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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6. 8. 20. 선고 95나44148 판결 : 상고

[손해배상(기) ][하집1996-2, 277]

판시사항

[1] 국군보안사령부가 민간인에 대한 첩보 수집이나 수사를 할 수 있는 경우

[2] 국가가 국민에 대한 사적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경우, 그 제한 사항

[3] 국군보안사령부의 민간인 사찰행위가 직무범위를 넘는 것이고 그 절차상 제한이 전혀 준수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자기정보통제권 침해 및 그 수집 정보 유출로 인한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 침해로 인한 위자료지급 책임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국군보안사령부의 직무범위는 군사보안이나 군방첩, 군과 관련이 있는 첩보의 수집·처리, 그리고 군 수사기관으로서 군사법원 관할 범죄사건의 수사이고, 따라서 군사보안이나 군방첩에 관련하여 민간인의 신상자료가 필요한 경우, 민간인에 대해서도 수사권을 보유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이외에는 민간인에 대한 첩보의 수집이나 수사를 할 수 없고, 나아가 수사 및 첩보 수집을 하는 경우에도 헌법 및 법률의 규정에 따른 절차를 따라야 한다.

[2] 국가가 국민에 대한 사적 정보를 수집 관리하는 경우에도, 그로 인하여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 정보통제관리권을 침해할 우려가 많으므로 법령의 근거가 있어야 하고, 법령에 따라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경우에도, 수집기관에 대한 적절한 통제 내지 감독, 수집 및 이용 목적의 명시와 그에 따른 입력 제한, 정보의 수집 방법과 보유에 관한 적정성의 유지, 개인정보체계의 공시, 정보의 부당한 유출 방지 등을 고려하여 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

[3] 국군보안사의 동향파악·감시 등 사찰행위가 군사보안, 군방첩 및 군수사 등 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민간인 신분의 정치인, 법조인, 교수, 종교인, 언론인, 재야인사 등을 그 대상으로 하여, 그 구체적인 사건을 전제하지 아니한 채 미행, 망원 활용 등 여러 방법을 사용하여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점에 비추어 볼 때, 보안사의 사찰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군에 관련한 첩보수집 및 수사에 한정된 보안사의 직무범위를 일탈한 것일 뿐만 아니라, 정보의 수집·관리에 있어 미행·망원·탐문채집 등의 방법으로 사상·신조 등을 포함하여 개인에 대한 사적 정보를 무제한적으로 비밀리에 수집·관리한 점, 나아가 이러한 정보의 관리 소홀로 그 사적 정보가 유출·공개되게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절차상의 제한이 전혀 고려되지 아니한 채 이루어진 것이어서 위법하다는 이유로, 자기정보통제권의 침해와 정보의 유출·공개로 인한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 침해로 인한 보안사의 위자료지급 책임을 인정한 사례.

원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강동규외 144인

피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대한민국

주문

1. 원심판결 중 다음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별지 목록 4 기재 원고들의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별지 목록 4 기재 원고들에게 각 금 2,000,000원 및 이에 대한 1991. 7. 28.부터 1996. 8. 20.까지는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심판결의 별지 목록 2 및 3 기재 원고들에 대한 부분 중 피고에 대하여 위 원고들에게 각 금 2,000,000원 및 이에 대한 1991. 7. 28.부터 1998. 8. 20.까지는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부분을 각 취소하고, 위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위 원고들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별지 목록 4 기재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 및 피고의 별지 목록 기재 2, 3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항소를 각 기각한다.

4.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소송비용은 제1, 2심 모두 이를 2분하여 그 1은 원고들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5. 제1심판결의, 별지 목록 1 중, 85 원고의 이름표시 '이계빈'을 '이계창'으로, 주소표시 '대전 동구 주산동 151'을 '서산시 동문동 665의 3'으로, 23 원고의 주소 표시 중 '상 6동'을 '상계 6동'으로, 60 원고의 주소 표시 중 '514의'를 '514'로, 105 원고의 주소표시 중 '자위 1동'을 '장위 1동' 으로, 별지 목록 3 중, 26 이름 표시 '윤진호'를 '유진호'로, 별지 목록 4 중, 51 이름표시 '윤옥ㅅ'을 '윤옥식'으로, 52 이름표시 '이계장'을 '이계창'으로 각 경정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금 5,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 송달 익일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항소취지

별지 목록 4 기재 원고들:원심판결 중 다음에서 지급을 구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별지 목록 4 기재 원고들의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별지 목록 4 기재 원고들에게 각 금 3,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익일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피고:원심판결 중 별지 목록 2, 3 기재 원고들에 대한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위 원고들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는 판결.

이유

1. 기초사실

가. 다음과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서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내지 1300, 갑 제3호증의 1 내지 20, 갑 제4호증의 1 내지 14, 갑 제5호증의 1 내지 9, 갑 제6호증의 1 내지 11, 갑 제7호증의 1 내지 51, 갑 제8호증의 1 내지 42, 갑 제9호증, 갑 제12호증의 1 내지 7, 갑 제13호증의 1 내지 7, 갑 제14호증의 2, 3, 4의 각 기재 및 을 제1호증의 1 내지 3의 각 일부 기재와 원심증인 소외인의 증언, 원심증인 이도원, 김판문, 이승섭의 각 일부 증언, 서울지방법원 90카94840 증거보전사건의 컴퓨터디스켓에 대한 검증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을 제1호증의 1 내지 3의 일부 기재와 원심증인 이도원, 김판문, 이승섭의 각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하고 을 제4호증의 1 내지 7의 기재만으로는 위 인정사실을 뒤집기 어렵고 달리 반증이 없다.

(1) 소외 인은 1985년 3월경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에 입학하였다가 1988년 8월경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자퇴한 자인데, 1990. 5. 1. 군에 입대하여 6주간의 신병교육을 받고 1990. 6. 20. 제3사단 22연대 8중대에 배치되었다가 같은 해 7. 4. "혁노맹"(혁명적 노동자계급투쟁동맹의 약칭, 이하 약칭만을 사용한다)이라는 학생 조직과 관련된 조사를 받기 위하여 서울에 있는 구 국군보안사령부(1991. 1. 1. 국군기무사령부로 개칭되었다. 이하 보안사라고만 한다) 서빙고 분실로 연행되었다.

(2) 당시 보안사 수사요원들은 위 소외인에 대하여 혁노맹 수사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따라 위 소외인은 위 서빙고 분실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혁노맹 사건 관계자들을 검거하기 위하여 보안사 대공처 수사 3과의 조사 2계에서 근무하였고, 혁노맹 사건 관계자들이 검거된 후 1990년 8월말경부터 같은 해 9월 중순경까지는 같은 분석반에서 자료수집 및 정리업무를 담당하였다.

(3) 위 소외인은 1990. 9. 23. 위 서빙고분실에 비치되어 있던 동향파악 대상자 색인카드 및 컴퓨터 디스켓 등 민간인 사찰관계자료 일부를 가지고 동 부대를 이탈하여, 같은 해 10. 4. 18:30경 한국기독교협의회 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행위를 폭로하고 관련 자료를 공개하였다.

(4) 위 소외인이 보안사에서 가지고 나온 자료(이하 이 사건 자료라고만 한다)는 다음과 같다.

동향파악대상자의 성명, 생년월일, 카드번호, 본적, 직책, 비고란 등이 기재되어 있는 별지 5와 같은 양식의 개인별 "색인카드"(이하 색인카드라 한다) 1,303명분(개인카드번호 1 내지 115번, 117, 118, 120 내지 131, 134, 137, 138, 144 내지 149, 151 내지 166, 168, 171 내지 187, 189, 191, 193, 194, 196 내지 204, 206 내지 223, 225 내지 245, 247 내지 262, 267 내지 586, 588 내지 734, 736 내지 799, 801 내지 1297, 1299 내지 1316, 1318 내지 1326번이 기재된 것 및 개인카드번호가 기입되지 아니한 색인카드 2장)

각 개인에 대한 인적사항, 가족사항, 학력과 경력, 전과관계, 자격면허, 해외여행, 정당 및 사회활동, 교우 및 배후인물, 개인특성, 주요 동향 등이 기재되어 있는 별지 6과 같은 양식의 "개인카드"(이하 전산개인카드라 한다) 450명분(개인카드번호 15l번에서 600번까지)이 입력된 컴퓨터 디스켓 30장

개인카드(이하 개인카드라 한다), 동향보고, 신문, 잡지기사, 사진 및 주요학력, 경력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동향파악대상자의 직책, 주소, 전화번호, 종교, 혈액형 등 인적사항과 신장, 체중, 체형, 얼굴형태, 수염정도, 안경착용유무, 두발특징 기타 흉터 등 용모 및 외형, 가옥형태, 담장형태 및 높이, 출입구의 형태 및 색깔, 비상문 등 거주환경, 경비원 상황, 주변 가옥형태 등 주변상황, 동거인현황, 직장위치, 출·퇴근수단, 차량색깔 및 번호, 주접촉연계자 등 생활동향, 예상은신처, 주거지 약도 등이 조사, 기재되어 있는 "개인신상자료철(이하 신상자료철이라 한다)" 4명(원고 노무현, 이강철, 문동환, 소외 박현채) 분

(5) 이 사건 자료 중 색인카드 중에는 원고 권호경, 김낙중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색인카드가 포함되어 있고, 또한 디스켓 30장 중에는 원고들 중 원고 권호경, 김낙중을 포함한 별지 목록 2, 3 기재 원고들에 대한 전산개인카드가 입력되어 있으나, 별지 목록 4 기재 원고들에 대한 전산개인카드는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며, 한편 신상자료철 중에는 원고 노무현, 문동환, 이강철에 대한 것만 있고,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것은 포함되어 있지는 아니한데, 이 사건 자료에 포함된 것에 관한 한, 색인카드상 카드번호 및 전산개인카드상 카드번호와 신상자료철에 포함된 개인카드상 카드번호가 동일한 개인에 대한 번호로 서로 일치하는바, 원고들의 각 개인카드번호는 별지 목록 2 내지 4의 해당란의 기재와 같다.

(6) 위 소외인이 부대를 이탈할 당시 보안사는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 종교인, 교수, 재야인사 등 민간인 1,323명 정도에 대한 위 (4)항과 같은 자료를 보관·관리하여 왔는데, 위 소외인이 유출한 이 사건 자료 중 전산개인카드와 신상자료철에 포함된 개인카드상 별지 목록 2, 3 기재 원고들에 대한 각 구체적 사찰내용은 별지 목록 7 기재와 같다.

나. 한편 이 사건 자료에 포함되지 아니한 별지 목록 2 기재 원고들 중 원고 김승훈, 김정웅 및 별지 목록 3, 4 기재 원고들에 대한 각 신상자료철과, 별지 목록 4 기재 원고들에 대한 각 전산개인카드에 대하여, 원고들은 원심계속중인 1993. 9. 16. 문서제출명령신청을 하였고, 이에 원심법원은 같은 해 10. 4. 결정으로 피고(문서소지인 피고 산하 국군기무사령부)에게 같은 해 10. 22.까지 위 문서들의 제출을 명하였으나, 국방부장관은 같은 해 10. 26. 이 사건 자료 유출 후 1991. 1. 1.자로 개정된 국군기무부대령에 따라 국군보안사령부가 국군기무사령부로 개칭되면서 그 부대령과 사무분장 및 운영규정에 따라 위 부대의 전행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참고존안자료를 1991. 1. 말경 전량 폐기하였고, 따라서 위 제출명령 대상 문서에 대하여도 그 작성 여부의 확인이 불가능하고 그 제출도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회신을 하였음은 당원에 현저하다.

다. 위 인정사실을 기초로 하여 보건대, 이 사건 자료들, 특히 신상자료철이 있는 원고 노무현, 문동환, 이강철과 전산개인카드가 있는 원고 김승훈, 김정웅 등에 관한 자료들에 담겨 있는 내용 가운데에는, 공개적인 자료로부터는 파악하기 어려운 위 원고들의 출근 및 귀가시간, 사무실 등에서의 출발 및 복귀시간, 기차, 항공기 등 이용교통편 및 그 구체적 출발·도착 시간, 참여집회 및 접촉인물과 그 대화내용, 개인 사무실, 식당 등에서의 대화내용, 가정 내에서의 가족 및 친지와의 대화내용 등 사생활에 관련한 자료들이 상세히 수집, 기재되어 있는 점, 또한 이 사건 자료들은 1,300여 명의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 종교인, 교수, 재야인사 등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수집 작성되었는데, 위 소외인은 그 중 일부만을 유출 공개하였고, 그 나머지 자료에 관한 원심의 문서제출명령에 대하여 국방부장관은 위 일부 유출 후 이를 폐기하였다고 회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자료 작성 당시 보안사는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 종교인, 교수, 재야인사 등 민간인 중 자의적으로 동향 파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람들을 선정하고 그 대상자에 대하여 예하부대를 통하여, 필요에 따라 상시, 수시 또는 정기적으로 미행, 망원활용, 탐문채집, 기타 도청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 사적 활동에 대한 동향을 감시 추적하고 사적 정보를 수집하는 등 사찰행위를 한 뒤, 그 결과를 종합하여 개인별로 신상자료철을 작성하고, 이를 기초로 주요사항을 항목별로 정리하여 개인카드를 만들어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이를 전산입력함과 아울러 개인별 색인카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정보자료를 보관 관리하던 중, 그 관리·통제의 소홀로 그 정보자료가 일부 유출되어 일반에게 공개되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신상자료철, 전산개인카드 및 색인카드 등 3가지 자료가 모두 공개된 원고 노무현, 문동환, 이강철은 물론이고, 전산개인카드와 색인카드가 공개된 원고 김승훈, 김정웅과 별지 목록 기재 3 기재 원고들(다만 그 중 원고 권호경, 김낙중은 전산개인카드만 공개됨), 나아가 색인카드만 공개된 별지 목록 4 기재 원고들에 대하여도, 위와 같은 다양한 방법(사찰내용에 따라 추인되는 별지 목록 2, 3 기재 원고들에 대한 구체적 사찰방법은 별지 목록 7 기재 해당항목란의 사찰방법과 같다)으로 그 사적 활동에 대한 동향을 감시 추적하고 사적 정보를 수집하는 등 사찰행위를 한 뒤 그 결과를 정리하여 위 3가지 자료를 각 작성 관리한 사실을 추인할 수 있다.

2. 원고들의 청구에 대한 판단

가. 원고들은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서, 피고 산하 보안사 소속 군인 및 군무원들이 민간인의 신분을 가진 원고들의 사생활에 대하여 위와 같이 사찰을 한 행위는 보안사의 법령상의 직무범위를 일탈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수인될 수 있는 한계를 넘은 사찰방법을 통하여 헌법상 보장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 및 주거의 자유 등 원고들의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에 대하여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보안사의 이러한 사찰이 원고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 또는 위법한 것인지에 대하여 살펴본다.

나. 기본권과 그에 대한 제한

(1) 헌법은 제10조 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제37조 제1항 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각 선언하고, 제17조 에서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10조, 제37조 제1항 에 의하여 보장되는 기본권으로서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 즉 인격권이 인정되고 있으며 그 중에는 국가공권력의 불법 부당한 감시로부터의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고, 한편 제17조 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불가침은 인간 존엄성 존중의 구체적 내용이 되는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과 법적 안정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나아가 사생활을 공개당하지 아니할 권리(사생활 비밀의 자유), 사생활의 평온한 유지 및 자유로운 형성을 방해받지 아니할 권리(사생활 평온 및 형성의 자유), 자신에 관한 정보를 관리 통제할 수 있는 권리(정보관리통제권)를 그 내용으로 한다고 할 것인데, 위 정보관리통제권에는 최소한 자기정보접근권, 자기정보정정청구권, 자기정보사용중지청구권을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2) 한편, 헌법 제37조 제2항 에서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나, 헌법과 법률의 근거없이 이를 제한할 수는 없고, 제한하는 경우에도 헌법상 요건에 따라 필요 최소한의 제한에 그쳐야 할 것이다.

다. 보안사의 지위 및 직무범위

(1) 연혁 및 규정

(가) 보안사는 원래 1945년 미군정청법령 제28조에 의거 설치된 국방사령부 내의 정보과로 첫 출발하여 그 뒤 1947년 조선경비대가 창설되자 그 예하 정보처로 개편되었고 1948년 국군이 창설되면서부터는 국방부 직제에 따라 국군정보국으로 편제되었다가 6·25 전쟁 중에 육군본부 직할부대로 독립하여 '특무대'라고 불리운 사실, 그 후 제2공화국 하에서는 '방첩대'로 개칭되었고 1977년 9월경 구 국군보안부대령(대통령령 제8704호)이 공포됨에 따라 비로소 육·해·공군 방첩대를 통합한 구 국군보안사령부(1991. 1. 1. 국군기무사령부로 개칭)가 발족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나) 한편, 이 사건 당시 시행되던 구 국군보안부대령제1조(설치와 임무)에서 "군사보안 및 군 방첩에 관한 사항, 군법회의법 제44조 제2호에 규정된 범죄의 수사에 관한 사항과 군 및 군과 관련이 있는 첩보의 수집, 처리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하여 국방부에 국군보안부대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4조(직무) 제1항에서 "사령관은 국방부장관의 명을 받아 보안부대의 업무를 통괄하고 예속 또는 배속된 부대를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7조(정원) 제2항에서는 "제1항의 군인과 군무원은 소속 상관의 명을 받아 담당업무를 처리한다."고 각 규정하고 있다.

(다) 또한 이 사건 당시 시행되던 구 군사법원법(법률 제3993호)은 제43조 제2호 에서 "법령에 의하여 보안부대에 소속하는 장교·준사관·하사관 및 군무원으로서 보안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군사법경찰관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44조 제2호 에서 이러한 제43조 제2호 소정의 군사법경찰관은 "형법 제2편 제1장 및 제2장의 죄(내란 및 외환죄), 군형법 제2편 제1장 및 제2장의 죄(반란 및 이적죄), 군형법 제80조 (군사기밀누설) 및 제81조(암호부정사용)의 죄와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군사법원 관할 사건을 수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위와 같은 각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보안사의 직무범위는 군사보안이나 군방첩, 군과 관련이 있는 첩보의 수집·처리, 그리고 군 수사기관으로서 위 법규 소정의 군사법원 관할 범죄사건의 수사라고 할 것이고, 따라서 군사보안이나 군방첩에 관련하여 민간인의 신상자료가 필요한 경우, 민간인에 대해서도 수사권을 보유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이외에는 민간인에 대한 첩보의 수집이나 수사를 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수사 및 첩보 수집을 하는 경우에도 헌법 및 법률의 규정에 따른 절차를 따라야 할 것이다.

라. 이 사건 사찰행위의 위헌 또는 위법성

위에서 인정한 사실, 기본권 및 그 제한, 보안사의 직무범위에 비추어 이 사건 사찰행위에 관하여 본다.

우선 국민을 감시 사찰하는 행위는 권력의 감시로부터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써 앞에서 본 바와 같은 헌법상 보장된 인격권 및 사생활평온과 형성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법률에 따라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보안사의 동향파악 감시 등 사찰행위가 군사보안, 군방첩 및 군수사 등 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민간인 신분의 정치인, 법조인, 교수, 종교인, 언론인, 재야인사 등을 그 대상으로 하여, 구체적인 사건을 전제하지 아니한 채 미행, 망원 활동 등 여러 방법을 사용하여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점에 비추어 볼 때, 보안사의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감시 등 사찰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군에 관련한 첩보수집 및 수사에 한정된 보안사의 직무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위법한 행위라 할 것이다.

또한 국가가 국민에 대한 사적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경우에도, 그로 인하여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 정보통제관리권을 침해할 우려가 많으므로, 법령의 근거가 있어야 하고, 법령에 따라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경우에도, 수집기관에 대한 적절한 통제 내지 감독, 수집 및 이용 목적의 명시와 그에 따른 입력 제한, 정보의 수집 방법과 보유에 관한 적정성의 유지, 개인정보체계의 공시, 정보의 부당한 유출 방지 등을 고려하여 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보안사는 정보 수집 및 관리함에 있어, 민간인을 대상으로 그 동향감시의 목적하에 미행, 망원, 탐문채집 등의 방법으로 사상·신조 등을 포함하여 개인에 대한 사적 정보를 무제한적으로 비밀리에 수집 관리한 점, 나아가 이러한 정보의 관리 소홀로 원고들에 대한 사적 정보가 유출 공개되게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보안사의 이 사건 정보 수집 및 관리행위는 민간인에 대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안사의 직무범위를 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적절한 통제 내지 감독, 수집 및 이용목적의 명시와 그에 따른 입력제한, 정보의 수집방법과 보유에 관한 적정성의 유지, 개인정보체계의 공시, 정보의 부당한 유출 방지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아니한 채 이루어진 것이어서 위법하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고들은 이러한 보안사의 위법한 정보 수집 및 관리로 인하여 자기 정보 통제권을 침해당하고, 나아가 이 사건 자료가 유출되어 일반에게 공개됨으로써 사생활의 비밀의 자유를 침해당하였다고 할 것이다.

3.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정보수집 및 관리방법의 정당성에 관한 주장

피고는 정보및보안업무기획조정규정(대통령령 제10239호)에 의하면 보안사는 국방부 직할의 정보수사기관으로서 관할 정보사범 등에 대한 내사, 수사 및 사찰에 관한 사항, 군인 및 군무원의 신원조사업무지침에 관한 사항, 국외정보, 국내보안정보, 통신정보 및 통신보안업무에 관한 사항 등에 관하여 국가안전기획부와 유기적으로 협조하도록 되어 있고, 국가정보자료관리규정(대통령령 제10819호)에 의하면 국가정보자료의 전담관리기관 또는 각급기관은 국가정보자료의 효율적인 관리와 공동활용체제의 확립을 위하여 다른 기관과 국가정보자료를 공동활용할 수 있게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되어 있는바,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자료들은 보안사가 국가정보자료의 전담관리기관 또는 각급기관의 하나로서 수사과정에서 직·간접으로 얻은 사항과 다른 정보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사항을 위 규정에 따라 국가정보자료관리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이므로 적법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자료들이 위와 같은 규정에 의하여 취득, 관리되고 있는 자료라는 점에 대하여는 이에 부합하는 듯한 원심 증인 이승섭의 일부 증언은 믿을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법률상 근거없이 개인정보에 관하여 미행, 망원활용 등 지속적인 동향파악 및 감시를 통하여 이를 수집 관리하였음은 앞에서 인정된 바이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정보수집 목적의 정당성에 관한 주장

피고는 또한 보안사가 군 및 군관련사항에 관한 임무를 수행하려면 당연히 민간인에 대한 자료의 수집·처리가 필요한 경우가 있으며, 그 예를 들면 첫째, 군방첩 사건 수사상 민간인의 신상자료가 필요한 경우, 둘째 예외적으로 민간인에 대해서도 수사권을 보유한 경우, 셋째, 적극적 방첩업무 수행 개념상 민간인 보호가 필요한 경우, 넷째 군방산업체 보호를 위해 민간인에 대한 보안조치가 필요한 경우 등을 들 수 있는바, 이 사건 자료는 이와 같은 목적을 위하여 보안사 수사과에서 수집·정리한 것으로 적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자료의 수집 목적이 위와 같은 경우에 해당된다는 점에 부합하는 듯한 원심 증인 이도원, 김판문, 이숭섭의 각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다. 공적 인물에 대한 사생활비밀의 제한 주장

피고는 또한 원고들은 소위 유명인사 또는 공적 인물들로서 그들의 사생활이 공공이익의 한 부분이 되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보안사의 이 사건 민간인 사찰행위는 그 고유의 직무범위를 일탈한 데다가 그 사찰의 수단 또한 용인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위법한 것으로 인정될 뿐 달리 위와 같은 사찰행위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여 행하여진 것이라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할 것이다.

4. 피고의 책임 및 손해배상의 범위

따라서, 보안사 소속 군인 또는 군무원 등의 위와 같은 위법한 사찰행위는 원고들의 인격권 등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하였음이 명백하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은 인격적 존재로서의 자유로운 의사발현과 행동구현에 대하여 상당한 정신적 타격을 입었다 하지 않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사찰 등의 피해의식에서 헤어나기 쉽지 아니할 것이 우리의 경험칙상 인정되므로 피고는 그 산하 보안사 소속 군인 또는 군무원 등이 고의 또는 과실로 그 직무집행에 당하여 원고들에게 가한 정신적 손해를 금전으로나마 배상하여 이를 위자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나아가 그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이 사건 사생활 침해의 성격, 방법 및 그 정도, 정보수집의 수단 및 기간, 원고들의 신분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보건대, 정보수집의 기간, 신분은 원고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유출 공개된 자료가 전체자료의 일부에 불과하여 개별적인 차이를 구체적으로 분별하기 어려운 점, 이 사건 사찰 등 행위로 침해된 기본권의 본질은 인격권적인 것으로 군수사기관의 부당한 감시로부터의 자유인 점 등을 감안하면, 그 위자료액은 원고들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각 금 2,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5.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자료 각 금 2,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 종료일 이후로서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날임이 기록상 분명한 1991. 7. 28.부터 피고가 그 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 판결 선고일인 1996. 8. 20.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푼, 그 다음 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할 것인바,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별지 목록 4 기재 원고들의 각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위 인용금액에 해당하는 위 원고들의 패소부분을 각 취소하여 그 지급을 명하고, 한편 피고의 별지 목록 2, 3 기재 원고들에 대한 각 항소를 일부 발아들여 위 인용금액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여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며, 제1심판결 별지 목록 중 오기임이 명백한 부분을 주문 제5항과 같이 직권으로 경정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김재진(재판장) 박윤창 이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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