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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4. 13. 선고 2009다33754 판결

[손해배상(기)][공2012상,759]

판시사항

[1] 공무원의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로 납북된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는 납북상태가 지속되는 동안에도 진행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 전단의 손해배상청구권에 적용되는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인 민법 제766조 제1항 에서 정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의 의미와 판단 방법

[3] 군무원 갑의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로 1977. 10. 12. 납북된 피해자 을의 가족인 처 병과 자녀 정 등이 을에 대한 실종선고심판이 2005. 8. 23. 확정된 후 국가배상청구를 한 사안에서, 을 본인의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으나, 병, 정 등 가족들 고유의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3년의 단기시효기간을 기산하는 경우에도 민법 제766조 제1항 외에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일반규정인 민법 제166조 제1항 이 적용되므로, 3년의 단기시효기간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에 더하여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가 도래하여야 비로소 시효가 진행한다. 그런데 공무원의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에 의하여 납북된 것을 원인으로 하는 국가배상청구권 행사의 경우, 남북교류의 현실과 거주·이전 및 통신의 자유가 제한된 북한 사회의 비민주성이나 폐쇄성 등을 고려하여 볼 때,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북한에 납북된 사람이 국가를 상대로 대한민국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는 등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객관적으로도 불가능하므로, 납북상태가 지속되는 동안은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다만 납북자에 대한 실종선고심판이 확정되게 되면 상속인들에 의한 상속채권의 행사가 가능해질 뿐이다).

[2]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 전단의 국가배상청구권에는 국가배상법 제8조 에 의하여 민법 제766조 제1항 이 적용되므로, 국가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고, 여기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공무원의 직무집행상 불법행위의 존재 및 그로 인한 손해의 발생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하지만,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 사건에서 여러 객관적 사정과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게 된 상황 등을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3] 군무원 갑의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로 1977. 10. 12. 납북된 피해자 을의 가족인 처 병과 자녀 정 등이 을에 대한 실종선고심판이 2005. 8. 23. 확정된 후 국가배상청구를 한 사안에서, 납북된 을 본인이 불법행위 발생일인 1977. 10. 12.에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을 본인의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가 1977. 10. 12.부터 진행한다고 볼 수 없는데도 그때부터 진행하는 것으로 보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으나, 을의 처이자 자녀 정 등의 법정대리인이었던 병이 불법행위가 발생한 날의 다음날인 1977. 10. 13.에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보아 그 다음날부터 3년이 경과한 1980. 10. 14.에 병, 정 등 가족들 고유의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단기소멸시효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원심판결 중 상속채권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들의 상속채권에 관하여

가.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1977. 10. 12. 피고 소속 군무원 소외 1의 그 판시와 같은 직무수행 중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소외 2가 납북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소외 2는 납북된 피해자 본인으로서 이 사건 불법행위가 발생한 때인 1977. 10. 12.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할 것이므로, 소외 2 본인의 이 사건 국가배상청구권은 그 시효기산일인 1977. 10. 12. 이후로서 피고 주장에 따른 1977. 10. 14.부터 3년이 경과한 1980. 10. 14.에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다만 납북된 소외 2가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등 시효중단 조치를 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천재 기타 사변으로 인한 시효정지를 규정한 민법 제182조 를 적용 또는 유추적용하여 소외 2 본인이나 그 상속인들이 시효중단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 때부터 1개월 내에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고 또한 민법 제181조 에 의하여 상속인의 확정 등이 있는 때부터 6개월 내에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는다고 전제한 다음, 소외 2에 대한 실종선고심판의 확정으로 상속인인 원고들이 상속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2005. 8. 23.부터 1개월 및 실종선고심판 확정일부터 3개월의 숙려기간이 지난 후 6개월을 경과한 때에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3년의 단기시효기간을 기산함에 있어서도 민법 제766조 제1항 외에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일반규정인 민법 제166조 제1항 이 적용되므로, 위 3년의 단기시효기간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에 더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가 도래하여야 비로소 시효가 진행한다 ( 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7001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이 공무원의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에 의하여 납북된 것을 원인으로 하는 국가배상청구권의 행사에 있어, 남북교류의 현실과 거주·이전 및 통신의 자유가 제한된 북한 사회의 비민주성이나 폐쇄성 등을 고려하여 볼 때,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북한에 납북된 사람이 피고인 국가를 상대로 대한민국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는 등으로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객관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하겠으므로, 납북상태가 지속되는 동안은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다만 이 사건에서와 같이 납북자에 대한 실종선고심판이 확정되게 되면 상속인들에 의한 상속채권의 행사가 가능해질 뿐이다).

그러한 법리와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비추어 살펴보면, 납북된 소외 2 본인이 이 사건 불법행위가 발생한 1977. 10. 12.에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위 소외 2로서는 피고를 상대로 그로 인한 국가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불법행위일인 위 1977. 10. 12.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달리 원심이, 이 사건 불법행위가 있은 때부터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고, 나아가 이를 전제로 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한 데에는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2. 원고들의 고유채권에 관하여

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 전단 소정의 국가배상청구권에는 같은 법 제8조 에 의하여 민법 제766조 제1항 이 적용되므로, 위 국가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고, 여기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 함은 공무원의 직무집행상 불법행위의 존재 및 그로 인한 손해의 발생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하지만,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과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게 된 상황 등을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참조).

원심은, 그 인정의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위 납북된 소외 2의 처이자 그 자녀인 나머지 원고들의 법정대리인인 원고 1이 1977. 10. 13.경에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인정한 다음, 원고들 고유의 국가배상청구권은 그 다음날인 1977. 10. 14.부터 3년이 경과한 1980. 10. 14.에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단기소멸시효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고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허용될 수 없음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다(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참조).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들의 고유채권에 관하여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된 1980. 10. 14.까지는 이 사건 사고 경위에 관하여 최초로 조사한 군수사기관이 ‘ 소외 2는 자진 월북한 것이 아니라 소외 1에 의하여 강제로 납북된 피해자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조사를 일단락 지은 사정만을 알 수 있을 뿐, 피고가 원고들의 채권행사를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다고 볼 증거는 없으며, 또한 원고 1 등이 수사기관으로부터 소외 2의 납북 경위 등에 관하여 조사를 받고 그 후로도 납북피해자의 친족이라는 이유로 당국으로부터 동향감시를 당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그로 인하여 원고들이 위 1980. 10. 14. 소멸시효기간이 도과할 때까지 객관적으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심이 그 설시한 바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그 이유설시에 적절치 못한 점은 있으나 결론에 있어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므로,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소멸시효 항변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상속채권에 관한 원고들 패소 부분은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들의 나머지 상고는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상훈(재판장) 전수안(주심) 양창수 김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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