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12조 제1항 제8호 에 정한 '결손'의 의미
[2] 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 재산을 처분하여 정치자금으로 기부한 행위가 업무상횡령죄에 해당하는 경우
[3] 회사의 대표이사가 부외자금을 인출하여 정치자금으로 기부한 사안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죄와 기부제한규정위반으로 인한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죄를 경합범으로 처단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제1항 제8호 는 "3사업연도 이상 계속하여 결손을 내고 그 결손이 전보되지 아니한 기업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결손이라 함은 주식회사의 경우 상법 제449조 제1항 에 의하여 대차대조표를 정기주주총회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으므로 분식 그 밖의 허위의 내용을 담고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 확정한 대차대조표에 기재된 결손금을 말한다.
[2] 회사의 대표이사가 보관 중인 회사 재산을 처분하여 그 대금을 정치자금으로 기부한 경우 그것이 회사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면 그 이사에게 횡령죄에 있어서 요구되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나, 그것이 회사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보다는 후보자 개인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이나 기타 다른 목적으로 행하여졌다면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횡령죄의 죄책을 면하지 못한다.
[3] 회사의 대표이사가 부외자금을 인출하여 정치자금으로 기부한 사안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죄와 기부제한규정위반으로 인한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죄를 경합범으로 처단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법무법인 새길법률특허사무소 담당변호사 한정화 외 4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피고인 1의 기부행위제한규정위반으로 인한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정치자금에관한법률'이라 한다) 제12조 제1항 제8호 는 "3사업연도 이상 계속하여 결손을 내고 그 결손이 전보되지 아니한 기업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결손이라 함은 주식회사의 경우 상법 제449조 제1항 에 의하여 대차대조표를 정기주주총회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으므로 분식 그 밖의 허위의 내용을 담고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 확정한 대차대조표에 기재된 결손금을 말한다 고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주식회사의 확정된 1996 사업연도 및 1997 사업연도의 대차대조표에는 결손이 없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이는 분식회계의 탓으로 보여지므로 이를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할 것이지만, 달리 위 사업연도에 결손을 내었음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 가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주식회사은 1996 사업연도에 1,178억 원 상당, 1997 사업연도에 1,506억 원 상당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였으므로, 이를 참작하여 위 사업연도에 결손을 낸 것으로 보더라도 1998 사업연도에 생긴 결손은 1999. 3. 30.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 모두 전보한 사실(수사기록에 편철된 1999 사업연도 및 2000 사업연도 대차대조표 참조)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1999 사업연도에도 결손이 있었으나 이 역시 모두 전보하였다), 이러한 사실관계라면 공소외 주식회사은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12조 제1항 제8호 가 규정하고 있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는 기업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공소외 주식회사은 그 판시와 같이 1996 사업연도부터 1998 사업연도까지 3년간 당기순손실이 났고 그 손실이 전보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12조 제1항 제8호 에 정해진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는 기업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12조 제1항 제8호 가 규정하고 있는 결손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미진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
2. 피고인들의 불법영득의 의사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회사의 대표이사가 보관 중인 회사 재산을 처분하여 그 대금을 정치자금으로 기부한 경우 그것이 회사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면 그 이사에게 횡령죄에 있어서 요구되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나, 그것이 회사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보다는 후보자 개인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이나 기타 다른 목적으로 행하여졌다면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횡령죄의 죄책을 면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99. 6. 25. 선고 99도1141 판결 참조 ).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들의 이 사건 정치자금의 기부행위는 다분히 개인적인 이해관계나 감정에 기초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절차 및 범위 내에서의 지출이라고 평가할 수 없으며, 공소외 주식회사의 재정 궁핍상태, 경영실적 등을 고려할 때 사회통념상 의례적인 지출이라고도 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부외자금의 정치자금 교부행위는 회사 목적보다는 개인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에게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하였는바,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불법영득의 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법조경합 주장에 관하여
피고인 2는 부외자금 인출행위는 정치자금의 기부를 위한 수단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횡령행위는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행위에 흡수되는 법조경합의 관계에 있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은 이러한 사유를 항소이유로 삼은 바 없고, 상고이유에서 처음 주장하는 것이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법조경합은 1개의 행위가 외관상 수개의 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질적으로 1죄만을 구성하는 경우를 말하며, 실질적으로 1죄인가 또는 수죄인가는 구성요건적 평가와 보호법익의 측면에서 고찰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대법원 1998. 3. 24. 선고 97도2956 판결 등 참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죄와 기부제한규정위반으로 인한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죄는 보호법익과 구성요건의 내용이 서로 다른 별개의 범죄이므로, 원심이 이를 경합범으로 본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조경합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공소권 남용주장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246조와 제247조 가 검사에게 자의적으로 무제한적인 소추권을 부여한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검사는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형사적 제재를 함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 또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는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자신의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공소가 제기된 사람은 단순히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하게 기소되지 아니한 다른 사람이 있다는 사유만으로 그 공소권 행사가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의 불공정한 기소로서 법령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대법원 1990. 10. 12. 선고 90도1744 판결 , 1996. 2. 13. 선고 94도2658 판결 등 참조).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이 사건 공소제기가 공소권 남용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공소권 남용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254조 제4항 이 공소사실의 기재에 있어서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을 명시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는 법원에 대하여 심판의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의 범위를 특정하여 그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 주기 위한 데에 있는 것이므로, 공소사실은 이러한 요소를 종합하여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다른 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하면 족하고,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더라도 위와 같이 공소사실을 특정하도록 한 법의 취지에 반하지 아니하고, 공소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개괄적 표시가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공소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며, 특히 포괄일죄에 있어서는 그 일죄의 일부를 구성하는 개개의 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더라도 그 전체 범행의 시기와 종기, 범행방법, 피해자나 상대방, 범행횟수나 피해액의 합계 등을 명시하면 이로써 그 범죄사실은 특정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2934 판결 등 참조).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공소사실의 특정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라. 피고인 지위에 대한 사실오인 주장에 관하여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원심이 양형의 기준이 되는, 피고인 2와 피고인 1과의 관계에 관한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피고인에 대하여 피고인 1과 동일한 형을 과하였다는 것이나, 피고인에 대하여 10년 미만의 징역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 있어서 위와 같은 양형에 관한 사실의 오인이 있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음이 형사소송법 제383조 의 규정에 의하여 명백하므로,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기부제한규정위반으로 인한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의 점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고 할 것이고, 한편 피고인 1에 대한 위의 파기이유는 공동피고인인 피고인 2에 대한 기부제한규정위반으로 인한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관하여도 공통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92조 의 규정에 따라 피고인 2에 대한 이 부분 원심판결도 아울러 파기되어야 할 것인바, 원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각 죄를 각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에 해당한다고 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 전부를 파기하고, 피고인들에 대한 기부행위제한규정위반으로 인한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의 점을 다시 심리한 후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