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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1. 5. 26. 선고 2010헌마548 2009헌바63 2010헌바364 2010헌바409 2011헌바6 판례집 [형법 제35조 위헌소원]

[판례집23권 1집 160~170]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누범을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35조 제1항, 제2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소극)

결정요지

누범을 가중처벌하는 것은 전범에 대하여 형벌을 받았음에도 그 형벌의 경고기능을 무시하고 다시 범행을 하였다는 데 있는 것이지 전범에 대하여 처벌을 받았음에도 다시 범행을 하는 경우에 전범을 후범과 일괄하여 다시 처벌한다는 것은 아님이 명백하고, 전범 자체가 심판의 대상이 되어 다시 처벌받기 때문에 형이 가중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사부재리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누범을 가중처벌하는 것은 형벌의 경고기능을 무시하고 다시 범행을 하여 범죄인의 행위책임이 가중되기 때문이고, 나아가 재범예방이라는 형사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므로 행위책임을 근간으로 하는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할 수 없으며, 법관으로 하여금 후범의 보호법익과 죄질, 전범과의 연관성 등 구체적인 정상에 따라 그에 알맞은 적정한 선고형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누범가중의 요건과 정도를 적절히 제한하고 있으므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되는 과잉형벌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한편, 누범은 전범에 대한 형벌의 경고적 기능을 무시하고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누범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여 범죄예방 및 사회방위의 형사정책적 고려에 기인하여 이를 가중처벌하는 것이어서 합리적 근거 있

는 차별이라 볼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심판대상조문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35조(누범) ① 금고 이상의 형을 받어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를 받은 후 3년내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는 누범으로 처벌한다.

② 누범의 형은 그 죄에 정한 형의 장기의 2배까지 가중한다

참조판례

헌재 1995. 2. 23. 93헌바43 , 판례집 7-1, 222

헌재 1998. 9. 30. 98헌가7 등, 판례집 10-2, 484, 503

헌재 2002. 10. 31. 2001헌바68 , 판례집 14-2, 500, 509

헌재 2008. 4. 24. 2006헌마402 , 판례집 20-1상, 674, 684

당사자

청 구 인1. 강○산(2009헌바63)국선대리인 변호사 김광석2. 김○헌( 2010헌마548 )국선대리인 변호사 정종희3. 남○우( 2010헌바364 )국선대리인 변호사 황병일4. 임○( 2010헌바409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정진5. 장○환( 2011헌바6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용균

당해사건1.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노525 공문서위조 등(2009헌바63)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노1950 사기( 2010헌바364 )

3.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노2222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향정)( 2010헌바409 )

4.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노4152 위증( 2011헌바6 )

주문

2. 청구인 김○헌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2009헌바63 사건

(가) 청구인 강○산은 2003. 8. 20. 서울지방법원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으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아 2004. 11. 8.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한 자로서, ① 2007. 6. 22.경 피해자 김○미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기망하여 그때부터 2007. 8. 2.까지 위 피해자로부터 소송비용 명목 등으로 모두 11회에 걸쳐 합계 14,870,000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고, 2007. 7. 4.경부터 같은 달 31.까지 공문서인 서울중앙지방법원 명의의 접수인과 공탁통지서 등을 모두 7회에 걸쳐 각 위조하여 행사하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고단1433), ② 2008. 6. 30. 피해자 윤○선 운영의 주점에서 술값을 결제할 것처럼 속이고 술을 교부받는 등 합계 395,00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2008. 10. 3. 피해자 양○호 운영의 주점에서 술값을 결제할 것처럼 속이고 술과 안주를 교부받아 합계 440,000원 상당을 편취한 사실로 기소되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고단4113, 6473).

(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9. 1. 30. 위 ①항 기재 범죄사실에 대하여 형법 제35조를 적용하여 누범가중을 한 후, 위 범죄사실 전부에 대하여 징역 1년 3월의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고단1433, 4113(병합), 6473(병합)}.

(다) 청구인 강○산은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09노525), 그 항소심 계속중 형법 제35조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

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09초기1050) 2009. 4. 2. 기각되자, 2009. 4. 13.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2010헌마548 사건

(가) 청구인 김○헌은 2004. 10. 22. 의정부지방법원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야간집단·흉기등협박) 등으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06. 9. 6. 서울고등법원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ㆍ흉기등상해) 등으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아 위 집행유예가 실효되어 2010. 1. 7. 위 두 형의 집행을 마친 자로서, 2010. 5. 29.경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ㆍ흉기등폭행) 및 공무집행방해를 하였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의정부지방법원 2010고단1874).

(나) 청구인 김○헌은 위와 같은 범죄전력으로 인하여 형법 제35조에 의하여 누범가중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위 재판 계속중인 2010. 8. 30.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라 형법 제35조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3) 2010헌바364 사건

(가) 청구인 남○우는 2000. 5. 24. 수원지방법원에서 사기죄 등으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아 2001. 12. 7.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한 자로서, 2004. 7. 중순경 통일신라시대 금동약사여래입상을 넘겨받아 팔아줄 것처럼 피해자 고○균을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같은 달 22.경 시가 1억 5,000만 원 상당의 위 금동약사여래입상을 교부받아 편취한 사실로 기소되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고단6597).

(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0. 5. 20. 위 범죄사실에 대하여 형법 제35조를 적용하여 누범가중을 한 후 청구인 남○우에게 징역 10월의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다) 청구인 남○우는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0노1950), 그 항소심 계속중 형법 제35조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10초기2646) 2010. 8. 17. 각하되자, 2010. 9. 16.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4) 2010헌바409 사건

(가) 청구인 임○은 2007. 11. 1.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으로 징역 1년 2월 등을 선고받아 2008. 7. 23. 그 형의 집행을 종

료한 자로서{인천지방법원 2009고합141, 531(병합), 형법 제35조를 적용하여 누범가중을 하였다}, 2008. 8. 15.과 같은 달 16. 필로폰 등을 매수하거나 수수한 사실로 기소되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고단1480).

(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0. 6. 4. 위 범죄사실에 대하여 형법 제35조를 적용하여 누범가중을 한 후 청구인 임○에게 징역 7월 및 추징 2,800,000원의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다) 청구인 임○은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0노2222), 그 항소심 계속중 형법 제35조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10초기3230) 2010. 10. 7. 기각되자, 2010. 10. 25.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5) 2011헌바6 사건

(가) 청구인 장○환은 2007. 5. 3.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으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아 2008. 8. 7.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한 자로서, 2009. 12. 23.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을 하여 위증한 사실로 기소되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고단3224).

(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0. 10. 14. 위 범죄사실에 대하여 형법 제35조를 적용하여 누범가중을 한 후 청구인 장○환에게 징역 6월의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다) 청구인 장○환은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0노4152), 그 항소심 계속중 형법 제35조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10초기4133) 2010. 12. 23. 각하되자, 2011. 1. 6.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35조 제1항, 제2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의 위헌 여부 및 기본권침해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35조(누범) ①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를 받은 후 3년 내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는 누범으로 처벌한다.

② 누범의 형은 그 죄에 정한 형의 장기의 2배까지 가중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및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각하 또는 기각이유

가.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전범(前犯)을 이유로 형을 가중하고 있어 일사부재리의 원칙과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된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전범과 후범(後犯) 사이에 내적 연관성이 있는지, 후범이 고의범인지 여부를 가리지 않고 누범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장기형을 2배까지 가중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고, 이로써 청구인 김○헌의 신체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3)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전과자라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형을 가중하고 있고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성을 상실하고 있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고, 이로써 청구인 김○헌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4) 이 사건 법률조항의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 부분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자’나 ‘금고 이상의 형이 분명히 선고될 자’로 오인될 수 있어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각하 또는 기각이유

[별지] 기재와 같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 및 외국의 입법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은 후 3년 내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를 누범으로 규정하고 그 죄에 정한 형의 장기의 2배까지 가중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누범을 가중처벌하는 것은 범죄인이 전범에 대한 형벌에 의하여 주어진 경고기능을 무시하고 후범의 실현을 통하여 범죄추진력이 보다 강화되어 행위책임이 가중되기 때문이고, 나아가 재범예방이라는 형사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즉 책임은 행위자가 합법을 결의하고 행동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을 결의하고 행하였다고 하는 의사형성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의미하므로, ‘전 판결의 경고기능 무시’나 ‘범죄추진력의 강화’는 행위책임의 가중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행위자가 전범에 대한 형벌을 통하여 자신의 범죄행위의 위법성과 그에 대한 비난을 인식하고 체험하였다면 불법을 회피하고 합법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범죄억제동기가 형성되었을 것인데, 이러한 전 판결의 경고를 무시하고 다시 실형을 선고받을 만한 범행을 하였다면 그 행위에 대한 비난가능성, 즉 행위책임이 증대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위

와같은 행위책임의 증대 외에도, 재범예방이라는 형사정책적 고려가 가미되어 누범을 가중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은 징역에 처하여진 자가 집행을 종료한 날 또는 집행의 면제를 받은 날부터 5년 이내에 다시 죄를 범한 경우 유기징역에 처하는 때에는 재범으로 하고, 그 죄에 정한 형의 장기의 2배 이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일본형법 제56조, 제57조), 일본최고재판소는 이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하였으며, 독일은 2회 이상 고의의 범죄행위로 형의 선고를 받은 자가 3월 이상 자유형의 집행을 마친 후 고의의 범죄행위를 하고, 이전 형의 선고를 경고로 삼지 않은 것을 비난할 수 있는 때에는 형의 하한을 6월 이상의 자유형으로 하도록 규정하였던 때가 있었는데(1986년 개정으로 폐지된 구 독일형법 제48조), 이에 대하여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합헌결정을 한 바 있다.

나. 선례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일사부재리원칙이나 평등원칙에 반하지 않으므로 합헌이라는 결정을 한 바 있다(헌재 1995. 2. 23. 93헌바43 , 판례집 7-1, 222).

다.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

(1) 일사부재리원칙 위배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는 누범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은 후 3년 내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로서 그 죄에 정한 형의 장기의 2배까지 가중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누범을 가중처벌하는 것은 전범에 대하여 형벌을 받았음에도 그 형벌의 경고기능을 무시하고 다시 범행을 하였다는 데 있는 것이지 전범에 대하여 처벌을 받았음에도 다시 범행을 하는 경우에는 전범도 후범과 일괄하여 다시 처벌한다는 것은 아님이 명백하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누범은 전범에 대하여 처벌을 받은 후 다시 범죄를 저지른 모든 경우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요건 즉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은 후 3년 내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만을 누범으로 하고 있으며, 그 형도 장기만을 가중하고 단기는 가중하지 아니하므로 전범은 양형에 있어 불리하게 작용하는 요소일 뿐, 전범 자체가 심판의 대상이 되어 다시 처벌받기 때문에 형이 가중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일사부재리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2) 책임주의에 반하는 과잉형벌인지 여부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행위책임을 근간으로 하는 책임주의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누범을 가중처벌하는 것은 범죄인이 전범에 대한 형벌에 의하여 주어진 경고기능을 무시하고 후범의 실현을 통하여 범죄추진력이 보다 강화되어 행위책임이 가중되기 때문이고, 나아가 재범예방이라는 형사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행위책임을 근간으로 하는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실범을 포함하여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모든 누범자에 대하여 전범과 후범 사이의 내적 연관성 등이나 후범의 행위태양, 동기, 범죄수법, 피해법익을 가리지 않고 획일적으로 형의 장기의 2배까지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다만,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함으로써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제 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법정형을 규정한 법률조항은 헌법에 반한다고 보아야 하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는 누범가중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전범과 후범이 모두 법정형이 아닌 선고형으로서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일 것을 요구하고 있고, 전범에 대해서는 형의 선고가 있었던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형의 집행종료 또는 면제까지 요구하는 한편, 전범과 후범 사이의 시간적 간격을 ‘3년’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형의 장기만을 2배 가중하는 형태로 법정형의 폭을 넓히고 있을 뿐 양형실무에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형의 단기는 가중하지 아니하고 있다.

따라서 법원은 후범이 경미한 범죄인 경우에는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고 이 경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적용되지 아니하며, 또한 형의 단기는 그대로 둔 채 장기만을 가중하고 있으므로 비록 후범이 형식적으로는 이 사건 법률조항 소정의 누범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심리결과 실질적으로는 전 판결의 경고를 무시

하고 범죄추진력이 강화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사안의 경우에는 얼마든지 원래 형의 최하한을 선고할 수 있다. 이 점에서 폐지된 독일 구 형법의 누범조항과 다르다.

또한, 과실범도 사회생활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하였을 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형벌이 과해지는 범죄로서 후범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증대되기는 고의범과 마찬가지이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누범가중의 요건과 정도를 제한하고 있어 후범이 경미한 과실범이라면 법원이 벌금형을 선택함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가중처벌의 문제는 생기지 아니할 것이므로, 전범에 대한 형 집행종료나 면제로부터 3년 내에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을 정도로 주의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후범의 형의 장기를 2배 가중한 후 그 형기범위 내에서 최종 선고형을 결정하도록 하였다고 하여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에 반하는 과잉형벌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관으로 하여금 후범의 보호법익과 죄질, 전범과의 연관성 등 구체적인 정상에 따라 그에 알맞은 적정한 선고형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누범가중의 요건과 정도를 적절히 제한하고 있으므로, 과도하게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자의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도 없다.

(3) 평등원칙 위배 여부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평등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안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하므로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 또는 불평등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헌재 1998. 9. 30. 98헌가7 등, 판례집 10-2, 484, 503; 헌재 2008. 4. 24. 2006헌마402 , 판례집 20-1상, 674, 684).

누범을 가중처벌하는 것은 전범에 대한 형벌의 경고적 기능을 무시하고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높고, 누범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여 범죄예방 및 사회방위의 형사정책적 고려에 기인한 것이어서 합리적 근거 있는 차별이라 볼 것이다(헌재 2002. 10. 31. 2001헌바68 , 판례집 14-2, 500, 509).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자의적이고 불균형한 처벌로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4) 무죄추정의 원칙 위배 여부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 중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 부분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자’나 ‘금고 이상의 형이 분명히 선고될 자’로 오인될 수 있어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나, 이는 청구인들의 독자적인 견해에 의한 것일 뿐,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사피고인에 대한 유·무죄 판단 이후의 양형에 관한 규정으로서 무죄추정의 원칙과는 관계가 없다.

(5) 소 결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일사부재리 원칙, 평등 원칙 및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거나 책임주의에 반하는 과잉형벌이라고 할 수 없고, 청구인 김○헌의 신체의 자유나 행복추구권,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도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청구인 김○헌의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조대현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박한철 이정미

별지

[별지]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각하 또는 기각이유

(1) 2009헌바63 사건

누범을 가중처벌하는 것은 전범에 대한 형벌의 경고적 기능을 무시하고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초범에 비하여 비난가능성·반사회성 및 책임이 더 크기 때문이고, 사회방위, 범죄의 특별예방 및 일반예방, 더 나아가 사회질서유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기도 한 점을 고려하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은 후 비교적 짧은 기간이라 할 수 있는 3년 이내에 다시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는 경우 그 죄에 정한 형의 장기의 2배까지 가중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는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의 심판을 제청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헌여부 심판의 제청대상은 ‘법률’에 한정된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신청은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조항에 대한 해석·적용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하고 있어 부적법하다(또한, 가사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의 주장만으로는 위 처벌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청구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2010헌바409 사건

형법 제35조가 누범을 가중처벌하는 것은 전범에 대하여 형벌을 받았음에도 다시 범행을 하였다는 데 있는 것이지 전범에 대하여 처벌을 받았음에도 다시 범행을 하는 경우에 전범을 후범과 일괄하여 다시 처벌한다거나, 전범으로 인하여 이미 누범가중처벌을 받은 범죄를 다시 처벌하는 것은 아님이 명백하므로, 누범에 대하여 형을 가중하는 것이 헌법상의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청구인이 전범으로 인하여 누범으로 가중처벌을 받았음에도 다른 사건에서 위 전범에 기하여 재차 누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금지되는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