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철거등·소유권이전등기][공2009상,571]
[1] 소유권의 사용·수익 권능을 대세적으로 포기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토지에 관한 사용수익권의 채권적 포기를 이유로 그 토지의 반환청구 등을 배척할 수 있는 경우
[1] 소유권은 외계 물자의 배타적 지배를 규율하는 기본적 법질서에서 그 기초를 이루는 권리로서 대세적 효력이 있으므로, 그에 관한 법률관계는 이해당사자들이 이를 쉽사리 인식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정하여져야 한다. 그런데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사용·수익의 권능이 소유자에 의하여 대세적으로 유효하게 포기될 수 있다고 하면, 이는 결국 처분권능만이 남는 민법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유형의 소유권을 창출하는 것으로서, 객체에 대한 전면적 지배권인 소유권을 핵심으로 하여 구축된 물권법의 체계를 현저히 교란하게 된다. 종전의 재판례 중에는 타인의 토지를 도로 등으로 무단 점용하는 자에 대하여 소유자가 그 사용이득의 반환을 사후적으로 청구하는 사안에서, 이른바 공평을 이념으로 한다는 부당이득법상의 구제와 관련하여 그 청구를 부인하면서 소유자의 ‘사용수익권 포기’ 등을 이유로 든 예가 없지 않다. 그러나 그 당부는 별론으로 하고, 그 논리는 소유권의 내용을 장래를 향하여 원만하게 실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여 소유권의 보호를 위한 원초적 구제수단인 소유물반환청구권 등의 물권적 청구권과는 무관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2] 토지의 소유권자가 그 토지에 관한 사용수익권을 점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채권적으로 ‘포기’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이 점유자의 사용·수익을 일시적으로 인정하는 취지라면, 이는 사용대차의 계약관계에 다름아니다. 그렇다면 사용대주인 소유권자는 계약관계의 해지 기타 그 종료를 내세워 토지의 반환 및 그 원상회복으로서의 건물의 철거( 민법 제615조 참조)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용수익권의 채권적 포기를 이유로 위 청구들이 배척되려면, 그 포기가 일시적인 것이 아닌 영구적인 것이어야 한다.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영광 담당변호사 김희석외 1인)
진주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경 담당변호사 김기한외 3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이 사건 토지는 원래 소외인의 소유이었는데 그가 2006. 7. 20. 사망하여 원고가 위 토지를 단독으로 상속한 사실, 소외인이 1982년경에 피고에 대하여 피고가 위 토지 위에 농촌지도소 사무실로 쓸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하여 그 부지로 위 토지를 사용하는 것을 승낙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토지가 소재하는 진성면의 면민들이 1982년에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하기 위하여 각 부락별로 일부 금원을 갹출한 바 있고, 피고가 1982년경부터 2003년경까지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이던 소외인에 대하여 세금을 전혀 부과하지 아니하였으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때까지 원고가 피고의 이 사건 토지 사용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을 청구한 사실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 점을 들어, 원고가 위 토지를 피고의 위 건물 건축 및 사용에 제공함으로써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이 사건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납득하기 어렵다.
가. 소유권은 외계 물자의 배타적 지배를 규율하는 기본적 법질서에서 그 기초를 이루는 권리로서 대세적 효력이 있으므로, 그에 관한 법률관계는 이해당사자들이 이를 쉽사리 인식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정하여져야 한다. 그런데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사용·수익의 권능이 소유자에 의하여 대세적으로 유효하게 포기될 수 있다고 하면, 이는 결국 처분권능만이 남는 민법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유형의 소유권을 창출하는 것으로서, 객체에 대한 전면적 지배권인 소유권을 핵심으로 하여 구축된 물권법의 체계를 현저히 교란하게 된다.
종전의 재판례 중에는 타인의 토지를 도로 등으로 무단 점용하는 자에 대하여 소유자가 그 사용이득의 반환을 사후적으로 청구하는 사안에서 이른바 공평을 이념으로 한다는 부당이득법상의 구제와 관련하여 그 청구를 부인하면서 소유자의 ‘사용수익권 포기’ 등을 이유로 든 예가 없지 않다. 그러나 그 당부는 별론으로 하고, 그 논리는 소유권의 내용을 장래를 향하여 원만하게 실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여 소유권의 보호를 위한 원초적 구제수단인 소유물반환청구권 등의 물권적 청구권과는 무관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원고가 그 소유권에 기하여 이 사건 건물의 철거 및 이 사건 토지의 인도를 구하는 것을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를 이유로 배척한 원심의 조치에는 소유권이나 그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나. 나아가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소외인 또는 원고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사용수익권을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 채권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이해하더라도, 그 판단에는 수긍할 수 없다.
소외인 등이 위와 같이 그 사용수익권을 채권적으로 ‘포기’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이 피고의 사용·수익을 일시적으로 인정하는 취지라면, 이는 사용대차의 계약관계에 다름아니다. 그렇다면 사용대주인 소외인 등은 계약관계의 해지 기타 그 종료를 내세워 이 사건 토지의 반환 및 그 원상회복으로서의 이 사건 건물의 철거( 민법 제615조 참조)를 청구할 수 있다(다만 이 사건에서는 반환시기를 약정하였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바, 그렇다면 민법 제613조 제2항 에 따라 “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에 의한 사용수익이 종료”하였는지, 또 “사용수익에 족한 기간이 경과”하였는지( 민법 제613조 참조) 등을 심리·판단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여 둔다).
그러므로 사용수익권의 채권적 포기를 이유로 이 사건 청구들이 배척되려면, 그 포기가 일시적인 것이 아닌 영구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원심이 드는 사정만으로는 그러한 영구적 포기를 인정할 수 없다. 이 사건 건물의 신축비용을 누가 부담하였는가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법률관계에 일반적으로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어도 이는 2003년까지만이라는 것이므로 이는 오히려 그 포기가 영구적이 아님을 시사한다. 나아가 소외인 등이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때까지 피고의 이 사건 토지 사용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을 청구한 사실이 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고 하여도, 이러한 권리불행사만으로 권리 자체의 포기를 시인할 수 없다. 갑 제4호증에 의하면, 소외인은 생전의 2004년 4월에 “작금에 와서는 농촌지도소로 사용하지 않고 있으므로 본인은 현 시점에서 본인의 의사와 부합되지 않게 사용되고 있는 토지의 권리를 다시 회수코자 한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피고측에 보낸 사실이 인정되므로, 소외인 등이 이 사건 제소시까지 피고의 이 사건 토지 사용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고 할 수도 없다.
그 한도에서 역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를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조치에는 사용대차 또는 물건의 이용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3. 결국 원심이 피고와의 사용대차관계의 종료를 이유로 그 소유권에 기하여 이 사건 건물의 철거 및 이 사건 토지의 인도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를 이유로 배척한 조치에는 소유권이나 그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 또는 사용대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정당하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