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철도공무원이 퇴근 중 철로를 무단통행하다 열차에 치여 사망한 경우, 공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소이역에 근무하며 주거인 청주까지 열차로 통근하던 철도공무원이 퇴근시 청주역을 지난 조치원역에서 내려 철로를 따라 걷다가 열차에 치여 사망한 사안에서, 그가 비록 사적인 용무를 보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퇴근경로를 일탈한 것이 아니라 직무상의 과로로 인하여 졸다가 원래 하차하여야 할 역을 지나쳐 조치원역에서 하차하게 됨으로써 퇴근경로를 일탈하게 된 것이고, 평소 퇴근시에도 청주역에서 내린 후 역사를 통하여 귀가하지 않고 철로를 보행하여 샛길로 빠져나가 귀가하여 왔으며, 위 사고 당시 조치원역에서 내려 철로를 보행한 것 역시 가까운 샛길로 빠져나가 청주행 직행버스를 타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가 조치원역에서 하차한 후 정상적으로 역사를 통해 빠져나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곧바로 귀가길에 오르지 아니하고 당시는 야간이어서 더욱 위험할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이기까지 한 철로무단통행의 방법을 택한데다가, 하차지점으로부터 300 내지 400m 까지 상당한 거리를 벗어나 있었고, 시간상으로도 조치원역에서 하차 후 26분 동안이나 통상적인 퇴근경로에서 벗어난 채로 있다가 위 사고를 당하였던 것인 이상, 그가 사고 당시 순리적인 경로 또는 방법을 벗어나지 아니한 것이라거나, 위와 같은 일탈이 합리적인 퇴근경로로 복귀하기 위하여 부득이한 최소한의 행위에 그쳤던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그의 사망이 공무상의 재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진희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망 소외 1은 대전지방철도청 청주보선사무소 소이선로반 보선장으로 재직하다가 1992.10.20. 근무를 마치고 소이역에서 19:37발 제천발 조치원행 제720호 비둘기호 열차를 타고 출발하여 같은 날 20:45경 조치원역에서 내려 철로를 따라 걸어가다 같은 날 21:11경 그곳을 지나던 제46호 새마을호 열차에 치어 즉석에서 사망한 사실 및 위 망인의 처인 원고가 피고에게 공무원연금법상의 유족보상금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위 망인의 사망이 공무상의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위 청구에 대한 부결처분을 한 사실을 각 당사자 사이에 다툼 없는 사실로 확정하고, 그 거시증거를 종합하여 위 망인은 위 선로반 보선장으로 근무하면서 지병인 간염에 대하여 적절한 요양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위 사고 무렵 보선반원의 결원으로 작업량이 많아 과로하게 된 사실, 위 망인은 평소 위 소이역에서 철도청 직원의 무상승차가 가능한 비둘기호 열차를 45분 정도 타고 청주역에서 내려 귀가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역사를 통하지 않고 역사 내의 철로를 따라 북쪽인 제천방향으로 약 100 내지 150m 정도 거슬러 올라가다가 옥산건널목에서 우회전하여 도로를 따라 집에 도착하는 식으로 통근하여 왔는데, 하차지점에서 옥산건널목까지 플랫폼이 아닌 철로를 걸어야 하는 거리는 약 10여m 정도에 불과할 뿐 아니라, 위 망인은 27년 간을 대부분 충북선 부근에서 근무하였기 때문에 열차운행시각을 훤히 알고 있어 별다른 위험은 없었던 사실, 위 망인은 사고 당일에도 평소 퇴근할 때와 같은 시각에 열차를 탔으나 청주역을 지나 10여분 뒤 종착역인 조치원역에서 하차하게 되었고, 평소와 같이 역사를 통하여 나가지 아니하고 철로를 거슬러 걷다가 하차 한지 26분쯤 지나 하차지점에서 약 300 내지 400m 북쪽에 있는 내창천 철교 부근에서 위 사고를 당한 사실, 위 망인이 청주역을 지나친 이유는 명확하지 아니하나 열차 안에서 잠이 들었던 것으로 보이고 퇴근길에 다른 모임이나 볼 일이 있었던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은 없는 사실, 조치원역쪽에서 내창천 철교까지는 철도부지 주변에 높이 2 내지 3m 가량의 콘크리트 담장이 세워져 있어 역내 출입이 차단되어 있으나 철교 부근에서 위 담장이 끊어져 철교 아래로 지나는 도로로 빠져나갈 수 있게 되어 있고, 그 도로상으로 청주행 직행버스가 다니고 있는 점에 비추어 위 망인이 당시 청주행 직행버스를 타기 위하여 위 철교 부근까지 걸어간 것으로 짐작되는 사실 등을 각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망인은 위 사고 당시 근무지와 주거지 사이의 평소의 퇴근경로를 일탈한 것이고, 위 망인이 과로로 졸다가 다른 역에서 내린 것이어서 그 퇴근경로의 일탈에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본다 하더라도 하차 후 사고시까지의 시간적 간격, 하차지점과 사고장소와의 거리, 사고장소의 현황 등 여러 정황에 비추어 보면 위 망인이 퇴근 경로에서 일탈한 후 다시 빠른 귀가를 위하여 잘 알고 있는 샛길로 나갈 목적이 있었고, 평소에도 귀가시간 단축을 위하여 철로보행을 하여 왔다는 사정만으로는 열차충돌의 위험이 상존하여 그 보행이 금지된 철로를 따라 상당한 거리에 있는 위 철교 부근까지 걸어간 것이 그 일탈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퇴근경로로 복귀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가 위 망인의 사망을 공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한 이 사건 부결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여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배척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경험칙에 위반한 잘못이 있다 할 수 없다.
그리고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비록 위 망인이 사적인 용무를 보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퇴근경로를 일탈한 것이 아니라 직무상의 과로로 인하여 졸다가 원래 하차하여야 할 청주역을 지나쳐 조치원역에서 하차하게 됨으로써 퇴근경로를 일탈하게 된 것이고, 위 망인이 평소 퇴근시에도 청주역에서 내린 후 역사를 통하여 귀가하지 않고 철로를 보행하여 샛길로 빠져나가 귀가하여 왔으며, 위 사고 당시 조치원역에서 내려 철로를 보행한 것 역시 위 내창천 철교 옆 샛길로 빠져나가 청주행 직행버스를 타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위 망인이 조치원역에서 하차한 후 정상적으로 역사를 통해 빠져나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곧바로 귀가길에 오르지 아니하고 당시는 야간이어서 더욱 위험할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이기까지 한 철로무단통행의 방법을 택한데다가, 하차지점으로부터 300 내지 400m 까지 상당한 거리를 벗어나 있었고, 시간상으로도 조치원역에서 하차 후 26분 동안이나 통상적인 퇴근경로에서 벗어난 채로 있다가 그대로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던 것인 이상, 위 망인이 위 사고 당시 순리적인 경로 또는 방법을 벗어나지 아니한 것이라거나, 위와 같은 일탈이 합리적인 퇴근경로로 복귀하기 위하여 부득이한 최소한의 행위에 그쳤던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위 망인의 사망이 공무상의 재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고 판단한 것도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통근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