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2조 에 따라 주식의 취득자 또는 처분자가 주권상장법인 등에 사업보고서의 거짓 기재 등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사업보고서의 거짓 기재 등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존부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주권상장법인 등) 및 이때 ‘인과관계의 부존재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과 정도
[2]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2조 가 적용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과실상계 또는 공평의 원칙에 기하여 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참조조문
참조판례
[1][2]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공2007하, 1806) [1]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8다92336 판결 (공2010하, 1776)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한결 담당변호사 김광중)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한솔신텍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지열 외 6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상고인 각자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한다) 제162조 의 규정을 근거로 주식의 취득자 또는 처분자가 주권상장법인 등에 대하여 사업보고서의 거짓 기재 등으로 인하여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주식의 취득자 또는 처분자는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4항 의 규정에 따라 사업보고서의 거짓 기재 등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에 대하여 증명할 필요가 없고, 주권상장법인 등이 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이러한 인과관계의 부존재를 증명하여야 한다. 그리고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4항 이 요구하는 ‘손해 인과관계의 부존재 사실’의 증명은 직접적으로 문제된 해당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가 손해 발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이나 부분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 또는 간접적으로 문제된 해당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이외의 다른 요인에 의하여 손해의 전부 또는 일부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가능하다. 이 경우 특정한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의 자료를 기초로 하여 그 특정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가정하였을 경우 예상할 수 있는 기대수익률 및 정상주가를 추정하고 그 기대수익률과 시장에서 관측된 실제 수익률의 차이인 초과수익률의 추정치를 이용하여 그 특정한 사건이 주가에 미친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인지 여부를 분석하는 사건연구(event study)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으나, 투자자 보호의 측면에서 손해액 추정조항을 둔 자본시장법 제162조 제3항 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예컨대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이후 매수한 주식의 가격이 하락하여 손실이 발생하였는데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이후 주식 가격 형성이나 그 위법행위 공표 이후 주식 가격 하락의 원인이 문제된 해당 허위공시 등 위법행위 때문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정도의 증명만으로는 위 손해액의 추정이 깨진다고 볼 수 없다 (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8다9233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2009. 5. 15.부터 2011. 8. 16.까지 분식회계를 통해 자본총액, 부채총액, 매출액, 당기순이익이 과대 또는 과소 계상된 허위의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이를 포함한 사업보고서, 반기보고서, 분기보고서 등(이하 ‘이 사건 사업보고서 등’이라 한다)을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제출하였다.
(2) 피고가 작성한 제8기(2008년) 재무제표의 경우 실제 약 117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였음에도 약 4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허위 기재되었고, 제9기(2009년) 재무제표의 경우 실제 약 16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였음에도 약 8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허위 기재되었으며, 제10기(2010년) 재무제표의 경우 약 4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였음에도 약 5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허위 기재되었고, 제11기(2011년) 반기 재무제표의 경우 약 3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였음에도 약 26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허위 기재되는 등 2008년부터 2011년 반기까지 약 389억원의 순이익이 과대 계상되었다.
(3) 삼성중공업 주식회사(이하 ‘삼성중공업’이라 한다)는 2011년 상반기 무렵 피고의 대주주들과 피고 주식의 양도(이하 ‘이 사건 주식양도’라 한다)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였는데, 이러한 내용이 2011. 7. 1. 언론에 보도되었고, 피고는 2011. 7. 4. 피고의 대주주들이 삼성중공업과 보유 지분 일부 매각에 관하여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을 공시하였다.
(4) 삼성중공업은 2011. 7. 12. 피고의 대주주들과 피고 주식 2,612,338주(발행주식 총수의 27%)를 대금 41,536,174,200원(1주당 15,900원)에 양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주식양도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2011. 7. 13. 이 사건 주식양도 계약 체결사실을 공시하였다.
(5) 삼성중공업과 피고의 대주주들 사이의 이 사건 주식양도 계약서에는, 피고의 2010. 12. 31. 기준 재무제표와 확인실사에 따라 작성된 재무제표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경우 삼성중공업은 피고의 대주주들에게 매매대금의 조정을 요청할 수 있고, 피고의 대주주들은 최근 3회계연도의 재무제표 및 부속명세서의 정확성을 진술 및 보증하며, 피고의 대주주들이 진술 및 보증사항을 위반하는 경우 삼성중공업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6) 이후 피고의 재무상태에 대한 삼성중공업의 실사가 진행되던 중 피고의 분식회계 사실을 확인한 삼일 회계법인이 이를 한국거래소에 신고하자, 한국거래소는 2011. 9. 6. 08:58:09 피고 주식의 거래를 정지하였고, 삼성중공업과 피고의 대주주들은 2011. 12. 5. 이 사건 주식양도 계약을 합의해제하였다.
(7) 피고의 주가는 삼성중공업과의 이 사건 주식양도 계획이 보도되거나 공시되기 전까지 15,000원 전후에서 유지되고 있었는데, 삼성중공업과의 이 사건 주식양도 계획이 공시된 2011. 7. 4. 상한가를 기록하여 18,050원으로 상승한 이래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삼성중공업과의 이 사건 주식양도 계약이 체결된 2011. 7. 12. 23,300원을 기록하였고, 다음 날인 2011. 7. 13. 하한가를 기록하여 19,850원까지 하락하였다가 등락을 거듭한 끝에 2011. 7. 22. 최고가인 24,850원에 이르렀으며, 이후 다시 등락을 거듭하여 피고 주식의 거래가 정지되기 전날인 2011. 9. 5. 19,000원을 기록하였다.
(8) 한편 삼성중공업과의 이 사건 주식양도 계획의 보도 및 공시와 피고의 주가 사이의 관계에 관한 소외 1, 2의 각 사건연구 결과에 의하면, 삼성중공업과의 이 사건 주식양도 계획이 보도 또는 공시된 날(사건일) 무렵부터 피고 주식의 거래가 정지되기 전날까지의 기간(사건기간) 전의 일정 기간(추정기간) 동안의 코스닥지수, 코스닥제조업지수 등 공개된 지표를 바탕으로 도출한 회귀방정식을 이용하여 사건기간 동안의 정상수익률을 산출한 다음, 이를 기초로 삼성중공업과의 이 사건 주식양도 계획의 보도 및 공시가 없었더라면 형성되었을 사건기간 중의 일자별 정상주가를 추정하여, 이를 사건기간 중의 일자별 실제 주가와 비교한 결과, 사건기간 중의 일자별 실제 주가는 사건기간 중의 일자별 정상주가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삼성중공업과의 이 사건 주식양도 계획의 보도 및 공시 이후 피고의 주가가 크게 상승하였고, 특히 이 사건 주식양도 계획이 공시된 당일 피고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였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각 사건연구 결과와 같이 삼성중공업과의 이 사건 주식양도 계획의 보도 및 공시가 피고의 주가에 영향을 미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회사의 재무에 관한 사항과 그 부속명세 등이 기재된 사업보고서는 회사의 재무상태를 나타내는 객관적인 자료로서 시장에 공표되어 주가를 비롯하여 그 회사의 가치 및 장래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분식회계를 통해 허위로 작성된 이 사건 사업보고서 등이 시장에 공표됨으로써 피고는 실제와 달리 과거의 경영성과는 물론 장래의 수익성 측면에서도 당기순이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우량한 회사로 평가받게 되었고, 이러한 사정으로 인하여 삼성중공업으로서도 이 사건 사업보고서 등이 정당하게 작성되어 공표된 것으로 신뢰하고 그에 따른 평가를 토대로 가격을 정하여 이 사건 주식양도 계약을 추진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이 사건 주식양도 계획이 보도 및 공시되자 삼성중공업과의 이 사건 주식양도가 피고에게 미치는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가 집중됨으로써 그 결과 위와 같이 피고의 주가가 상승하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피고의 재무상태에 대한 실사 결과에 따라 매매대금을 조정할 수 있고, 재무제표의 정확성에 대한 진술 및 보증사항의 위반이 있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정한 이 사건 주식양도 계약서의 내용이나 이 사건 주식양도 계약 체결 후 실사 과정에서 피고의 대규모 분식회계 사실이 밝혀지자 이 사건 주식양도 계약을 합의해제한 경위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실제 삼성중공업은 피고가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피고 회사의 기술력, 합병 필요성 등의 사정들 외에도 피고의 재무상태를 이 사건 주식양도 계약의 추진 및 체결 여부에 관한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았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삼성중공업과의 이 사건 주식양도 계획의 보도 및 공시로 인한 피고 주가의 상승 부분 역시 피고의 분식회계 내지 이 사건 사업보고서 등의 거짓 기재와 인과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제출된 증거들을 살펴보아도 피고의 분식회계 내지 이 사건 사업보고서 등의 거짓 기재 외의 다른 요인에 의하여서만 이루어진 주가 상승 부분 내지는 그 액수를 인정하기에 충분한 자료가 없다.
라. 원심이, 삼성중공업과의 이 사건 주식양도 계획의 보도 및 공시로 인한 피고 주가 상승 부분은 이 사건 사업보고서 등의 거짓 기재와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손해배상범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 것은 이와 같은 취지로서 앞서 본 법리에 부합된다. 따라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인과관계 부존재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2. 원고의 상고이유 및 피고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자본시장법 제162조 가 적용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의 경우에도 손해의 공평 부담이라는 손해배상법의 기본 이념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피해자에게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기여한 과실이 있다는 사정을 이유로 과실상계를 하거나 공평의 원칙에 기하여 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특히, 주식 가격의 변동요인은 매우 다양하고 여러 요인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어느 특정 요인이 언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한 것인지를 가늠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사정을 감안할 때, 허위공시 등의 위법행위 이외에도 매수한 때부터 손실이 발생할 때까지의 기간 동안의 해당 기업이나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의 변화 등도 손해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인정되나, 성질상 그와 같은 다른 사정에 의하여 생긴 손해액을 일일이 증명하는 것이 극히 곤란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와 같은 경우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러한 사정을 들어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 (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6758, 16765 판결 등 참조).
한편 손해배상사건에서 과실상계나 손해부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한 책임제한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다3175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판시 비율에 의하여 피고의 책임을 제한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상고인 각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