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arrow
서울민사지법 1984. 4. 12. 선고 83가합7051 제7부판결 : 항소
[집행판결청구사건][하집1984(2),105]
판시사항

1. 중재계약의 성립요건

2. 뉴욕협약가입국에서 이루어진 상사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준거법

3. 뉴욕협약 제5조 제2항 (나)호 소정의 “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이 그 국가의 공공질서에 반하는 경우”의 의미

판결요지

1. 분쟁을 중재에 의하여 해결한다는 의사만 서면상 명백히 나타나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로써 중재약정이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중재기관 준거법 중재장소등이 명백히 확정되어 있어야만 중재약정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2. 뉴욕협약가입국에서 이루어진 상사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있어서는 뉴욕협약이 국내법에 우선하여 적용되고 위 협약이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사항에 대해서는 보충적으로 우리나라의 중재법이 적용된다.

3. 뉴욕협약 제5조 제2항 (나)호에 규정된 “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이 그 국가의 공공질서에 반하는 경우”라 함은 승인국의 정치경제의 기본질서에 위배되거나 공평의 견지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모순이 있는 경우등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뉴욕협약 제4조, 제5조

원고

제일기선주식회사

피고

건설실업주식회사

주문

1. 원고와 피고 사이의 “썬 리버”호 항해용선계약상의 체선료지급에 대한 중재사건에 관하여 일본해운집회소가 1983. 7. 8.에 한 별지기재의 중재판정은 이를 집행할 수 있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중재계약의 존부에 대한 판단

(1) 원고를 대리한 소외 씨 프로스해운주식회사(Sea Pros-Marine Co., Ltd.)가 1980. 7. 23. 우리나라 서울에서 피고와의 사이에 원고 소유의 선박 “썬 리버(Sun River)”호로 피고가 이란에 수출하는 복합비료 19,800메트릭톤을 우리나라 여수항으로부터 이란국 반다르 아바스항 또는 동국 반다르 호메이니항까지 운송하기로 하는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용선계약서 제43조에 “본 용선계약상 발생하는 어떠한 분쟁도 대한민국 서울의 대한상사중재원 및 일본국의 일본 해운집회소에 제기하여야 하며 그 판정은 최종적으로 쌍방당사자를 구속한다. (Any dispute arising under this Charter Party to be referred to “The Korean commercial Arbitration Association, Seoul, Kerea” and “The Japan Shipping Exchange, Inc., Japan” and the award of which to be final and binding upon both parties.)”는 특별약관 조항이 삽입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위 약관중 “The Korean Commercial Arbitration Association.”은 사단법인 대한상사 중재원의 영문표기인 “The Korean Commercial Arbitration Board”의 오기로 보인다.)

(2) 원고는 위 약관조항에 의하여 원·피고 사이에 중재계약이 성립된 것이라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고는 위 약관조항에는 중재기관이 복수 병존적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중재장소와 준거법을 명시하지 아니한 흠이 있어 유효한 중재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다툰다.

그런데, 문제가 되고 있는 위 중재조항은 파나마공화국 법인체인 원고(선박회사)와 우리나라 법인체인 피고(수출회사, 용선자) 사이에 피고가 수출하는 상품을 제3국인 이란국의 특정부두까지 운송하는 항해용선계약(기본계약)상 발생하는 분쟁의 해결을 위한 것으로서 이는 섭외적 생활관계에 속한다고 볼 것인 바, 이 사건에 있어서 위 중재계약의 성립 및 효력에 관하여 적용할 준거법에 대한 당사자들의 의사가 명백하지 아니하므로 (기본계약인 용선계약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섭외사법 제9조 에 의하여 행위지인 우리나라법에 의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3) 나아가 중재계약의 성립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우선 피고는 중재합의가 존재한다고 인정하려면 기본적으로 중재기관, 준거법, 중재장소의 3대 요소가 명백히 확정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중재법은, 중재계약에 관하여,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을 재판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중재인의 판정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서면상의 합의를 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중재기관(오늘날 상설중재기관에 의한 중재가 일반적이기는 하나 반드시 이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 중재에 있어 적용할 절차적 및 실체적, 준거법, 중재장소등을 중재계약의 기본요소로 보아 이를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분쟁을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도록 한다는 당사자들의 의사만 서면상 명백히 나타나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로써 중재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없다고 할 것이다. (피고가 들고 있는 사단법인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조항은 피고 주장의 위 3요소를 포함시켜 명시하고 있으나 이는 이러한 사항들을 명백히 하지 않은 경우 후일 중재절차에서 불필요한 다툼과 지연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위 중재원이 권고하고 있는 표준적인 중재조항의 예시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 있어서는 위 약관조항이 중재기관 내지 중재지를 복수 병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The Korean Commercial Arbitration Association, Seoul, Korea”and “The Japan Shipping Exchange, Inc., Japan)만이 문제가 된다고 할 것인바, 이에 관해서는 우리나라 중재법에 아무런 언급이 없으므로 중재제도의 취지와 법의 일반원칙 특히 민사소송에 있어서의 관할 합의제도의 취지 등에 비추어 당사자의 의사를 객관적으로 살펴서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하나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국가를 달리하고 경비도 많이 들며 상반된 판단을 할 수도 있는 두개의 중재기관에 중재신청을 한다는 것은 당사자의 의사에 맞지 아니할 뿐 아니라 이는 위 약관에 규정되어 있는 “중재판정은 쌍방당사자에게 최종적이고 구속적이다. (final and binding)”는 내용과도 명백히 모순되는 것이므로 위 약관중의 “및(and)”이란 단어에 구애되어 이를 동시에 두개의 중재기관에 중재신청을 하도록 한 것으로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위 갑 제2호증(용선계약서)을 자세히 살펴보면 위 중재약관은 용선계약서 이면에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특별약관과 함께 용선계약서 본문과는 별도로 특별히 타자로 작성되어 첨부된 것이고 특별약관중의 여러곳(제26조, 제36조, 제37조, 제40조)이 계약체결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삭제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한편 증인 박명학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의 수출담당이사로 피고를 위하여 이 사건 용선계약서에 서명한 위 박명학은 용선계약체결 당시 중재조항인 위 43조에 관하여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는 않았으나 그 의미는 알고 있었으며 동인이 이 사건 용선계약서를 직접 살펴보고 서명하였다는 것이므로 이러한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위 약관 제43조를 아무 효력이 없는 무의미한 규정으로 방치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특별약관 제43조와 관련하여 계약체결 당시 당사자들이 가졌던 의사의 핵심적인 부분은 “분쟁을 중재에 회부하여 동 중재판정을 최종적이고 구속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데에 있다고 보아야 하며 “및(and)”이란 단어는 양 당사자가 서울 “또는” 일본에서 중재신청을 할 수 있고 어느 일방당사자에 의하여 중재절차가 개시되면 타방당사자는 이에 응하기로 한다는 취지의 표시라고 해석함이 타당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중재기관 혹은 중재지를 복수 선택적으로 규정하더라도 그것이 특정될 수만 있다면 유효한 중재합의라고 하겠으므로 결국 원·피고 사이에는 위 항해용선계약서 약관 제43조에 의하여 중재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것이다.

2. 중재판정의 성립

원고 소유의 기선 “썬 리버”호가 피고가 수출하는 복합비료를 싣고 1980. 8. 31. 이란의 반다르 호메이니항에 입항하여 양륙작업이 진행되던 중 같은해 9월 이란과 이라크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는 등의 사정으로 말미암아 당초의 예상보다 늦게 양륙을 완료함으로서 정박기간이 길어지게 되자, 원·피고 사이에 체선료지급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하였고 이에 원고가 일본국 소재 일본해운집회소에 중재신청을 한 결과 위 해운집회소는 1983. 7. 8. 별지기재와 같은 내용의 중재판정을 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피고가 위 중재판정정본을 이미 송달받은 사실은 이를 자인하고 있다.

3.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준거법

(1) 우리나라가 1973. 2. 8.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협약(The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Recognition and Enforcement of Foreign Arbitral Awards, 1958. 6. 10. 성립, 1959. 6. 7. 발효, 이하 뉴욕협약이라고 약칭한다.)”에 상사한정 및 상호주의 유보선언하에 가입하여 위 협약 제12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그 90일 뒤인 1973. 5. 9.자로 제42번째 가입국이 된 사실 및 일본국 역시 뉴욕협약에 가입하고 있는 사실(1961. 9. 18. 발효)은 당원에 현저한 바 있고, 위 뉴욕협약은 조약과 마찬가지의 효력을 지닌 것이라 하겠으므로 이 사건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하여는 뉴욕협약이 국내법에 우선하여 적용되고 위 협약이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사항에 대해서는 보충적으로 우리나라 중재법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피고는, 원고가 파나마공화국 법인체이고 파나마공화국은 뉴욕협약에 가입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의 요건을 심사함에 있어서 뉴욕협약을 직접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므로 보건대, 파나마공화국이 뉴욕협약에 가입되어 있지 아니한 사실은 당원에 현저한 바이나 뉴욕협약을 적용함에 있어 상호보증의 판단은 중재당사자들의 국적에 의할 것이 아니라 중재판정이 행해진 국가가 뉴욕협약에 가입되어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가 주장하는, 우리나라와 파나마공화국 사이에 민사소송법 제477조 , 동법 제203조 소정의 상호보증이 있는가의 여부도 문제가 되지 아니한다.)

(2) 그런데 뉴욕협약은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용이하게 할 목적으로 동 협약 제4조 제1항에서 집행판결을 구하는 당사자는 ① 정당하게 인증된 중재판정원본 또는 정당하게 증명된 그 등본과 ② 중재합의의 원본 또는 정당하게 증명된 그 등본을 제출함으로써 일응 입증책임을 다한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그밖의 입증부담을 경감시키고 있고(다만 동 협약 제4조 제2항에 의하여 위 중재판정이나 중재합의가 중재판정이 원용될 국가의 공용어로 작성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공증인, 선서한 번역관, 외교관, 또는 영사관에 의하여 증명된 번역문을 제출하여야 한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에서 갑 제1호증 및 갑 제2호증으로 각 공증인에 의하여 증명된 번역문이 첨부된 중재판정정본과 중재조항이 포함된 항해용선계약서 원본을 제출하고 있으므로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소정의 거부사유(그 주장 입증책임은 피고측에 있다.) 또는 동조 제2항 소정의 거부사유(이는 직권조사 사항이라고 하겠다.)가 없는 한 이 사건 중재판정은 우리나라에서 이를 집행할 수 있다고 하겠다.

4.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준거법적용을 잘못하였다는 점.

피고는, 원·피고 사이에 중재에 있어서 적용할 준거법에 관하여 특별히 합의하지 아니한 이상 중재절차에 적용할 준거법도 행위지법인 한국법이 되어야 할 것인데 이 사건 중재판정은 중재절차에 있어서 적용한 절차적 및 실체적 준거법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을 하지않고 있으니 이는 필경 준거법 적용을 잘못한 것이라 하겠으므로 그 집행을 불허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성립에 다툼이 없는 을 제4호증(해사중재규칙)의 기재에 의하면 사단법인 일본해운집회소는 해사분쟁에 관한 중재를 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해사중재규칙에 따라 중재를 진행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특단의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 한 이 사건 중재도 위 해사중재규칙에 따라 행하여진 것으로 보여지는 바,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라)호는 중재판정부의 구성이나 중재절차에 관하여 당사자 자치의 원칙을 인정하고 당사자의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중재지법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중재절차에 관하여 원·피고 사이에 특별한 합의가 없었던 이상 위 해사중재규칙에 의거하여 이루어진 중재절차는 적법하다고 볼 것이고, 다음 이 사건 중재에 있어서 실체관계의 판단에 적용하여야 할 준거법이 행위지인 한국법임에도 불구하고 일본법을 적용하여 중재판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결국 이 사건 중재판정의 이유가 잘못되었다는 것에 귀착되는 바 이와 같이 법률적용을 잘못 선택하여 중재판정의 결론이 부당하게 되었다는 것은 뉴욕협약 제5조가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집행 거부사유의 어디에도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피고의 위 첫번째 주장은 이유없다고 할 것이다.

(2) 중재인 선임절차가 위법하다는 점.

피고는 일본해운집회소가 피고에게 중재인을 선임할 기회를 전혀 부여한 바 없으므로 중재절차가 위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중재계약(용선계약서 약관 제43조)상 중재인 선임에 관하여는 아무런 정함이 없고 한편 위 을 제4호증(해사중재규칙)의 기재에 의하면 중재계약서 또는 중재약관에 당사자가 중재인을 선임한다는 취지의 합의가 없는 한 일본해운집회소내 중재위원회가 해사중재위원 명부에 기재된 중재인들 중에서 당사자 및 당해 사건에 이해관계가 없는 자를 중재인으로 선임한 다음 그 내용을 당사자에게 통지하여야 하고(일본 해사중재규칙 제14조)당사자가 중재인을 기피하고자 할 때는 기피하는 중재인의 성명과 기피이유를 명기한 서면을 제출하도록 되어 있으므로(동 규칙 제16조), 이에 의하면 원·피고 사이에 중재인선임에 관한 합의가 없었던 이상 피고 자신이 중재인을 직접 선임할 수는 없다고 하겠고, 또한 피고가 위 해운집회소로부터 중재인 선임내용을 통지받은 사실은 이를 자인하고 있는데 이러한 통지를 받은 후 중재인선임에 대하여 기피신청을 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이의를 제기하였음을 인정할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니 이런한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중재인선임에 있어서 피고의 권리가 부당하게 박탈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위 두번째 주장도 이유없다고 할 것이다.

(3) 심문절차를 결하였다는 점.

피고는 또 일본 해운집회소가 대리인도 선임하지 않은 피고를 정당한 사유없이 심문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는 중재판정 취소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뉴욕협약 제5조 제1항 (나)호는 불리한 판정을 받은 당사자가 중재인의 선정이나 중재절차에 있어서 적절한 통지를 받지 못하였거나 기타의 사유로 중재절차에 응할 수 없었던 경우를 집행거부 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중재에 있어서의 절차적 보장 내지 심문청구권의 보장에 관한 규정으로서 중재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판단은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하는 우리나라의 법(법정지법) 규정에 의하여야 할 것인 바 우리나라 중재법 제8조 제1항 은 중재인은 중재판정전에 당사자를 심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법 제13조 제1항 제4호 는 중재절차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없이” 당사자를 심문하지 아니한 경우를 중재판정 취소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돌이켜 이 사건 중재절차를 살펴보건대, 피고의 심문청구권 기타 중재절차에의 참여권이 부당하게 침해 당하였다고 인정할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위 갑 제1호증(중재판정), 을 제3호증(중간중재판정)의 각 기재와 증인 박명학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일본 해운집회소에 대하여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상의 중재조항이 무효라는 이유를 들어 중재를 거부하는 태도를 표명하면서 중재절차의 진행에 항의하는 서면만을 몇차례 제출하였을 뿐 답변서나 준비서면을 제출하지도 아니하고 대리인을 선임하지도 아니하였으며 위 해운집회소의 심문기일에 한번도 출석하지 아니하여 위 해운집회소는 피고가 중재인단에 의한 심리를 받는 기회를 포기한 것으로 보고 중재절차를 진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중재개시를 거부하면서 스스로 심문을 받을 기회를 포기한 것일 뿐 피고의 심문청구권이 부당히 박탈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위 세번째 주장도 이유없다고 할 것이다.

(4) 공서위반의 점.

① 피고는, 이 사건 중재절차에서 위 “썬 리버”호의 장기체선은 이란과 이라크 사이의 전쟁돌발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불가항력적인 사유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면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위 중재판정은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전쟁발발에 의하여 야간하역이 불가능하였고 이것이 불가항력적인 사유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피고 사이에 체결된 항해용선계약상 불가항력을 이유로 한 면책규정이 없으므로(정박기간(lay time)의 진행을 방해하는 사유로는 천후, 금요일 및 공휴일만이 명시되어 있을 뿐이다.) 피고는 불가항력에 의한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는 바, 위 항해용선계약서상에는 불가항력적인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용선자가 체선료를 지급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상법 제782조 2항 3항 , 동법 제798조 2항 3항 , 동법 제802조 2항 에 의하면 용선계약상 운송물을 양륙(선적)할 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 그 기간은 양육(선적) 준비완료통지가 있은 날의 다음날부터 기산하며 이 기간에는 불가항력으로 인하여 양륙(선적)할 수 없는 날을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어서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한 면책원리는 우리나라 법체계의 기본이념이라 할 것이고 한편 전쟁의 돌발은 불가항력적인 사유의 대표적인 예이므로, 피고의 위 면책주장을 배척한 일본 해운집회소의 중재판정을 우리나라에서 승인하고 집행하게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공서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국가간의 장해를 배제하여 이를 용이하게 하고자 하는 뉴욕협약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동 협약 제5조 제2항 (나)호가 규정하고 있는 “판정의 승인이나 집행이 그 국가의 공공의 질서에 반하는 경우”라 함은 승인국의 정치, 경제의 기본질서에 위반되거나 공평의 견지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모순이 있는 경우 등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그 판단에 있어서도 국내적인 관점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관점에서도 고려하여야 하며 특히 국제간의 상거래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중재제도에 의하여 신속하고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자하는 국제무역계의 현실과 상사중재제도의 취지등을 감안할 때 국제상사 중재판정에 대하여 내국의 공서에 위반됨을 이유로 승인 및 집행을 거부함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것으로 그쳐야 한다고 할 것인 바, 돌이켜 피고의 위 주장내용을 보면 이는 결국 일본 해운집회소의 중재인들이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상의 약정내용 또는 체선료지급에 있어서의 불가항력적인 사유에 의한 면책원리에 대한 해석을 잘못함으로써 부당한 중재판정을 하였다는 취지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가사 일본 해운집회소가 피고의 위와 같은 면책주장을 배척한 것이 우리나라의 상법규정이나 일반적인 법원리에 어긋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유만으로는 위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이 우리나라의 공서에 위반된다고는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없다고 할 것이다.

② 또 피고는, 일본해운집회소가 원·피고 사이의 체선료분쟁에 관하여 중재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원고의 대표이사가 일본해운집회소에 내용허위의 공증진술서를 제출하였기 때문이고 이로 인하여 성립할 수 없는 중재판정이 이루어졌으므로 이를 승인, 집행하는 것은 국내의 공서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성립에 다툼이 없는 을 제2호증(진술서)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의 대표이사인 소외 김을용이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서를 작성함에 있어 중재지로 원고는 일본해운집회소를, 피고는 서울을 각 내세웠는데 협상결과 쌍방이 일본이나 한국 어느 곳이든 선택한 곳에서 중재를 하기로 합의하였다.”는 내용의 공증된 진술서(을 제2호증)를 일본 해운집회소에 제출한 사실은 인정이 되나 위 진술서의 내용이 관연 허위의 것인가에 관하여는 이에 부합하는 증인 박명학의 증언은 선뜻 믿기 어렵고 그밖에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가사 위 진술서의 내용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앞에서 나온 을 제3호증(중간중재판정)의 내용을 검토하여 보면 일본해운집회소의 중재인들은 이 사건 항해용선계약상의 특별약관 제43조가 의미하는 바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위 해운집회소에 중재권한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고 피고의 주장과 같이 오로지 위 진술서에만 기초하여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른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어 위 진술서가 이 사건 중재판정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이 역시 공서에 위반되는 경우라고는 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달리 이 사건 중재판정의 집행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에 대한 주장 입증이 없는 이상 위 중재판정의 집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정당하므로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9조 를, 가집행의 선고에 관하여는 뉴욕협약 제3조 및 중재법 제14조 제3항 을 각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종백(재판장) 강희부 조재연

arrow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