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당 사 자】
제청법원 부산고등법원(94부411 위헌제청신청)
제청신청인 장○환 외 1인
제청신청인들 대리인 변호사 문재인 외 1인
부산고등법원 94구8013 직위해제처분취소
- 561 -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대학교 소속 교수인 제청신청인들이 ‘한국사회의 이해’라는 서적을 교재로 강의를 하던중 1994. 11. 30. 창원지방검찰청 검사에 의하여 국가보안법위반죄로 창원지방법원에 기소되자, 신청외 ○○대학교 총장은 같은 날 구 국가공무원법(1994. 12. 22. 법률 제4829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제73조의2 제1항 단서 및 제4호의 규정에 의거하여 제청신청인들을 직위해제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청신청인들은 1994. 12. 15. 부산고등법원에 위 대학총장을 상대로 직위해제처분취소의 소송(94구8013)을 제기하고, 위 법원에 위 직위해제의 근거가 된 구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2 제1항 단서 규정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신청(94부411)을 하였고, 위 법원은 그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 규정의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다. 당해사건 진행중 구 국가공무원법은 1994. 12. 22. 법률 제4829호로 개정되어 위 단서 규정은 삭제되었고, 신청외 ○○대학교 총장은 동 개정법률 제4829호 부칙 제2호에 의하여 제청신청인들을 1995. 1. 3. 복직발령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국가공무원법(1994. 12. 22. 법률 제4829
- 562 -
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73조의2 제1항 단서 규정(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의 위헌여부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가공무원법 제73조의2(직위의 해제) ① 임용권자 또는 임용제청권자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 다만 제4호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직위를 부여하여서는 아니된다.
1. 삭제(1973. 2. 5.)
2.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자
3. 징계의결이 요구중인 자
4.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약식명령이 청구된 자는 제외한다)
5. 삭제(1981. 4. 20.)
② 내지 ⑤ 생략
2. 위헌심판제청이유와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제청이유
(1) 이 사건 규정에 의하면 약식명령이 청구된 경우가 아닌 한 어떠한 내용의 형사사건이건 공소가 제기되면 이를 이유로 당연히 직위해제처분을 하도록 되어 있는바, 공무원에게 무죄나 벌금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큰 경우에 대해서까지도 일률적으로 직위해제처분을 해야 하는 불합리성이 있다.
(2) 이 사건 규정에 의한 직위해제처분은 실질상 징계처분의 일종인 정직과 비슷한 처분인데도 불구하고 징계절차 또는 기타 이와 유사한 절차에 의하여 공무원의 직위해제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다는 사실만을 이유로 임면권자의
- 563 -
일방적인 처분으로 직위해제를 행하게 되어 있어 공무원은 자기에게 유리한 사실의 진술이나 필요한 증거를 제출할 방법조차 없어 적법절차가 존중되고 있지 않다.
(3) 이 사건 규정에 의한 직위해제처분은 그 기간의 제한도 없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로 되어 있어, 형사재판이 장기화하여 직위해제처분을 받은 때로부터 3개월을 초과하게 되면 징계처분으로 행하는 3개월 이하의 정직처분보다 더욱 불리하고 가혹하여 실질에 있어서는 해임에 버금가는 불이익처분이 될 뿐 아니라, 법 제68조에 규정된 공무원의 신분보장의 규정이 유명무실해져 버릴 우려가 있다.
(4) 또한 공무원에 대하여 형사사건으로 공소제기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직위해제처분을 행하는 것은 아직 유ㆍ무죄가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유죄로 추정하는 것이 되므로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
(5)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서 헌법 제15조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심이 있고, 또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27조 제4항에도 합치하지 아니한다.
나. 교육부장관 및 총무처장관의 의견
(1) 직위해제제도는 법 제73조의2 제1항에 열거된 경우와 같이 해당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직무를 담당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공무원 개인은 물론 국민에 대한 봉사조직인 행정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
- 564 -
지 않도록 규정한 것이다. 특히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공무원에 대하여 일정 기간 공무를 담당하지 않도록 제도화한 것은 형사피고인이 계속 공무를 담당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공무나 행정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방지하고, 한편 피고인인 공무원에게도 공무담당의 의무를 일시적으로 해제하여 소송당사자로서 공판과정에서 변론준비 등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해당 공무원 자신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다.
(2) 공무원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피고인인 공무원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공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것은 공무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도모하지 못할 우려가 크므로, 공무원에게는 일반국민보다 더 높은 윤리성과 준법성이 요구된다는 관점에서 반드시 직위해제조치를 하도록 규정한 것은 충분한 사유가 인정된다.
(3) 제청법원은 이 사건 규정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나, 이는 직위해제제도의 기본취지가 피고인인 공무원의 유죄를 추정하고 그를 전제로 하여 내린 불이익처분이 아니라 공무집행의 공정성ㆍ적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지 않으면서 해당 공무원 스스로 직무상의 부담없이 자기 변호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임을 간과한 것이다.
3. 판 단
가. 적법성에 관한 판단
위헌제청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규정이 당해 소송사건에 적용될 법률이어야 하고, 그 위헌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져야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규정의 위헌여부가 당해 소송사건의 해결을 위
- 565 -
하여 필요불가결한 선결문제가 되어야 하는데, 제청신청인들은 이미 1995. 1. 3. 복직발령을 받았으므로 직위해제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제청신청인들은 개정법률 부칙 제2호에 의하여 1995. 1. 3. 복직발령을 받았으나, 직위해제처분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승진소요최저연수의 계산에 있어서 직위해제기간은 산입되지 않으며(공무원임용령 제31조 제2항) 직위해제기간중 봉급의 감액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공무원보수규정 제29조) 등 제청신청인들에게 법적으로 불리한 효과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므로 제청신청인들에게는 승급이나 보수지급 등에 있어서의 불리함을 제거하기 위하여 직위해제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인정되고, 이로써 제청법원은 당해사건의 본안에 관하여 판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개정법률 부칙 제2호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규정은 당해사건에서 적용되는 규정이고, 이 규정의 위헌여부에 따라 직위해제처분의 취소 여부, 즉 재판의 결과가 달라지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나. 이 사건 규정의 위헌 여부
(1) 이 사건 규정에 의하면, 약식명령이 청구된 경우가 아닌 한 어떠한 내용의 형사사건이건 이를 가리지 아니하고 공소가 제기되기만 하면 그것만을 이유로 당연히 직위해제처분을 하도록 되어 있다. 법 제33조 제1항 제3호 내지 제6호에 의하면 형사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거나 형의 집행유예를 받든지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 그로부터 각 일정한 기간이 경과하지 않았거나 그 기간중에 있는 때에는 그 사유에 해당하는 공무
- 566 -
원은 당연퇴직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약식명령이 청구된 경우가 아니라 일단 정식기소된 경우에는 위와 같이 당연퇴직사유가 되는 형의 선고를 받게될 개연성이 상당히 크다고 할 것이다. 법 제73조의2 제1항의 직위해제제도는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아 당연퇴직되기 전 단계에서 형사소추를 받은 공무원이 계속 직위를 보유하고 직무를 수행한다면 공무집행 및 행정의 공정성과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할 구체적인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잠정적이고 가처분적 성격을 가진 제도이다(헌재 1990. 11. 19. 90헌가48 , 판례집 2, 393, 399; 1994. 7. 29. 93헌가3 등, 판례집 6-2, 1, 9).
(2) 그러나 이 사건 규정이 당사자에게 가져오는 불이익의 정도와 그 진지성을 살펴본다면, 직위해제처분은 기한의 제한도 없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로 되어 있으므로, 형사재판이 장기화하여 직위해제처분을 받은 때로부터 3월이 초과하게 되면 징계처분으로 행하는 3월 이
하의 정직처분보다 더 가혹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 실질이 해임에 버금가는 불이익처분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규정은 직위해제처분이 당사자에게 가져오는 불이익의 진지함과 위에서 본 직위해제제도의 목적을 고려하여 반드시 그 요건을 엄격히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즉, 비록 공무원에게는 일반국민에 비하여 더 높은 윤리성과 준법성이 요구되며 공무집행 및 행정의 공정성과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 등의 관점에서 직위해제처분제도가 일반적으로 필요하고 그 당위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기본권의 침해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만 합헌성이 인정될 수 있다.
- 567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규정은 공무원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에는 형사사건의 성격을 묻지 아니하고, 즉 고의범이든 과실범이든, 법정형이 무겁든 가볍든, 범죄의 동기가 어디에 있든지를 가리지 않고 필요적으로 직위해제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공소제기로 인하여 당사자가 공무원으로서 계속적인 업무활동을 하는데 문제가 있는지 혹은 공무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국민의 불신을 불러 일으킬 우려가 있는지 등 임면권자가 직위해제처분을 행함에 있어서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없애버렸다. 즉 이 사건 규정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되기만 하면 그가 법 제33조 제1항 제3호 내지 제6호에 해당하는 유죄판결을 받을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가의 여부에 무관하게 경우에 따라서는 벌금형이나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큰 사건인 경우에 대해서까지도 당해 공무원에게 일률적으로 직위해제처분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3) 입법자가 임의적 규정으로도 법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경우에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일체 배제하는 필요적 규정을 둔다면 이는 비례의 원칙의 한 요소인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을 헌법재판소는 이미 여러 차례 확인하였다(헌재 1995. 2. 23. 93헌가1 , 판례집 7-1, 130; 1995. 11. 30. 94헌가3 , 판례집 7-2, 550 참조). 특히 이 사건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사립학교 교원에 대하여 당해 교원의 임면권자로 하여금 필요적으로 직위해제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제58조의2 제1항 단서에 대한 위헌여부심판제청사건(헌재 1994. 7. 29. 93헌가3 등, 판례집 6-2, 1)에서, 기소된 사
- 568 -
안의 위법성의 정도, 증거의 확실성여부 및 예상되는 판결의 내용 등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형사사건으로 공소가 제기된 경우 일률적으로 판결의 확정시까지 직위해제처분을 하도록 한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서 헌법 제15조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또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27조 제4항에도 위반된다고 선언하였다.
(4)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에 행하는 직위해제처분에 있어서 국립대학 교원 등의 공무원을 사립학교교원과 달리 취급해야 할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이 사건 규정은 공무원이 형사기소된 경우에는 당연히 직위해제되어야만 한다는 점에서 그의 내용이 위 결정의 심판대상 조항인 사립학교법 제58조의2 제1항 단서의 규정과 본질적으로 동일하고, 위 결정선고 이후 이를 달리 판단해야 할 특별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위 사립학교법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결정의 판시이유는 이 사건에서도 그대로 타당하다고 하겠다.
4. 결 론
그러므로 이 사건 규정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위반되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주심) 이재화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 대현
- 5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