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문환)
피고,항소인
근로복지공단
2022. 4. 14.
제1심판결
서울행정법원 2021. 10. 20. 선고 2020구단70215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1. 청구취지
피고가 2019. 11. 27.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고용계약과 파견근무
1) 원고는 텔레마케팅 대행사업, 콜센터시스템 운영 대행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와 파견 사업장을 ‘아마노코리아’, 파견근로 계약기간을 ‘2018. 2. 7.부터 2019. 2. 6.까지’, 근무시간을 ‘14:00부터 23:00까지’로 정하여 파견 고용계약(이하 ‘이 사건 고용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2) 원고가 파견된 사업장인 아마노코리아(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는 전국 600개 이상 가맹업체의 무인주차장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에 대한 무인주차 정산기 사용방법 안내, 주차요금 정산 안내, 무인주차 A/S 접수 진행에 관한 전화상담 업무를 수행하는 소외 회사 소속의 통합관제센터(콜센터)이다.
3) 원고는 이 사건 고용계약에 따라 2018. 2. 7.부터 서울 영등포구 (주소 2 생략)에 있는 이 사건 사업장에 파견되어 위 2)항과 같은 전화상담 업무를 하였다.
나. 상병의 발생과 요양급여 신청
1) 원고는 2018. 9. 15. 17:00경 이 사건 사업장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우측 반신마비, 실어증 증세를 보이면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뇌기저핵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은 뒤 피고에게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다.
2) 피고는 2019. 11. 27.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고정 석간조(14:00∼23:00)로 근무한 외에 객관적인 업무부담 가중요인은 확인되지 않고, 업무시간 확인 결과 발병 전 1주일 동안 업무시간은 41시간 30분,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은 39시간 25분,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은 37시간 49분으로 확인되어 고용노동부 고시의 단기 및 만성 과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며, 발병 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의 발생과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도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정도로 과중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다. 재심사청구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20. 5. 21. 기각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 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전화상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폭언이나 성희롱을 하는 민원까지 응대하였고, 항의나 불만 사항들도 업무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직접 해결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원고는 목요일과 일요일을 휴무일로 하여 석간조 근무를 하였으나, 다른 직원들의 사정에 따라 근무일이 바뀌는 경우가 있어 근무일도 불규칙적이었다. 석간조 업무의 특성상 악성 전화가 많아 업무 부담과 긴장감이 높은 상태였고,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한 날에도 근무일이 바뀌어 수요일인 2018. 9. 12.부터 토요일인 2018. 9. 15까지 연속하여 4일을 근무하였다. 특히 이 사건 상병 발생일은 토요일로 평일보다 통화량이나 통화 건수가 증가하여 업무상 스트레스와 피로, 압박감도 더욱 늘어난 상태였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업무로 인하여 발병하였거나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어 발생하였음에도,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아니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의 주장
원고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업무가 과중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일 원고가 상담한 통화량, 통화 건수, 통화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할 정도로 급격한 업무변화나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원고의 건강상태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에 의하여 발생하였다기보다는 개인적인 위험인자가 자연경과적으로 악화되어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원고의 근무형태와 업무 내용
○ 근무시간: 3교대제 중 석간조 14:00~23:00 | ||||||||||||||
○ 휴게시간: 저녁시간 60분(그 외 휴게시간 및 휴게시설 없음) | ||||||||||||||
○ 근무일수: 1주 평균 5일(주중 4일, 토요일), 주된 휴일은 목요일과 일요일 | ||||||||||||||
○ 근태상황(9월) | ||||||||||||||
1일 | 2일 | 3일 | 4일 | 5일 | 6일 | 7일 | 8일 | 9일 | 10일 | 11일 | 12일 | 13일 | 14일 | 15일 |
토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근무 | 휴무 | 근무 | 근무 | 연차 | 휴무 | 근무 | 근무 | 휴무 | 근무 | 휴무 | 근무 | 근무 | 근무 | 근무 |
○ 평균 업무시간: 이 사건 상병 발생 전 1주 동안 평균 업무시간은 41시간 30분, 4주 동안 평균 업무시간은 39시간 25분, 12주 동안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37시간 49분임 | ||||||||||||||
○ 과거 근무경력 | ||||||||||||||
- 2012. 3. 31.~2012. 8. 31.: 주식회사 교원(학습지 교사) | ||||||||||||||
- 2013. 12. 13.~2018. 2. 6.: 주식회사 이지오스(전화 상담원) |
2) 원고의 건강상태
원고는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시 만 52세(1965년생)의 여자로 신장 150㎝, 체중 75㎏이고, 2016년과 2017년 일반건강검진 당시 혈압이 모두 170/100mmHg로서 고혈압 또는 당뇨병 질환이 의심되었다. 특히 원고는 2016년과 2017년 일반건강검진 결과 이상지질혈증, 간질환, 기타질환(비만, 복부비만), 고혈압에 대하여 바로 조치가 필요하고, 당뇨와 관련하여 정기적 혈당검사가 필요하다는 종합 소견을 받았으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다만 원고는 음주나 흡연 습관은 가지고 있지 않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원고에 대한 일반건강검진 결과의 주요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연도 | 신장/체중(cm/kg) | 체질량지수주1)(kg/㎡) | 혈압(mmHg) | 종합판정 |
2014 | 150/74 | 32.9 | 135/85 | 정상B, 일반질환의심 |
2015 | 150/73 | 32.4 | 135/85 | 정상B, 일반질환의심 |
2016 | 151/74 | 32.5 | 170/100 | 정상B, 일반질환의심, 고혈압 또는 당뇨병 질환 의심 |
2017 | 150/75 | 33.3 | 170/100 | 정상B, 일반질환의심, 고혈압 또는 당뇨병 질환 의심 |
3) 의학적 소견
가)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부속 서울병원 주치의 소견
○ 원고는 2018. 9. 15. 뇌출혈이 발생하여 치료를 받고 퇴원 후 외래 통원치료 중으로 마비가 있어 지속적인 물리치료가 필요하다. |
○ 스트레스는 뇌출혈 발생의 원인으로 생각된다. |
나) 피고 내부기관인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결과
○ 원고가 교대제 근무 및 민원 상담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어 상병과 업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소수 의견도 있으나, 고정 석간조 근무(14:00~23:00) 외에 객관적인 업무부담 가중요인은 확인되지 않고, 업무시간 확인 결과 고용노동부 고시의 단기 및 만성 과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며, 발병 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의 발생과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도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정도로 과중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
다) 경찰병원 신경외과(뇌혈관) 진료기록 감정의 소견
○ 원고가 2018. 9. 15. 이대목동병원 응급실 내원 당시 혈압이 212/98mmHg로 고혈압 상태였다. 고혈압이 있는 경우 고혈압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혈압 상승과 비례하여 이 사건 상병의 발생 가능성도 증가한다. 일반적으로 60세 미만, 고혈압 및 당뇨병 환자의 경우 뇌졸중(뇌경색 및 뇌출혈) 예방을 위해 최소 목표혈압을 140/90mmHg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장하는 점을 고려하면 고혈압 약을 복용하지 않은 것은 이 사건 상병 발생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높이는 중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약물복용을 하지 않은 고혈압 상태가 이 사건 상병 발생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
○ 고혈압 이외에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일부 관여하였을 가능성이 있는 인자는 원고의 고도비만이다. 원고의 체질량지수(BMI)는 33.33인데, 체질량지수 증가 시 뇌출혈 위험도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
○ 업무상 과로나 정신적 스트레스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뇌내출혈의 원인인자는 아니다. 따라서 상병의 원인이 되는 고혈압, 특히 상승된 혈압의 원인은 업무상 과로나 정신적 스트레스보다는 기왕증인 고혈압 및 고혈압 약을 복용하지 않은 원고의 내적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고, 업무상 과로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였다거나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였다고 볼 수 없다. |
○ 고혈압이 뇌내출혈의 가장 흔한(50~70%) 원인인 점, 고혈압의 약물치료는 뇌졸중 발생을 30~40% 낮춘다고 알려져 있는 점, 고혈압 환자는 정상혈압인 사람에 비해 뇌내출혈 위험도가 3.9~13.3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 원고는 2016년, 2017년 건강검진상 고혈압 2기에 속하며 임상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성과 관계없이 항고혈압제 복용이 권고되는 상태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고혈압에 대한 진료와 항고혈압제가 필요한 상태였으나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 사건 상병 발생 가능성이 정상혈압(고혈압이 없거나 고혈압이라도 항고혈압제 복용하여 혈압 조절을 하는 경우)을 유지하는 사람에 비해 높은 상태였다. 따라서 원고의 근무력 없이도 이 사건 상병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
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진료기록 감정의 소견
○ 고혈압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연령, 비만 등이 고혈압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원고의 업무상 부담이 고혈압을 발생시켰다고 보기는 어렵고, 고혈압 약을 복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상 부담이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혈압 조절을 어렵게 했을 가능성은 있다. |
○ 2016년, 2017년 건강검진 결과에서 모두 170/100mmHg 혈압이 확인되는데, 이 정도의 혈압이 2년 연속 확인된다면 의증이 아니라 고혈압이라고 판단되고, 반드시 약물치료를 해야 하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
○ 원고의 고혈압이 2016년 건강검진 결과에서 이미 확인되는 점으로 볼 때, 고혈압이 업무요인에 의해 발병했다고 보기는 힘들고,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일 및 그에 인접하여 급격하게 업무량이 증가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상황은 파악되지 않는다. 약물치료 등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면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업무요인에 의한 악화로 보기 어렵다. |
○ 원고는 주 40시간 전후의 근무를 했고, 주 2일 휴일이 있었던 점만 보면 과로를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감정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업무인 점, 업무시간 동안 적절한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노동 특성을 고려하면, 노동의 질 측면에서 노동 강도는 어느 정도 있었다고 판단된다. 다만 만성적인 과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급격한 촉발요인도 확인되지 않아 업무요인에 의해 이 사건 상병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이 사건 상병은 개인적인 위험요인과 업무적인 위험요인이 상호작용하여 발병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적인 위험요인은 현저하고, 업무적인 위험요인은 객관적인 과로가 확인되지 않으며, 급격한 촉발요인도 확인되지 않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업무가 이 사건 상병의 발생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
○ 원고와 같은 감정노동 수행과 폭력의 경험은 정량화가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급격히 혈압 상승을 유발할 만한 객관적인 사건이 확인된다면, 이를 촉발요인으로 인정할 수 있다. 이는 역학적 연구결과에 기반을 둔 것은 아니고 급격한 충격적 사건이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혈압상승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뇌출혈이 발병될 수 있다는 기전적인 설명에 근거한 것이다. |
○ 육아나 가사노동을 전적으로 개인적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고,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개인적 위험요인이라는 점에서 이를 근거로 업무요인을 부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내지 7호증, 을 제3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경찰병원장 및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이 법원의 경찰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두4593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또한 인과관계의 증명 정도에 관하여도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두11424 판결 , 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등 참조). 다만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반드시 업무에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사적인 생활에 속하는 요인이 관여하고 있어 그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 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두7725 판결 ,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두5695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10호증, 을 제7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증인 소외인의 일부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업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거나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었다고 추단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할 정도로 단기간 또는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1) 고용노동부 고시인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2017. 12. 29.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7-117호, 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은 업무와 뇌혈관 질병과의 관련성을 판단할 때 고려하는 업무시간 기준에 관하여,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하고[I. 1. (다)목 1)],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I. 1. (다)목 2)].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원고의 이 사건 상병 발생 전 1주 동안 평균 업무시간은 41시간 30분, 4주 동안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39시간 25분, 12주 동안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37시간 49분에 불과하여 이 사건 고시에서 정한 업무시간 기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한다.
비록 이 사건 고시가 대외적으로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고, 행정 내부적으로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적용 기준을 정해주는 행정규칙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두39297 판결 등 참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 1. (다)목의 위임에 따라 업무상 질병의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도록 위임받아 위 시행령이 정한 구체적인 기준을 해석·적용하는 데 고려할 사항을 규정한 것이므로, 업무상 과로 여부를 판단하는 데 고려요소가 되는 업무시간의 기준으로 충분히 참고할 수 있다.
(2) 이 사건 사업장에 저녁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별도의 휴게시간이 없었고, 휴게시설도 없었으며, 원고는 다음 전화를 상시 대기하여야 하는 업무형태로 근무를 하였다. 또한 원고는 비교적 업무량이 많은 석간조에서 근무하였고, 다른 근무자와 근무일을 바꾸어 근무하기도 하였으며, 이 사건 상병 발병일에는 주 4일을 연달아 근무하고 있던 상태이기는 하였다.
그러나 ① 원고가 석간조에서 14:00부터 23:00까지 고정적인 시간에 근무하였고, 주 2일의 휴일도 보장받은 점, ② 이 사건 상병 발병일 당일인 2018. 9. 15. 14:00부터 16:38까지 통화 건수가 48건으로 유사한 시간대를 기준으로 할 때, 전날인 2018. 9. 14.의 통화 건수 58건에 비하여 오히려 적고, 2018. 9. 13. 통화 건수(38건)나 전주(전주)인 2018. 9. 8. 통화 건수(34건)에 비하여 급격하게 증가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이 사건 발병일 내지는 그 무렵에 통화량이 많았다고 볼 만한 객관적 자료나 정황은 드러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업장에서의 업무가 원고의 뇌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육체적인 부담으로 작용하였다고 볼 수 없고, 발병 전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하였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3) 경찰병원 신경외과 감정의는 업무상 과로가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였다거나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을 악화시켜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소견을 제시하였고,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도 원고가 주 40시간 전후의 근무를 하였으며, 주 2일의 휴일이 있었던 점을 보면 과로를 했다고 보기는 힘들고, 원고에게 객관적인 만성과로가 있었다거나 급격한 촉발요인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업무가 이 사건 상병의 발생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소견을 밝혔다.
나) 원고가 이른바 감정노동자로서 어느 정도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는 전화상담 업무에 종사하기는 하였지만,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할 정도의 정신적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1) 원고는 무인주차장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에 대한 전화상담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감정을 표현하도록 요구되는 업무를 수행하였고, 이러한 응대 방식에서 지나친 친절을 강요받거나 전화를 한 운전자들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여야 할 상황에 어느 정도 처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원고는 소외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도 4년여 정도 전화상담 업무에 종사하였고, 이 사건 사업장에서 약 7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전화상담 업무를 하였다. 비록 이전 사업장이 신용카드 가입자를 관리하는 업체로서 09:00부터 18:00까지 근무하면서 특정 카드사의 업무만을 담당하는 등 근무시간, 상담 내용 등에서 이 사건 사업장의 업무와 다소 차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전화상담’이라는 업무 내용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오히려 이전 사업장에서는 급여가 적은 대신 성과급(인센티브) 제도를 취하여(제1심법원의 증인 소외인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2면 참조) 카드 교체를 안내하는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으로 충분히 추단할 수 있다. 더구나 원고가 상담하고 통화한 내용을 기록한 갑 제10호증에 따르면,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일 14:22 사고가 났다고 소리를 지른 것 외에는 원고가 악성 운전자와의 통화라고 주장하는 15:35, 15:38, 15:44, 15:54, 15:56, 16:11, 16:19, 16:25의 통화 내용이 원고를 직접 대상으로 하거나 욕설, 폭언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갑 제10호증 1면 참조), 통화기록을 간단명료하게 입력하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원고가 전화상담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사업장에서는 전화 상담원이 항의나 불만이 심한 전화를 받은 경우 상사인 팀장이나 부팀장에게 전화를 넘길 수 있는데, 비록 상사의 눈치를 보고 업무처리에 미숙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해서 전화를 넘기지 아니한 채 상담원이 직접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정만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큰 전화 상담을 하는 경우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갑 제9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 및 제1심법원의 증인 소외인의 일부 증언만으로는 원고가 악성 전화로 인하여 정신적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2)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부속 서울병원 주치의는 스트레스가 뇌출혈 발생의 원인으로 생각된다는 소견을 밝혔고,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는 감정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노동의 질 측면에서 노동 강도가 어느 정도 있었다고 판단되며, 감정노동이 촉발요인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기는 하였다. 또한 이 사건 고시는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기는 하다[I. 1. (다)목 2) ⑦].
그러나 ① 경찰병원 신경외과 감정의의 소견에서 보듯이 업무상 과로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진 뇌내출혈의 원인이 되는 인자라고 볼 수 없고, 위 주치의의 소견은 스트레스가 뇌출혈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일반적인 언급에 불과한 점, ②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는 감정노동의 경우 노동의 질을 고려하여 노동 강도를 판단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원고의 경우 업무요인에 따라 이 사건 상병이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 점, ③ 위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는 감정노동이 촉발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하였으나, 이는 역학적 연구결과에 기반을 둔 것은 아니고, 급격한 충격적 사건이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혈압상승을 일으켜 이로 인해 뇌출혈이 발병할 수 있다는 기전적인 설명에 근거한 것인 점 등을 종합하면, 앞서 본 사정만으로 원고가 수행한 업무가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거나 기존 질환을 악화시킬 정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로 작용하였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
(3) 그 밖에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 발병 직전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이 발생하였다거나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다) 원고의 건강상태나 기존 질환인 고혈압에 대한 별다른 치료나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상병은 개인적인 소인이 자연적 경과에 따라 악화됨으로써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1) 대한뇌졸중학회에서 발간한 ‘뇌졸중’에 관한 의학서적과 대한고혈압학회에서 발간한 ‘고혈압’에 관한 의학서적에 따르면, 고혈압은 허혈성 뇌졸중(뇌경색) 및 출혈성 뇌졸중(뇌실질내출혈 및 지주막하출혈) 모두의 주된 위험인자로서 혈압이 높을수록 뇌내출혈의 위험성이 증가하여 정상혈압인 사람에 비하여 고혈압 환자는 뇌내출혈의 위험도가 3.9∼13.3배 증가하고, 수축기 혈압이 1mmHg가 증가할 때마다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 확률은 2%씩 증가하며, 수축기 혈압 10mmHg 감소만으로도 뇌졸중의 1/3을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수축기 혈압을 140mmHg, 이완기 혈압을 90mmHg 미만이 되도록 권고하고 있다(제1심법원의 경찰병원 진료기록감정서 8, 13면 참조).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를 시작하기 전인 2016년과 2017년 일반건강검진 당시 이미 수축기 혈압이 170mmHg, 이완기 혈압이 100mmHg로 위 권고 혈압 수치를 훨씬 상회하는 고혈압 상태였다. 그럼에도 원고는 이에 관한 진료를 받거나 고혈압 약을 복용하지 않았고,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2018. 9. 15. 당시에는 원고의 수축기 혈압이 212mmHg, 이완기 혈압이 98mmHg에 이를 정도였다.
이에 경찰병원 신경외과 감정의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 모두 원고가 고혈압임에도 고혈압 약을 복용하지 않은 것이 이 사건 상병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 중요한 원인이고, 이러한 원고의 고혈압 상태와 이 사건 상병 이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2) 의학적으로 체질량지수(BMI)가 증가함에 따라 뇌내출혈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고혈압의 위험요인으로는 나이와 비만 등이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 원고는 2014년부터 계속하여 체질량지수가 32를 초과하였고, 2017년 일반건강검진 당시에는 체질량지수가 33.3으로 고도비만 상태에 있었다. 이에 경찰병원 신경외과 감정의는 이 사건 상병 발병에 관여하였을 위험요인으로 고혈압 외에 원고의 고도비만을 들고 있다.
(3)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는 이 사건 상병의 경우 개인적인 위험요인과 업무적인 위험요인의 상호작용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많고, 업무 부담이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혈압을 높이거나 혈압 조절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감정의는 개인적인 위험요인과 업무적인 위험요인의 상호작용의 영향으로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일반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을 뿐, 원고의 경우에는 개인적인 위험요인이 현저한 반면, 업무적인 위험요인은 확인되지 않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업무가 이 사건 상병의 발생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위 감정의의 소견에 따르면, 업무 부담이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혈압을 높이거나 혈압 조절을 어렵게 할 수 있지만, 원고의 경우에는 업무상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고혈압을 발생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찰병원 신경외과 감정의의 소견에 따르더라도, 고혈압 원인은 원고의 기왕증이나 고혈압 약을 복용하지 않은 원고의 개인적 요인에 따른 것이고, 업무상 과로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였다거나 고혈압이라는 개인질환을 악화시켜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 근무하지 않았더라도 이 사건 상병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태였다.
(4) 원고가 석간조로서 늦은 시간에 퇴근하고, 이 사건 사업장과 거주지가 멀어서 출퇴근 시간도 상당히 소요됨에 따라 충분한 수면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상태에서 육아와 가사업무를 해야 하는 가중된 부담이 있었고, 이를 전적으로 개인적인 요인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은 있다.
그러나 원고의 경우에는 업무상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의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고, 고혈압이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고도비만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바, 원고가 육아와 가사업무를 병행해야 하는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주1)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은 비만, 30 이상은 고도비만에 해당한다.
본문참조판례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두4593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두11424 판결
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두7725 판결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두5695 판결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두39297 판결
본문참조조문
원심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1. 10. 20. 선고 2020구단7021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