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당 사 자】
청 구 인 정○영
대리인 공익법무관 이동국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2000고합119 존속상해치사
형법 제259조 제2항(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의 개요
가.청구인은 2000. 3. 23. 부(父) 정○문에게 두부출혈상을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내용의 존속상해치사죄로, 같은 해 4. 29.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2000고합119호로써 기소되었다.
나.청구인은 위 사건이 계속 중이던 2000. 5. 17. 존속상해치사죄에 관한 형법 제259조 제2항이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며,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헌법 제36조의 혼인·가족제도 보장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등의 이유로 같은 지원 2000초471호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00. 6. 19. 기각되었고, 이에 같은 해 7. 11.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2. 심판의 대상
본건 심판의 대상은 형법 제259조 제2항(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형법 제259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59조(상해치사)①사람의 신체를 상해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3.청구인의 주장과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별지와 같다.
4.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 및 입법례 등
이 사건 법률조항 이외에 우리 형법상 존속에 대한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예로는 존속살해(제250조 제2항), 존속상해(제257조 제2항) 및 존속중상해(제258조 제3항), 존속폭행(제260조 제2항), 존속유기 및 존속중유기(제271조 제2항, 제4항), 존속학대(제273조 제2항)와 동 치사상(제275조 제2항), 존속체포·감금(제276조 제2항) 및 존속중체포·감금(제277조 제2항)과 동 치사상(제281조 제2항), 존속협박(제283조 제2항) 등이 있고 그 입법취지는 모두 동일하다고 할 수 있는바, 범죄의 객체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이라는 특수한 신분관계에 해당하는 경우 가해자인 비속(卑屬)의 패륜성(悖倫性)에 대한 고도의 사회적 비난가능성을 이유로 형을 가중하고자 하는 것이다.
비교법적으로, 존속관련범죄의 가중처벌에 대하여는 처벌상 차별적 취급이라는 측면에서 헌법상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와 관련하여 학설은 물론 입법례도 대립되고 있는바, 영국, 미국 등 커먼로(Commom Law)를 중심으로 발달하여 온 영미법계의 국가들에서는 과거부터 존속상해치사죄는 물론 존속살해 등 존속관련범죄를 가중처벌하는 예가 없었고 중화인민공화국을 비롯한 대다수의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이나, 다만 존속관련범죄의 대표적 규정인 존속살해죄에 있어서는, 아직 그 규정을 두고 있거나(프랑스, 대만 등), 존속 뿐 아니라 비속이나 배우자를 살해한 경우에도 이를 가중처벌하는 경우(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등), 존속살해에 관한 기존의 규정을 삭제한 경우(독일, 헝가리 등) 등 각국의 역사적 배경이나 사회문화적 차이에 따라 다양한 입법례가 있다.
한편, 우리와 법제가 유사한 일본에서는 형법상 존속관련범죄로서 존속상해치사 외에 존속살(尊屬殺), 존속유기. 존속체포·감금 등의 죄가 있었고, 최고재판소 역시 위 각 규정은 일본 헌법 제14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 합헌의 규정이라고 판단하여 왔으나, 1973. 4. 4. 위 존속살 규정이 위헌이라는 최고재판소의 판결 이후 존속상해치사의 규정에 대하여도 합헌론과 위헌론이 계속 대립되어 오다가 1995. 5. 12. 다른 존속관련 가중처벌 규정들과 함께 모두 삭제되었다.
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1) 합리적 근거에 기한 차별
이 사건 법률조항은 존속의 비속에 대한 범죄는 가중처벌하지 아니하면서도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한 범죄를 가중처벌하도록 함으로써 비속을 차별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하고, 따라서 합리적 근거있는 차별 내지 불평등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므로(헌재 1994. 2. 24. 92헌바43 , 판례집 6-1, 72, 75; 헌재 2001. 11. 29. 2001헌바4 , 공보 63, 66 등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와 같이 비속을 차별 취급하더라도 거기에 합리적 근거가 있으면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혼인과 혈연에 의하여 형성되는 친족에 있어서는 존경과 사랑이 그 존재의 기반이라고 말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직계존속은 비속에 대하여 경제적 측면에서는 물론 정신적·육체적 측면에서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양육하며 보호하고 그 비속의 행위에 대하여 법률상·도의상 책임까지 부담하는 한편, 비속은 직계존속에 대하여 가족으로서의 책임 분담과 존경과 보은(報恩)의 기본적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데, 이는 인류가 가족을 구성하고 사회를 형성하기 시작한 이래 확립되어진 친족 내지 가족에 있어서의 자연적·보편적 윤리로서, 이러한 윤리는 가정은 물론 사회를 유지·발전시키는 기본질서를 형성하게 된다는 점에서 형법상 보호되어야 할 가치이며, 이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존속상해치사의 범행은 위와 같은 보편적 사회질서나 도덕원리, 나아가 인륜에도 반하는 행위로 인식되어 그 패륜성에 대하여는 통상의 상해치사죄에 비하여 고도의 사회적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므로, 이를 엄벌하여 반인륜·패륜행위를 억제하는 것이 꼭 불합리하
다고 만은 할 수 없으며, 우리의 윤리관에 비추어 볼 때 아직은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범죄의 처벌에 관한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므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되는 바(헌재 1992. 4. 28. 90헌바24 , 판례집 4, 225, 229; 헌재 2001. 11. 29. 2001헌바4 , 공보 63, 1162 등 참조), 이 사건에 있어서 보통의 상해치사죄의 법정형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인 데 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서 형벌 본래의 목적이나 역할, 기능 등 보통 상해치사죄와의 차이를 고려하면 이를 특히 과중한 형벌이라고 볼 수 없고, 더욱이 위 법정형에 대하여는 1회의 법률상 감경 또는 작량감경에 의하더라도 집행유예의 선고가 가능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가중처벌의 정도는 지나치게 가혹하여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한 것도 아니고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한 것도 아니라 할 것이므로 이를 불합리하다거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2) 합헌론에 대한 비판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는 위 규정이 도덕원리를 법에 반영시켜 이를 강제한다는 비판이 있으나, 비록 법과 도덕이 준별된다 하더라도 책임판단에 있어서 윤리적 요소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에 의한 도덕의 강제가 아니라 패륜으로 인한 책임의 가중을 근거로 형을 가중하는 데 지나지 않는 것이며, 법에 의하여 도덕이 강제될 수 없다 하더라도 사회도덕의 유지를 위한 형법의 역할을 전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 사건의 양형에 있어서 직계존속이 피해자라는 점이 범정(犯情)의 하나로 중시되는 것이 허용되는 이상 이를 법규의 형식으로 유형화하여 형의 가중요건으로 삼는다 하더라도 그러한 차별적 취급이 곧 합리적 근거를 결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존속인 피해자가 통상인인 피해자보다 두텁게 보호받는 차별적 결과가 된다는 비판이 있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률로써 비속의 직계존속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특히 중요시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은 가해자인 비속의 패륜성 내지 반윤리성을 엄벌하여 그와 같은 죄의 발생을 특히 억제하고자 함에 있는 것이지 피해자인 존속을 더 보호하고자 함에 있는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존속이 강한 보호를 받게 된다 하더라도 이는 반사적 이익에 불과하고 개개인의 일생을 통하여 보면 결국에는 각자 동등한 보호를 받게 된다는 점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처벌의 정도를 달리 함에 대하여 그 합리적 근거를 부인할 수는 없다.
(3) 소결론
비속의 직계존속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봉건적 가족제도의 유산이라기 보다는 우리 사회윤리의
본질적 구성부분을 이루고 있는 가치질서이고, 특히 유교적 사상을 기반으로 전통적 문화를 계승·발전시켜 온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 그러한 것이 현실인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적정성, 즉 가중처벌의 이유와 그 정도의 타당성 등에 비추어 그 차별적 취급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으므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다. 기타 다른 기본권의 침해 여부
청구인은, 봉건적 의미의 가부장제를 전제로 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비속에 대하여 존속에 대한 도덕적 의무, 즉 효를 강요하고 개인의 윤리문제에 직접 개입함으로써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고 헌법 제36조의 가족 구성원의 평등 원칙에 반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사생활의 자유”는 사회공동체의 일반적인 생활규범의 범위 내에서 사생활을 자유롭게 형성해 나가고 그 설계 및 내용에 대해서 외부로부터 간섭을 받지 아니할 권리라고 할 수 있는데, 우선 존속상해치사죄와 같은 범죄행위가 헌법상 보호되는 사생활의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그 형의 가중에 합리적 이유가 있으며 직계존속이 아닌 통상인에 대한 상해치사죄도 형사상 처벌되고 있는 이상, 직계존속에 대한 상해치사죄를 가중처벌한다 하여 가족관계상 비속의 사생활이 왜곡된다거나 존속에 대한 태도 및 행동 등에 있어서 효의 강요나 개인 윤리문제에의 개입 등 외부로부터 부당한 간섭이 있는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또한,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6조 제1항은, 인간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이 가족생활에 있어서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요청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기본권 보장의 성격을 갖는 동시에 그 제도적 보장의 성격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바(헌재 1990. 9. 10. 89헌마82 , 판례집 2, 306, 312; 헌재 1997. 3. 27. 95헌가14 등, 판례집 9-1, 193, 205; 헌재 1997. 7. 16. 95헌가6 등, 판례집 9-2, 1, 17; 헌재 2000. 8. 31. 97헌가12 , 판례집 12-2, 167, 182 등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가중처벌에 의하여 가족 개개인의 존엄성 및 양성의 평등이 훼손되거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지 못하게 되리라는 사정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패륜적·반도덕적 행위의 가중처벌을 통하여 친족 내지 가족에 있어서의 자연적·보편적 윤리를 형법상 보호함으로써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더욱 보장하고 이를 통하여 올바른 사회질서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하고 혼인제도와 가족제도에 관한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배되거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또는 행복추구권도 침해하지 아니한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고 달리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기본원칙에 반한다고도 볼 수 없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주심)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