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강도살인·사체유기·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1997.9.15.(42),2764]
[1] 선장을 비롯한 일부 선원들을 살해하는 등의 방법으로 선박의 지배권을 장악하여 목적지까지 항해한 후 선박을 매도하거나 침몰시키려고 한 경우에 선박에 대한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보아 해상강도살인죄로 인정한 사례
[2] 사람을 살해한 자의 사체유기 행위가 불가벌적 사후행위인지 여부(소극)
[3] 형법 제10조 소정의 심신장애 유무 및 정도에 대한 판단기준
[1] 선장을 비롯한 일부 선원들을 살해하는 등의 방법으로 선박의 지배권을 장악하여 목적지까지 항해한 후 선박을 매도하거나 침몰시키려고 한 경우에 선박에 대한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보아 해상강도살인죄로 인정한 사례(페스카마 15호 선상 살인사건).
[2] 사람을 살해한 자가 그 사체를 다른 장소로 옮겨 유기하였을 때에는 별도로 사체유기죄가 성립하고, 이와 같은 사체유기를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볼 수는 없다.
[3] 형법 제10조 소정의 심신장애의 유무 및 정도를 판단하는 데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감정에 의존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범행의 경위, 수단,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등 기록에 나타난 관계 자료와 피고인의 법정 태도 등을 종합하여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1] 형법 제340조 [2] 형법 제161조 제1항 [3] 형법 제10조
피고인 1 외 5인
피고인들
변호사 임동진 외 1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1. 채증법칙 위배 등 주장에 대하여
가.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들은 참치잡이 원양어선 페스카마(PESCA MAR) 15호에 승선하여 남태평양 해상에서 근무하던 중 한국인 선원들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조업거부 등을 이유로 징계의결을 하고 피고인들을 하선시키기 위하여 사모아로 회항하게 되자, 자신들의 의사에 반하여 하선당하는 데 불만을 품은 나머지, 1등 항해사 피해자 이인석(27세)을 제외한 선장, 갑판장 등 한국인 선원 7명을 살해하고, 인도네시아인, 조선족 중국인 등 선원 10명은 어창에 감금하여 동사시켜 선박을 그들의 지배하에 넣어 한국이나 일본 부근으로 항해하여 선박을 매도하거나 침몰시킨 후 한국이나 일본으로 밀입국하기로 결의한 다음, 합세하여 선장 피해자 최기택(32세)을 비롯하여 한국인 선원 7명을 차례로 살해하고, 나머지 생존 선원들의 반항을 억압하여 선박의 지배권을 장악한 후 피해자 이인석에게 지시하여 사모아로 향하던 항로를 한국으로 수정하였다가 다시 일본으로 수정하였고, 선박을 침몰시키고 일본으로 밀입국하기 위하여 항해 도중에 뗏목을 만들기도 하였던 사실을 확정하고서, 피고인들은 선박의 권리자를 배제하고 선박을 자신들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하고 처분할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하여 피고인들이 선박에 대한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었다는 주장을 배척한 조치나, 피고인 1이 판시와 같이 범행의 모의를 주도하고 다른 피고인들에게 구체적인 실행행위를 지시하였다고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고, 피고인들이 한국인 선원 7명을 살해하고 나머지 선원들의 반항을 억압하여 선박의 지배권을 장악한 판시 범행을 다중의 위력으로 선박을 강취한 것으로 보아 이를 해상강도살인죄로 의율한 조치는 모두 정당 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 심리미진, 해상강도살인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사람을 살해한 자가 그 사체를 다른 장소로 옮겨 유기하였을 때에는 별도로 사체유기죄가 성립하고, 이와 같은 사체유기를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볼 수는 없다 ( 대법원 1984. 11. 27. 선고 84도2263 판결 참조).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들은 피해자 최기택을 칼로 찔러 경동맥파열로 인한 급속실혈로 사망하게 한 이후에 그 사체를 바다에 투기한 것으로 인정하고서 이를 사체유기죄로 의율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 심리미진, 사체유기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심신장애 주장에 대하여
형법 제10조 소정의 심신장애의 유무 및 정도를 판단하는 데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감정에 의존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범행의 경위, 수단,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등 기록에 나타난 관계 자료와 피고인의 법정 태도 등을 종합하여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 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도638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한국인 선원들로부터 작업이 미숙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는 등 가혹한 대우를 받다가 하선조치를 당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경제적으로도 파탄에 이르게 된다고 생각한 나머지 약간의 음주 끝에 한국인 선원들에 대한 적개심과 절망감이 폭발하여 고도의 흥분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으나, 범행 직전 한국인 선원 중 1등 항해사인 피해자 이인석을 선박 강취 후 선박 운항을 위하여 살려두고 나머지 한국인 선원들은 피고인 1이 침실에서 1명씩 조타실로 불러내어 각자 정해진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머지 피고인들이 합세하여 살해하기로 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모의하였고, 피고인 1의 지시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여 한국인 선원 7명을 차례로 1명씩 용의주도하게 살해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었다거나 그러한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그 주장과 같은 심리미진이나 심신장애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들은 모두 조선족 중국인으로서 가난을 모면하기 위하여 어렵게 마련한 돈으로 선원송출업체에 담보를 제공하고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게 되었고, 피고인 1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원양어선에서 근무해 본 경험이 없는 자들로서 승선 근무 중 한국인 선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등 중국에서 겪어보지 못한 가혹한 대우를 받아 승선한 지 약 한달 보름만에 하선시켜 줄 것을 스스로 요구하다가 끝내 징계조치로 하선당하게 되어 사모아로 회항하면서 선장인 피해자 최기택으로부터 하선당하는 경우 사모아에서의 체류비용과 귀국비용은 물론 하선으로 인한 조업손해까지도 부담해야 한다는 위협조의 말을 듣고 하선조치를 철회해 줄 것을 사정하였으나 거절당하였으며, 하선으로 인하여 자신과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파탄에 이르게 된다고 생각한 나머지 한국인 선원들에 대한 적개심과 절망감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현재 자신들의 범행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에서 피고인들에게 전혀 동정의 여지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은 피고인 1의 주도 하에 사전에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모의하였고, 한국인 선원 7명 외에도 조선족 중국인 선원 1명, 인도네시아인 선원 3명(이들 4명에 대한 범행은 공소제기되지 아니하였다.) 등 도합 11명이나 되는 인명을 단기간 내에 무참하게 살해하였으며, 특히 피해자 최동호(19세)는 다른 선박에 승선근무 중 맹장염에 걸려 사모아로 돌아가기 위하여 도중에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한 자로서 피고인들과 원한관계가 없고 병중이어서 아무런 저항을 할 수도 없는 상태임에도 단지 범행 은닉의 목적만으로 살해하였고, 그 범행 방법도 피해자들을 도끼로 내리치거나 참치처리용 칼로 난자한 후 바다에 내던졌을 뿐 아니라, 그 중 피해자 김창열의 경우에는 칼에 찔린 채 선박의 난간에 매달려 살려 달라고 발버둥치는 피해자의 양손을 칼로 찔러 바다에 떨어뜨리고, 피고인들의 범행을 목격한 인도네시아인 선원 3명을 공범으로 만들어 범행 폭로를 못하게 할 목적으로 이들을 위협하여 강제로 피해자 최동호를 살해하도록 하였으며, 조선족 중국인 선원 1명과 인도네시아인 선원 3명을 동사시키려고 어창에 5일간 감금하였으나 동사하지 않자 다시 끌어내어 바다에 내던져 살해하는 등 그 잔혹함이 도저히 인간의 행동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이고, 이 사건 범행이 한국인 선원들의 가혹행위에 의하여 유발되었다는 점을 참작한다고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운 가공할 범행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들은 범행 후 선박의 매각이 여의치 아니함을 알고는 선박을 침몰시키고 일본으로 밀입국하기 위하여 뗏목을 만드는 등 피해자 이인석에 의하여 어창에 갇혀 제압당할 때까지 범행의 완벽한 은폐를 기도하였다.
특히 피고인 1은 피고인들 중 최연장자로서 2등 항해사의 지위에 있으면서 이 사건 범행의 모의를 주도하고, 다른 피고인들의 구체적인 실행행위를 지시하고 통제하였다는 점에서 더욱 무거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피고인들의 범행의 동기, 방법, 결과, 범행 후의 정황, 그 밖에 기록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을 살펴보면, 피고인 1에 대하여 사형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의 양형은 결코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4. 결론
결국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의 상고이유는 어느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