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집44(1)민,207;공1996.4.15.(8),1084]
[1] 계약인수의 성립 요건
[2] 회사 상호간에 주택 분양자로서의 지위 승계약정이 있고 이에 피분양자가 동의를 함으로써 유효한 계약인수가 이루어졌다고 보아, 이를 배척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1] 계약 당사자로서의 지위 승계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인수는 3면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통상적이나, 관계 당사자 중 2인의 합의와 나머지 당사자가 이를 동의 내지 승낙하는 방법으로도 가능하다.
[2] 회사가 공사 도중 자금난으로 부도가 나자 그 회사의 채권자들이 자신들의 대여금 채권의 확보를 위하여 신설 회사를 설립하여 기존 회사가 분양계약에 따라 피분양자들에 대하여 부담하는 소유권이전등기 채무의 이행뿐만 아니라 잔대금 채권까지도 함께 양수하기로 하는 약정을 하였다면, 이는 분양계약의 분양자로서의 지위의 승계를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계약인수 약정을 한 것으로 보는 것이 경험칙상 상당하고, 신설 회사가 피분양자들에게 공사를 인수하였다면서 준공검사가 나면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겠으니 준공검사 동의서에 날인해 달라고 요청하여 피분양자들이 이에 응한 행위는 바로 신설 회사와 기존 회사 사이의 계약인수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기존 회사의 분양계약상의 지위는 신설 회사에 의해 유효하게 인수되었다고 보아, 계약인수를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 1 외 3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일두)
피고 1 외 1인
원심판결 중 피고 남동건설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1, 같은 원고 2, 같은 원고 3의 피고 1에 대한 상고를 각 기각한다. 상고기각된 부분의 상고비용은 원고 1, 같은 원고 2, 같은 원고 3의 부담으로 한다.
1. 피고 남동건설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에 대한 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이 인정한 기초사실은 다음과 같다.
소외 홍영건설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는 그 소유의 대지 위에 연립주택 54세대와 단독주택 29세대 및 상가점포 1동을 신축하던 중, 공사대금이 부족하자 각 공사대금의 지급에 갈음하여 1984. 11. 21. 위 신축공사의 하도급인인 원고 1에게 제23호 단독 주택을, 1983. 11. 18. 같은 원고 2에게 제27호 단독주택을 각 분양하여 위 원고들이 각 그 무렵 입주하였고, 그 무렵 정화조를 납품한 소외 1에게도 그 대금의 지급에 갈음하여 제9호 단독주택을 분양하여 1986. 1. 11.경 원고 3은 위 소외 1로부터 위 단독주택을 매수하여 그 무렵 입주하였는데, 위 원고들은 모두 준공검사가 나지 아니한 상태에서 각 해당 주택에 사전 입주한 것이다.
그런데 소외 회사는 1986. 5. 23. 위 단독주택 3동을 소외 2 등 제3자들에게 이중으로 분양하여, 그 제3자들이 소외 회사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자, 그 판결에 터잡아 위 각 건물에 관하여 1991. 3. 5.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리고 원고 4는 1985. 8. 6.경 피고 1로부터 그 사람이 소외 회사로부터 분양받은 제6호 단독주택을 매수하고 같은 해 10.경부터 입주하였는데, 피고 회사는 준공검사가 마쳐진 뒤인 1991. 10. 11. 위 주택에 관하여 소외 3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한편 소외 회사는 자금난으로 1984. 말경 부도를 낸 데다, 국세체납으로 인하여 대지에 관한 공매절차가 진행되어 1986. 9.경 대지의 소유권이 위 소외 회사의 채권자들인 소외 4 등 3인 명의로 넘어가자, 위 소외 4를 비롯한 채권자들은 각 건물의 잔여 공사를 마무리지어 준공검사를 받고 피분양자들에게 각 해당 건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는 대신에 피분양자들로부터 분양잔대금(건물을 담보로 한 은행융자금을 포함)을 받아 채권 회수에 충당하기 위하여 새로이 피고 회사를 설립한 다음 피고 회사에게 대지 및 지상 건물에 관한 권리를 넘겨주기로 합의하고, 이에 따라 위 소외 4 등 3인은 1989. 12. 30. 대지의 소유권을 피고 회사에게 이전하였으며, 소외 회사도 1990. 3. 20. 건물에 관한 권리를 피고 회사에게 넘겨주었다.
나. 원심의 판단
(1) 우선 피고 회사는 1990. 3. 20. 소외 회사와 사이에 각 건물의 준공검사를 마침과 동시에 소외 회사로부터 매입을 하여 이미 입주하고 있는 실제 계약자에게 각 해당 주택 및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주기로 약정한 바 있으므로 피고 회사는 소외 회사의 원고들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채무를 인수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그렇다면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 대하여 각 해당 주택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줄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해당 주택 모두를 제3자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것이므로 그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약정이 체결된 사실은 인정되나, 위 약정은 소외 회사와 피고 회사 사이의 약정으로서 그 효력은 두 회사에게만 미친다고 할 것이지 원고들에게 미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2) 다음으로 피고 회사가 1990. 2.경 원고들로부터 준공검사 동의서를 받을 당시 각 해당주택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기로 약정하였다는 취지의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는, 피고 회사가 입주자들로부터 받은 준공검사 동의서는 준공검사를 원만히 받기 위한 수단으로서 만든 서류일 뿐이므로 이를 들어 피고 회사가 원고들을 비롯한 각 입주자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기로 약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마지막으로 피고 회사가 1990. 6. 12.경 원고 1과 소외 회사와의 매매계약을 갱신함으로써(갑 제1호증의 1) 원고들에게 각 해당 주택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겠다는 약정을 한 것이라는 취지의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는, 갑 제1호증의 1의 기재만으로 피고 회사가 원고 1에게 그 주장과 같은 약정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하물며 나머지 원고들에 대하여 같은 취지의 약정을 한 것으로 보기는 더욱 어렵다는 이유로 배척하였다.
다. 당원의 판단
기록에 의하면, 소외 회사가 자금난 등으로 1984. 말 부도가 나자 그 대표이사이던 피고 1은 채권자단의 요구에 의해 1985. 3. 20.경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채권자단을 대표하여 소외 5가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위 피고가 체결한 분양계약의 효력을 부인하고 새로이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등 경영을 하였으나(이 사건 제23호, 제27호, 제9호 주택에 관한 이중 분양도 이 때 이루어진 것이다), 계속 소외 회사의 경영이 호전되지 않자 위 소외 5는 소외 회사의 경영에서 손을 떼고 1988. 2.경부터 피고 1이 다시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에 취임하였는데, 그 무렵부터 채권자단을 대표한 소외 4 및 소외 6 등이 피고 1과 사이에 수습 방안을 협의한 결과, 소외 회사로서는 하청업자들에 대한 공사금채무 등 과다한 채무로 인하여 잔여 공사를 마무리하더라도 채권자들이 완성된 건물 또는 피분양자들에 대한 잔대금채권에 대해 강제집행을 하게 되면 피분양자들에 대한 잔대금채권을 회수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되었으므로, 소외 회사의 기존 채무에 구속받지 않는 새로운 주택건설회사를 설립한 다음 그 회사에게 대지 및 건물에 관한 권리를 모두 넘겨주어 그 회사로 하여금 잔여 공사를 마무리지어 준공검사를 받고 피분양자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는 대신에, 피분양자들로부터 분양잔대금(건물을 담보로 한 은행융자금)을 지급받아 위 소외 4를 비롯한 채권자들에 대한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기로 약정하고, 위 약정에 따라 위 소외 6 등은 1988. 3. 23. 피고 회사를 설립하여, 1989. 12. 30. 먼저 소외 4 등 3인으로부터 대지에 관한 권리를 넘겨받고, 소외 회사로부터도 각 건물에 관한 권리를 양도받은 다음, 1990. 2.경 소외 회사와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실제로 입주하고 있는 원고들을 비롯한 피분양자들에게 이 사건 공사에 관한 권리의무 일체를 인수하였다면서 준공검사가 나면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겠으니 준공검사 동의서에 날인해 달라고 요청하여 원고들이 이에 응하였는바, 1990. 3. 20.자 합의각서(을 제3호증)는 소외 회사와 피고회사 사이의 위와 같은 약정을 보다 명확하게 문서로 남기기 위해 작성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피고 회사는 소외 회사로부터 각 건물에 관한 권리를 양도받음에 있어 적어도 소외 회사와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실제로 입주하고 있는 피분양자들에 대한 관계에서는 소외 회사의 피분양자들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채무의 이행만을 인수한 것이 아니라 소외 회사가 피분양자들에 대해 가지는 잔대금채권도 함께 양수하기로 약정한 것이 분명하다 할 것인바, 위 합의각서 중 제2항은 채무 부분을, 제3항은 채권 부분을 각 표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와 같이 피고 회사가 소외 회사로부터 분양계약에 따르는 채무뿐만 아니라 채권까지도 함께 인수하기로 하는 약정을 하였다면, 이는 분양계약의 분양자로서의 지위의 승계를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계약인수 약정을 한 것으로 보는 것이 경험칙상 상당하다 할 것이고(이 점에서 피고 회사가 소외 회사의 원고들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채무의 이행만을 인수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잘못되었다 할 것이다.), 이러한 계약인수는 3면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통상적이나 관계 당사자 중 2인의 합의와 나머지 당사자가 이를 동의 내지 승낙하는 방법으로도 가능하다 할 것인데( 당원 1987. 9. 8. 선고 85다카733, 734 판결 참조), 피고 회사가 원고들을 비롯한 피분양자들에게 이 사건 공사를 인수하였다면서 준공검사가 나면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겠으니 준공검사 동의서에 날인해 달라고 요청하여 원고들이 이에 응한 행위는 바로 소외 회사의 피고 회사 사이의 계약인수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소외 회사가 원고들과 사이에 체결한 각 해당 입주주택에 관한 분양계약상의 지위는 피고 회사에 의해 유효하게 인수되었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각 해당 주택에 관한 매도인의 지위에 서게 된다 할 것이므로, 설령 피고 회사가 인수 당시 원고들이 분양받아 입주 중인 각 주택이 이중으로 분양 또는 매도된 사실을 몰랐다 하더라도, 위 각 주택이 제3자 앞으로 이전됨으로써 원고들이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 회사가 소외 회사의 원고들에 대한 각 해당 주택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채무의 이행만을 인수한 것이라고 판단한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한 것은, 소외 회사와 피고 회사 사이의 약정의 취지를 오인하고 계약인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결론에 있어 이유가 있다 할 것이다
2. 원고 1, 원고 2, 원고 3의 피고 1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위 원고들은 위 부분 청구에 관하여 상고한 이유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므로, 위 부분 상고는 이유 없다 할 것이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회사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 1, 같은 원고 2, 같은 원고 3의 피고 1에 대한 상고를 각 기각하며, 상고기각된 부분의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