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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_flag_2대구고등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노92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및 검사

검사

서상희

변 호 인

변호사 유원석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4년에 처한다.

피고인으로부터 80,000,000원을 추징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관할위반의 점(피고인)

형사소송법 제5조 (토지관할의 병합) 소정의 관련사건의 토지관할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고유의 관할권을 가지는 사건과 병합기소되거나 최소한 병합심리가 전제되어야 할 것인바, 피고인에 대하여는 그러한 절차와 조건이 충족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심에는 피고인에 대한 관련사건의 병합토지관할이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을 심리함으로써 토지관할 위반의 위법을 저질렀다.

나. 채증법칙 위배 또는 사실오인의 점(피고인 및 검사)

(1) 피고인(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에 대하여)

(가) 2004. 2. 하순경 5,000만 원 수수로 인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부분

피고인은 공소외 2로부터 공소외 1을 통하여 현금 5,000만 원을 수수한 사실이 없다. 공소외 1이 공소외 2의 부탁을 받고 공소외 2를 대신하여 피고인에게 위 돈을 전달한 것이 아니라 공소외 1 스스로 자신의 돈으로 피고인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한 것일 뿐이므로 공여의 주체는 공소외 1이다. 설사 공소외 2를 대신하여 건넨 돈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공소외 1이 건네주는 정치후원금으로 알고 받았던 것인 만큼 뇌물수수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또한 뇌물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검사 작성의 공소외 1에 대한 2005. 3. 4.자 진술조서의 진술기재뿐인바, 이것은 검사의 회유·협박·강요 내지는 빈번한 소환, 밤늦은 시간까지의 조사 등으로 인한 과도한 육체적 피로, 심리적 압박감 또는 정신적 강압상태 속에서 작성된 것으로 임의성이 없어 증거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후 공소외 1이 원심 및 당심 법정에 이르러 ‘영수증 발급 경위’에 관한 검찰에서의 진술을 번복한 것 등에 비추어 신빙성도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임의성이 없어 증거능력이 없거나 신빙성이 없는 공소외 1의 진술만을 취신하여 피고인이 공소외 1이 아닌 공소외 2로부터 뇌물을 수수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 부분

피고인은 공소외 1로부터 정치자금 3,000만 원을 기부받은 사실이 없다. 공소외 1은 공소외 2로부터 피고인에게 정치후원금으로 수표 3장 액면금 합계 5,000만 원을 전달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서는 그 중 1장 액면금 2,000만 원을 횡령하고 나머지 2장 액면금 합계 3,000만 원만을 피고인 측에 전달하였던 것인데, 그 후 피고인 측은 (위와 같은 횡령사실을 은폐하고 싶어하는) 공소외 1의 요청에 따라 위 수표 3장에 맞춘 영수증 3장을 공소외 2에게 발급하였던 것일 뿐이다. 따라서 이 부분 정치자금 3,000만 원에 대한 기부주체는 공소외 1이 아니라 공소외 2임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정치자금영수증을 교부하지 아니한 채 공소외 1로부터 정치자금 3,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검사{원심판결 중 이유부 무죄부분인 2004. 4. 26.자 5,000만 원 수수로 인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의 점에 대하여)

공소외 2는 피고인의 직접부탁을 받은 공소외 1로부터 피고인의 의사를 전달받은 후 이미 피고인에게 5,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공여하였음에도 또다시 후원하는 단체의 이름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후원 전례가 없던 5,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선뜻 제공하기로 하였다는 것인바, 그 기부경위와 기부액수 및 기부시기 등에 비추어 공여자 공소외 2의 진정한 의사는 종전의 뇌물공여 의사와 불가분하게 연계하여 피고인에게 이를 공여하기로 한 것으로 볼 것인 점, 수수방법도 통상적이고 정상적인 후원금 기부방식이 아니라 피고인의 비서관인 공소외 3이 직접 공여자인 공소외 2의 사무실로 찾아가 자기앞수표 1장 액면금 5,000만 원을 받은 후 그 기부자를 밝히지 아니한 채 공소외 3 명의로 이 사건 휠체어테니스협회 측의 계좌로 송금한 점 등에다가 피고인 스스로 이 부분 자금을 공소외 2로부터 수수하였음을 인정한 보도자료, 그 밖의 관련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공소외 2의 뇌물자금 조성과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위 돈 5,000만 원의 최종적인 사용자가 위 협회라 하더라도 이것은 피고인이 공여자 공소외 2로부터 해당되는 돈을 받아 그것을 소비하는 방법으로 위 협회에 준 것으로 볼 수 있고 또한 뇌물성도 인정되어 이 부분 공소사실은 유죄라고 할 것임에도, 원심은 공소외 2가 위 돈을 위 협회에 기부한 것이고 피고인은 단지 위 협회 회장으로서의 주선·전달자에 불과하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심리를 미진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다. 양형부당의 점

(1) 피고인

이 사건 각 범행의 경위, 원심판결 선고 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이 개정·시행되어 처단형의 범위가 변경된 점 등에 비추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징역 5년 및 추징 8,000만 원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검사

이 사건 각 범행의 죄질이 무거운 점 등에 비추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의 관할위반 주장에 대한 판단

형사소송법 제5조 에 토지관할을 달리하는 수개의 사건이 관련된 때에는 1개의 사건에 관하여 관할권이 있는 법원은 다른 사건까지 관할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바, 여기서 관련사건이라 함은 수인이 공동으로 범한 죄( 같은 법 제11조 제2호 ) 등을 말하고, 수인이 공동으로 범한 죄에는 공동정범, 교사범, 종범 등 임의적 공범 외에 필요적 공범(대향범도 포함)도 포함되며( 대법원 1978. 10. 10. 선고 78도2225 판결 참조), 또한 법원의 관할제도, 형사소송법 제5조 , 제7조 의 각 규정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사소송법 제5조 소정의 관련사건의 관할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고유관할사건 및 그 관련사건이 모두 같은 법원에 계속할 것을 필요로 하지만, 반드시 양사건이 병합기소되어야 하거나 병합되어 심리( 형사소송법 제6조 )될 것을 전제요건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함이 상당하고(공판기록 831쪽에 편철된 일본국 최고재판소 1984. 11. 30. 판결취지 참조), 따라서 같은 시기에 고유사건에 관하여 관할권이 있는 법원에 관련사건의 소송이 계속(계속의 사유는 공소제기나 이송 등을 불문)되어 형사소송법 제5조 소정의 관련사건의 토지관할이 성립한 이상, 그 후 양사건이 병합되어 심리되지 아니한 채 고유사건에 대한 심리가 먼저 종결되었다 하더라도 그 관할권은 여전히 유지된다고 볼 것이다.

위와 같은 법리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이 원심에 고유관할권이 있던 필요적 공범(대향범)인 공소외 2에 대한 뇌물공여 피고사건 및 공소외 1에 대한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 피고사건과 함께 같은 날 원심법원에 공소가 제기되어 소송이 계속됨으로써 형사소송법 제5조 에 의하여 관련사건의 토지관할이 발생하였음이 분명하고, 이와 같이 일단 발생한 관련사건에 대한 관할권은 원심의 관할에 속한 고유사건과 병합되지 않은 채 별도로 고유사건이 먼저 심리되어 판결이 선고된 경우에도 소멸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그 고유사건에 관한 판결의 선고와 상관없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심리를 계속 담당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관할위반의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에 대한 피고인의 주장에 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 즉 ① 공소외 2와 공소외 1의 진술에 의하면 공소외 2의 후원의사가 공소외 1을 통하여 피고인에게 전달되었음이 명백하고, 그 후 후원금 영수증이 발급되는 과정에서 공소외 1이 취한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공소외 2로부터 후원받기를 거절하였다고는 볼 수 없는 점, ② 피고인 스스로 공소외 1로부터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고, 또한 공소외 1이 공소외 2에게 후원금 영수증을 3장으로 발급하여 주겠다고 한 사정 등에 비추어 당시 공소외 1은 공소외 2 경영의 주식회사 전홍 명의로 후원금 영수증을 발급받아 줄 의사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발급절차가 예정되어 있었다고 할 것인 만큼 공소외 1이 현금 5,000만 원을 피고인 측에게 전달할 당시 위 돈이 자신의 돈이라고 이야기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고인 측 역시 5,000만 원 전액에 대하여 공소외 1 명의가 아닌 주식회사 전홍 명의로 후원금 영수증을 발급하였으므로, 이러한 여러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의 보좌관과 비서관이던 공소외 4, 3의 진술만으로는 공소외 1이 위 돈을 자신의 돈이라면서 건넸다고는 인정할 수 없는 점, ③ 피고인 측이 공소외 1로부터 주식회사 전홍 발행의 수표 2장 액면금 합계 3,000만 원을 받았음에도 주식회사 전홍 명의의 합계 5,000만 원의 영수증을 공소외 2에게 발급한 것은 먼저 공소외 1로부터 현금 5,000만 원을 전달받을 당시 그 5,000만 원에 대한 영수증 발급에 관하여 사전에 협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아야 하고, 오히려 공소외 1이 위 수표 2장 액면금 합계 3,000만 원을 피고인 측에 줄 당시에는 그 돈에 대한 영수증 발급에 관하여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으며, 피고인 측 역시 다른 사람을 통하여 현금으로 교환한 후 피고인 명의의 정치자금계좌에 입금하였을 뿐 후원금으로 신고도 하지 아니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공소외 1이 피고인 측에 교부한 위 돈 3,000만 원은 공소외 1 자신이 피고인에게 후원한 것이라는 공소외 1의 진술이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고, 그 밖에 공소외 1이 공소외 2로부터 받은 수표 1장 액면금 2,000만 원을 사용한 사실을 숨길 이유도 없었던 점 등을 들어, 피고인이 2004. 2. 하순경 공소외 1로부터 전달받은 현금 5,000만 원이 공소외 2의 후원금이 아니라 공소외 1의 후원금일 뿐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는 한편, 비록 피고인이 위 금품을 정치후원금 명목으로 받았다 하더라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위원장인 피고인이 유·대회 기금조성 광고물사업자인 공소외 2로부터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을 받은 뒤 유·대회지원법개정법률안이 2003. 12. 28.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때로부터 2개월이 지난 무렵에 금품을 교부받은 점, 공소외 2와는 고등학교 선후배 관계이기는 하지만 그 동안 공적인 자리에서 몇 차례 만났을 뿐이고, 2003. 6.경 공소외 2로부터 정치후원금을 받은 적이 있으나 당시 그 금액은 1,000만 원에 불과하였으며, 피고인이 당시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정치후원금은 대부분 1,000만 원 미만인데 반해, 위 금품은 이례적으로 거액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금품은 피고인의 직무행위의 대가로서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검사 작성의 공소외 1에 대한 2005. 3. 4.자 진술조서 등의 증거능력 내지 신빙성과 각 금품 공여의 주체

1) 기록에 의하면, ① 공소외 1은 스스로 원심 법정에서 위 조서를 비롯한 검사가 작성한 자신에 대한 진술조서 모두에 대하여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심 및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적어도 위 2005. 3. 4.자 진술조서 작성 당시에는 정신이 맑은 상태로 기억하고 있는 사실 그대로 진술하였다고 하고 있는 점, ② 수사과정에서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충분히 받아왔고 국회의원을 포함한 지인 등의 접견이 자유롭게 허용되었음에도 검사의 협박, 강압수사 또는 회유 등이 있었다는 주장을 일체 하지 아니한 점, ③ 조사시간이 24:00를 초과한 것은 위 2005. 3. 4.자 진술조서가 유일한바, 이것은 공소외 1 스스로 밤늦게까지 조사받기를 원함에 따른 것이고, 또한 전날 조사가 18:00를 초과한 경우 다음날 오전에는 소환하지 아니하는 등으로 그 다음 조사시까지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었음에 비추어 여러 차례 소환되고 일부 야간조사가 이루어졌다고 하여 진술의 임의성을 부정할 것은 아닌 점, ④ 그 밖에 대학까지 졸업한 공소외 1의 학력,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이라는 신분과 사회적 지위 및 경력, 지능 정도, 조서작성의 형식과 내용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공소외 1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 계속되는 철야조사 또는 검사의 회유·협박·강요 등에 의하여 사실과 다른 허위의 진술을 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하는 만큼 검사 작성의 공소외 1에 대한 진술조서들은 충분히 그 임의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또한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보면 인정되는 다음 ① 내지 ⑧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공소외 1의 검찰에서의 위 진술은 그 진술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을 인정할 수 있는 만큼 그 신빙성이 인정된다.

① 공소외 1은 검찰 이래 원심 및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 공소외 2로부터 피고인에게 후원금을 내기로 약속받은 사실이 있다. 그 후 피고인과의 전화통화로 후원금 한도가 5,000만 원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당시 피고인에게 후원할 사람이 공소외 2라는 것도 얘기했다. 자신이 2004. 3. 8.경 피고인 측에게 교부한 주식회사 전홍 발행의 수표 2장 액면금 합계 3,000만 원은 자신의 이름으로 피고인에게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것이지 공소외 2가 기부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공소외 1의 위와 같은 취지의 일관된 진술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심 및 당심 법정에 이르러 ‘영수증을 3장으로 나누어 작성하게 된 경위’에 관한 일부 진술 등을 번복하였더라도 전체적으로는 ‘ 공소외 2와 공소외 1 사이에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후원금을 내기로 약속하였고, 그 후 피고인에게 후원금 한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공소외 2의 후원의사를 피고인에게 직접 전달하였으며, 공소외 2의 위임에 따라 공소외 2를 대신하여 자신이 알아서 마련한 현금 5,000만 원을 피고인 측에게 전달하였고, 그에 대한 영수증을 3장으로 나누어 끊기로 하여 공소외 2로부터 주식회사 전홍 명의의 수표 3장 액면금 합계 5,000만 원을 교부받은 후 자신도 피고인의 후원회 부회장으로서 피고인에게 별도의 정치후원금을 기부하기로 하여 그 중 2장 액면금 합계 3,000만 원을 피고인 측에게 교부하였다’는 검찰에서의 진술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공소외 1의 진술은 적어도 각 금품 공여의 주체에 대하여는 그 진술이 일관한다고 할 것이다.

② 공소외 2의 원심 및 당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 공소외 2와 공소외 1 중 누가 먼저 피고인에 대한 후원의사를 타진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차이만 있을 뿐 공소외 2가 피고인에 대한 후원의사를 명백히 하는 한편 그 금액과 방법 일체를 공소외 1에게 위임한 사실이 인정되고, 여기에다가 공소외 2는 이미 2003. 7. 10.경 국회의원이던 공소외 5에게 주식회사 전홍 명의의 수표금 5,000만 원을 정치후원금 명목으로 기부하여 영수증처리를 받은 경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공소외 1의 검찰진술 내용대로 된 자신의 범죄사실을 모두 시인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정을 더하여 보면, 공소외 1의 진술내용에 그 신빙성이 뒷받침된다고 할 것이다.

③ 피고인 스스로 공소외 1로부터 공소외 2의 후원취지 의사를 전달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바, 피고인과 공소외 1 또는 공소외 2와 공소외 1 사이의 친분관계에 비추어 볼 때 중간전달창구 역할을 하는 공소외 1로서는 공소외 2의 위임에 따라 자신이 먼저 마련한 현금 5,000만 원을 피고인 측에게 전달하면서 이미 피고인에게 공소외 2의 후원의사를 밝힌 마당에 구체적으로 누구 돈이라고 재차 언급하지 아니하였을 수는 있더라도, 적어도 이미 당사자 간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의사가 합치된 5,000만 원에 대한 전달방법 내지는 영수증 발급과정을 이용하거나 피고인 또는 공소외 2를 속여가면서까지 일부 금액을 횡령하여 배달사고를 낼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보인다(더구나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은 중학교 동기이자 절친한 친구인 공소외 2로부터 이 사건 금품전달을 전후하여 여러 번에 걸쳐 용돈 등 명목으로 합계 수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교부받은 사실마저 인정된다.).

④ 한편, 공소외 1은 영수증이 3장으로 나뉘어 발급되게 된 경위에 관하여 검찰에서는 ‘피고인의 보좌관인 공소외 4로부터 현금기부 요청과 영수증을 3장으로 나누어 끊어 주겠다는 말을 듣게 되어 우선 자신이 마련한 현금을 교부한 후 공소외 2로부터 그에 맞춘 수표 3장을 교부받게 되었고, 또한 공소외 2도 영수증 처리를 원하여 피고인 측에서 그 수표 3장에 맞춘 후원금 영수증 3장을 공소외 2에게 발급하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가, 원심 및 당심 법정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개인적 판단 하에 자발적으로 피고인 측에 먼저 현금을 교부한 후 공소외 2에게는 후원금 5,000만 원에 대한 영수증을 3장으로 나누어 발급해 주겠다고 말하여 그에 맞추어 공소외 2가 수표 3장을 자신에게 교부하였고, 피고인 측 역시 그에 맞춘 후원금 영수증 3장을 공소외 2에게 발급하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피고인과의 친분관계를 고려한 공소외 1의 부득이한 번복진술로 보이는 점, 공소외 1이 스스로 공소외 2에게 영수증을 3장으로 나누어 발급해주기로 해야 했을 이유 내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점, 오히려 기록에 의하면, 당시 피고인에 대한 1회 후원금이 1,000만 원을 초과하는 예가 거의 없었고 또한 공소외 1이 피고인 측에게 공소외 2의 후원의사를 전달할 당시 법인 후원한도인 5,000만 원이라는 금액만 잠정 제시되었을 뿐 반드시 법인 명의로 할 것인지, 공소외 2 개인 명의로 할 것인지에 대하여 명확하게 확정된 의사 전달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당시 법규정상 개인후원 한도가 2,000만 원이었고, 법인 명의로 후원하더라도 한도금액인 고액으로 영수증 처리를 하는 데에는 부담을 느꼈을 피고인 측으로서는 적정한 금액으로 분산처리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이는 점, 그 후 실제로 마치 3곳의 법인으로부터 합계 5,000만 원을 기부받은 것처럼 후원회 금품기부내역보고서에 기재하여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한 점(수사기록 755쪽)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측의 요구를 토대로 영수증이 3장으로 나뉘어 발급되게 된 것이라는 공소외 1의 검찰에서의 진술이 더 합리적이고 객관적 정황에도 부합한다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당시 공소외 1이 피고인 측에게 현금을 먼저 교부한 사실을 공소외 2에게 말하였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일부 진술이 불일치하거나 모순되는 듯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기억력의 한계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고, 그 밖에 피고인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그 보좌관과 비서관인 공소외 4, 3의 진술만으로 위와 같은 공소외 1의 합리성 있는 검찰진술을 배척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⑤ 피고인 측은 공소외 1로부터는 수표 2장 액면금 합계 3,000만 원만 받았음에도 공소외 2에게는 공소외 1이 먼저 현금으로 전달한 5,000만 원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후원금 영수증 3장을 발급해 주는 한편 위 수표 2장은 자금세탁과정까지 거쳐 현금화하고서는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정식 후원금으로 신고조차 하지 아니하였는바, 이것은 공소외 1이 현금 5,000만 원을 전달할 당시 자신의 돈이라고 하였다는 피고인 측 자체의 진술과는 정면으로 모순되는 행태로서 아무런 합리성과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공소외 2의 후원의사가 공소외 1을 통하여 피고인에게 이미 전달되었고, 수수한 금액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영수증이 공소외 1 명의가 아닌 공소외 2의 주식회사 전홍 명의로 발급처리되었을 뿐만 아니라 공소외 1의 직위나 역할에 비추어 그만한 거액의 돈을 자비로 마련하여 정치후원금으로 기부할 만한 특별한 연유가 있었다고 보이지도 아니하는 사정과 피고인과의 친분관계를 고려하면, 그 자금의 후원자가 공소외 1이 아니라는 정도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보거나 후원금의 출처 내지는 모금경위 등에 대한 의사교환 내지는 의사소통 정도는 있었다고 봄이 자연스럽다.

여기에다가 그 후 피고인 스스로 공소외 2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후 정상적으로 영수증처리를 해주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까지 낸 사실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나 그 측근도 당시 공소외 1이 전달한 돈 5,000만 원을 공소외 2가 기부한 돈으로 인식하고 그에 맞추어 영수증을 발급해 주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⑥ 또한 공소외 2로서는 피고인에게 유·대회지원법 유효기간 연장안 통과와 관련하여 청탁을 하였었고, 개정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막대한 이익이 보전되게 되었으므로 어떤 형태로든 피고인에게 감사의 표시를 해야 했을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인다.

반면에 공소외 1로서는 직전에 정상적으로 개최된 후원회 행사에서조차 후원금을 내지 않다가 개인후원 한도를 훨씬 초과하는 5,000만 원을 굳이 공소외 2의 주식회사 전홍 명의를 빌려 후원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다만 기왕에 자신이 먼저 마련한 현금으로 공소외 2의 후원금을 전달하고 난 후 공소외 2로부터 이를 수표로 보전받은 차에 당시 국회의원선거를 목전에 두고 정치자금에 목말라 하고 있던 피고인에게 별도로 후원하기로 하였던 것인데, 그 3,000만 원이 개인후원 한도를 초과할 뿐만 아니라 자금추적이 용이한 수표이고 또한 공소외 1의 신분에 비추어 별도의 영수증처리가 필요하지 않자 피고인 측에서 자금세탁을 통하여 현금화한 후 피고인의 선거자금으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그 무렵의 객관적 정황에도 합치한다고 할 것이다.

⑦ 그 밖에 이 부분 자금교부에 이르게 된 경위, 자금전달 방법, 자금교부를 전후하여 관련 당사자들이 보인 행태, 피고인의 당시 어렵던 선거자금 사정 등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제반정황에 비추어 공소외 2로부터 후원의사를 확인한 공소외 1과 피고인 측이 명시적·묵시적 합의 하에 공소외 2의 후원금과 피고인에 대한 유·대회지원법 유효기간 연장안 통과를 위한 청탁 사이의 관련성을 희석시키기 위해 일종의 역자금세탁 방법 내지는 분산영수증 처리 기법을 이용하였다고 볼 수는 있을지언정, 공소외 1이 독자적으로 처음부터 공소외 2로부터 2,000만 원을 착복하기 위해 과정을 조작하고 또한 그러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진술을 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 측 주장은 객관적 정황과 동떨어진 것으로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보인다.

⑧ 더구나 공소외 1이 자신의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허위의 진술을 함으로써 피고인을 음해할 이유나 근거를 발견하기도 어렵다.

3) 따라서 원심이 위와 같이 증거능력이 있고 또한 신빙성도 있는 공소외 1의 검찰진술을 토대로 그 밖에 증거능력 있는 공소외 2의 진술 등 관련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그 판시와 같은 사실과 정황 등을 종합하여 5,000만 원에 대한 금품 공여의 주체는 공소외 2이고, 3,000만 원에 대한 금품 기부의 주체는 공소외 1이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 내지는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뇌물성 및 피고인이 뇌물수수의 점을 인식하였는지 여부

뇌물죄에 있어서 공무원이 얻은 어떤 이익이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당한 이익으로서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공무원의 직무내용, 직무와 이익제공자와의 관계, 쌍방 간에 특수한 사적친분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 이익의 다과, 이익을 수수한 경위와 시기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되어야 하고, 뇌물죄가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공무원이 그 이익을 수수하는 것으로 인하여 사회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도 뇌물죄 성부의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하며( 대법원 2000. 6. 15. 선고 98도369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정치자금, 선거자금, 성금 등의 명목으로 이루어진 금품의 수수라 할지라도, 그것이 정치인인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실체를 갖는 한 뇌물로서의 성격을 잃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도2609 판결 , 1997. 4. 17. 선고 96도337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보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국제대회지원법에 따라 옥외광고사업을 영위하고 있던 공소외 2 등 기존의 광고사업자들은 한시법인 유·대회지원법의 유효기간이 2004. 12. 31.로 되어 있어서 그 유효기간이 경과되면 기존에 설치한 옥외광고물 등을 철거하거나 양도하여야 하는 상황이 예정되어 있었던 점, ② 공소외 2와 공소외 6 등은 유·대회지원법의 유효기간 연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로 공소외 6은 공소외 5의원에게 청탁을 하고 공소외 2는 다른 지역 국회의원을 담당하기로 하였는바, 공소외 2는 2003. 7.~8.경부터 같은 옥외광고업자인 광인기업 공소외 7, 인풍의 공소외 8 등과 유·대회지원법 유효기간 연장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결국에는 그에 필요한 로비자금까지 분담·갹출하는 한편, 연장안을 대표발의한 공소외 5의원으로부터 위 법안을 소관하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위원장인 피고인에게도 부탁을 하라는 말을 듣게 되자 자신보다는 피고인과 더 친분관계가 있던 공소외 1의 주선으로 피고인을 만나 법안통과와 관련한 청탁을 한 점, ③ 법안이 통과되자 공소외 2는 공소외 1을 통하여 피고인에게 사례의 뜻을 전달한 후 공소외 1에게 그에 필요한 모든 것을 일임한 점, ④ 그 직후 공소외 1을 통하여 단순한 친분관계에 의한 것으로 보기에는 거액일 뿐만 아니라 이례적인 5,000만 원이 정치후원금 명목으로 피고인 측에게 전달된 점, ⑤ 그 과정에서 피고인으로서도 공소외 1로부터 공소외 2의 감사표시 의사를 전달받은 것 등을 통하여 그 대가성 내지는 피고인 직무와의 관련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또한 그 후 공소외 1이 돈을 전달하면서 누구의 돈이라고 얘기하였었는지에 관한 부분에만 차이가 있을 뿐 공소외 1이 5,000만 원을 피고인 측에 전달한 사실을 피고인도 알았다는 것은 피고인 자신의 진술에 의해서도 인정되는바, 앞서 본 바와 같이 객관적인 여러 정황에 비추어 위 자금의 궁극적 후원자가 공소외 1이 아니라 공소외 2라는 것을 피고인도 충분히 알았다고 볼 것인 점, ⑥ 그 밖에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위원장으로서의 피고인의 지위와 역할, 공소외 2와의 친분 정도, 구체적 청탁과 법안 통과·시행 후 금품수수 시기와의 근접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1을 통하여 공소외 2로부터 원심판시와 같이 수수한 금품은 그 명목은 정치후원금이나 실질에 있어서는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하여 수수한 뇌물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뇌물성을 인정하는 데에는 그 직무에 관하여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의무위반행위의 유무 등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만큼 피고인이 공소외 2의 청탁과 무관하게 소신에 따라 직무를 처리하였다고 하더라도 뇌물죄를 인정함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아니하며, 또한 피고인이 그 대가성 내지 직무관련성을 인식하고서도 명백히 거절하지 않고 정치후원금을 빙자하여 이를 수수한 이상 미필적이라도 뇌물수수의 의사가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인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2) 원심판결 중 이유부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주장에 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유·대회지원법개정안 통과와 관련하여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기화로 2004. 4. 26. 공소외 1의 주선과 자신의 비서관인 공소외 3을 통하여 공소외 2로부터 피고인이 회장으로 있던 휠체어테니스협회 후원금 명목으로 수표 1장 액면금 5,000만 원을 건네받아 공무원인 국회의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① 당시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전화하여 위 협회가 개최한 테니스대회 경비를 기부할 후원자를 물색하여 달라고 부탁한 것은 피고인이 그 돈을 자신에게 교부하여 달라는 의미라기보다는 위 협회의 체육행사에 후원자가 되어 달라는 요청이라고 볼 것인 점, ② 위 협회에서 피고인에게 수차례에 걸쳐 경비지원을 요청한 것 역시 피고인이 직접 후원금을 내달라는 것이 아니라 후원자를 구해 달라는 부탁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다가 위 협회가 곧바로 공소외 2에게 후원자 영수증을 발급해주지 못한 경위에 수긍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주식회사 전홍 명의의 수표가 피고인의 비서관인 공소외 3을 통하여 위 협회에 전달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위 협회 회장으로서 후원금 기부자를 주선하여 준 것에서 더 나아가 피고인이 공소외 2로부터 위 수표를 뇌물로서 받은 뒤 이를 피고인 본인의 후원금인 것처럼 위 협회에 교부하는데 사용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또한 위 협회와 같은 체육단체는 대개 그 소요경비 등 필요한 운영비 대부분을 기부금 형식으로 모집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공소외 2가 위 협회에 후원금을 기부한 것인 이상, 피고인이 유·대회지원법 개정과 관련하여 청탁을 받은 사정이 있는 공소외 2에게 부탁하여 후원금을 기부하도록 주선하였고, 공소외 2의 내심에 피고인에게 뇌물을 공여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국회의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나) 이 부분 금품수수의 주체 내지는 피고인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아니하고 증뢰자로 하여금 다른 사람에게 뇌물을 공여하도록 한 경우, 그 다른 사람이 공무원의 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받은 경우나 그 밖에 예컨대, 평소 공무원이 그 다른 사람의 생활비 등을 부담하고 있었다거나 혹은 그 다른 사람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서 그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음으로써 공무원은 그만큼 지출을 면하게 되는 경우 등 사회통념상 그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은 것을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형법 제129조 제1항 의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도1234 판결 , 2002. 4. 9. 선고 2001도7056 판결 , 2004. 3. 26. 선고 2003도8077 판결 등 참조).

위 법리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스스로 위 협회의 회장인 자신이 거의 전적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위 협회 예산을 조달해야 하는 입장이었음을 인정하고 있는 점, 대회시작 직전까지 대회운영 경비를 마련하지 못하자 공소외 1에게 경비조달 후원자를 물색하여 줄 것을 부탁한 후 공소외 1로부터 공소외 2의 후원의사를 확인한 점, 그 직후 그 비서관인 공소외 3이 직접 공소외 2의 사무실로 찾아가 공소외 2의 주식회사 전홍 명의 수표 1장 액면금 5,000만 원을 교부받아 후원명의자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위 협회에 송금한 점, 수수된 후원금액이 고액이고 극히 이례적인데다가 앞서 본 정치후원금 공여와도 시기상으로 근접하는 점, 그 후 피고인이 공소외 2로부터 이 부분 자금수수 사실을 시인하는 취지의 보도자료까지 낸 점 등 제반정황에 비추어 보면, 후원자 공소외 2의 진정한 의사는 위 협회에 대한 순수한 후원금이 아니라 종전의 뇌물공여 의사와 불가분하게 연계하여 피고인에게 이를 공여하기로 한 것으로도 볼 여지가 많고 나아가 일응 직접의 수수자도 피고인의 비서관이므로, 이 부분 금품은 피고인이 공소외 2로부터 해당되는 돈을 받아 그것을 소비하는 방법으로 위 협회에 준 것이거나 위 협회의 비용조달 책임을 거의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었고 또한 후원금을 마련하지 못해 대회진행에 차질을 빚을 경우 정치·사회적으로 큰 비난을 면할 수 없었을 처지에 있던 피고인이 그 실질적 의무 내지는 부담을 면하게 된다는 점에서 사회통념상 피고인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드나, 다른 한편 공소외 2는 처음부터 법인 비용처리를 위한 후원금 영수증처리가 가능한 단체인지 여부를 확인한 후에서야 위 협회에 후원하기로 약속한 점, 공소외 3이 직접 수표금을 받아 협회에 송금하게 된 경위나 후원자 명의로의 영수증이 뒤늦게 발급된 경위 및 위 협회의 운영경비 조달체계에 관하여 원심이 밝힌 바와 같은 수긍할 만한 여러 가지 객관적 정황이 있는 점, 그 밖에 위 협회의 성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이 부분 금품수수의 주체를 위 협회로 보고 나아가 위와 같은 일부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직접 뇌물을 수수한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없으며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심리를 미진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직권판단

피고인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앞서 직권으로 보건대,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의 점에 대한 공소사실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유지하면서 그 적용법조를 원심판결 선고 후 개정·시행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2005. 12. 29. 법률 제7767호로 개정되어 2006. 3. 30.부터 시행된 것, 이하 같음) 제2조 제1항 , 제1호 , 형법 제129조 제1항 으로 의율하는 한편, 예비적으로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인 2004. 2. 하순경 5,000만 원 뇌물수수의 점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2호 , 형법 제129조 제1항 으로, 원심판결 중 이유부 무죄부분인 2004. 4. 26.자 뇌물수수의 점을 제3자뇌물수수로 공소사실을 변경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2조 제1항 제2호 , 형법 제130조 로 의율하는 것으로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여 당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의 대상이 변경되었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당원은 당심에서 추가·변경된 예비적 공소사실인 제3자뇌물수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는 바이며, 이것과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각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에 의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은 그 전부가 더 이상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3. 결론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당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 제3쪽의 5행 중 ‘개정안의 통과를 청탁하고’를 ‘개정안 통과에 대하여 부정한 청탁을 하고’로, 6행 중 ‘위 청탁을 수락하는 취지의 답변을 한’을 ‘위 부정한 청탁을 수락하는 취지의 답변을 한’으로, 14행의 첫머리 ‘2.’을 ‘3.’으로 각 변경하고, 13행 다음에 ‘2. 1998.경 이후 한국휠체어테니스협회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었던바, 2004. 3.경부터 위 협회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2004년 코리아오픈 테니스대회의 운영경비를 지원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나 대회 개막 전날인 2004. 4. 26.까지도 후원금을 구하지 못하던 중, 피고인이 위 개정안을 통과시켜 준 데 대하여 공소외 2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기화로 공소외 2로 하여금 공소외 1을 통하여 후원금 명목으로 위 협회에 금원을 공여할 것을 마음먹고, 2004. 4. 26. 공소외 1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회장직을 맡고 있는 장애인 체육단체가 있는데 대회를 치를 경비가 필요하다. 경비를 조달할 곳이 있겠느냐”라고 말을 하였던바, 공소외 1로부터 “ 공소외 2에게 부탁해 보라”는 말을 듣고는 다시 “네가 부탁해 달라”고 말하여, 이를 승낙한 공소외 1이 공소외 2와 상의 끝에 후원금 명목으로 위 협회에 5,000만 원을 공여하기로 하고 피고인에게 “ 공소외 2가 5,000만 원을 낼 것이다”라고 전화를 하자 피고인은 이를 승낙한 후, 같은 날 서울 서초구 소재 주식회사 전홍 공소외 2의 사무실 앞에서 공소외 2는 공소외 1을 통하여 피고인의 비서관인 공소외 3에게 5,000만 원권 수표 1장을 건네주고, 위 일시경 공소외 3은 이를 위 협회 명의 통장으로 송금하도록 하여 공소외 2로 하여금 위 협회로 5,000만 원의 뇌물을 공여하게 하고,’를, 증거의 요지에 ‘1. 당심 증인 공소외 1, 2가 당심 법정에서 한 판시 사실에 일부 부합하는 각 진술’을 각 추가하는 외에는 원심판결의 해당부분과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1.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형 및 죄질이 가장 무거운 뇌물수수로 인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에 정한 형에 가중}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 제55조 제1항 제3호 (아래의 양형의 이유에 기재된 유리한 정상 참작)

1. 추징

형법 제134조 후문(다만, 제3자뇌물수수 부분은 제3자인 위 협회가 후원금이 뇌물인 사정을 알지 못하였다고 보여 위 협회에 귀속되는 것이므로 몰수와 추징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30조 제3항

제3자뇌물수수의 점에 대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유·대회지원법 개정안 통과를 부탁한 것은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하는 일반적인 민원이나 청탁에 불과할 뿐 피고인에게 위법·부당한 직무집행을 청탁한 것이 아니다. 그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어떠한 위법·부당한 직무집행을 한 바도 없다. 또한 대가의 교부를 내용으로 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통과되면 대가를 수수하기로 하는 언질이나 암시도 없었으므로 형법 제130조 소정의 ‘부정한 청탁’이라고 할 수 없다.

2. 판단

형법 제130조 의 제3자뇌물수수죄에 있어서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그 청탁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직무집행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비록 청탁의 대상이 된 직무집행 그 자체는 위법·부당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해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관계와 연결시켜 그 직무집행에 관한 대가의 교부를 내용으로 하는 청탁이거나 널리 사회상규나 신의성실에 위배되는 것이라면 모두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4도3424 판결 취지 등 참조), 뇌물죄가 공무원의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집행의 불가매수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배임수재죄에 있어서의 ‘부정한 청탁’보다 넓게 해석되어야 하며,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에 이르게 된 경위, 청탁의 내용과 이에 관련되어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액수와 형식, 보호법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고, 그 대가의 교부를 내용으로 하는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도 아니고 묵시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무방하다고 할 것이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① 이 사건 유·대회지원법은 일반법규인 옥외광고물등관리법상의 제한규정을 완화하여 허용하고 있는 특례법이자 한시법으로서 원칙적으로 그 유효기간이 경과하면 효력이 상실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사실, ② 대구시에서 그 유효기간 연장이라는 전례가 드문 법률개정을 시도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국제대회 기금마련이라는 명목으로 주관단체에 거액의 광고료 수익이 보장되는 한편으로는 특정옥외광고물사업자가 이를 독점하여 막대한 수익을 챙김으로써 일반법상의 옥외광고물사업자와의 형평성을 크게 해치고 있었던 사실, ③ 이와 같은 이권보장성으로 인하여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은 위 한시법의 효력이 종료하기를 기다렸다가 자신들이 기금조성 사업을 주관하길 원하고 있는 입장이었고, 반면에 해당 광고물사업자들은 기존의 시설물을 철거하지 아니한 채 지속적으로 수익을 챙기려면 위 유·대회지원법 유효기간 연장 법률안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거나 새로운 주관단체와의 수의계약 등을 위하여 공소외 5의원이나 그 밖의 관련당사자들에게 로비자금으로 지출한 것 이상의 로비비용 지출 등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입장에 있었던 사실, ④ 공소외 2의 경우도 만약 위 법률안이 무산될 경우 약 월 19억 원이라는 거액의 수입이 일시에 없어지게 되어 있었던 사실, ⑤ 이에 공소외 2는 공동사업참여자들과 함께 연장안 관철에 노력하고 있던 중 연장안 반대기류를 감지한 공소외 5의원으로부터 피고인에게 위 법률안 통과를 간곡하게 부탁하라는 요청을 받게 되자 2003. 11. 20. 공소외 1을 통하여 피고인을 만나 위 법안통과를 청탁한 사실, ⑥ 피고인도 공소외 2로부터 법안통과를 부탁받기 전인 2003. 11. 18. 법안 심사시 수석전문위원 및 열린우리당 내지 민주당 소속 문화관광위원회 국회의원들이 입법목적위배, 선례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사실, ⑦ 당시 공소외 2는 피고인에게 공소외 5의원의 부탁사실을 전달하는 외에 ‘유·대회지원법이 연장되면 대구시에 월 10억 원 정도의 지원효과가 생기는데, 그 중 내 지분이 10여% 된다, 잘 부탁한다.’라고 말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잘 알겠습니다. 선배님, 잘 검토해보겠습니다.’라고 대답한 사실, ⑧ 그 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처음에는 위 개정안에 반대하던 의원들이 연장기간을 2년으로 단축한 수정안에 동의하게 되면서 결국 위 법률안이 통과되어 2004. 1. 19.부터 시행되게 된 사실이 각 인정된다.

여기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공소외 2로서는 위 법률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공소외 5의원 등 위 법률안 통과라는 당면목적에 관한 한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보다는 위 법률안 통과를 반대하는 단체 등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했을 개연성이 큰 다른 당 소속 국회의원들, 특히 법안회부, 축조심사 생략 등 의사진행을 주도할 지위에 있는 소관 문화관광위원회 위원장인 피고인에게 법안통과를 위한 청탁을 할 필요성이 더 컸다고 볼 것인 점, ② 따라서 공소외 2는 피고인을 만난 자리에서 공소외 5의원의 부탁의사를 전달하는 것 외에 자기도 막대한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임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그에 대한 암묵적 사례의사를 담아 법안 통과시의 수익창출 효과를 언급하였다고 볼 것인 점, ③ 당연히 통과될 법안이거나 일반국민으로서의 민원 또는 청원부탁 정도에 그칠 것이었다면 공소외 5의원 같은 신분이라면 자신이 직접 피고인에게 부탁하였을 것이지 굳이 이해관계가 걸린 광고물사업자를 피고인에게 보냈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사정에 비추어서도 더욱 그렇다고 볼 것인 점, ④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막대한 선거자금이 필요했을 피고인의 입장과 위 법안 통과를 둘러싼 치열한 이해관계 및 반대기류 속에 자신의 후원회 부회장인 공소외 1을 통하여 위 법안과 운명을 함께하고 있던 사업체 경영자인 공소외 2를 법안심사 중간에 만나게 된 경위나 피고인 및 공소외 2의 사회적 지위와 신분에 비추어 공소외 2의 위와 같은 청탁발언 정도만이라도 일반시정 사람들의 명시적 대가 언급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고 또한 피고인으로서도 공소외 2의 의도를 잘 알면서 이를 승낙하였다고 봄이 상당한 점, ⑤ 그 후 의례적·사교적인 것으로 보기 어려운 다액의 금품이 공여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공소외 2의 위와 같은 청탁이 일반국민의 입장에서 하는 의례적인 민원 또는 청원차원의 부탁이거나 정당한 직무권한 내에서의 호의적인 처리를 부탁한 것에 그친 것으로는 볼 수 없고, 적어도 묵시적으로라도 어떤 대가를 매개로 하여 피고인의 직무에 관한 청탁을 한 것으로서 비록 그 부탁한 직무가 피고인의 재량권한 내에 속한다거나 그 과정에서 특별히 위법·부당한 직무집행을 한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형법 제130조 소정의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또한 형법 제130조 뇌물죄에 있어서의 뇌물성은 형법 제129조 뇌물죄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직무와의 관련성이 있으면 인정되는 것이고, 그 뇌물을 받는 제3자가 뇌물임을 인식할 것을 요하지 아니하며, 그 뇌물을 제3자에게 공여하게 한 동기를 묻지 아니하므로, 어떤 금품이 공무원의 직무행위와 관련하여 교부된 것이라면 그것이 체육단체의 후원금 형식으로 교부되었고 또 장애인에 대한 동정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라 하더라도 뇌물임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이 단순히 호의적·의례적인 것으로 보기에는 다액일 뿐만 아니라 공소외 2의 후원 전례에 비추어서도 극히 이례적인 거액이 교부된 점, 후원하는 단체의 이름은 아예 관심조차 없이 기부한 점, 법안 통과·시행 및 종전의 뇌물공여와 시기적으로 상당히 근접하고 있는 점, 위 법안 통과 청탁 외에는 공소외 2가 피고인이 회장으로 있는 위 협회에 후원금을 기부할 만한 별다른 동기나 사정이 보이지 아니하는 점, 두 사람 사이에 고등학교 선후배라는 관계 이외에는 공소외 2가 평소 개인적으로 피고인과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는 사정이 엿보이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후원금은 위 법률개정안 통과 청탁과 불가분하게 연계된 것으로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고, 뇌물을 제공받은 위 협회가 체육단체이거나 후원금이 그 후 세법상 적법한 방법으로 처리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제3자뇌물수수의 죄책을 면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양형의 이유

이 사건 각 범행 중 뇌물 범행은 피고인이 청렴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국회의원으로서 유·대회지원법 유효기간 연장 개정안을 처리함에 있어 소관 문화관광위원회 위원장의 지위에 있으면서 그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옥외광고물 사업자로부터 합계 1억 원이라는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거나 제3자에게 공여하게 한 것으로 그 사안이 매우 중할 뿐만 아니라 죄질도 좋지 아니한 점, 국제대회의 기금마련을 위하여 옥외광고물등관리법상의 제한규정을 완화하여 허용하고 있는 국제대회지원법상의 옥외광고물사업의 경우 국제대회의 기금마련이라는 필요성 못지않게 일반법상의 옥외광고물과의 형평성으로 인한 일반법규의 규범력 약화와 아울러 특정업자의 독점으로 인한 시장질서의 왜곡을 수반하는 것이어서 그와 관련한 정책결정을 함에 있어서 투명하고 공정한 직무집행이 절실히 요구됨에도, 피고인이 직무와 관련한 뇌물을 수수하거나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특정체육단체에 공여하게 함과 아울러 결과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유지·확대하고자 하는 광고물사업자의 청탁내용에 부합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크게 훼손한 점, 피고인을 상대로 한 이러한 부정한 청탁행위가 성공하였다는 사정은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도 구조적인 부패와 인적유착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었고, 그러한 사실은 국민으로 하여금 국가공권력과 공직사회 전체에 대해서까지 충격과 실망감을 느끼게 한 점, 그런데도 피고인은 범의를 부인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 개전의 정이 미약한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에 대하여는 그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다만, 피고인이 국회의원으로서 그동안 국가발전과 국위선양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여 왔고, 오래전에 민주화 운동과정에서 처벌받은 것 외에는 별달리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일부 뇌물의 경우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 체육단체의 공식경비로 사용되게 한 것이어서 상대적으로 비난가능성이 미약한 측면도 있는 점, 원심판결 선고 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 개정·시행됨에 따라 그 처단형의 범위가 낮아진 점, 그 밖에 이 사건 각 범행의 경위, 수단과 방법, 피고인의 성행, 가족관계 및 성장환경 등 원심 및 당심 변론과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검토하여 주문 기재와 같은 형을 선고한다.

무죄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04. 4. 26.자 5,000만 원 뇌물수수로 인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의 점에 대한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나. (2)(가)에 기재된 것과 같은바, 위 제2의 나. (2)(나)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라고 할 것이나, 이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판시 뇌물수수로 인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 및 동일한 공소사실의 범위 내에 있는 예비적 공소사실인 판시 제3자뇌물수수로 인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는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아니한다.

판사 사공영진(재판장) 김기현 김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