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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도7783 판결

[업무상배임][미간행]

판시사항

[1] 배임죄에서 ‘배임행위’와 ‘재산상 손해를 가한 때'의 의미

[2] 피고인이 갑 회사와 을 회사의 주식매수청구권 계약과 관련하여 이사회의 결의 없이 갑 회사와 동일 기업집단 내 계열사 명의의 손실보상각서를 작성하여 준 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A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B외 4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피고인 및 변호인들의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함께 본다.

1.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에 관한 주장에 대한 판단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므로 배임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 또는 신분이 있는 자이고, 이 경우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며 그러한 행위가 법률상 유효한가 여부는 따져 볼 필요가 없고, 한편 배임죄에 있어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고,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본인의 전(전) 재산 상태와의 관계에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하며, 따라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여 당해 배임행위가 무효라 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배임행위로 인하여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가하였거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 해당되어 배임죄를 구성한다 (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도3013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을 인정하고, 이에 의하여 피고인이 그룹 최고경영자 등의 지시를 단순히 이행한 데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주식매수청구권 계약 체결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고 이를 주도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원심은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그 판시 사정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각서는 C 주식회사(이하 ‘C’라 한다)가 캐나다 임페리얼 상업은행(Canadian Imperial Bank of Commerce, 이하 ‘CIBC’라 한다)과 이 사건 주식매수청구권 계약을 체결하고 장래에 CIBC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응하여 주식재매수대금을 지급하게 될 경우 그로 인하여 C가 부담하게 될 경제적 비용이나 손실 등을 D 주식회사(이하 ‘D’라 한다)와 E 주식회사(이하 ‘E’라 한다)가 연대하여 법률적으로 인수하겠다는 취지를 약정한 것으로서, 그러한 약정은 CIBC의 매수청구권 행사 여부에 따라 D 및 E로서는 수천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손실보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도 있는 중요사항임에도 피고인은 C에 이 사건 약정의 의사가 표시된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하여 제공하면서 E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였고, C로서도 당시 E의 이사회가 이 사건 약정에 대한 결의를 하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었으므로, 이 사건 약정은 계약으로서 유효하기 위해 필요한 E의 이사회 결의가 없어 E에 대하여 그 효력이 없으나, 피고인이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여 E에 대하여 결과적으로 법적 효력이 없게 되는 이 사건 각서를 제공함으로써 그 효력을 오신한 C로 하여금 이 사건 주식매수청구권 계약을 체결하게 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결국 C로 하여금 이 사건 주식의 재매수대금을 지급하게 하는 손해를 입혔으므로, 이는 E의 주식거래 중개 업무와 관련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할 것이고, E는 C에 민사소송에서 확정된 금액 상당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심은, F그룹 소속의 C, D, E의 대표이사는 F그룹 차원의 문제해결에 앞서서 상법상의 주식회사로서 부담과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는 점, E는 C의 주식재매수계약 체결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얻게 되는 이익이 없음에도 피고인은 C에 대하여 의무만 부담하는 내용의 이 사건 각서를 작성·제공하였고, 그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에 대하여 어떠한 보전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각서의 작성·제공 여부에 관하여 E의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아니함으로써 이사회가 이 사건 각서의 작성·제공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은 점 등과 이 사건 각서의 작성 경위 및 그로 인한 결과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각서를 작성·제공한 것은 E의 대표이사로서 임무에 위배한 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은 그로 인하여 E에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배임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고, 그 밖의 상고이유의 요지는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이나 사실의 인정을 탓하는 취지의 것으로서,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으므로,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2. 증거결정 취소에 관한 주장에 대한 판단

증거신청의 채택 여부는 법원의 재량으로서 법원이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조사하지 아니할 수 있는 것이므로(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282 판결 참조), 원심이 피고인 측의 신청에 따라 증인으로 채택하였던 G와 H에 대한 증거결정을 취소하였다고 하여 반드시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기록에 의하면 위와 같은 증거결정의 취소로 인하여 원심이 불충분한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증거결정의 취소로 인한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 위반이 없다.

3. 배임죄에 있어 손해액 등의 특정에 관한 주장에 대한 판단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제1심판결의 범죄사실에서 이 사건 업무상배임죄로 인한 재산상 이득 및 손해에 관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각서를 제공함으로써 제3자인 D로 하여금 이 사건 주식을 CIBC에 매도함에 따른 유동성 확보라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는 한편, 본인인 E에게 3년 후 CIBC의 주식환매청구권 행사에 기한 C의 경제적 부담을 E가 책임지게 됨에 따른 손해를 가하였다”고 적시하고 있고, 원심판결은 제1심판결의 범죄사실을 인용하면서 그 판결이유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각서를 C에게 작성·제공함으로써 E는 C에게 민사소송에서 확정된 금액 상당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판시하였다.

피고인에 대하여 업무상배임죄로 공소제기된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 및 제1심이 피고인의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D가 얻게 되는 이득과 E가 입게 되는 손해에 관하여 위와 같이 설시하여 그 대상과 범위를 정해 놓았다면, 설사 그 각 액수를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았다고 하여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와 견해를 달리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양승태 김지형(주심) 전수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