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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7다18478 판결

[부당이득금반환][미간행]

판시사항

[1]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6호 에 정한 절대적 상고이유인 ‘판결에 이유를 명시하지 아니한 경우’의 의미 및 판결에 이유를 기재하도록 하는 법률의 취지

[2] 민법 제398조 에 정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의 규정 취지 및 계약 당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우 예정액을 초과하는 손해 부분을 따로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민법 제398조 제2항 에 정한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의 의미 및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실제 손해액을 심리·확정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소극)

[4] 원심이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통상손해보다 더 낮은 금액으로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감액한 것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주식회사 광인기업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중추 담당변호사 김호영외 4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서울특별시 도시철도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만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각 상고이유에 대하여 본다.

1.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상고이유 제1점 및 제2점에 대하여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6호 소정의 절대적 상고이유인 판결에 이유를 명시하지 아니한 경우라 함은 판결에 이유를 전혀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이유의 일부를 빠뜨리는 경우 또는 이유의 어느 부분이 명확하지 아니하여 법원이 어떻게 사실을 인정하고 법규를 해석·적용하여 주문에 이르렀는지가 불명확한 경우를 일컫는 것이고 ( 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1다81245 판결 등 참조), 판결에 이유를 기재하도록 하는 법률의 취지는 법원이 증거에 의하여 인정한 구체적 사실에 법규를 적용하여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판단과정이 불합리하거나 주관적이 아니라는 것을 보장하기 위하여 그 재판과정에서 이루어진 사실인정과 법규의 선정, 적용 및 추론의 합리성과 객관성을 검증하려고 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 및 사정들을 인정한 다음, 이를 근거로 이 사건 계약이 해지된 후 피고가 후속 광고대행업자와 광고대행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통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당기간을 2개월 정도로 보아 이 사건 계약의 해지로 인하여 피고가 입게 되는 통상손해는 위 2개월 동안의 광고료 상당액이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여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경험칙 위반 내지 이유불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원고는, 원심이 이 사건 계약 해지로 인한 피고의 통상손해는 2개월 동안의 광고료 상당액인 1,533,563,536원 상당에 이른다고 인정하면서도 원래 2,459,360,730원인 손해배상 예정액을 위 통상손해액에도 못 미치는 15억 원으로 감액한 것은 그 자체로서 판단모순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바로 원심판결에 판단모순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은 아니므로 이 부분 원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만, 아래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에 관한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오해 내지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음은 인정된다.

다.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원심에서 원고의 2006. 11. 20.자 준비서면의 진술로써 이 사건 광고대행계약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0조 제3항 에서 정하고 있는 장기계속계약에 해당됨을 전제로 피고에게 연차별 계약보증금액 반환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는데, 원심은 이에 관하여 별다른 판단을 하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상의 ‘장기계속계약’은 “임차ㆍ운송ㆍ보관ㆍ전기ㆍ가스ㆍ수도의 공급 기타 그 성질상 수년간 계속하여 존속할 필요가 있거나 이행에 수년을 요하는 계약”으로서( 위 법 제21조 ), 위 법률 시행령에 의하여 그 계약체결 방식, 계약보증금의 납입 및 반환, 하자담보책임기간, 하자보수보증금의 납입방법 등에 관하여 일반계약과 다른 특별한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인데, 원심이 적법하게 채용한 증거들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광고대행계약은 계약기간을 3년으로 하는 일반계약이라고 할 것이지, 위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장기계속계약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어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위 주장은 결국 배척될 주장이라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누락은 결국 판결의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계약의 해지로 인하여 피고에게 발생하는 통상손해는 이 사건 계약이 해지된 후 피고가 후속 광고대행업자와 광고대행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통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당기간인 2개월 동안의 광고료인 1,533,563,536원 상당액이라는 점을 비롯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 및 사정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계약보증금 2,459,360,730원 전액을 손해배상의 예정액으로서 피고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지나치게 과다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15억 원으로 감액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나. 민법 제398조 에서 정하고 있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손해의 발생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입증의 곤란을 덜고 분쟁의 발생을 미리 방지하여 법률관계를 쉽게 해결하고자 하는 등의 목적으로 규정된 것이고, 계약 당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우에는 다른 특약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입은 통상손해는 물론 특별손해까지도 예정액에 포함되고 채권자의 손해가 예정액을 초과한다 하더라도 초과 부분을 따로 청구할 수 없다. 그리고 민법 제398조 제2항 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부당히 과다한 경우’라고 함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각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과 경제상태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그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에 실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액의 크기를 참작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 여부 내지 그에 대한 적당한 감액의 범위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실제의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심리ㆍ확정할 필요는 없으나, 기록상 실제의 손해액 또는 예상 손해액을 알 수 있는 경우에는 이를 그 예정액과 대비하여 볼 필요는 있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93. 4. 23. 선고 92다41719 판결 , 2004. 7. 22. 선고 2004다3543 판결 등 참조).

다.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가 시행한 지하철 5호선 역구내 및 차내 광고대행에 관한 경쟁입찰에서 그 입찰조건 및 내용 등을 미리 검토한 후 입찰에 응하여 이를 낙찰받아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게 된 점, 이 사건 계약보증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고, 그 금액은 일반적인 거래관행이라고 할 수 있는 전체 계약금액의 10%로 정하였으며, 이 사건 계약보증금으로 이 사건 계약 해지시 광고료, 체납액, 연체료, 미납전기료와 제세공과금 등은 물론 광고물 철거 등에 대한 대집행비용 및 기타 손해배상채권에 충당하도록 한 점, 1997. 12. 24. 이 사건 계약 해지 이후 피고는 실제로 약 6개월여의 기간이 경과한 후인 1998. 7. 16.에야 새로운 광고대행업자인 주식회사 코애드와 사이에서 이 사건 계약과 동일한 대상에 관하여 이 사건 계약금액(24,593,603,504원)에 훨씬 못미치는 금액(55억 원)으로 광고대행계약을 체결하게 되었고, 그 결과 피고로서는, 이 사건 계약 해지로 인하여 통상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통상손해만도 1,533,563,536원 상당에 이르고, 그 외에 새로운 광고대행업자와의 새로운 광고대행계약 체결의 지연 및 그 계약금액의 현저한 감액으로 인하여 이 사건 계약이 중도에 해지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기간 만료시까지 유지되었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광고료 수입에 비하여 상당한 액수의 광고료 수입 감소라는 특별손해도 실제로 입게 된 점 등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들 및 앞서 본 바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으로서는 원고와 피고의 각 지위, 이 사건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이 사건 계약보증금액을 정한 동기 및 총 계약금액에 대한 계약보증금액의 비율, 기록상 나타나는 이 사건 계약 해지로 인한 피고의 예상손해 및 실제손해의 정도, 그 당시의 거래관행과 경제상태 등 모든 사정을 두루 참작하여 이 사건 계약 해지와 관련하여 원고로 하여금 손해배상의 예정액에 해당하는 이 사건 계약보증금액 전부를 피고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원고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 및 사정들만으로, 더욱이 원심이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피고의 통상손해만도 15억 원을 상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해배상의 예정액으로서의 이 사건 계약보증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이를 15억 원으로 감액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그와 관련한 참작사유들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성급하게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여부 및 그 감액 정도를 정함으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박시환 박일환(주심)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7.1.26.선고 2006나649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