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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0도6310 판결

[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등)·국가보안법위반(회합·통신등)·국가보안법위반(편의제공)][미간행]

판시사항

[1] 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3조 에 의하여 같은 법이 우선하여 적용되는 ‘다른 법률’에 국가보안법이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및 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되기 위한 요건과 판단 기준

[2]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 에서 정한 ‘기밀’의 개념과 판단 기준

[3] 국가보안법 제9조 제2항 에서 정한 ‘편의제공의 죄’의 성립요건

[4] 국가보안법 제8조 제1항 에서 정한 ‘회합·통신 등의 죄’의 성립요건과 판단 기준

[5]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에서 정한 ‘찬양죄’의 성립요건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진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 및 찬양의 점에 대한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검사의 2009. 2. 통신연락의 점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교류목적의 인정과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등 부분

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2005. 5. 31. 법률 제753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는 “남한과 북한과의 왕래·교역·협력사업 및 통신역무의 제공 등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관하여는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이 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2005. 5. 31. 개정된 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2009. 1. 30. 법률 제93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는 “남한과 북한과의 왕래·접촉·교역·협력사업 및 통신역무의 제공 등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관하여는 이 법률의 목적 범위 안에서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이 법을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개정 전후의 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3조 가 우선하여 적용되는 ‘다른 법률’에는 국가보안법도 포함된다. 다만 그 우선 적용을 위해서는 남한의 주민이 북한의 주민과 회합·통신, 그 밖의 방법으로 접촉하는 행위가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서 ‘정당하다고 인정’되거나 ‘위 법률의 목적 범위 안’에 있어야 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와 같은 행위를 하게 된 경위, 같은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신고 등을 하였는지 여부, 행위 전후의 행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도915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법헌법에 위배되는 법률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국가보안법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3조 소정의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은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헌법상의 평등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라거나 교류목적의 인정과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있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나. 위험성 및 미필적 인식 대상·범위에 관한 법리오해 부분

(1) 각 국가보안법 위반(편의제공)의 점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 에 정해진 기밀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방면에 관하여 반국가단체에 대하여 비밀로 하거나 확인되지 아니함이 대한민국의 이익이 되는 모든 사실, 물건 또는 지식으로서 그것들이 국내에서의 적법한 절차 등을 거쳐 이미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실, 물건 또는 지식에 속하지 아니한 것이어야 하고, 또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기밀로 보호할 실질가치를 갖춘 것이어야 한다 ( 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0도5442 판결 등 참조). 다만 공지된 것인지 여부는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나 통신수단 등의 발달 정도, 독자 및 청취의 범위, 공표의 주체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아 반국가단체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더 이상 탐지·수집이나 확인·확증의 필요가 없는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누설할 경우 실질적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는 그 기밀을 수집할 당시의 대한민국과 북한 또는 기타 반국가단체와의 대치현황과 안보사항 등이 고려되는 건전한 상식과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며, 그 기밀이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누설되는 경우 반국가단체에는 이익이 되고 대한민국에는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성이 명백하다면 이에 해당한다 (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도9094 판결 등 참조).

한편 국가보안법 제9조 제2항 에서 정한 편의제공의 죄는 같은 법 제3조 내지 제8조 의 죄를 범하거나 범하려는 자라는 정을 알면서 금품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잠복·회합·통신·연락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편의를 제공한 때에 성립하는데, 여기서 편의 제공의 상대방이 국가보안법 제3조 내지 제8조 의 죄를 범하거나 범하려는 자라는 정에 대하여는 확정적 인식까지는 필요 없고 미필적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 충분하다.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판시와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공소외 1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구성원으로서 대한민국의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하려는 자라는 정을 알았거나 적어도 이에 대한 미필적 인식은 있었다고 할 것인데, 피고인이 제1심 판시 기재와 같이 공소외 1에게 공소외 2 명의의 여권 등을 제공한 것은 국가보안법 제9조 제2항 의 편의제공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국가기밀 및 그 수집에 관한 해석이나,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하려는 자에 대한 고의 및 미필적 인식의 범위와 그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각 국가보안법 위반(회합·통신등)의 점(무죄 부분 제외)

국가보안법 제8조 제1항 에서 정한 회합·통신 등의 죄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연락을 하고, 그 회합 등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을 때 성립한다 ( 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한편 행위자에게 이러한 정에 대한 인식이 있었는지 여부는 회합·통신 등 연락의 경위, 대화·연락의 내용 및 그 전후 사정 등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 인식은 상당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그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인식하거나 또는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미필적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 충분하며 반국가단체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거나 이를 의욕할 것까지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1도2209 판결 ,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도9094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이 사건 국가보안법 위반(회합·통신등)의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지 못하였다는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하여, 피고인이 제1심 판시 기재와 같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즈음하여 그와 관련한 대한민국의 동향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여 대남공작원인 공소외 1에게 이메일로 보내준 것이나, 해병대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여 공소외 1에게 이메일로 보내준 것은, 대한민국 내부의 사정을 잘 아는 대한민국의 국민인 피고인이 대한민국의 정치·외교·군사 등에 관련된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수집하여 이를 제공한 것으로서,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그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는 피고인의 행위에 대하여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는 행위에 해당함을 판단하면서 아울러 피고인에게 그와 같은 행위에 대한 인식이 있었음에 대한 판단을 전제로 하여 이를 다투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는 취지로 보이고,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결론은 앞서 본 법리에 부합되며,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성에 대한 인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다. 양형부당 부분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2009. 2. 통신연락의 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국가보안법이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해석 원리는 국가보안법 제8조 에서 정하고 있는 회합·통신 등의 죄에 대하여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도9152 판결 ,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320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의 2009. 2. 통신연락 행위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나. 찬양의 점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의 찬양죄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하면 성립되는 것으로서, 그 행위에 다른 목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반국가단체가 이를 우리 내부의 교란책 등으로 악용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우리나라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것에 해당한다 (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1도2209 판결 ,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도9094 판결 등 참조).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원심 판시와 같이 자카르타 주재 북한대사관 직원이자 대남공작원으로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인 공소외 1에게 2005. 9. 초순경 공소외 2 명의의 대한민국 여권, 2006. 11.경 국내정밀지도가 수록된 시디 1세트 등을 제공하는 등으로 국가보안법 위반(편의제공)의 범죄를 저지르던 중, 2007. 1.경 컴퓨터를 이용하여 공소외 1이 건넨 메모지에 있는 내용을 토대로 김정일의 생일 축하편지를 작성한 후 공소외 1에게 이메일로 전송한 사실, 그 후 피고인은 2009년에 이르도록 원심 판시와 같이 공소외 1과 관련된 국가보안법 위반(편의제공 및 회합·통신등)의 범죄를 지속적으로 저지른 사실, 한편 피고인은 위 편지 중에 “김정일의 탁월한 지도력에 감사드리며 제시하는 방향이 우리 인민이 사는 길이라 생각하고 끝까지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다. 조국 통일의 밝은 미래를 위해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의 건강을 기원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편지의 내용 등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위 편지는 비록 생일 축하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김정일의 체제와 그가 제시·추진하는 통일 노선을 비롯한 정책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치켜세우고 이에 찬성하여 적극적으로 따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서, 피고인이 이러한 편지를 작성, 전송한 행위의 앞뒤로 상당히 오랫동안 북한 대남공작원인 공소외 1과 관련된 국가보안법 위반(편의제공 및 회합·통신등)의 범죄를 저지르던 가운데 그와의 의사연락을 거쳐 위 편지를 작성, 전송하는 행위를 한 것은 단순히 의례적·사교적 차원을 넘어서서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반국가단체 내지 그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하는 것에 해당하고 그 행위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명백한 위험성도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인의 행위를 단순히 의례적인 것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명백한 위험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의 찬양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한편 원심이 들고 있는 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4도4899 판결 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하여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다. 유죄 부분

검사는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이 부분에 대하여는 법정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상고장에도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다.

3. 파기의 범위

수개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항소심이 일부는 유죄, 일부는 무죄의 판결을 하고 그 판결에 대하여 피고인 및 검사 쌍방이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유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고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만 이유 있는 경우, 항소심이 유죄로 인정한 죄와 무죄로 인정한 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면 항소심판결의 유죄 부분도 무죄 부분과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7도2733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의하면, 원심판결 중 찬양의 점에 대한 무죄 부분이 파기를 면할 수 없는 이 사건에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과 위 무죄 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그 전체에 대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 및 위 무죄 부분을 함께 파기하여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 및 찬양의 점에 대한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검사의 2009. 2. 통신연락의 점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이상훈 김용덕(주심)

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4.28.선고 2010노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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