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해설 (결정해설집4집)]
- 공사혼합기업의 기본권 주체성을 중심으로 -
(헌재 2005. 2. 24. 2001헌바71, 판례집 17-1, 196)
손 인 혁*11)
1. 공사혼합기업에 대한 기본권 주체성의 인정여부
2. 전기간선시설의 설치비용을 설치방법에 상관없이 그 설치의무자에게 부담시키는 주택건설촉진법 제36조 제3항이 설치의무자의 계약의 자유나 기업경영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3. 재판관 5인이 위헌의견이지만 위헌정족수에 달하지 않아 합헌결정을 한 사례
택지개발촉진법(이하 ‘택지법’이라 한다) 제14조 제1항(1980. 12. 31. 법률 제3315호로 제정된 것)에 의하여 준용되는 주택건설촉진법(이하 ‘주촉법’이라 한다) 제36조 제3항(1992. 12. 8. 법률 제4530호로 개정된 것) 제1문 중 ‘전기간선시설에 관계된 부분’의 위헌여부.
택지개발촉진법 제14조(간선시설의 설치) ① 간선시설의 설치에 관하여는 주택건설촉진법 제36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주택건설촉진법 제36조(간선시설의 설치) ① 사업주체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호수 이상의 주택을 건설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면적 이상의 대지를 조성하는 경우에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자는 그 해당 간선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
1. 도로 및 상하수도시설은 지방자치단체
2. 전기시설ㆍ가스공급시설 또는 지역난방시설은 당해 지역에 전기ㆍ가스 또는 난방을 공급하는 자
3. 통신시설 및 우편함은 국가 또는 한국전기통신공사
② (생략)
③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간선시설의 설치비용은 그 설치의무자가 이를 부담한다. 이 경우 제1항 제1호의 간선시설의 설치비용은 그 2분의 1의 범위안에서 국가가 이를 보조할 수 있다.
④제1항에 의한 간선시설의 종류별 설치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가. 건설교통부장관은 대구 북구 구암동 일대를 지구명 대구칠곡3지구, 사업시행자 한국토지공사로 하는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ㆍ고시하였고, ‘배전선로는 지구 내 계획도로를 따라 지중관로식으로 계획하여 안전성 및 도시미관증진에 기여할 것’이라는 조건을 부가하여 위 택지지구의 개발계획을 승인ㆍ고시하였다. 그리고 대구광역시장은 건설교통부장관의 권한을 위임받아 같은 조건으로 대구칠곡3지구 택지개발사업의 실시계획을 승인ㆍ고시하였다.
나. 한편, 전기간선시설을 지중으로 설치하는 경우에는 가공설치(架空設置)시보다 약 7배 정도의 비용이 더 소요되는데, 그 비용부담과 관련하여 한국토지공사와 전기간선시설의 설치의무자인 청구인 한국전력공사간에 분쟁이 발생하였다. 이에 대구광역시장의 중재로 양 당사자간에 ‘지중설치구간을 축소하고 지중설치로 인한 추가비용을 조건부로 한국토지공사가 부담하기로 한다.’라는 내용의 합의가 성립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대구칠곡3지구 내 전기간선시설에 대한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되었다.
다. 그런데 택지개발사업의 주무관청인 건설교통부장관은 전기간선시설의 가공설치비용을 초과하는 지중설치비용의 부담과 관련하여 법제처장에게 간선시설의 설치비용을 정한 ‘주촉법 제36조 제3항’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하였고, 법제처장은 그 설치방법에 상관없이 설치의무자인 청구인이 그 비용을 전부 부담하여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하였다.
라. 이에 한국토지공사는 전기간선시설의 설치비용을 청구인이 전부 부담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미 지급된 공사비 등 설치비용의 환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서울지방법원 99가합56906호), 청구인은 위 소송 계속중에 전기간선시설의 설치비용을 그 설치의무자인 청구인에게 모두 부담시키는 위 주촉법 조항에 대하여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었다(위 법원 2000카기15532). 그러자 청구인은 위 주촉법 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주촉법 제36조 제1항이 청구인에게 전기간선시설의 설치의무를 부과하고, 제3항에서 비용부담의무를 부과한 것은 전기간선시설을 통상적인 가공설치방법으로 시설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가공설치보다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지중설치를 강제하면서 그 추가비용을 청구인에게 부담하게 하는 것으로 심판대상조항을 해석ㆍ적용한다면, 이는 청구인의 계약의 자유와 영업의 자유, 그리고 재산권을 침해한다.
(1) 전력공급원인 변전소로부터 전기수요자의 이용시설에 이르기까지 간선시설의 설치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는 국가의 재정능력, 국민의 소득수준, 전력사업의 성장률, 경제여건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므로 이를 당연히 전기수요자가 부담한다고 할 수는 없다. 만약 그 설치비용을 전기요금에 모두 반영하여 수요자로부터 징수할 수 있다면, 변전소로부터 전기수요자의 개별계량기에 이르는 모든 전기공급시설을 일괄하여 청구인의 비용부담으로 설치하도록 하였을 것이다.
(2) 국가가 청구인을 유일한 전기사업자로 허가하여 독점이윤을 누리게 하는 대신, 청구인으로 하여금 청구인의 영업시설이기도 한 전기간선시설을 그의 비용부담으로 설치하게 하더라도 이를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할 수
없다.
(3) 변전소로부터 수요자의 개별계량기에 이르는 전기공급시설 중 주택단지의 경계선에서 개별계량기까지의 시설은 전기수요자들이 그 비용을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의 소유가 되고, 청구인은 이를 영업시설로 하여 전기판매사업을 영위하여 수익을 올리고 있다.
(4) 따라서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심판대상조항은 그 필요성이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고, 평등권, 재산권, 영업의 자유에 대한 제한도 그 필요성과 정도, 제한에 의하여 보호되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을 형량할 때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 또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1) 도시화 및 산업화로 도로ㆍ상하수도ㆍ전기ㆍ통신시설 등 기반시설이 갖추어진 기존 시가지에서는 주택건설용지가 고갈되어 있는 형편이므로 수도권의 경우 기존 시가지에서 20~50km 정도 떨어진 지역에서 주택단지의 조성이나 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기존의 시가지 밖에서 건설되는 주택단지건설에 수반되는 도로ㆍ상하수도ㆍ전기ㆍ통신시설 등 간선시설을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따라 당해 주택건설사업 또는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자에게 부담하게 한다면, 새로운 주택건설사업이나 택지개발사업은 전혀 불가능하다.
(2) 전기간선시설은 그 설치방법이 가공이든 또는 지중이든 청구인이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영업시설이며 결국 청구인의 재산으로 귀속된다. 전기간선시설을 지중으로 설치하는 경우 전력공급의 신뢰도가 제고되고 그 안전성이 확보되므로 도심지역이나 인구밀집지역에서는 지중화가 필연적으로 요청된다. 선진국일수록, 전력소모량이 많을수록 그리고 국민안전을 우선시하는 국가일수록 지중설치가 일반적인 추세이고, 우리나라도 이미 오래 전부터 도심 과밀지역을 중심으로 지중화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1. 【해설】2. 가. 항 부분 참조.
2. 전기간선시설의 설치비용을 누구에게, 어느 정도로 부담하게 할 것인지의 문제는 개인의 본질적이고 핵심적 자유영역에 속하는 사항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연관관계에 놓여지는 경제적 활동을 규제하는 경제사회적인 입법사항에 해당하므로, 비례의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 보다 완화된 심사기준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3. 전기간선시설의 설치비용을 그 설치방법에 관계없이 전부 청구인의 부담으로 하는 것은 헌법 제35조의 주택개발정책과 관련한 국가의 의무를 이행하려는 것으로, 이를 통하여 국민에게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택지 및 주택을 공급할 수 있고, 간선시설의 설치비용을 둘러싼 분쟁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적기에 전기의 공급을 가능하게 하며, 주택개발정책의 효율적인 집행을 가능하게 하므로 그 목적의 정당성을 쉽게 긍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로써 서민들의 주거생활안정과 문화적이고 쾌적한 주거생활실현에 효과적으로 기여하므로 그 수단의 적절성도 인정된다.
전기간선시설의 설치 및 그 비용의 부담자인 청구인은 전력수급안정과 국민경제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국전력공사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법인으로서 정부투자기관이고, 전기의 생산 및 공급이라는 국가의 생존배려적 급부행정을 대행하는 지위에 있다. 그리고 전기간선시설은 사회간접시설로서의 성격도 가지지만, 그로부터 사업수익을 얻는 영업시설이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간선시설을 지중으로 설치함으로써 이를 통하여 영구적으로 영업이익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임대수익 등 다양한 부수적인 사업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따라서 주택건설사업으로 인한 새로운 전력수요에 공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기간선시설의 설치비용을 모두 청구인에게 부담시킴으로써 발생하는 일시적인 비용부담의 증가나 재무구조의 악화는, 이러한 전력산업의 구조적 특성 및 전기간선시설의 성격에서 비롯된 것으로 불가피한 제약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고도의 공간적 이동성을 그 특징으로 하는 현대의 산업사회에서 택지 및 주택단지의 전기간선시설을 지중으로 설치함으로써 얻는 도시환경 및 도시미관의 개선이라는 공익적 효과는, 현재 거주하는 입주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 지역
에 거주하게 될 장래의 모든 입주민들을 위한 것이므로 그로 인한 공익의 범위가 이로 인하여 침해된 사익에 비하여 결코 작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4.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재판관 5인이 위헌의견, 재판관 4인이 합헌의견으로 비록 위헌의견이 다수이긴 하지만, 위헌결정에 필요한 정족수 6인에 미달되므로 이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선고를 하기로 한다.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권 성,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주선회, 재판관 이상경의 위헌의견
지중설치보다 가공설치의 방법에 의할 경우에는 동일한 효능을 가진 전기간선시설을 7분의 1 내지 10분의 1 정도의 적은 비용으로 시설할 수 있으므로 이는 택지를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데 기여하면서도 청구인의 비용부담이라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다른 대체수단이 된다. 따라서 지중설치로 인한 초과비용을 청구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일단 어긋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시가지 미관의 개선이 택지의 분양을 용이하게 하고, 주민들에게 미관상 보다 유려한 환경을 제공한다고 하는 공익은 그 혜택의 범위가 주로 그 주택단지 안에서 생활하는 주민들로 한정되어 그 공익적 효과가 그렇게 크다고 볼 수 없는 반면, 청구인이 입는 비용부담상의 피해는 통상의 가공설치의 경우에 비하여 7배 내지 10배에 달하므로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청구인이 입는 재산상의 피해에 비하여 시가지 미관의 개선이라는 공익은 그다지 크다고 볼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지중설치로 인한 증가된 공사비용의 전부를 청구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
전기공급은 전기를 사용하고자 하는 수요자의 전기사용신청을 전기공급업자가 승낙하는 당사자간의 전기공급계약에 따라 이루어진다. 따라서 전
기공급계약은 본질적으로 사법상 계약관계이고, 전기라는 상품이 가지는 공공재로서의 성격 및 생산의 수단임과 동시에 최종적 소비재로서의 국민경제적 중요성에 비추어 전기사업법 등에서 일정한 공법적 규제를 가하고 있다.
그러므로 어떤 종류의 전기를 누구에게 어떠한 방법으로 공급할 것인지, 그리고 전기공급의 대가인 전기요금과 전기공급에 필요한 간선시설 등 전기공급시설의 설치비용을 누구에게 어느 정도로 부담하게 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전기공급업자와 전기수요자 사이의 전기공급계약의 내용에 따라 구체적으로 정해지겠지만, 전기사업법은 전기공급업자에게 전기공급계약 체결의무를 부과하고(제14조), 전기공급업자1)가 산업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제정한 ‘전기요금 기타 공급조건에 관한 약관(기본공급약관)’에 따라 전기공급계약을 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5조).
이러한 취지에 따라 사실상 독점적 전기공급업자인 한국전력공사(청구인)가 정한 ‘기본공급약관’을 중심으로 전기공급계약을 둘러싼 비용의 분담구조를 살펴보면, 청구인의 전기공급설비로부터 전기를 수급하는 지점까지의 공급설비는 청구인이 이를 시설ㆍ소유하고, 수요자는 아래의 공사비부담조항에 따라 그 설치비용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수요자가 신규로 전기를 사용하거나 기존에 공급되는 전기의 종류를 변경하는 경우에 배전선로의 공사비용은 원칙적으로 수요자 자신이 부담하여야 하는데(제83조), 일반공급설비2)의 경우에는 공사유무 및 공사내력(工事來歷)에 관계없이 표준공사비를 수요자부담 공사비로 하고, 가공배전지역에서 수요자의 희망에 따라 지중배전선로를 설치하여 전기를 공급하는 경우에는 설계조정공사비를 수요자부담 공사비로 한다(제84조 제1항). 그리고 주택단지ㆍ산업단지 기타 이와 유사한 대규모 전기수요시설을 조성하기 위하여 기존의 단지 밖의 전기공급시설로부터 단지경계지점까지 일반공급설비를 설치하고, 단지 내부의 기간배전선로도 함께 미리 설치하려는 경우에는 그 공사비를 원칙적으로 해당 사업의 주체가 부담하며(제84조 제3항),
법령에 특별히 명시된 경우에는 공사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청구인이 부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주택법3)에 의한 주택단지에 전기간선시설을 지중으로 설치하는 경우에는 사업지구 밖의 기간이 되는 시설로부터 사업지구 내의 가장 가까운 주택단지 경계선까지의 공사비는 청구인이 부담하고, 그로부터 개별주택단지의 경계선까지는 가공전선로의 공사비와 지중전선로의 공사비 사이의 차액을 사업주체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88조 제1항).4)
따라서 기본공급약관의 내용에 의하면, 일반수요자에게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일반공급시설은 원칙적으로 수요자의 비용부담으로 청구인이 설치하되, 개별수요자에 따른 설치비용의 산정이 곤란하므로 공사유무나 그 내용에도 불구하고 표준공사비로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개별적인 전기수요자가 확정되기 전에 미리 주택단지 등의 조성에 따른 전기수요에 제공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기간선시설 및 단지 내 배전시설의 설치비용은 당해 주택사업 등을 시행하는 사업주체가 이를 부담하되, 주택법 등 다른 법률에서 비용부담과 관련하여 특별규정을 둔 경우에는 청구인에게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택지법은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하여 주택건설에 필요한 택지의 취득·개발·공급 및 관리 등에 관하여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주거생활의 안정과 복지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주촉법은 주택이 없는 국민의 주거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고 모든 국민의 주거수준의 향상을 기하기 위하여 주택의 건설·공급과 이를 위한 자금의 조달·운용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는바, 그러한 입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심판대상조항은 사업완료 후 택지분양자나 주택입주자의 생활에 제공하기 위한 교통ㆍ물ㆍ전기 등 공공재를 공급하기 위하여 필요한 도로, 상하수도시설, 전기시설 등 간선시설의 설치의무와 그 비용부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택지법 제2조 제4호에 의하여 준용되는 주촉법 제3조제8호는, “간선시설이라 함은 도로ㆍ상하수도ㆍ전기시설ㆍ가스시설ㆍ통신시설 및 지역난방시설 등 주택단지(2 이상의 주택단지를 동시에 개발하는 경우에는 각각의 주택단지를 말한다) 안의 기간시설과 그 기간시설을 당해 주택단지 밖에 있는 동종의 기간시설에 연결시키는 시설을 말한다.”라고 하여 간선시설을 정의하고 있다.5)그리고 이러한 간선시설의 설치의무와 그 비용부담, 그리고 그 의무의 구체적인 범위에 관해서는 택지법 제14조에 의하여 준용되는 주촉법 제3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바, 당해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전기간선시설의 경우 당해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기공급업자에게 그 설치 및 비용부담의무를 부담하게 하고(제1항 제2호, 제3항), 그 구체적인 설치의무 및 비용부담의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제4항)하고 있으며, 이러한 위임에 따라 주촉법시행령 제35조 제4항 별표6은 ‘주택단지 밖의 기간이 되는 시설로부터 택지 또는 공동주택의 단지경계선까지’로 그 설치 및 비용부담 의무의 구체적 범위를 정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전기공급업자인 청구인으로 하여금 일정 규모 이상의 택지지구 또는 주택지구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전기간선시설을 스스로의 비용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그 구체적인 설치 및 비용부담의 범위를 주택단지 밖의 기간이 되는 시설로부터 택지 또는 공동주택의 단지경계선까지로 정하고 있다.
당해사건의 법원은 심판대상조항을 거래의 당사자가 임의로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으로 보고, 그 입법취지를 그에 관한 위반행위를 단순히 금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반행위의 실현까지 금지하는 것에 있다고 보아 강행규정 중에서도 효력규정에 속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청구인은 이러한 법원의 해석과는 달리 주택단지조성의 사업주체인 한국토지공사와 별도의 비용부담계약을 체결하였는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심판대상조항은 강행규정으로서 효력규정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첫째, 전기공급업자에게 전기간선시설의 설치비용을 부담하게 하기 위하여 심판대상조항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1972. 12. 30. 법률 제2409호로 제정된 주촉법은 비용부담조항을 따로 두지 않았지만, 간선시설의 설치의무를 정한 조항과 부득이한 경우 사업주체가 우선 자신의 비용부담으로 간선시설을 설치하고 그 비용을 간선시설설치권자로부터 상환받게 하는 조항을 둠으로써 간선시설의 설치의무자가 비용부담의 주체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용부담조항을 명시적으로 두게 된 것은 ‘주촉법 제36조 제3항 제2문’이 정하는 ‘비용분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즉, 입법자가 위 조항에서 ‘도로 및 상하수도’의 경우에만 비용분담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그 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비용분담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둘째, 전기공급업을 청구인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를 효력규정으로 해석하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 만일 심판대상조항을 효력규정으로 해석하지 않는다면, 청구인은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계약의 상대방인 전기수요자에게 비용부담을 강제할 수 있고, 그러한 경우에는 심판대상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전력주식회사’의 주식을 모두 매입한 다음, 한국전력공사법(1980. 12. 31. 법률 제3304호)을 제정하여 출자총액전부를 정부가 인수하는 형태로 한국전력공사를 출범시켰다. 그 후 1987. 4. 결성된 공기업민영화추진위원회는 중하위 소득계층의 재산형성지원과 증권시장의 저변확대 및 공기업의 경영합리화를 내세워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지분 일부를 국민주 형태로 민간에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하였고, 그 전제로서 주식공개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법률의 정비와 주식회사로의 체제전환을 위하여 한국전력공사법을 전문개정 하였는데, 그 주요내용은 ①공사의 자본금을 5조원에서 6조원으로 증액하고, 정부의 전액출자를 100분의 51 이상 출자로 조정하며(제4조), ②공사의 자본금을 출자증권에서 주식의 형태로 변경하고(제5조), ③정부소유 주식의 주주권을 동력자원부장관이 재무부장관과 협의하여 행사하도록 하며(제6조), ④주주권의 보호를 위하여 상임임원의 선임과 이익금의 처리시에 주주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제10조, 제14조), ⑤정부소유 주식 외의 주식에 대하여는 우선적으로 이익배당을 할 수 있도록(제15조)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절차에 따라 증권거래소에 주식이 상장되어 이 사건 택지개발사업의 실시계획이 승인ㆍ고시되었던 1995년에는 정부 출자지분이 75.66%, 2000년에는 52.2%로 줄어들게 되었다.
한편 한국전력공사는 정부가 자본금의 51% 이상을 출자하므로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의 적용을 받지만, 한국전력공사법 및 위 기본법에 특별한 정함이 없으면 상법 중 주식회사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제19조).
따라서 한국전력공사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주주로 참여하여 설립한 주식회사의 법적 형식을 갖는다는 점에서 강학상 공사혼합기업(gemischt- wirtschaftliches Unternehmen)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데,6)이러한 내용의
공사혼합기업이 공법인 또는 사법인으로서의 법적 성격을 갖는지가 명확하지 않고, 또한 공ㆍ사법인을 구별하는 확립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7)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공사혼합기업으로서 청구인의 기본권 주체성이 선결적으로 문제되는바, 이하에서는 이 점에 관하여 본다.
법인의 기본권 주체성과 관련된 논의는 순수한 사법인과 관련하여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헌법관9)에 따라서 그 논거가 다를 수는 있지만 사법인의 기본권 주체성을 일반적으로 긍정하고 있고, 개별기본권의 성질 또는 내용상 법인에게 적용하기 곤란한 기본권이 있을 수 있다는 정도로 그 의견이 수렴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법인의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있는데, 이 역시 절대적 부인론과 절대적 인정론은 지지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고, 그 논거는 다르지만 공법인에게도 기본권 주체성이 긍정되는 경우가 있다는 제한적 긍정설 또는 예외적 긍정설로 그 견해가 모아지고 있다.
우선 공법인의 기본권 주체성과 관련한 우리나라와 독일의 판례 및 학설을 간단히 살펴보고, 청구인과 같은 공사혼합기업에게도 기본권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검토하기로 한다.
(가) 공권력의 행사자인 국가나 국가기관 또는 국가사무의 일부를 위임받아 수행하는 공법인이나 그 기관은 기본권의 수범자이지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하여 공법인의 기본권 주체성을 원칙적으로 부인하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헌재 1994. 12. 29. 93헌마120, 판례집 6-2, 477, 480 등 참조).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국가기관 또는 그 기관의 일부인 국회의원(헌재 1998. 3. 26. 96헌마345, 판례집 10-1, 365), 국회의 노동위원회(헌재 1994. 12. 29. 93헌마120, 판례집 6-2, 477, 480), 지방자치단체나 공공단체의 기관 또는 그 일부인 제주도지사(헌재 1997. 12. 24. 96헌마365), 서울특별시의회(헌재 1998. 3. 26. 96헌마345, 판례집 10-1, 295, 300), 교육위원(헌재 1995. 9. 28. 92헌마23등, 판례집 7-2, 343, 352)의 기본권 주체성을 부인하였다.
그리고 같은 논거로 국민건강보험법상 직장의료보험조합과 농업기반공사및농지관리기금법상 농지개량조합의 경우도 공법인으로서 그 기본권 주체성을 부인하였다(헌재 2000. 11. 30. 99헌마190, 판례집 12-2, 325, 336-340 참조)10).
다만, 입시요강과 관련하여 공법상 영조물인 국립 서울대학교가 헌법 제31조 제4항의 ‘대학 자율권’의 주체가 된다고 하였고(헌재 1992. 10. 1. 92헌마68등, 판례집 4, 659), 축협중앙회의 해산 및 농협중앙회로의 통합과 관련하여 축협중앙회는 회원의 임의탈퇴나 임의해산이 불가능한 점 등 그 공법인성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이로써 공법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그 존립목적 및 설립형식에서의 자주적 성격에 비추어 사법인적 성격을 부인할 수 없으므로 공법인성과 사법인성을 겸유한 특수한 법인으로서 기본권의 주체가 된다고 판시하였다(헌재 2000. 6. 1. 99헌마553, 판례집 12-1,
686, 706-708).
요컨대, 헌법재판소는 공법인의 기본권 주체성을 원칙적으로 부인하지만 공법인성과 사법인성을 함께 가지는 특수법인의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고, 공법인이 공권력 행사의 주체인 동시에 기본권의 주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는 경우에도 그 사안의 성격에 따라 기본권 주체성을 긍정하는 입장에 서있다.11)
(나) 학계의 다수견해도 공법인의 기본권 주체성을 원칙적으로 부인하고, 예외적으로 국ㆍ공립 대학의 학문의 자유 또는 국ㆍ공영 방송국의 언론의 자유와 관련하여 그 기본권 주체성을 긍정하고 있다.12)
이에 대하여 허 영 교수는 공법인도 그 스스로 기본권적 가치질서를 실현시켜야 하는 통치기능적 책임 내지 의무와 조화될 수 있는 범위에서 기본권의 주체가 되며, 그 예로 지방자치단체ㆍ국공립대학ㆍ국공영방송국ㆍ국책은행 등은 국가에 대하여 기본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하여 그 주체성을 넓게 인정하고,13)계희열 교수는 사법적 형식을 취하고 있는 기업이라도 공적 과제의 수행을 위하여 국가에 의하여 설립되고 해당기업의 모든 주식이나 지분이 국가에 귀속되어 있다면 그 사법인의 배후에는 국가가 있기 때문에 해당기업은 원칙적으로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고, 그와 같은 결론은 그러한 기업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과제를 수행하는지를 묻지 않으므로 사인과 같이 영리활동을 하는 경우에도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한다.14)
연방헌법재판소는 공법인의 기본권 주체성을 원칙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공법인에 대하여 기본권의 적용이 부인되는 사안은 공법인이 공무를 수행
하는 경우인데, 공무를 수행하는 한 ‘사법적 형태’로 행하는 경우에도 그 기본권 주체성이 부인된다[BVerfGE 45, 63(78)].
연방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하여 두 가지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데, 첫째는 공법인이 공무를 수행하는 경우라고 하여도 재판과 관련된 기본권은 공법인에게 적용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공법인이 공무를 수행하는 경우라고 하여도 해당 공법인이 ‘기본권에 의해 보장된 생활영역에 직접 배치’된 경우에는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예로서 공법인인 방송국에게 기본법 제5조 제1항 2문에 따라 방송ㆍ보도의 자유의,15)공법인인 대학과 예술대학에게 기본법 제5조 제3항 1문에 따라 학문과 예술의 자유의,16)공법인인 교회에게 기본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종교의 자유의17)각 기본권 주체성을 긍정하는 것을 들고 있다.18)19)
학설은 공법인의 기본권 주체성을 부인하는 전통적인 다수견해와 이를 긍정하는 견해로 크게 나뉘는데, 부정설은 위에서 살핀 연방헌법재판소 판례의 논거와 거의 동일하다.
긍정설은 대체로 ‘기본권은 성질상 가능한 경우에 내국법인에도 적용된다.’라는 기본법 제19조 제3항에 근거하여 사법인뿐 아니라 공법인에게도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된다는 것으로, 그 구체적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공법인이 고권적 행위를 할 때에는 기본권의 주체가 되지 못하지만 국고행위와 같이 사법적 형식으로 활동하는 경우에는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견해이다.
둘째, 조직법상 국가로부터 독립되어 있고 고유한 업무영역을 가지는 공법인(국공립대학, 국공영방송, 국책은행, 지방자치단체 등)은 기본권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견해이다.
셋째, 공법인이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기본권 주체가 될 수 없지만, 개인적 이익을 결합하여 그들의 전체적인 이익을 대변하는 담당자로서 국가의 형태로 나타나는 공공의 이익에 대항하는 경우에는 그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견해이다.
넷째, 공법인과 다른 공법인과의 사이에 전형적인 기본권 관계인 지배와 복종의 관계가 성립되는 경우, 즉 공법인이 사인처럼 다른 공법인의 지배하에 있는 경우에 기본권의 주체가 된다는 견해이다. 그러나 공법인이 국가와 지시ㆍ감독관계를 갖는 경우에는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한다.20)
그런데 공법인의 기본권 주체성을 부인하는 입장에서도 그 예외를 인정하고 있듯이, 그 주체성을 긍정하는 입장에서도 일정한 요건21)을 설정하여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사실상 이들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한다.22)
한편, 생존배려적 행정과제를 이행하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식의 과반수 이상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인이 주주로서 참여하고 있는 주식회사가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기업경영에 고권적 주체가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는 공법인과 마찬가지로 기본권을 원용할 수 없다는 견해와 이러한 경우에는 사인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에 기본권 우호적인 해석을 통하여 기본권 주체성을 긍정하여야 한다는 견해23)가 대립되고 있다고 한다.24)
공사혼합기업의 기본권 주체성과 관련하여 아직 명시적인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는 보이지 아니한다. 다만 지정재판부25)의 결정 중에 이를 부정한 사례가 있는데, 당해 지방자치단체(함부르크시)가 전체 주식의 72%의 지분비율로 함부루크 전력공급주식회사의 경영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이로써 위 주식회사를 통하여 전기의 공급이라는 자신의 전형적인 생존배려적 공적 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위 주식회사는 에너지사업법 및 동법에 근거한 전력공급일반약관에 의하여 특히 공급의무 및 공급조건과 관련하여 사법상의 독립성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강한 공법적 규제를 받고 있으므로 기본권 주체성이 부인된다고 판시하였다(1BvR 705/88).
그러나 위 판례는 학계로부터 광범위한 비판을 받고 있다.26)
즉,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과반수 이상의 주식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법인이 공행정의 일부분이 된다는 위 판례의 기초적 가설은 다수의 지분을 가진 공적 주체도 회사법에 구속되는 점, 소수의 지분을 가진 민간주주들에 대한 정당한 기본권적 보호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가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회사법과 예산법의 기속을 받는 외에 헌법상 회사에 부여되어 있는 자율성도 아울러 존중하여야 하는 특수한 경우에는 공사혼합기업의 기본권 주체성에 대한 특별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한다.27)
공사혼합기업에 있어서 민간주주의 사적 이익에 대한 보호는 당해기업의 중요한 설립 또는 영업 목적에 해당한다. 따라서 공사혼합기업의 영업목적과 국가의 공적 목적을 완전히 동일시할 수는 없으므로 공사혼합기업을 곧바로 국가행정조직의 일부로 간주하여 그 기본권 주체성을 부인하는 결론은 성급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전기의 공급을 국가전속적인 공적 과제로 이해하고 전기사업에 관한 한 한국전력공사가 공무수탁사인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늘날 민영화의 추세를 타고 전기, 상하수도, 교통 등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갖는 재화나 용역의 공급이 종래 국가적 급부행정의 영역에서 민간부문으로 이전되고 있으므로 단지 생활필수적이고 공익적 성격이 강하다고 하여 그 사업을 공적 과제영역에 속한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적 과제로서 급부행정의 영역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법령의 규정을 통해 당해사업을 국가 또는 지방자체단체의 공적 과제로 파악하고, 공적 목적에
특별히 구속되도록 하여 당해사업이 사경제활동으로서 의미를 가진다기보다는 오히려 국가에게 그 이행책임이 귀속되어 있는 공적 과제라고 인식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28)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한국전력공사법 제13조 제1항은 공사의 사업내용을 규정하면서 “발전ㆍ송전ㆍ변전ㆍ배전 및 이와 관련되는 영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전기공급이 공적 과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영리행위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전기사업법은 전기사업의 생활필수적ㆍ공익적 성격을 감안하여 한국전력공사와 같은 전기공급업자에게 여러 가지 공법적 규제를 가하고 있지만, 이것이 전기사업의 사경제활동, 즉 영리활동으로서의 의미를 완전히 상실시킨다고 할 수는 없고, 국가가 전기사업에 대하여 주무관청을 통한 감독책임을 부담하는 것을 넘어 이를 국가 자신이 수행하여야 할 공적 과제로서 규율하고 그 이행책임을 부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법령조항도 발견하기 어렵다.
결국 이러한 여러 사정들을 감안하면 한국전력공사가 행하는 전기사업을 급부행정의 일부로 간주하고 그 사업수행과 관련한 영역에서 한국전력공사의 기본권 주체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결코 타당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국가와의 관계에서는 공사혼합기업의 기본권 주체성을 원칙적으로 긍정하는 것이 그 본질상 또는 기본권 우호적인 헌법해석원칙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공사혼합기업이 담당하는 역무의 공공성 등을 고려할 때 그에 상응하여 기본권 제한의 당위성 또는 필요성도 당연히 크다고 하겠다.
심판대상조항은 전기간선시설의 설치비용을 전기공급업자에게 전부 부담하게 하고 있는바, 이로써 청구인은 통상적인 전기간선시설의 설치방법인 가공설치의 경우는 물론이고 그보다 7배 내지 10배의 비용이 더 소요되는 지중설치의 경우에도 스스로의 비용부담으로 이를 설치하여야만 한다. 그런데 전기간선시설은 일정 지역의 전기수요자에게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필수적인 공공시설이자 전기공급의 안전성과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전기공급업자가 설치하고 관리ㆍ소유하여야 하는 영업시설이므로 가공설치 또는 지중설치이든 청구인에게 그 설치의무를 부과한 것은 그 합리성을 충분히 긍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전기간선시설의 설치 및 관리의 주체로서 청구인은 기술적ㆍ수익적ㆍ환경적 측면을 고려하여 스스로의 경영판단에 따라 가장 효율적이고 적절한 설치방법을 선택하여 이를 설치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심판대상조항은 사업시행자(경우에 따라서는 사업승인권자)가 사전에 독자적으로 결정한 설치방법에 따라 전기공급업자의 비용부담으로 이를 설치할 것을 강요함으로써 헌법 제15조의 직업선택의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기업경영의 자유를 제한하고, 또한 청구인과 전기수요자간의 자율적인 전기공급계약으로써 그 설치비용의 분담을 정할 수 있게 하는 헌법 제10조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에서 도출되는 계약체결의 자유를 제한한다.
나아가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회사의 수익상태가 악화되었으므로 헌법 제23조의 재산권도 제한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총제적인 재산상태의 변동이 재산권의 보호객체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고,29)이러한 수익상태의 악화는 기업경영의 자유와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간접적이고 사실적인 경제상의 불이익에 불과하므로 따로 그 침해여부를 판단하지 아니한다.
헌법 제10조, 제15조 및 제23조에서 보장되는 계약의 자유, 경영의 자유 및 재산권도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공익상의 이유로 제한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이러한 기본권이 공익실현을 위하여 필요한 정도를 넘어
과도하게 제한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비례의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헌법 제37조 제2항). 그런데 이 사건은 청구인의 영업시설인 전기간선시설의 설치비용을 누구에게, 어느 정도로 부담시킬 것인지의 문제로서 개인의 본질적이고 핵심적 자유영역에 속하는 사항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연관관계에 놓여지는 경제적 활동을 규제하는 경제사회적인 입법사항에 해당하므로 비례의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보다 완화된 심사기준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2. 10. 31. 99헌바76 등, 판례집 14-2, 410, 433 등 참조).
헌법 제35조 제3항은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국민의 주거생활안정을 위한 택지 및 주택개발사업의 시행을 국가의 임무로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하여 주택건설촉진법은 “주택의 건설ㆍ공급과 이를 위한 자금의 조달ㆍ운용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택지개발사업 또는 주택건설사업의 시행에는 도로ㆍ상하수도ㆍ전기시설ㆍ가스시설ㆍ통신시설ㆍ지역난방시설 등과 같이 대규모 간선시설의 설치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바, 만일 그 설치 및 비용부담을 전부 택지 또는 주택건설사업의 시행자에게 맡길 경우 그 사업의 수행이 지난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수분양자 또는 입주자에게 모두 전가되는 결과로 되어 저렴하게 택지와 주택을 공급하려는 국가의 주택개발정책의 원활한 수행에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입법자는 주택건설촉진법 제36조 제1항 및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전기간선시설의 설치의무를 전기공급업자에게 부과함과 아울러 그 설치비용도 전부 부담하게 하고 있는바, 이는 국민에게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택지 및 주택을 공급하려는 본래적인 목적 외에 그 설치비용을 부담할 주체를 명확히 법정하여 이를 둘러싼 분쟁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적기에 전기의 공급을 가능하게 하고, 주택개발정책의 효율적인 집행을 가능하게 하려는 데도 아울러 그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이 사건 비용조항은 헌법이 직접 국가에 부여한 임무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그 정당성을 쉽게 긍정할 수 있고, 이로써 서민들의
주거생활안정과 문화적이고 쾌적한 주거생활실현에 효과적으로 기여하게 되므로 그 수단의 적절성도 인정된다.
(1) 전기간선시설의 설치 및 그 비용의 부담자인 청구인은 전력수급안정과 국민경제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국전력공사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법인으로 2003. 6. 30. 현재 정부와 한국산업은행이 그 발행주식의 53.85%를 소유하고 있는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의 적용을 받는 정부투자기관이다. 그리고 청구인은 국민생활의 필수적ㆍ기초적 역무이자 모든 산업의 에너지원(源)인 전기의 사실상 독점적 공급업자로서 그러한 범위에서 국가의 생존배려적 급부행정을 대행하는 지위에 있다.
전기간선시설은 택지개발 또는 주택건설사업의 완료 후 이에 입주할 수분양자들의 기초적인 주거생활을 위하여 생활필수적인 편익을 제공하는 사회간접시설로서의 성격을 갖지만, 다른 한편 청구인에게는 자신이 소유하고 사용ㆍ관리하며 그로부터 사업수익을 얻는 영업시설이기도 하다. 비록 간선시설의 가공설치와는 달리 지중설치로 인한 비용의 부담이 매우 크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으로서는 이를 한번 설치함으로써 거의 영구적인 영업이익을 얻을 뿐 아니라, 이들 지중시설을 이용하여 회선임대 등 임대수익이나 다양한 부수적인 사업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그리고 청구인이 비용을 부담하는 일정규모 이상의 주택건설 또는 택지개발사업으로 인한 전기간선시설설치의 경우 그 시설의 지중설치로 인하여청구인에게 일시적으로 매우 큰 비용부담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영업재산을 확충하고 전기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여 전력공급업자로서 청구인의 사업토대를 굳건히 하는 데도 크게 이바지한다.
한편, 인간생활의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공공재로서 전기를 생산ㆍ공급ㆍ판매하는 전력산업은 그 사업의 시행과 새로운 수요의 창출에 막대한 설비투자비용이 소요되는 대표적인 장치산업(裝置産業)으로서 단기적으로는 그 비용과 수익의 균형을 맞출 수 없는 산업적 특성을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사업시행의 초기 또는 새로운 전력수요에 응하여 그 공급설비를 확충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안정적인 전기공급을 위하여 발전시설 및 전기공급시설에 지속적으로 설비투자를 할 수 있는 국가나 국가의 하부조직 또는 적어도 국가가 그 지분의 과반수 이상을 확보함으로써 그 소유 및 경영의 상당한 부분을 책임지는 청구인과 같은 구조의 공사혼합기업에게 그 설비 및 공급책임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주택건설사업으로 인한 새로운 전력수요에 공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기간선시설의 설치비용을 모두 청구인에게 부담시킴으로써 발생하는 일시적인 비용부담의 증가나 재무구조의 악화는 이러한 전력산업의 구조적 특성 및 전기간선시설의 성격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기의 공급이라는 공적 기능을 일부 대행하는 청구인의 법적 지위를 고려할 때 불가피한 제한이라 볼 것이고, 이러한 이유로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하여 국가가 청구인의 소유 및 경영구조에 참여하는 것이 정당화된다.
(2) 청구인은 전기수요자에게 최초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접속비용(공사비)을 전기요금에 포함시켜 이를 전기수요자에게 부과하지 않으므로 그러한 지중설치비용이 그대로 청구인의 재산상 손실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살핀 바와 같이 청구인이 제정한 기본공급약관에 의하면 수요자에게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공사의 유무 또는 공사의 내력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전기수요자로부터 표준공사비를 징수하고 있는바, 이로써 청구인은 자신의 비용부담으로 설치한 전기간선시설에 새롭게 연결되는 신규전력수요자로부터 표준공사비라는 명목으로 금전을 징수하여 지중설치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충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표준공사비의 징수에다 청구인이 사실상 독점적으로 전기공급사업을 영위함으로써 얻는 독점이윤 및 오랜 기간에 걸친 전기간선시설 설치비용의 전기요금으로의 산입에 따른 비용의 보전, 그리고 전력산업발전, 전력공급지원사업을 위한 전기수요자로부터의 부담금징수와 기금설치(전기사업법 제47조 내지 제52조)에 따른 재정지원 등을 함께 보태어 보면, 결코 청구인의 재산상황에 수인한도를 넘는 침해가 발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주촉법 제36조 제1항 및 심판대상조항은 단지 전기간선시설의 설치 및 그 비용부담에 관해서만 규율하고 있을 뿐이고, 그 설치방법에 관하여는 따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주촉법과 그 시행령의 위임에 따른
주촉법시행규칙 제19조 제5항 제1호는 주택건설사업계획의 승인 신청시에 사업시행자가 건설교통부장관에게 간선시설의 설치계획도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고, 주촉법시행령 제35조 제2항은 건설교통부장관이 주택의 건설 및 대지의 조성에 관한 사업을 승인한 경우 지체 없이 간선시설의 설치의무자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규정들의 취지와 청구인이 전기간선시설을 지중으로 설치하는 과정에서 사업시행자 및 지방자치단체와 서로 협의하여 그 설치방법 및 지중설치의 범위를 조정ㆍ변경하는 과정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간선시설의 설치와 관련하여 이해관계인들 사이에 의사소통의 경로가 일체 단절되어 청구인의 의견이 간선시설의 설치방법 등에 반영될 여지가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간선시설의 설치방법 여하에도 불구하고 그 설치비용의 전부를 청구인의 부담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간선시설의 설치방법과 관련한 청구인의 법적ㆍ사실적 절차참여과정과 설치방법의 사후변경을 위한 협의과정 등을 감안하면 청구인의 자율적 기업경영권이 수인한도를 넘어 배제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4) 나아가 가사 사업시행자 또는 사업승인권자가 일방적으로 간선시설의 지중설치를 결정하고 청구인이 이를 스스로의 비용부담으로 설치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이 청구인의 침해된 사익에 비하여 작지 않다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청구인이 부담하는 전기간선시설의 설치의무 및 비용부담의무의 구체적 범위는 위에서 이미 살핀 바와 같이 “주택단지 밖의 기간이 되는 시설로부터 택지 또는 공동주택의 단지경계선까지”로 정해져 있는데, 이로 인한 도시미관개선과 도시환경개선이라는 공익적 효과는 사업지구 내의 입주민들은 물론이고 사업지구 밖의 주민들에게도 모두 미치는 광범위한 것이다.
이 사건의 배경이 된 대구칠곡3지구ㆍ청주하복대지구와 같이 청구인이 비용부담을 하는 100호 이상의 주택건설사업이나 면적 16,500㎡ 이상의 대지조성사업은 통상 기존의 택지지역이나 주거지역에서 상당 정도 떨어진 지역에서 시행되는데, 기존의 기간시설과 새로운 주택지구 내의 기간시설을 연결하는 간선시설의 지중설치로 인한 도시환경개선의 효과는 기존의 주거지역과 새로운 주거단지를 포괄하는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주민 모두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농경생활 중심의 정착사회에서 벗어나 고도의 공간적 이동성을 그 특징으로 하는 현대산업사회에서 택지 또는 주택단지의 전기간선시설을 지중으로 설치함으로써 얻는 도시환경 및 도시미관의 개선이라는 공익적 효과는 현재 거주하는 입주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 지역에 거주하게 될 장래의 모든 입주민들을 위한 것이므로 그로 인한 공익의 범위가 이로 인한 청구인의 재산상 손실 등 침해된 사익에 비하여 결코 작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간선시설의 지중설치로 인한 청구인의 재산적 손실은 표준공사비나 장기적인 독점이윤 등으로 상당 부분 보전될 수 있고, 사업시행과정에서 공식 또는 비공식의 협의과정을 통하여 청구인의 의견을 그 설치과정에 반영하는 것이 전혀 봉쇄되어 있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간선시설의 지중설치로 인한 청구인의 침해된 사익이 결코 그로 인한 공익보다 크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전기간선시설의 설치비용 전부를 청구인의 부담으로 하는 심판대상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하는 기본권제한입법의 한계 내의 것으로 계약의 자유, 경영의 자유 등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이 결정은 한국전력공사와 같이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주식을 소유하면서 국가의 생존배려적 급부행정을 대행하는 주식회사 형태의 공사혼합기업에게 기본권 주체성을 긍정한 점에 그 헌법적 의의가 있다. 그리고 개인의 본질적이고 핵심적 자유영역에 속하는 사항과 구별하여 경제적 활동을 규제하는 경제사회적 입법에 대한 규범통제에서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는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다시 확인하고, 비례성원칙의 심사에 있어서 공익의 범위를 시간적ㆍ공간적으로 확대한 것에 그 헌법소송법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