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긴급조치제9호위반
2011 재노9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위반
1. 망 A
2. 망 B
3. C
1. 피고인 망 A의 자 D
2. 피고인 망 B의 자 E
3. 피고인 C.
피고인들과 검사
서민석(공판)
법무법인 F(피고인들을 위하여)
담당 변호사 G, H, I, J
광주고등법원 1977. 4. 2. 선고 77노46 판결
광주지방법원 1976. 12. 30. 선고 76고합177 판결
2014. 4. 10.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1. 사건의 경위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들은 별지 공소사실의 요지 기재와 같이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1975. 5. 13.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 한다)를 위반하였다는 취지의 공소사실로 광주지방법원 76고합177호로 기소되었고, 위 법원은 1976. 12. 30,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피고인 A와 피고인B에게 각 징역 6년 및 자격정지 6년을, 피고인 C에게 징역 5년 및 자격정지 5년을 각 선고하였다.
나. 위 판결에 대하여 광주고등법원 77도46호로 항소하였고, 위 법원은 1977. 4. 2.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주장은 배척하면서도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후 피고인 A와 피고인 B에게 각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4년을, 피고인 C에게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각 선고하였고(이하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1977. 7. 26. 상고가 기각되어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다. 한편, 피고인들은 긴급조치 제9호는 위헌이므로, 재심 대상판결에는 재심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재심청구를 하였고, 이에 대해 이 법원은 2014. 3. 5. 긴급조치 제9호는 당초부터 위헌 · 무효이므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재심개시결정을 하였고, 이 재심개시결정은 항고기간 내에 적법한 항고의 제기가 없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
1) 법리오해
긴급조치 제9호는 헌법에 위배되어 무효일 뿐만 아니라, 피고인들의 이와 같은 행위는 목사로서 행한 정당한 행위임에도 원심판결은 형법 제20조 정당행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주장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나. 검사
피고인들의 이익을 위하여 항소하였다.
3. 판단
가.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 여부
재심이 개시된 사건에서 범죄사실에 적용하여야 할 법령은 재심판결 당시의 법령이다. 따라서 법원은 재심대상판결 당시의 법령이 변경된 경우에는 그 범죄사실에 대하여 재심판결 당시의 법령을 적용하여야 하고, 폐지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를 적용하여 그 범죄사실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형벌에 관한 법령이 재심판결 당시 폐지되었다 하더라도 그 `폐지`가 당초부터 헌법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는 법령에 대한 것이었다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이 규정하는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의 무죄사유에 해당하는 것이지,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의 면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평상시의 헌법 질서에 따른 권력 행사방법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중대한 위기상황이 발생한 경우 이를 수습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보장하기 위하여 행사되는 국가긴급권에 관한 대통령의 결단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나, 이 같은 국가긴급권은 국가가 중대한 위기에 처하였을 때 그 위기의 직접적 원인을 제거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최소의 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국가긴급권을 규정한 헌법상의 발동 요건 및 한계에 부합하여야 하고, 이 점에서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 한다) 제53조에 규정된 긴급조치권 역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유신헌법도 제53조 제1항, 제2항에서 긴급조치권 행사에 관하여 `천재 · 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 경제상의 위기에 처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어, 신속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을 때 그 극복을 위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근거하여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집회·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파수단이나 문서, 도화, 음반 등 표현물에 의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그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 · 청원 · 선동 또는 선전하는 행위`, `학교 당국의 지도, 감독하에 행하는 수업, 연구 또는 학교장의 사전 허가를 받았거나 기타 의례적 비정치적 활동을 제외한, 학생의 집회·시위 또는 정치관여 행위` 및 `이 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행위` 일체를 금하고(제1항 각 호), 이를 위반한 내용을 방송·보도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전파하거나, 그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배포·판매·소지 또는 전시하는 행위를 금하며(제2항), 이 조치 등에 위반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이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하며,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또는 음모한 자도 또한 같고(제7항), 이 조치 또는 이에 의한 주무부장관의 조치에 위반한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으며(제8항), 주무부장관은 이 조치위반자 · 범행 당시의 그 소속 학교, 단체나 사업체 또는 그 대표자나 장에 대하여 대표자나 장·소속 임직원 교직원이나 학생의 해임 또는 제적의 조치, 휴업·휴교·정 간·폐간 해산 또는 폐쇄의 조치 등을 할 수 있다(제5항)는 것이다. 이는 유신헌법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금지하거나 이른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여 긴급조치권의 목적상의 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긴급조치 제9호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이 긴급조치권 발동의 대상이 되는 비상사태로서 국가의 중대한 위기상황 내지 국가적 안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러한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에서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는 유신헌법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한 것이다.
또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 내지 신체의 자유와 헌법상 보장된 청원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국가로 하여금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도록 한 유신헌법 제8조(현행 헌법 제10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유신헌법 제18조(현행 헌법 제21조)가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영장주의를 전면 배제함으로써 법치국가원리를 부인하여 유신헌법 제10조(현행 헌법 제12조)가 규정하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뿐 아니라 유신헌법 제14조(현행 헌법 제16조)가 규정한 주거의 자유를 제한하며, 명시적으로 유신헌법을 부정하거나 폐지를 청원하는 행위를 금지시킴으로써 유신헌법 제23조(현행 헌법 제26조)가 규정한 청원권 등을 제한한 것이다. 더욱이 긴급조치 제9호는 허가받지 않은 학생의 모든 집회·시위와 정치관여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주무부장관이 학생의 제적을 명하고 소속 학교의 휴업, 휴교, 폐쇄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신헌법 제19조(현행 헌법 제22조)가 규정하는 학문의 자유를 제한하는 한편, 현행 헌법 제31조 제4항이 규정하는 대학의 자율성도 제한한 것이다.
이와 같이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는 유신헌법에 위반되어 위헌·무효이고, 나아가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침해된 기본권들의 보장 규정을 두고 있는 현행 헌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헌 무효라 할 것이다(대법원 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판결, 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결정, 대법원 2013. 4. 18.자 2010모363 결정 참조).
결국,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 제7항, 제1항을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의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이를 유죄로 판단한 윈심판결에는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검사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이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이 사건 공소사실 요지는 별지 기재와 같은바, 앞서 판단한 것처럼 위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판사서경환
판사김성흠
판사장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