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제67호)]
가.교육위원 및 교육감의 선거인단을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전원으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법률조항이 선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나.위 법률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다.위 법률조항이 교육의 자주성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가.(1)이 사건 법률조항(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62조 제1항)에서 교육위원 및 교육감의 선거인단을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전원으로 구성하도록 한 것은, 기본적으로 과거의 교육위원 등 선출제도에서 드러난 단점과 폐해를 보완·시정하기 위한 것으로서, 교육위원 및 교육감 선거인을 획기적으로 증원함으로써 금품수수 등 선거비리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직선제적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교육위원 및 교육감의 주민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2)지방교육자치의 영역에서는 주민자치의원칙이라는 민주주의적 요청만을 철저하게 관철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교육자치의 특성상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요청이 일부 후퇴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적으로 용인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교육위원 및 교육감의 선거인단을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전원으로 하고 있는 것은, 지방교육자치제에서 요구되는 교육의 자주성에 대한 요청과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요청 사이의 조화를 꾀하기 위한 것으로서, 비록 주민의 대표성이나 주민자치의 원칙의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입법부에 주어진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 내의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주민자치의 원칙을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나.이 사건 법률조항이 초·중등교육법 제31조 소정의 일정한 학교에만 설치되어 있는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로 교육위원 및 교육감 선거인단을 구성한 것은, 교육자치의 특성 및 현실적
여건 등을 고려한 것으로서 정당화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은 누구든지 지역위원으로 선출되어 교육위원 및 교육감 선거권을 부여받는 길도 열려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선거권을 갖지 못한 나머지 지역주민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비록 일부 교육당사자가 교육위원 및 교육감의 선거과정에서 배제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현실적인 여건 등을 고려한 것으로서 정당화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선거는 교육의 자주성을 구현하기 위한 한 방편에 불과한 것으로서, 그 밖에도 교육정책의 결정 및 집행과정에서 의견제출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한 참여에 의하여 교육의 자주성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 보장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교육의 자주성이 침해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3조, 제8조 제1항·제2항, 제20조, 제21조, 제22조
초·중등교육법 제31조, 제32조 제1항·제2항·제3항, 제34조
가. 헌재 2000. 3. 30. 99헌바113 , 판례집 12-1, 359
헌재 1997. 6. 26. 96헌마89 , 판례집 9-1, 674
청 구 인 1. 박○구 외 3인 (2000헌마283)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김인만 외 2인
2. 안○필 외 120인 ( 2000헌마778 )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김연수 외 1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2000헌마283 사건
청구인들은 각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및 유치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학부모들로서, 교육위원 및 교
육감의 선거인단을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전원으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62조 제1항이 자신들의 선거권, 평등권 등을 침해하고 교육의 자주성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면서, 2000. 4. 2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2000헌마778 사건
청구인들은 대전광역시 시민들로서, 위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2000. 12. 19. 실시되는 대전광역시 교육감선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자, 위 법률조항이 자신들의 선거권, 평등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2000. 12. 1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62조 제1항(2000. 1. 28. 법률 제6216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여부이고, 그 규정내용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1) 심판대상조항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62조(선거인단의 구성 등)
① 교육위원 또는 교육감의 선거인단은 선거일공고일 현재 초·중등교육법 제31조(학교운영위원회의 설치)의 규정에 의한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전원(이하 “학교운영위원회선거인”이라 한다)으로 구성한다.
② 생략
(2) 관련조항
초·중등교육법 제31조(학교운영위원회의 설치)①학교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지역의 실정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창의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국·공립 및 사립의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및 특수학교에 학교운영위원회를 구성·운영하여야 한다.
②국·공립학교에 두는 학교운영위원회는 당해 학교의 교원대표·학부모대표 및 지역사회 인사로 구성한다.
③국·공립 및 사립학교에 두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원정수는 5인 이상 15인 이내의 범위안에서 학교의 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동법 제34조(학교운영위원회의 구성·운영)①제31조의 규정에 의한 학교운영위원회 중 국립학교에 두는 학교운영위원회의 구성·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공립학교에 두는 학교운영위원회의 구성·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안에서 시·도의 조례로 정한다.
②사립학교에 두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원구성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기타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정관으로 정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과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학교운영위원회는 초·중등교육기관에만 설치되어 있고, 유치원 등 유아교육기관이나 사설학교, 고등공민학교, 고등기술학교 등에는 설치되어 있지 않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원은 학부모 및 교원들에 의하여 선출되고, 그 선출과정에 학부모나 교원이 아닌 지역주민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운영위원회는 당해 학교와 관련되어 있는 학부모 및 교원들의 대의기관에 불과할 뿐, 지역주민의 대표성을 지닌 대의기관으로 볼 수 없음에도, 이러한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원들이 교육 및 학예에 관하여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는 교육감과 교육위원을 선출하도록 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주민자치의 원칙에 위배되어 지역주민의 자치권과 선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2)이 사건 법률조항은 지방자치단체의 기구인 교육감과 교육위원의 선거권을 지역주민 전체 또는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에 부여하지 아니하고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에게 부여함으로써,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된 지역주민 또는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을 선출할 권한이 있는 지역주민들만 선거권을 가지게 되므로, 선거권을 가지지 못한 나머지 지역주민들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
(3)이 사건 법률조항은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집행기관인 교육감 및 교육위원을 선출함에 있어,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이나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의 선출권한이 있는 일부 교육당사자들만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학교운영위원회가 설치되지 않는 영·유아교육기관이나 사회교육기관 등의 교육당사자들의 참여가 불가능하게 되어 교육의 자주성을 훼손하고 있다.
나.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의견
(1)청구인들은 교육감 및 교육위원의 선출과정에 학부모나 교원이 아닌 지역주민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지역주민이면 누구든지 학교운영위원회의 지역위원으로 선출되어 교육위원·교육감 선거권을 부여받을 수 있어 지역주민의 의사가 반영될 여지가 얼마든지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2)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로서 그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자치단체 내에 별도의 집행기관을 두도록 한 현행법체계를 감안해 볼 때, 교육감이 주민직선이나 또는 대의기관에 의한 간접선거
에 의해 선출되지 않았다 해서 이것이 주민자치의 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헌법 제24조에 의한 선거권의 보장은 반드시 모든 국민이 모든 선거에서 선거권을 가져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선거의 목적이나 특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지방자치단체의 대표가 아닌 당해 지방자치단체 내의 한 집행기관으로서 교육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해 설치한 교육감을 어떻게 선출 또는 임명할지는 정책적인 문제라고 할 것이므로, 교육감의 선출을 전체의 지역주민이 하도록 하기보다는 직접적으로 교육에 관계되는 자들로 하게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선거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
(3)영·유아교육기관이나 사회교육기관 등은 우리 나라의 교육체계상 기간제 정규교육기관에 해당되지 않아, 그 실체 및 개념을 정의하기가 어렵고, 교육인적자원부 및 교육감의 관할이 아닌 경우도 있어, 그 관할도 일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규모나 시설 등에서 차이가 천차만별이어서 어느 정도까지를 교육기관으로 보고 선거권을 부여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얻기도 어려우므로, 현행 교육체계상 정규교육기관으로 인정하고 있는 초·중등교육법 제31조에 규정된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에게만 교육감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하여 교육의 자주성을 훼손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또한 교육감선출권은 교육당사자들이 교육에 대해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여러 방법 중의 하나로서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서 얼마든지 의견제출 등을 통한 교육에의 참여가 보장되므로, 교육위원 및 교육감 선출과정에서 제외된 것만으로 교육의 자주성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3. 판 단
가. 교육위원 및 교육감 선출제도의 변천
1991년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정 이후에 교육위원 및 교육감 선출제도가 변천된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91. 3. 8. 법률 제4347호로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이 제정되면서, 시·도 단위의 교육자치를 실시함에 있어 그 심의·의결기관으로 교육위원회를, 그 집행기관으로 교육감을 두도록 하였는바, 교육위원은 각 시·군·구의회에서 2인씩 추천한 후보자 중에서 시·도의회에서 선출하도록 하고, 교육감은 당해 교육위원회에서 선출하도록 하였다(5조, 28조).
그 후 1997. 12. 17. 법률 제5467호로 위 법률이 개
정되어, 초·중등교육법 제31조의 규정에 의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선출한 선거인과 교육기본법 제15조의 규정에 따라 시·도에 조직된 교원단체에서 추천한 교원인 선거인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에서 교육위원과 교육감을 선출하도록 하였다(제5조, 제28조).
그런데 다시 2000. 1. 28. 법률 제6216호로 위 법률이 전면개정되면서, 교육위원 또는 교육감의 선거인단은 선거일공고일 현재 초·중등교육법 제31조의 규정에 의한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전원으로 구성하도록 하여(제62조 제1항), 현재에 이르고 있다.
나. 교육위원회 및 교육감의 지위와 권한
(1) 교육위원회의 지위와 권한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3조에 의하면, 교육위원회는 시·도의 교육·학예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관이다.
교육위원회의 법적 성격은 지방자치단체의 최고의결기관인 시·도지방의회로부터 교육·학예에 관한 의결권을 수임받아서 행하는 위임형 의결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위원회는 당해 시·도의 교육·학예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바, 그 중 시·도의회에서 의결할 조례안, 예산안 및 결산, 특별부과금 등의 부과와 징수에 관한 사항, 기채안 등 주민의 권리·의무에 관련된 사항은 이를 사전에 심의하여 시·도의회에 제출하고, 그 밖에 기금의 설치·운용,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재산의 취득·처분 등에 관한 사항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의·의결한다(동법 제8조 제1항, 제2항).
(2) 교육감의 지위와 권한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20조에 의하면, 교육감은 시·도의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의 집행기관으로서, 교육·학예에 관한 소관사무로 인한 소송이나 재산의 등기 등에 대하여 당해 시·도를 대표한다.
국가행정사무 중 시·도에 위임하여 시행하는 사무로서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는 법령에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육감에게 위임하여 행하고(동법 제21조), 교육감은 교육·학예에 관하여 조례안 및 결산안의 작성, 예산안의 편성, 교육규칙의 제정, 학교 기타 교육기관의 설치·이전 및 폐지에 관한 사항, 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사항 등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동법 제22조).
다. 학교운영위원회의 구성과 기능
(1) 학교운영위원회의 구성
학교운영위원회를 구성·운영하여야 하고, 학교운영위원회는 학부모위원(40~50%), 교원위원(30~40%), 지역위원(10~30%)으로 구성하며,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원정수는 5인 이상 15인 이내의 범위안에서 학교의 규모 등을 고려하여 정하도록 하고 있는바, 여기서 지역위원이란 당해 학교가 소재하는 지역을 생활근거지로 하는 자로서 교육행정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 당해 학교가 소재하는 지역을 사업활동의 근거지로 하는 사업자, 당해 학교를 졸업한 자 기타 학교운영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자를 말한다(초·중등교육법 제31조, 동법시행령 제58조, 제63조).
학부모위원은 원칙적으로 학부모 중에서 민주적 대의절차에 따라 학부모 전체회의에서 직접 선출하고, 당연직 교원위원인 교장을 제외한 교원위원은 교원 중에서 선출하되, 교직원전체회의에서 무기명투표로 선출하며(다만, 사립학교의 경우 당연직 교원위원을 제외한 교원위원은 정관이 정한 절차에 따라 교직원전체회의에서 추천한 자 중 학교의 장이 위촉함), 지역위원은 학부모위원 또는 교원위원의 추천을 받아 학부모위원 및 교원위원이 무기명투표로 선출한다(동법시행령 제59조, 제63조).
(2) 학교운영위원회의 기능
국·공립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헌장 및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 학교의 예산안 및 결산, 학교교육과정의 운영방법 등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심의하고(초·중등교육법 제32조 제1항), 국·공립학교의 장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결과를 최대한 존중하여야 한다(동법시행령 제60조 제1항).
사립학교의 장은 초·중등교육법 제32조 제1항 각호의 사항에 대하여 학교운영위원회의 자문을 거쳐야 하고(동법 제32조 제2항, 다만, 제6호의 사항은 제외하고, 제1호·제2호의 사항에 대하여는 학교법인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한함), 사립학교의 장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자문결과를 최대한 존중하여야 한다(동법시행령 제63조 제3항).
이와 같이 국·공립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는 심의기구로, 사립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는 자문기구로 설치하도록 하여 차별을 둔 것은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국·공립 및 사립학교에 두는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발전기금의 조성·운용 및 사용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는 심의·의결권을 가지고 있다(동법 제32조 제3항).
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
(1) 지방교육자치제도의 헌법적 본질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제도보장으로서의 교육자치와 지방자치를 규정하고 있다.
지방교육자치는 교육자치라는 영역적 자치와 지방자치라는 지역적 자치가 결합한 형태로서, 교육자치를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살리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수준에서 행하는 것을 말한다고 할 것이다.
지방교육자치의 기본원리로는 주민참여의 원리, 지방분권의 원리, 일반행정으로부터의 독립, 전문적 관리의 원칙 등을 드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 재판소는 지방교육자치제도의 헌법적 본질에 관하여, “국민주권의 원리는 공권력의 구성·행사·통제를 지배하는 우리 통치질서의 기본원리이므로, 공권력의 일종인 지방자치권과 국가교육권(교육입법권·교육행정권·교육감독권 등)도 이 원리에 따른 국민적 정당성기반을 갖추어야만 한다. 그런데, 국민주권·민주주의원리는 그 작용영역, 즉, 공권력의 종류와 내용에 따라 구현방법이 상이할 수 있다. …… 지방교육자치도 지방자치권행사의 일환으로서 보장되는 것이므로, 중앙권력에 대한 지방적 자치로서의 속성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그것은 헌법 제31조 제4항이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므로, 정치권력에 대한 문화적 자치로서의 속성도 아울러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이중의 자치’의 요청으로 말미암아 지방교육자치의 민주적 정당성요청은 어느정도 제한이 불가피하게 된다. 지방교육자치는 ‘민주주의·지방자치·교육자주’라고 하는 세 가지의 헌법적 가치를 골고루 만족시킬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한바 있다(헌재 2000. 3. 30. 99헌바113 , 판례집 12-1, 359, 368-369).
(2) 선거권의 침해여부
(가) 선거권과 입법자의 재량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선거권이란 국민이 공무원을 선거하는 권리를 말하고, 원칙적으로 간접민주정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공무원선거권은 국민의 참정권 중 가장 중요한 것이다.
위에서 말하는 공무원은 가장 광의의 공무원으로서
일반직공무원은 물론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의원·법관 등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하는 모든 자를 말한다.
헌법이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선거권은 대통령선거권(헌법 제67조 제1항), 국회의원선거권(헌법 제41조 제1항), 지방의회의원선거권(헌법 제118조 제2항)에 한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권도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 의하여 인정되고 있고(제15조 제2항), 이 밖에도 법률에 의하여 특정공무원에 대한 선거권을 부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은 제51조 이하에서 교육위원 및 교육감 선거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선거인단의 구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바, 이로써 교육위원 및 교육감 선거권도 법률에 의하여 인정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선거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되는 것으로서 선거법의 제정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화된다고 할 것인데, 입법자가 입법형성권에 의하여 선거법을 제정하는 경우에 헌법에 명시된 선거제도의 원칙을 존중하고 국민의 선거권이 부당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하여야 함은 물론이나, 입법자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어떠한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는 그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 아닌 한 입법자의 재량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헌재 1997. 6. 26. 96헌마 89, 판례집 9-1, 674, 683 참조).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교육위원 및 교육감의 선거인단을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전원으로 구성하도록 한 것은 기본적으로 과거의 교육위원 등 선출제도에서 드러난 단점과 폐해를 보완·시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1991. 3. 8. 법률 제4347호로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지방의회에서 교육위원을 선출하고, 교육위원들로 구성된 교육위원회에서 교육감을 선출하게 되었는데, 이 제도를 시행해 본 결과 선거권자의 수가 적어 금전수수행위 등 많은 선출관련비리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 교육계의 위신이 크게 실추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에 따라 1997. 12. 27. 법률 제5467호로 개정된 법률에서는 교육위원 및 교육감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선출한 선거인과 교육단체에서 추천한 교원인 선거인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에서 선출하도록 하는 제도로 변경되었으나, 이에 대하여도 선거인의 수가 적어 주민대표성이 미흡하고 학교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 어렵다는 등의 지적이 있어 왔다.
그러므로 다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교육위원 및 교육감의 선거인단을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전원으로 구성하도록 변경한 것은, 교육위원 및 교육감 선거인을 획기적으로 증원함으로써 금품수수 등 선거비리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교육위원 및 교육감의 주민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학부모의 교육참여권의 보장수단으로 단위학교의 교육자치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실정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창의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교원, 학부모, 지역사회인사 등이 학교의 운영에 관한 중요사항에 관하여 심의 또는 자문하게 하는 제도인 학교운영위원회 제도를 교육위원 및 교육감 선거제도에 접목시키는 한편,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전원으로 선거인단을 구성하여 직선제적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지방교육자치제에서 요구되는 교육의 자주성에 대한 요청과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요청 간의 조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 입법자의 재량범위의 일탈여부
청구인들은 학교운영위원회가 그것이 설치되어 있는 국·공립 및 사립의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및 특수학교 등 일부 교육기관의 학부모 및 교원들의 대의기관에 불과할 뿐, 지역주민의 대표성을 지닌 대의기관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이러한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이 교육위원 및 교육감을 선출하도록 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주민자치의 원칙에 위배되어 지역주민의 자치권과 선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주민의 대표성이나 주민자치의 원칙의 측면에서는 지역주민 전체가 직접 선거에 의하여 선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으나, 주민직선제는 사회적으로 많은 인력과 경비가 소모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현행의 선거제도에 비하여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적격자를 교육위원이나 교육감으로 선출할 가능성은 오히려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왜냐 하면, 주민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관계는 자녀가 재학 중인 동안에 최고조에 달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학부모집단 및 교원집단으로 하여금 교육위원이나 교육감을 선출하게 하는 것이 적어도 교육의 자주성이나 전문성의 측면에서는 보다 적절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위원 등을 지방의회에서 선출하는 간선제는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에 의한 선출로서 형식적으로는 주민자치의 원칙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나, 이를 시행해 본 결과 실제로는 극심한 선거비리
등 많은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초·중등교육법 제31조에 규정된 일부 정규교육기관에만 학교운영위원회가 설치되어 있고, 유치원, 공민학교, 고등공민학교, 고등기술학교, 사설학원 등 기타의 교육기관에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원에게만 교육위원 및 교육감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교육에 특별한 관심이나 이해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는 학부모집단 및 교원집단의 일부마저도 교육감 및 교육위원의 선거과정에서 배제하는 결과가 됨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제출한 의견서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영·유아교육기관이나 사회교육기관 등은 우리나라의 교육체계상 기간제 정규교육기관에 해당되지 않아 그 실체 및 개념을 정의하기가 어렵고, 교육인적자원부 및 교육감의 관할이 아닌 경우도 있어 그 관할도 일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규모나 시설 등에서 차이가 천차만별이어서 어느 정도까지를 교육기관으로 보고 선거권을 부여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얻기도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부득이한 것으로서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의 교육위원 및 교육감 선출제도의 변천을 살펴보면,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의 시행 이전에도 임명제나 다양한 형태의 간선제가 시행되어 왔음을 알 수 있고,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나라마다 교육위원이나 교육감(장)의 지위 및 권한도 일정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그 선출제도 또한 임명제, 간선제, 주민직선제 등 매우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교육문제에 대하여는 나라마다 각기 다른 역사, 전통 및 교육의식을 갖고 있고, 그에 따라 교육제도도 상이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할 것이다.
지방교육자치의 영역에서는 주민자치의 원칙이라는 민주주의적 요청만을 철저하게 관철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교육자치의 특성상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요청이 일부 후퇴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적으로 용인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교육위원 및 교육감의 선거인단을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전원으로 하고 있는 것은, 지방교육자치제에서 요구되는 교육의 자주성에 대한 요청과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요청 사이의 조화를 꾀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부에 주어진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 내의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주민자치의 원칙을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3) 평등권의 침해여부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된 지역주민 또는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을 선출할 권한이 있는 지역주민들에게만 교육위원 및 교육감 선거권을 부여함으로써 선거권을 가지지 못한 나머지 지역주민들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초·중등교육법 제31조 소정의 일정한 학교에만 설치되어 있는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로 교육위원 및 교육감 선거인단을 구성한 것은, 교육자치의 특성 및 현실적 여건 등을 고려한 것으로서 정당화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은 누구든지 지역위원으로 선출되어 교육위원 및 교육감 선거권을 부여받는 길도 열려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선거권을 갖지 못한 나머지 지역주민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4) 교육의 자주성의 침해여부
청구인들은 교육위원 및 교육감을 선출함에 있어서 학교운영위원회가 설치되지 않는 영·유아교육기관이나 사회교육기관 등의 교육당사자들의 참여가 불가능하게 되어 교육의 자주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교육의 자주성이란 교육이 정치권력이나 기타의 간섭 없이 그 전문성과 특수성에 따라 독자적으로 교육 본래의 목적에 기하여 조직·운영·실시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교육의 자유와 독립을 말한다고 일단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일부 교육당사자가 교육위원 및 교육감의 선거과정에서 배제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현실적인 여건 등을 고려한 것으로서 정당화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선거는 교육의 자주성을 구현하기 위한 한 방편에 불과한 것으로서, 그 밖에도 교육정책의 결정 및 집행과정에서 의견제출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한 참여에 의하여 교육의 자주성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 보장되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교육의 자주성이 침해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4. 결 론
따라서,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주심)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