그 이행사항이 워런티에 해당한다는 부분으로 분리하여, 전자는 원고가 피고에게 설명을 해 준 부분이어서 우선 이 사건 보험계약에 분리 편입되고, 후자는 그 의미 및 효과에 대하여 준거법인 영국 해상보험법 제33조가 규정한 사항이어서 법령에 규정된 것으로서 별도의 설명 없이 이 사건 보험계약에 편입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전자와 후자가 각각 분리하여 편입되는 방식에 의하여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 전체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 편입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렇게 보는 것은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에 정하여진 중요한 사항이 계약 내용으로 되어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마련된 약관의 설명의무 제도의 취지에 현저히 반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4. 설명의무의 이행에 관한 채증법칙 위반 등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이 본 보험계약이 유지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므로 이를 이행 혹은 충족하지 못할 경우 보험자의 손해보상책임이 면제된다.”는 취지가 기재된 ‘선박보험 보험요율 안내’를 피고에게 발송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를 배척하고, 그 판시 채용증거를 종합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을 담당한 원고의 직원 소외 1이 피고의 담당자인 소외 2에게 전화하여 현상검사 등이 워런티 사항이므로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말하였을 뿐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에서 정한 기한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원고의 보험금지급책임이 면제된다는 설명은 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에서 정한 기한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원고가 보험금지급책임을 면하게 되는 효과 등 계약상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충분하게 설명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워런티 약관조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원심이 이 부분 사실인정과 관련하여 증거를 취사선택하고 증거의 증명력을 비교·평가하면서 논리와 경험칙에 위배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다거나, 구 약관규제법 제3조 소정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5. 수리비 액수 산정에 관한 채증법칙 위반의 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이 사건 선박의 수리비에 관한 증거를 취사선택하고 증거의 증명력을 비교·평가하면서 논리와 경험칙에 위배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6.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이홍훈(주심) 민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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