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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2다25242 판결
[계약보증금][공2002.10.1.(163),2214]
판시사항

[1] 항변권이 붙어 있는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의 허용 여부(소극)

[2] 항변권이 부착된 채권이어서 이를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항변권이 붙어 있는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타의 채무와의 상계를 허용한다면 상계자 일방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상대방의 항변권행사의 기회를 상실케 하는 결과가 되므로 이와 같은 상계는 그 성질상 허용될 수 없다.

[2] 도급인이 수급인과의 사이에 수급인이 그가 고용한 근로자들에 대한 노임지급을 지체한 경우 도급인이 수급인에 대한 기성공사대금에서 노임 상당액을 공제하여 근로자들에게 직접 지불할 수 있다고 약정하였다면, 수급인이 근로자들에게 노임지급을 지체한 상태에서 도급인에게 기성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할 경우 도급인으로서는 위 약정에 따라 적어도 수급인이 근로자들에게 노임을 지급할 때까지는 기성공사대금 중 수급인이 지체한 노임 상당액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수급인의 도급인에 대한 위 기성공사대금채권은 도급인이 위와 같이 일정한 경우 그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항변권이 부착되어 있는 채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위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는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상고인겸부대피상고인

화성산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민수)

피고,피상고인겸부대상고인

전문건설공제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경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한재영)

보조참가인

주식회사 태창건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박우동)

원심판결

대구고법 2002. 3. 20. 선고 200 1나4485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부대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적법히 인정한 사실관계에 터잡아 원고와 주식회사 태창건설(이하 '태창건설'이라 한다) 사이의 판시 도급 또는 하도급 공사계약(이하 '이 사건 공사계약'이라 한다)이 해지됨에 따라 태창건설이 원고에게 이 사건 공사계약 불이행에 따른 계약이행보증금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였으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태창건설의 계약이행보증금 지급의무를 보증한 피고는 원고에게 계약이행보증금 합계 금 293,491,04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다음, 원고와 태창건설 사이에 이 사건 공사계약 체결 당시 미지급 공사대금으로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도록 약정하였고, 그에 따라 원고가 미지급 공사대금으로 체불 임금을 지급하였는데, 그와 같은 항변권이 붙어 있는 공사대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서는 상계를 할 수 없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원고와 태창건설 사이에 태창건설이 근로자의 노임을 매월 15일마다 지급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원고가 당해 공사대금에서 노임을 공제하여 노무자에게 지불할 수 있다는 특약을 체결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러한 원고와 태창건설 사이의 미지급 공사대금의 노임지급약정을 두고 곧바로 미지급 공사대금과의 상계를 금지하는 약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상계의사표시 도달시까지 미지급 공사대금으로 체불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상 체불노임직불약정이 있더라도 이를 들어 항변권이 붙은 채권이라고 볼 수도 없다.), 달리 미지급 공사대금채권으로 상계를 금하는 약정이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태창건설이 공사포기서를 제출한 1999. 6. 24. 당시 원고로부터 지급받을 공사기성고에 따른 공사대금 중 미지급 공사대금 226,964,450원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이 사건 계약이행보증금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계약이행보증금채권의 원리금 채권은 태창건설의 원고에 대한 1999. 6.분 미지급 공사대금채권 226,964,450원과 대등액에서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태창건설의 원고에 대한 위 미지급 공사대금채권이 항변권이 부착된 채권이 아니므로 이를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를 할 수 있다고 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수긍할 수 없다.

항변권이 붙어 있는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타의 채무와의 상계를 허용한다면 상계자 일방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상대방의 항변권행사의 기회를 상실케 하는 결과가 되므로 이와 같은 상계는 그 성질상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인바( 대법원 1969. 10. 28. 선고 69다1084 판결 , 2001. 11. 13. 선고 2001다55222, 55239 판결 등 참조), 원고가 태창건설과의 사이에 태창건설이 근로자들에 대한 노임지급을 지체한 경우 원고가 태창건설에 대한 기성공사대금에서 노임 상당액을 공제하여 근로자들에게 직접 지불할 수 있다고 약정하였다면, 태창건설이 근로자들에게 노임지급을 지체한 상태에서 원고에게 기성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할 경우 원고로서는 위 약정에 따라 적어도 태창건설이 근로자들에게 노임을 지급할 때까지는 기성공사대금 중 태창건설이 지체한 노임 상당액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태창건설의 원고에 대한 위 기성공사대금채권은 원고가 위와 같이 일정한 경우 그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항변권이 부착되어 있는 채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위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는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미지급 공사대금채권이 항변권이 부착된 채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자동채권으로 한 피고의 상계의 항변을 받아들였음은 상계적상 및 항변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그 이유 있다.

2. 피고의 부대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공사계약은 소외 1이 태창건설의 건설업면허를 빌려 체결한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가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원고와 태창건설 사이의 계약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와 태창건설 사이의 계약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원고와 태창건설 사이의 이 사건 공사계약 이행을 보증한 이 사건 보증계약은 무효라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고, 나아가 원고가 소외 1이 태창건설의 건설업면허를 차용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는 등 하여 피고를 기망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설혹 수급자 또는 하수급자가 누구인지가 이 사건 보증계약의 중요부분에 해당하고 피고가 이에 대한 착오를 일으켜 이 사건 보증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할지라도 그 취소로 소외 1이 태창건설의 건설업면허를 차용하여 이 사건 공사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모르는 원고에 대하여 대항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보증계약을 기망 또는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로 취소한다는 취지의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원심은 또, 원고가 1999. 7. 10. 소외 2로부터 금 100,000,000원 상당을 지급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위 금원은 태창건설이 1999. 6.까지 체불한 노임의 지불용으로 수령한 것이지 계약이행보증금의 일부로서 지급받은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태창건설이 원고에게 계약이행보증금 100,000,000원 상당을 변제하였다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고, 나아가 이 사건 공사계약의 불이행이 피고 주장과 같은 원고의 책임있는 사유에 기인한 것이라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태창건설의 이사인 소외 1이 1999. 5.분 공사기성금을 원고로부터 수령하여 노임을 지불하지 아니하고 임의로 소비하는 바람에 이 사건 공사가 중단된 점, 이 사건 계약이행보증금이 이 사건 총 공사대금의 1/10에 해당하는 금액에 불과한 점을 종합해 보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 이 사건 계약이행보증금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는 보이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사계약이 원고의 책임있는 사유로 인하여 이행되지 못하였으므로 피고의 계약이행보증금 지급채무는 감액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부대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고 경험칙과 논리칙에 반하여 사실인정을 하였거나 이유 모순 또는 의사표시에 관한 법률해석을 잘못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이를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의 부대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규홍(재판장) 송진훈 윤재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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