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2019다276307 손해배상(기)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혜인
담당변호사 서중희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신원
담당변호사 김진욱
서울고등법원 2019. 9. 18. 선고 2019나2016862 판결
2020. 11. 26.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주장(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원고들이 각각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범죄사실로 체포·구속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복역하였으나, 수사과정에서 위법한 체포와 구금·가혹행위 · 불리한 진술의 강요를 비롯한 국가기관의 위법행위가 있었고 이로 인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데도 원고들과 관련자들이 임의성 없는 진술을 하여 원고들에게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다고 보아, 원고들이 그 복역 등으로 인하여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 피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국가의 불법행위책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소멸시효에 관한 주장(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 중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 · 조작의혹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48 등 결정)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위헌결정의 효력은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이나 같은 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 · 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위헌결정 당시까지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경우에도 미친다. 따라서 그러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766조 제2항에 따른 10년의 소멸시효 또는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구 예산회계법 (1989. 3. 31. 법률 제410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1조 제2항]에 따른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3368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판단한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의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는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에서 말하는 중대한 인권침해사건 · 조작의혹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에 해당하고 원고들의 소가 위 헌법재판소 2014헌바148 등 결정 선고 전에 법원에 계속되어 있었으므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서는 민법 제766조 제2항이나 구 예산회계법 제71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에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이 정한 단기소멸시효만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수사과정에서 이루어진 가혹행위 등 위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고, 원고들이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여 2013년 8월과 같은 해 9월 원고들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이후에야 비로소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원고들이 그로부터 3년 이내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은 기록상 분명하므로, 원고들의 청구에 관하여 단기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의 결론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위자료 산정과 지연손해금 기산점에 관한 주장(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가.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할 경우, 피해자의 연령, 직업, 사회적 지위, 재산과 생활상태,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과실 정도 등 피해자 측의 사정과 아울러 가해자의 고의·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와 원인, 불법행위 후의 가해자의 태도 등 가해자 측의 사정까지 함께 참작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하고, 법원은 이러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위자료 액수를 확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41377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다77149 판결 등 참조).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지나 위자료를 산정할 때 반드시 참작해야 할 변론종결 시의 통화가치 등에 불법행위 시와 비교하여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는 예외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 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처럼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사실심 변론종결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불법행위 시부터 지연손해금이 가산되는 원칙적인 경우보다 배상이 지연된 사정을 적절히 참작하여 사실심 변론종결 시의 위자료 원금을 산정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등 참조).
한편 제1심판결에서 위와 같이 배상이 지연된 사정을 참작하여 제1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위자료를 산정하였는데 항소심이 항소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새로이 위자료를 산정하지 않고 제1심판결의 위자료 액수를 그대로 유지한 경우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위자료 산정의 기준일인 제1심 변론종결일부터 발생한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3다205174 판결 참조).
나. 제1심은 그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제1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위자료를 산정하고 제1심 변론종결일부터 그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이러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위자료 산정에 관하여 사실심법원이 갖는 재량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지연손해금의 기산점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소의 이익에 관한 주장(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가. 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2015. 5. 18. 법률 제132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민주화보상법'이라 한다) 제18조 제2항은 "이 법에 의한 보상금등의 지급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구 민주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헌 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80 등 결정)을 선고하였다. 그 결정은 위와 같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가분적 부분인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 부분을 위헌으로 선언함으로써 그 효력을 상실시켜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일부가 폐지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일부위헌 결정으로서 법원에 대한 기속력 이 있다(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다249589 판결 참조). 이러한 위헌결정의 효력은 그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심판제청(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8. 27.자 2014카기50818 결정)이 이루어진 이 사건에 미친다(대법원 1992. 2. 14. 선고 91누1462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원고들이 구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하고 보상 금 등을 수령하였더라도 정신적 손해인 위자료에 대해서까지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소의 이익이 없다.는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소의 이익과 위헌결정의 효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대법관노태악
대법관김재형
주심대법관민유숙
대법관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