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상비밀누설][공1996.7.1.(13),1934]
[1] 공무상비밀누설죄의 객체와 보호법익
[2]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실태에 관한 감사원 보고서의 내용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
[1] 형법 제127조 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고, 동 조에서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이란 반드시 법령에 의하여 비밀로 규정되었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하지 아니하고 정치, 군사, 외교, 경제,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하는 것이나, 동 조에서 말하는 비밀이란 실질적으로 그것을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본죄는 기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엄수의무의 침해에 의하여 위험하게 되는 이익, 즉 비밀의 누설에 의하여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2] 감사원 감사관이 공개한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실태에 관한 감사원 보고서의 내용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
피고인
검사
변호사 박인제 외 4인
상고를 기각한다.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형법 제127조 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고, 동 조에서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이란 반드시 법령에 의하여 비밀로 규정되었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하지 아니하고 정치, 군사, 외교, 경제,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하는 것이나 ( 대법원 1981. 7. 28. 선고 81도1172 판결 , 1982. 6. 22. 선고 80도2822 판결 각 참조), 동 조에서 말하는 비밀이란 실질적으로 그것을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본죄는 기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엄수의무의 침해에 의하여 위험하게 되는 이익, 즉 비밀의 누설에 의하여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것이다.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감사는 1989. 4.말 공소외 이태영이 감사원 제2국장으로 부임하면서 부동산투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정부에서 토지공개념 도입 등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고,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실태에 관하여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하에서 이에 부응하기 위하여 당초의 1989년도 연중감사계획을 수정하여 기획입안한 것으로 부동산관련 세제의 실제 운용실태,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현황, 과세실태, 법령상 개선사항 등을 파악하고자 한 것이었고, 피고인이 공개하였다는 실지감사귀청보고서는 감사대상기관을 "국세청(법인의 비업무용 부동산 취득에 대한 과세실태)"으로 하고, 조사결과의 개황에서 38개 조사대상법인 중 23개 법인의 부동산 총 보유면적과 사용현황을 밝히는 한편 이에 부수하여 "한국은행감독원의 국회제출자료(89. 5. 18.)와 대비"라는 제목하에 은행감독원의 조사결과는 30대 재벌 520개 법인의 비업무용 토지 비율이 총 보유면적의 1.2%이고, 감사원의 조사결과는 그 비율이 43.3%라고 기재하여 대비한 다음 "법인의 부동산 투기는 관계 기관의 발표내용보다 훨씬 심각한 실정임"이라고 단서를 달았고, 계속하여 법인별로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과세누락 명세를 개요와 면적, 추징세액 등을 표시하여 기재하였으며, 다음으로 "법령상 개정이 요구되는 사항"으로서 감사과정에 드러난 법령의 모순점을 사항별로 지적하였고, 마지막으로 처리의견으로 "법인에 의한 부동산투기는 관계 기관의 공식적인 발표내용보다 훨씬 심각하나 이미 정부에서 토지공개념 도입을 입법추진 중이고 재무부에서도 세법개정 예정에 있으므로 차기 감사자료로 하기로 하였다"라는 내용이라는 것이고, 한편 위 보고서에서 인용하고 있는 은행감독원의 조사결과는 주거래은행이 보고한 내용을 아무 검증 없이 취합만 하여 1989. 5. 18. 국회에 제출한 것인데, 국세청이 정부의 5. 8. 조치에 따라 같은 기준에 의하여 조사하여 1990. 8.경 발표한 48대 그룹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비율은 35.3%였다는 것인바, 위 보고서의 내용 중 은행감독원의 자료는 이미 국회에 제출되어 공개된 것이고, 법령상 개선사항은 추상적 의견에 불과한 것이어서 비밀이라 할 수 없으며, 나머지 개별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실태 역시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 당시 부동산투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정부에서 토지공개념 도입 등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었고,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실태에 관하여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하에서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실태가 공개되는 것이 국민 전체의 이익에 이바지한다 할 수 있을 뿐 그러한 사항이 공개됨으로써 국가의 기능이 위협을 받는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보고서의 내용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라고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원심의 이러한 조치는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보고서를 공개함으로써 은행감독원이나 감사원의 공신력에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로 국가의 기능이 위협을 받는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이 사건 보고서가 처리과정 중에 있는 중간문서라고 볼 수 없음은 물론 처리 중에 있는 문서라고 하여도 그 때문에 그 내용이 당연히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으며, 피고인이 자신에 대한 인사에 관한 불만으로 이 사건 보고서를 공개하였다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므로, 거기에 어떠한 법리오해의 잘못도 없다. 그 밖에 원심판결이 경험칙에 반하는 증거판단을 하여 채증법칙을 위반한 잘못도 없다.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