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교통방해
2017도8847 일반교통방해
A
피고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강영구, 이종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6. 1. 선고 2017노278 판결
2019. 1. 17.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고 한다) 제6조 제1항 및 그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집시법에 의하여 적법한 신고를 마치고 도로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는 경우 도로의 교통이 어느 정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 집회 또는 시위가 신고된 범위 내에서 행해졌거나 신고된 내용과 다소 다르게 행해졌어도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도로의 교통이 방해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집회 또는 시위가 당초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거나 집시법 제12조에 의한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여 도로 교통을 방해함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경우에는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75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당초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거나 집시법 제12조에 의한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여 도로 교통을 방해함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집회 및 시위에 참가하였다고 하여, 그러한 참가자 모두에게 당연히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 참가자가 위와 같이 신고된 범위의 현저한 일탈 또는 조건의 중대한 위반에 가담하여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하였거나, 그렇지 아니할 경우에는 그 참가자의 참가 경위나 관여 정도 등에 비추어 그 참가자에게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라야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6도4921 판결 등 참조).
2.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1) B일자 'C단체가 개최한 'D'에 참가하여 행진하면서 16:33경 전후로 집회 참가자 3,500여 명과 함께 신고된 행진 경로가 아닌 서울 영등포구 G건물 앞 여의대로 전 차로를 점거한 채 시위하여 위 집회 참가자들과 공모하여 육로의 교통을 방해하고, (2) H일자 단체(이하 '단체'이라고 한다)이 개최한 'J' 에 참가하여 행진하면서 18:13경 전후로 다른 집회 참가자 3,000여 명과 함께 신고된 행진 경로를 이탈하여 서울 종로구 종로1가 교차로 전 차로를 점거한 채 시 위하여 위 집회 참가자들과 공모하여 육로의 교통을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을 비롯한 각 집회의 참가자들은 신고범위를 현저히 벗어나 행진을 함으로써 그 일대의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고, 피고인도 각 집회의 신고범위를 벗어난 차로 점거 행위에 가담함으로써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고, 경찰이 질서유지선과 차벽을 설치한 것은 피고인 등 집회 참가자들이 신고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 행진함으로 인하여 초래된 결과라고 할 것인데, 피고인은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교통방해가 계속되고 있는 상태에서 도로를 점거함으로써 다른 집회 참가자들의 범행에 가담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B일자 집회는 F조합, L조합 등 단체로 구성된 'C단체'에서 주최한 것으로,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약 60,000명이 참가하여 결의대회를 진행한 후 행진을 시작하였는데, 16:15경 집회 참가자 3,500여명이 신고된 행진 경로가 아닌 여의대로의 전 차로를 점거한 채 행진하였고, 16:35경에는 G건물 앞 여의대로 양방향 전 차로를 점거한 채 시위하였다.
(2) 이 사건 H일자 집회는 1단체에서 주최한 것으로, 서울광장에서 8,000여명이 참가하여 J를 개최한 후 행진을 시작하였는데, 17:16경 K조합 등 집회 참자가들이 종로1가 교차로에서 신고된 행진 경로를 이탈하여 서린교차로 방면으로 이동하여 전 차로를 점거한 채 시위하였다.
(3) 피고인은 이 사건 각 집회에 참여하였고, 검사가 제출한 채증사진에는 피고인이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B일자 16:33경 위 G건물 앞 여의대로를 점거한 채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과 H일자 18:13경 종로1가 교차로를 점거한 채 시위하고 있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다.
(4) 피고인은 2014년까지 L조합의 조합원이었고, 이 사건 각 집회 당시 M위원회의 대표로 활동하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각 집회의 주최자 측과 관련이 있다거나 각 집회의 신고 범위나 조건, 행진 계획 등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
(5) 이 사건 각 집회가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이 없는 상태에서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되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이 사건 각 집회에 참가하면서 이미 교통통제가 이루어진 도로를 행진한다는 정도의 인식을 넘어 신고 범위의 현저한 일탈이나 조건의 중대한 위반에 가담한다는 인식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6) 피고인에 대한 채증사진만으로는 피고인의 이 사건 각 집회에의 참가 경위나 관여 정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고, 달리 피고인이 주도적으로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하였다는 증거가 없다.
(7) 피고인이 위 각 집회의 주최자 혹은 직접적으로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참가자들과의 사이에 순차적 · 암묵적인 의사연락을 통해 교통방해의 결과를 초래하였다거나 교통방해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 볼 수 없다.
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 및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각 집회에 단순 참가한 것으로 보일 뿐, 피고인이 이 사건 각 집회의 신고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거나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데에 가담하여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하였다거나 피고인에게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일반교통방해죄,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대법관박정화
주심대법관권순일
대법관이기택
대법관김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