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6612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협박)·상해][공2012하,1712]

판시사항

[1] 경범죄처벌법상 범칙금제도의 의의 및 범칙금의 납부에 따라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이 인정되는 범위

[2] 피고인이 경범죄처벌법상 ‘음주소란’ 범칙행위로 범칙금 통고처분을 받아 이를 납부하였는데, 이와 근접한 일시·장소에서 위험한 물건인 과도(과도)를 들고 피해자를 쫓아가며 “죽여 버린다.”고 소리쳐 협박하였다는 내용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범칙행위인 ‘음주소란’과 공소사실인 ‘흉기휴대협박행위’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범칙금 납부의 효력이 공소사실에 미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경범죄처벌법상 범칙금제도는 형사절차에 앞서 경찰서장 등의 통고처분에 의하여 일정액의 범칙금을 납부하는 기회를 부여하여 범칙금을 납부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기소를 하지 아니하고 사건을 간이하고 신속·적정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처벌의 특례를 마련해 둔 것이라는 점에서 법원의 재판절차와는 제도적 취지 및 법적 성질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범칙금의 납부에 따라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이 인정되는 범위는 범칙금 통고의 이유에 기재된 당해 범칙행위 자체 및 범칙행위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칙행위에 한정된다. 따라서 범칙행위와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이루어진 행위라 하더라도 범칙행위의 동일성을 벗어난 형사범죄행위에 대하여는 범칙금의 납부에 따라 확정판결에 준하는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2] 피고인이 경범죄처벌법상 ‘음주소란’ 범칙행위로 범칙금 통고처분을 받아 이를 납부하였는데, 이와 근접한 일시·장소에서 위험한 물건인 과도(과도)를 들고 피해자를 쫓아가며 “죽여 버린다.”고 소리쳐 협박하였다는 내용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적용된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25호 (음주소란등)의 범칙행위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공소사실인 흉기휴대협박행위는, 범행 장소와 일시가 근접하고 모두 피고인과 피해자의 시비에서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이는 점에서 일부 중복되는 면이 있으나, 범죄사실의 내용이나 행위의 수단 및 태양, 각 행위에 따른 피해법익이 다르고,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으며, 범칙행위의 내용이나 수단 및 태양 등에 비추어 그 행위과정에서나 이로 인한 결과에 통상적으로 흉기휴대협박행위까지 포함된다거나 이를 예상할 수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로, 범칙행위에 대한 범칙금 납부의 효력이 공소사실에 미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10. 9. 26. 18:00경 광주 남구 봉선동 (이하 생략) 커피숍 주차장에서, 피고인과 다투던 피해자 원심 공동피고인이 바닥에 넘어져 “사람 살려라.”고 고함을 치자, 이에 격분하여 자신의 처 공소외인이 운영하는 인근의 같은 동 (이하 생략) ○○○ ○○미용실에서 위험한 물건인 과도(칼날길이 10㎝, 너비 2㎝)를 손에 들고 나와 피해자를 쫓아가며 “죽여 버린다.”고 소리쳐 피해자의 신체에 어떤 위해를 가할 듯한 태도를 보여 협박하였다는 것이고,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용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0. 9. 26. 18:00경 광주 남구 봉선동 소재 쌍용사거리 노상에서 ‘음주소란등’의 범칙행위를 하였음”을 이유로 같은 날 관할경찰서장으로부터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25호 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범칙금 5만 원을 납부할 것을 통고받고 다음날 이를 납부한 사실을 알 수 있다.

2.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의 동일성 여부는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법률적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면서 규범적 요소 또한 아울러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12249 판결 등 참조).

한편 경범죄처벌법상 범칙금제도는 형사절차에 앞서 경찰서장 등의 통고처분에 의하여 일정액의 범칙금을 납부하는 기회를 부여하여 그 범칙금을 납부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기소를 하지 아니하고 사건을 간이하고 신속·적정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처벌의 특례를 마련해 둔 것이라는 점에서 법원의 재판절차와는 제도적 취지 및 법적 성질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범칙금의 납부에 따라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이 인정되는 범위는 범칙금 통고의 이유에 기재된 당해 범칙행위 자체 및 그 범칙행위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칙행위에 한정된다. 따라서 범칙행위와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이루어진 행위라 하더라도 범칙행위의 동일성을 벗어난 형사범죄행위에 대하여는 범칙금의 납부에 따라 확정판결에 준하는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1도849 판결 ,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12249 판결 등 참조).

위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범칙금의 통고처분을 받게 된 범칙행위인 음주소란과 이 사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의 공소사실인 흉기휴대협박행위는 범행 장소와 일시가 근접하고 모두 피고인과 피해자의 시비에서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이는 점에서 일부 중복되는 면이 있으나, 피고인에게 적용된 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25호 (음주소란등)의 범칙행위는 “공회당·극장·음식점 등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다니는 곳 또는 여러 사람이 타는 기차·자동차·배 등에서 몹시 거친 말 또는 행동으로 주위를 시끄럽게 하거나 술에 취하여 이유없이 다른 사람에게 주정을 한 행위”인 데 반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인 흉기휴대협박은 위험한 물건인 과도를 들고 피해자를 쫓아가며 “죽여 버린다.”고 소리쳐 협박하였다는 것이므로 범죄사실의 내용이나 그 행위의 수단 및 태양이 매우 다르고, 또한 음주소란 등은 불특정인의 평온 내지 사회의 안녕질서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데 비하여 흉기휴대협박은 특정인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하므로 각 행위에 따른 피해법익이 전혀 다르며, 그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고, 나아가 위 범칙행위의 내용이나 수단 및 태양 등에 비추어 그 행위과정에서나 이로 인한 결과에 통상적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인 흉기휴대협박행위까지 포함된다거나 이를 예상할 수 있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위 범칙행위와 이 사건 공소사실은 서로 별개의 행위로서 양립할 수 있는 관계에 있고, 따라서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와 함께 위와 같은 규범적 요소를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위 범칙행위와 이 사건 공소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

원심이 같은 취지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위 범칙행위와 이 사건 공소사실의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에 관한 법리오해나 범칙금 납부에 따른 일사부재리의 효력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이인복 박보영(주심) 김신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