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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다42100 판결
[사해행위취소][공2003.1.1.(169),53]
판시사항

사해행위 수익자의 선의를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사해행위의 수익자가 실수요자로서 통상적인 거래에 의하여 부동산을 매수한 점, 수익자는 채무자와 친인척관계 등이 전혀 없어 채무자의 신용상태 등을 전혀 알 수 없는 처지에 있었던 점, 부동산등기부상으로도 장기간 가압류기입등기 등이 경료된 바 없어 채무자의 신용상태를 의심할 여지가 없었던 점, 매매대금이 시세보다 현저히 낮다고 할 수도 없는 점, 수익자가 매매대금 전액을 모두 지급하였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에 거주하면서 실제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점, 매수가격이 시세보다 다소 낮다고 하더라도 그에 관해서는 수익자가 상응하여 잔금을 단기간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한 점, 수익자가 사해행위에 해당함을 알면서도 부동산을 매수할 만한 동기나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수익자는 채무자와의 매매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함을 알지 못하고 부동산을 매수한 선의의 수익자로 본 사례.

원고,피상고인

주식회사 국민은행의 소송수계인 주식회사 국민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채윤)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채태병)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

원심은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원고가 1996. 1. 10.부터 1999. 12. 4.까지 사이에 4회에 걸쳐 소외 1의 연대보증 아래 소외 2 등에게 합계 169,000,000원을 대출하였는데, 그 대출금의 주채무자들이 변제기에 채무를 변제하지 않거나 혹은 대출이자를 지급하지 아니하여 2000. 2. 25. 무렵에는 그 대출금 모두가 연체상태에 있었고, 원고는 주채무자들과 연대보증인인 소외 1에게 연체금의 납입을 최고한 사실(그러나 원심의 사실인정과 달리 실제 대출을 한 자는 원고가 아니라 소송수계전의 주식회사 국민은행이고, 2001. 11. 1. 위 은행과 주식회사 한국주택은행이 원고를 신설ㆍ합병함으로써 원고가 2001. 11. 20. 이 사건 소송을 수계한 것이다.), 그런데 소외 1은 2000. 4. 6. 그의 유일한 재산인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소외 1이 연대보증채무가 성립되어 있는 상태에서 원고로부터 연체금 납입의 최고를 받고 그의 유일한 재산인 이 사건 부동산을 피고에게 매도함으로써 무자력이 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외 1의 사해의 의사는 추정되며, 나아가 수익자인 피고도 악의로 이를 매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할 것인데, 피고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는 제1심 및 원심 증인 소외 3, 제1심 증인 증인 소외 4의 각 일부 증언은 믿기 어렵고, 달리 피고의 선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반면,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대금을 당시 알게 된 시세보다 매우 낮게 지급하면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2일만에 잔금까지 모두 지급한 점에 비추어 보면 채권자를 해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고 보여진다는 이유로, 피고의 선의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와 소외 1 사이의 매매계약이 사해행위임을 내세우며 그 취소와 아울러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피고가 선의가 아니라는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배척하지 않은 증거들 및 원심이 일부 배척한 제1심 증인 증인 소외 4의 증언 등에 의하면, 피고는 '태현섬유'라는 상호로 편직임가공업을 경영하는 자로서 단독주택을 임차하여 일부는 주거용으로 일부는 공장으로 사용하다가 기존의 임차건물을 오래 사용할 형편이 못되자 2000. 2.경부터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하여 공장 및 주거용으로 사용하기에 적당한 부동산을 물색한 사실, 그리하여 피고는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문화부동산'이라는 상호 아래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증인 소외 4의 중개로 2000. 4. 1. 단독주택인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을 매수하게 되었는데, 매매대금을 170,000,000원으로 하고, 계약금을 5,000,000원으로 하되, 이 사건 건물에 거주하고 있던 임차인들에 대한 임차보증금 합계 57,000,000원의 반환채무를 피고가 인수하며 나머지 잔금 108,000,000원은 이틀 후인 같은 달 3.에 지급하기로 한 사실, 피고는 계약 당일 계약금을 지급한 다음 2000. 4. 3.과 같은 달 4. 양일에 걸쳐 위 증인 소외 4의 입회 아래 소외 1에게 잔금 108,000,000원을 모두 지급하였는데, 위 잔금은 피고 또는 피고의 처인 소외 5 명의로 여러 금융기관에 예치하여 두었던 예금을 중도에 해지하고 인출한 돈을 위주로 하여 지급한 사실, 한편 피고와 소외 1 사이에는 친인척 내지 친분관계 기타 거래관계 등이 전혀 없었으며, 매매계약 당시 이 사건 부동산의 등기부에 압류 내지 가압류의 기입등기나 저당권설정등기 등이 경료된 바가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소외 1은 등기부상 1978.이래 20년 이상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로 등재되어 있었는데 그 기간 중 1987.에 채권최고액 16,000,000원, 근저당권자 평화시장새마을금고로 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한번 경료되었다가 1990.에 해지를 원인으로 말소된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가압류기입등기나 저당권설정등기 등이 경료된 바가 없는 사실, 이 사건 토지의 면적은 228㎡이고 그 공시지가는 1999.을 기준으로 ㎡당 825,000원이어서 공시지가에 의한 토지의 가격과 비교하면 피고의 매수가격이 시세보다 저렴하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이 사건 토지 중 93㎡는 도로로 사용되고 있어 실제 주택의 부지는 135㎡에 지나지 않고, 이 사건 건물은 건축된 지 20년 이상 경과된 낡은 것이며, ○○○○○의 감정평가결과 2001. 9. 17.을 기준으로 도로로 사용되는 토지를 제외한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가 170,003,210원으로 평가된 사실, 피고와 소외 1 역시 매매대금을 정하면서 이 사건 토지 중 일부가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사정을 감안한 사실, 피고는 매매계약 후 임차인들과 임대차기간을 2000. 9.까지로 하여 다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가 2000. 8.경 임차보증금을 모두 지급하였으며, 이후 주민등록전입신고를 마치고 이 사건 부동산에 입주하여 편직공장을 운영하면서 거주하고 있는 사실 등이 인정된다.

그런데 위 인정 사실에서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가 실수요자로서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한 통상적인 거래에 의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한 점, 피고는 소외 1과 친인척관계나 거래관계 등이 전혀 없어 소외 1의 재산 또는 신용상태나 금융기관과의 거래상황 등을 전혀 알 수 없는 처지에 있었던 점, 부동산등기부상으로도 장기간 가압류기입등기나 담보권설정등기가 경료된 바 없어 소외 1의 신용상태를 의심할 여지가 없었던 점, 이 사건 토지 일부가 도로로 이용되고 있는 사정 및 감정평가결과에 비추어 보면 매매대금이 시세보다 현저히 낮다고 할 수도 없는 점, 피고가 반환채무를 인수한 임차보증금을 포함하여 매매대금 전액을 중개인의 입회 아래 모두 지급하였을 뿐만 아니라 주민등록을 이전하고 이 사건 부동산에 거주하면서 실제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점 등의 사정에다가 피고의 매수가격이 시세보다 다소 낮다고 하더라도 그에 관해서는 피고가 상응하여 잔금을 단기간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하고, 나아가 피고가 사해행위에 해당함을 알면서도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할 만한 동기나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면, 피고는 소외 1과의 매매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함을 알지 못하고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한 선의의 수익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의 선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피고가 시세보다 매우 낮게 매매대금을 지급하면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2일만에 잔금까지 모두 지급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악의로 보여진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은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사해행위 수익자의 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범하였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무제(재판장) 유지담 강신욱(주심) 손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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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2.7.3.선고 2001나48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