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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다19990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귀금속 가게에 대한 기계경비계약에서 ‘금고감지기가 부착된 금고 내에 보관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에 대한 면책약관은 계약의 체결 여부나 대가를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으로서 사업자의 설명의무의 대상인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고, 귀금속 소매업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라거나 이미 그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한 사례

[2] 경비회사가 설치한 경비기기의 작동불량으로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귀금속 가게의 도난사고에서, 경비기기의 작동불량과 도난 피해의 발생 및 확대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에이디티캡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인앤인 담당변호사 김정은)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사업자가 약관을 사용하여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계약의 종류에 따라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방법으로 명시함으로써 그 약관내용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하는바, 여기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이라 함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고객이 계약체결의 여부 또는 대가를 결정하거나 계약체결 후 어떤 행동을 취할지에 관하여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말하고, 약관조항 중에서 무엇이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사건에서 개별적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 12. 16.자 2007마1328 결정 참조).

한편, 사업자에 대하여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설명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은 고객으로 하여금 약관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 성립되는 경우에 각 당사자를 구속하게 될 내용을 미리 알고 약관에 의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함으로써 고객의 이익을 보호하자는 데 입법 취지가 있고, 약관이 계약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계약당사자 사이에 그것을 계약 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이라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에는 그 약관이 바로 계약내용이 되어 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갖는다고 할 것이므로, 사업자로서는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대법원 1998. 4. 14. 선고 97다39308 판결 참조), 이는 약관의 내용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고객에게 별도의 설명을 하지 아니하여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 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며( 대법원 2003. 12. 11. 선고 2001다33253 판결 ,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3두7484 판결 참조), 위와 같이 사업자가 고객에게 약관의 내용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사업자가 입증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5533 판결 , 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다27054 판결 참조).

나. 원심은, ① 이 사건 면책약관은 2003. 8. 13.자로 승인된 공정거래위원회의 ‘무인경비 표준약관’에도 동일한 취지의 규정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귀금속 소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는 기계경비계약상 별도의 설명이 없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고, ② 비록 피고로부터 설명을 들어 이를 알았더라도 그 경비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인정할 만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③ 그 내용도 귀금속 소매업을 경영하는 원고가 피고의 직원으로부터 따로 특별한 설명을 듣지 아니하더라도 그 뜻에 대하여 착오를 일으킬 염려는 없을 정도로 명료하다 할 것이어서 설명을 요하는 중요한 내용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피고로서는 다른 약관 규정에 비해 비교적 큰 활자로 표시하는 등 나름대로 고객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볼 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첫째, 보석상을 운영하는 사람이 매일 진열장에 전시한 귀금속 등을 금고에 넣고, 다음날 이를 진열장에 전시하는 행위를 반복함은 대단히 번거로운 일이 분명한데, 이 사건 면책약관은 위와 같은 번거로움을 감수하지 않으면 배상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취지의 사업자 면책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서, 위와 같은 번거로움 또는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한 채 나아가 피고가 책정한 월정 용역료를 그대로 지급하면서 피고와 기계경비계약을 체결 내지 갱신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할 고객인 원고의 입장에서는 위 면책약관이 이 사건 계약 체결의 여부나 대가를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해당한다고 봄이 사회통념에 부합한다.

또한 원고가 이 사건 계약 체결 후 이 사건 사고 전에 위 면책약관에 관한 설명을 들었더라면 귀금속 등을 진열장에 둔 채 가게를 비우거나 퇴근하는 행동을 자제하였을 것이며, 적어도 다이아몬드 등 고가의 귀금속은 금고 안에 넣어 두었으리라는 측면에서 위 면책약관이 계약 체결 후 원고의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해당함 또한 분명하다. 따라서 위 면책약관은 설명의무의 대상인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 기록에 의하면, 원고의 가게에서 진열장 내 귀금속을 절취한 소외 1 등은 2007. 2. 16. 04:00경 소외 2 운영의 ○○골드 금은방에서, 2007. 3. 10. 03:20경 소외 3 운영의 ○보석 금은방에서 진열장 내 귀금속을 절취한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에 비추어 볼 때 통상 이 사건 계약과 같은 기계경비계약을 체결하였으리라고 보이는 금은방 주인이 귀금속을 진열장 내에 둔 채 가게를 비우거나 퇴근하는 행동이 이례적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위와 같은 정황을 고려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무인경비 표준약관에 이 사건 면책약관과 동일한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거나 원고가 오래 전부터 귀금속 소매업에 종사해 왔고,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 사건 가게의 경비를 담당하였던 대한경보의 약관에 이 사건 면책약관과 동일한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정 및 원고가 2003년 8월경 이 사건 가게를 리모델링하면서 진열장 밑에 금고들을 들여놓고 그 중 2개에 금고감지기가 부착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면책약관이 귀금속 소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는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라거나 원고가 위 면책약관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

셋째, 약관 설명의무가 약관내용 자체가 명료하다고 하여 면제되는 것은 아니고, 이 사건 면책약관이 다른 약관 규정에 비해 비교적 큰 활자로 표시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알아보기 쉽게 표시한 것에 불과하여 이를 근거로 피고가 구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2007. 8. 3. 법률 제86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2항 소정의 약관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라. 결국, 앞서 본 몇 가지의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면책약관이 사업자의 개별적인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지 않음을 전제로 하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약관 설명의무의 요건 및 소극적 요건의 입증책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였거나 그로써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그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경보음이 울려 이 사건 건물 3층에 거주하는 원고가 침입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로 인해 원고가 반드시 피해발생을 막거나 줄일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경비기기의 작동불량과 원고의 도난 피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 또한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가 설치한 기기에서 아무런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고, 2007. 2. 27. 03:40:31에 이 사건 가게에 설치된 기기에서 이상신호를 접수하고 피고의 출동요원이 약 2분 14초 후인 03:42:45에 위 가게에 도착하였으나 범인들은 이미 귀금속을 절취하여 달아난 뒤였으며, 원고는 이 사건 가게와 같은 건물 3층에 거주하였다는 것이다.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경비기기가 작동하여 경보음이 울렸을 경우, 범인들로 하여금 초조하게 만들어 범행을 지속하기 어렵게 하거나 서두르게 하여 범행시간을 짧게 하는 효과가 있음이 분명하고(이 사건 사고와 같이 짧은 시간에 범행이 이루어지는 절도사건의 특성상 불과 몇 십초 사이에 절취범행으로 인한 피해가 의미 있게 확대될 수 있다), 같은 건물 3층에 거주하는 원고와 그의 가족 또는 인근 주민, 행인 등이 피고의 출동요원이 도착하기 전에 이 사건 가게로 오거나 범인들을 추적하는 등의 방법으로 범인들이 범행현장을 완전히 이탈하기 전에 피해의 방지 내지 축소, 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던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현저하게 높아진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경비기기의 작동불량과 원고의 도난 피해 발생 및 그 확대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다. 그럼에도 이와 다른 판단을 한 원심판결에는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 역시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차한성(재판장) 박시환(주심) 안대희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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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10.1.28.선고 2009나4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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