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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6. 28. 선고 2011다40397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표현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및 정당의 정치적 주장이나 논평의 명예훼손과 관련된 위법성을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특수성

[2]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사건에 관한 검찰 직무집행의 적법성·공정성에 관하여 정당이 의혹을 제기하는 등의 감시·비판을 하는 행위로 공직자 개인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는 경우, 곧바로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및 그러한 발언이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인지 판단하는 방법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7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덕현)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화)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판결서의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면 되므로(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2항 ) 당사자의 모든 주장이나 공격·방어방법을 판단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당사자가 주장한 사항에 대한 구체적·직접적인 판단이 판결 이유에 표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판결 이유의 전반적인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주장을 인용하거나 배척하였음을 알 수 있는 정도라면 판단을 누락하였다고 할 수 없고, 설령 실제로 판단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면 그것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다56116 판결 ,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재다218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발언 이후의 상황으로서 특별검사가 2008. 2. 21. ‘소외 1 후보자가 소외 2의 주가조작 및 횡령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고 수사검사가 소외 2를 회유·협박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 사실 및 소외 2가 주가조작 및 횡령 등의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발언이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은 이 사건 발언이 결과적으로 객관적 사실과 다름을 전제로 그 위법성 조각 여부를 판단한 것이므로, 원심판단에는 위 발언의 허위성에 관한 판단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의 조치에 이 사건 발언의 허위성에 관한 판단을 누락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 및 제3점에 관하여

가. (1) 표현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타인의 일정한 표현으로 사회적 평가를 훼손당하는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등에 따라 그 심사 기준에 차이를 두어,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9291 판결 참조). 그리고 정당은 정책을 제시·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정권을 획득하거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의 형성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결사로서, 오늘날 의회민주주의하에서 민주주의의 전제요건인 동시에 정치과정과 정치활동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기능하고 있으므로 그 활동의 자유가 가능한 한 보장되어야 하는바, 정당의 간부나 대변인이 하는 정치적 주장이나 논평에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단정적인 어법이 종종 사용되고 이는 수사적인 과장표현으로서 용인될 수도 있으며, 국민도 정당의 정치적 주장 등에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수반되지 아니하면 비록 단정적인 어법으로 공격하는 경우에도 대부분 이를 정치공세로 여길 뿐 그 주장을 그대로 객관적인 진실로 믿거나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이 보통이므로, 정당의 정치적 주장이나 논평의 명예훼손과 관련한 위법성을 판단할 때는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7. 11. 30. 선고 2005다40907 판결 등 참조).

(2) 한편 검찰 등 국가기관의 수사과정에서 그 직무집행이나 업무처리가 적법하고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된다 ( 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1다28619 판결 등 참조). 특히 대통령 선거에 미칠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사건에 관한 검찰 직무집행의 적법성·공정성에 대한 정당의 감시기능은 정당의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이므로 이러한 감시와 비판기능은 보장되어야 하고, 정당이 위와 같은 사항에 관하여 의혹을 제기하는 등의 감시와 비판을 하는 행위로 말미암아 공직자 개인의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될 수 있다고 하여 곧바로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 없으며, 이러한 감시와 비판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 아닌 한 쉽게 제한하여서는 안 된다 ( 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다62494 판결 ,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다35199 판결 등 참조). 나아가 그러한 발언이 공직자에 대한 감시·비판을 벗어나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인지는 그 발언의 내용이나 표현방식, 의혹사항의 내용이나 공익성의 정도, 공직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정도, 사실확인을 위한 노력의 정도, 그 밖의 주위 여러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다29379 판결 참조).

나.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과 그 채택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소외 2는 주가조작 및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인 2001. 12. 20. 미국으로 도피하였고 법무부가 2004. 1. 미국 당국에 범죄인 인도요청을 하였으나 소외 2가 미국에서 인신보호청원을 하는 등의 이유로 국내 송환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소외 1 전 서울특별시장이 2007. 8. 19. ○○○당의 제17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로 선출될 무렵 소외 1 후보자가 소외 2의 주가조작 및 횡령 등에 관련되었다는 의혹이 정치권에서 제기되었다. 이러한 의혹 제기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소외 1 후보자가 소외 2의 범행에 관련되었는지가 국민적 관심사로 대두하였고, 소외 1 후보자가 대통령 후보자로서 충분한 도덕성과 자질을 갖추었는지가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② 소외 2는 2007. 10. 미국 당국에 인신보호청원을 취하하고 국내 송환의사를 표시하였다. 2007. 11. 6.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팀이 구성되어 소외 2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 대상 범죄, △△△△△△당의 소외 1 후보자 주가조작 고발사건 등(이하 ‘BBK 사건’이라 한다)에 대한 수사를 맡게 되었다. 원고들은 특별수사팀 소속 검사들이다.

③ △△△△△△당 소속 국회의원이던 피고는 제17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당이 2007. 11. 조직한 ‘소외 1 주가조작 의혹사건 진실규명 대책단’(이하 ‘대책단’이라 한다)의 공동단장 중 한 명으로 활동하였다. 대책단은 특별수사팀의 수사 개시 직후인 2007. 11. 18. 소외 2의 주가조작 및 횡령과 소외 1 후보자의 관련성에 관하여 ‘소외 1 후보자의 2000년 당시 각종 인터뷰 등 9가지 핵심증거’와 ‘BBK 투자자들의 투자경위와 자금출처 등 5대 의혹’이 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그 내용이 각종 언론에 보도되었다.

④ 검찰은 2007. 12. 5. BBK 사건의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 요지는 BBK는 소외 2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지주회사이고, 소외 1 후보자가 소외 2의 BBK 관련 주가조작 및 횡령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최종 수사 결과 발표 당시 소외 2가 BBK 지분 100%를 유지한다는 사업구상을 기재한 자필 메모(이하 ‘메모 A’라 한다)가 발견되었다고 언급하였지만, 대책단이 거론한 ‘9가지 핵심증거’와 ‘5대 의혹’에 관하여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메모 A에는 BBK B.V.I.가 BBK의 100% 지분을 가진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⑤ 한편 피고는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 전에, 소외 1 후보자가 2000. 2. 소외 2와 함께 설립하여 공동대표이사로 취임한 LKe뱅크가 BBK B.V.I.의 100% 지분을 가진 것으로 기재된 소외 2의 자필 메모(이하 ‘메모 B’라 한다)를 입수하여 가지고 있었다. 피고는 메모 A와 메모 B의 필체가 같은 것을 확인하고, 소외 2를 접견한 같은 당 소속 변호사를 통해 소외 2가 메모 B를 작성하였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피고는 메모 B와 주식회사 심텍의 소외 1 후보자 재산에 대한 가압류결정, BBK 정관, 당시까지의 언론기사 등 여러 가지 자료와 비교하여 그 내용의 사실 부합 가능성을 검토하기도 하였다. 소외 2는 메모 A만을 검찰에 제출하여, 검찰은 최종 수사 결과 당시까지 메모 B를 입수하지 못한 상태였다.

⑥ 피고는 2007. 12. 5.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 후 같은 날 대책단 명의로 개최한 기자회견과 2007. 12. 12. 국회에서 열린 △△△△△△당의 현안브리핑에서 기자들에게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와 내용이 다른 메모 B가 있다며 “BBK 수사를 담당한 검사가 여러 가지 증거를 누락하고 소외 1 후보자에게 유리한 자료만 공개하는 등 부실하고 왜곡·조작되거나 짜맞추기식 수사를 하였다.”는 취지로 원심판결 별지 3, 4 기재와 같은 이 사건 발언을 하였다.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와 피고의 이 사건 발언은 각종 언론에 보도되었다.

⑦ 그 무렵 국민의 상당수가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를 믿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등 BBK 사건이나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관한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자 ‘○○○당 대통령후보 소외 1의 주가조작 등 범죄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2007. 12. 28.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특별검사는 40일에 걸친 수사 끝에 2008. 2. 21. ‘검사가 회유·협박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검찰의 수사절차가 적법하고 증거 수집 과정에 어떤 문제점도 없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다.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검찰의 소외 2에 대한 수사는 대통령선거 후보자의 공직 담당 적격을 검증하는 의미가 있어 국민적 관심 대상이고, 이 사건 발언은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BBK 사건과 관련한 검사의 직무집행의 공정성에 관한 것으로 공적 관심 사안인 한편, 검찰은 메모 A를 하나의 근거로 삼아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인데, 피고가 가지고 있던 메모 B는 그와 다른 내용이 기재되어 있어 피고로서는 검찰의 수사절차에 의문을 가질 만한 이유가 있었고, 피고가 메모 B의 작성자와 기재 내용의 신빙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하였으며, 비록 피고가 ‘짜맞추기식 수사, 조작수사, 왜곡수사, 부실수사’ 등의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였더라도 이는 피고가 △△△△△△당이 구성한 대책단의 공동단장 지위에서 검찰의 사건처리가 불공정하다는 의혹에 관한 정치적 주장을 하는 과정에서 수사적으로 과장되게 표현한 것으로, 정당 간부 등의 정치적 주장이나 논평이 갖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발언이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 없이 정당 활동의 보장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나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라.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언론을 통해 피고의 이 사건 발언을 접한 일반인들은 원고들이 유력한 대선후보에게 유리한 처분을 이끌어 내기 위해 불리한 증거를 은폐하는 등으로 짜맞추기식 조작수사나 부실수사를 한 것으로 인식하였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발언은 명예훼손적 표현에 해당하고 그로 말미암아 원고들 개인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될 수 있었다고 보인다.

그러나 한편 이 사건과 같이 검찰의 수사내용이 국민적 관심 대상인 경우 그 수사과정의 적법성과 공정성도 엄정하고 철저하게 검증되어야 하므로 수사과정에 대한 의혹 제기가 공적 존재의 명예보호라는 이름으로 쉽게 봉쇄되어서는 안 된다.

나아가 △△△△△△당의 대책단장인 피고가 소속 정당이 고발한 BBK 사건의 엄정하고 객관적인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검찰에 메모 B를 미리 제공하거나 이 사건 발언을 하기에 앞서 검찰에 그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것은 적절하지 않으나, 이 사건 발언의 내용이나 표현방식, 공익성의 정도, 사실확인을 위한 노력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의 행위가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명예훼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한편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08도11847 판결 로 피고가 소외 1 후보자에 대한 BBK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을 내용으로 한 공직선거법 위반의 공소사실이 유죄로 확정되었지만, 이 사건과는 그 발언의 대상, 내용, 경위 및 적용 법리 등에 차이가 있어 위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인복(재판장) 민일영(주심)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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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11.4.26.선고 2010나68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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