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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16. 5. 12. 선고 2015구합63760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미간행]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성의 담당 변호사 정병은)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16. 3. 31.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4. 5. 26.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와 내용

가. 소외인(원고의 남편)은 1992. 1. 6. ○○○○○○○○○○(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에 은행원으로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2013. 1. 17. △△지점장으로 부임하였다.

나. 소외인은 2013. 6. 13. 서울 서초구 (주소 생략)에 있는 텃밭 원두막에서 천장에 목을 매 자살하였다.

다. 원고는 피고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4. 5. 26. “소외인의 우울증은 인정되나 은행 지점장으로서 통상 업무를 초월하여 자살에 이를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업무와 상병과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 청구를 하였으나, 그 위원회는 2015. 1. 22. 이를 기각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6호증, 을 2,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소외인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중증의 우울 증세가 발현되었고 비관적 심리 상태와 정서 불안 등의 상태가 지속되었다. 그로 인하여 소외인은 정상적인 인식 능력, 행위 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판단

가.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나. 인정 사실

1) 소외인의 업무 등

가) 이 사건 회사의 지점장은 소속 직원들을 지휘·감독하고 지점의 여·수신 영업, 고객 관리 등을 총괄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소외인은 △△지점장으로 근무하기 전 2008. 7. 23.부터 2011. 1. 10.까지 ◇◇지점장으로, 2011. 1. 11.부터 2013. 1. 16.까지 본점 ☆☆☆☆☆☆☆센터장으로 근무하였다. 한편 소외인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제로 근무하였고, 근로계약상 근무시간은 08:30~18:00이다.

나) 이 사건 회사는 매월 또는 매분기 단위로 지점의 영업 실적을 평가하였는데, 그 실적이 부진한 경우 해당 지점장에게 그 대책을 보고하도록 하고 정기인사 시 지점장을 하위 등급 지점이나 연구위원으로 전보하는 등의 인사상 불이익을 주었다.

다) 이 사건 회사는 2013. 2.경부터 몇 차례 여신 실적 등이 부진한 지점을 대상을 하여 이에 대한 대책을 보고할 것을 지시하였는데, 소외인이 지점장으로 있던 △△지점도 그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다. 다만 소외인이 사망할 당시까지 이 사건 회사로부터 심한 질책이나 인사상 불이익 등을 받은 적은 없다.

라) 소외인이 △△지점장으로 근무할 당시 □□교회와 여신거래를 하였는데, □□교회의 대출금(84억 6,800만 원 상당)은 △△지점의 전체 대출금 중 약 8.5%를 차지하였다. □□교회는 △△지점에 대출 금리를 인하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으나,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주거래 은행을 다른 곳으로 바꾸지는 않았다.

2) 소외인의 건강 상태 등

가) 소외인은 2013. 5. 27. ▽▽▽정신과의원에 내원하여 ‘정신병적 증상이 없는 중증의 우울병 에피소드, 비기질성 불면증’을 진단받았다. 그 의무기록(갑 제10호증의 2)에는 “매일 아침 일어나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직업적인 것이 있다(은행 지점장). 업무적인 스트레스가 많았다. 육체적으로 질병이 있다(당뇨, 고혈압). 어울리기 싫은데 표시를 안내려고 한다. 죽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다. 시도는 몇 번 하려고 했다. 집에서 목도 매 봤다(보름 전?). 후배와 하는 농장 원두막에 목도 매려고 했다. 부부 관계?) 썩 좋지는 않다. 저 혼자 잘못되면 집안이 파산이다. 몇 년 전 토지투자, 성격 밝은 편이었다. 예전에 수면제를 먹기도 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나) 소외인은 2013. 6. 3. ▽▽▽정신과의원에 다시 내원하여 진료받으면서 자살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하였다.

3) 소외인의 사망 경위

가) 소외인은 2013. 6. 13. 출근하여 오전 업무를 처리하였는데, 직원들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소외인이 얼굴이 창백하고 몸이 좋지 않아 보였으며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소외인은 11:10경 직원들에게 “점심 약속이 있다”고 하고 회사 밖으로 나갔고, 13:50경 원고에게 전화하여 “나 지금 원두막에서 약 먹어서 죽는다. 곧 갈꺼다”고 하였다. 소외인은 14:12경 서울 서초구 (주소 생략)에 있는 텃밭 원두막(소외인과 대학 후배가 함께 매수한 토지 위에 만든 원두막)에서 농약을 마시고 목을 매어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나) 소외인은 자살 전 가족들 앞으로 2장의 유서를 남겼는데, 자살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을 3호증)에는 주로 가족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였고, 집에서 발견된 유서(갑 12호증)에는 자신의 성격상 문제점과 함께 자녀들을 훈계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4) 의학적 소견

가) 주치의 소견(▽▽▽정신과의원)

본문내 포함된 표
- 소외인은 내원 당시 우울감, 자살사고, 수면장애, 불안감,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을 호소하였으며 중증의 우울증을 보이고 있었음
- 소외인은 은행 지점장으로 발령 이후 직무와 관련된 스트레스가 심하다 호소하였음
- 소외인은 2013. 6. 3. 마지막 진료 당시 우울감, 불안정한 정동, 의욕 저하, 불안감 등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과 행위선택능력의 장애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됨

나) 이 법원의 삼성서울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본문내 포함된 표
- 기록상으로 볼 때 소외인은 은행에 근무하면서 다소 강박적이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보이는 편으로 자살하기 전에는 지점장으로 일하였음. 또한 업무 실적과는 관련이 없지만 일 자체에 대해서도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남
- 소외인의 진료기록상에서는 직업적인 스트레스와 재산 관련 언급이 나타나고 있어서 직업적 또는 업무적 영향이 소외인에게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음
- 소외인은 주요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추정됨. 따라서 자살의 원인으로 우울증이 가장 높은 위험 요소가 되었을 것임
- 우울증의 발병 시점은 명확하지 않음. 진료기록 상에서는 2013. 5. 27. ▽▽▽ 정신건강의학과에 첫 방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 당시에 기재한 우울감, 자살사고 등의 증상들은 우울증상에 해당하며 은행 지점장 업무상 스트레스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2013년도에 지점장 부임 이후로 추정할 수 있으나 그 전부터 우울감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음
- 소외인은 사망 당시에 신체 증상과 불안감, 우울감, 불면 등의 증상이 동반되었을 수 있겠음. 하지만 최근까지 회사에 출근을 하였으며, 일상생활에서 평상시와 다르게 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 증상 혹은 이에 영향을 받는 행동들은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살 당시에 심신상실 혹은 정신착란 상태로 보기는 어렵겠음
- 일반적으로 심한 정신병적 상태(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나 심한 인지기능장애(의식, 지남력, 주의력, 기억력 장애)의 증거가 있지 않으면 정상적 인식능력이 결여되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움. 소외인의 유서를 통해서는 정상적 인식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음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8~1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1, 3~6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삼성서울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이 법원의 ▽▽▽정신과의원, ○○○○○○○○○○ △△지점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다.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한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라고 함은 업무 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상당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지 않더라도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근로자가 자살한 경우, 업무로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나 행위 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살자의 질병 또는 후유 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 기간, 회복 가능성 유무, 나이,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의 주변 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12두17070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서 소외인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생하였고 그 우울증이 자살의 동기나 원인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여지가 있기는 하다.

3) 그러나 관련 법리, 앞서 인정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인정 사실 또는 판단 사항)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소외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가) 소외인이 △△지점장으로 근무하면서 어느 정도 스트레스나 압박감을 받았던 것으로 볼 수 있긴 하다. 하지만 ① 소외인은 20년 이상 이 사건 회사에 근무하였고, 전에 ◇◇지점장으로 약 2년 6개월간 수행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해당 업무와 근무 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을 것으로 보는 점, ② 소외인이 다른 지점장들에 비해 지나치게 과다한 업무를 수행하였다거나 이 사건 회사로부터 지속적인 압박과 질책을 받는 등 특별히 가혹한 환경에서 근무하였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그 업무상 스트레스가 객관적으로 보아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심화시킬 정도로 극심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 나아가 설령 소외인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병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소외인이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나 행위 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하였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① 소외인이 자살 무렵까지 신체적·정신적으로 뚜렷한 이상 행동을 보인 적은 없었고, 이 사건 당일에도 정상적으로 출근하여 오전 업무를 수행하였던 점, ② 소외인이 자살 전에 2장의 유서를 작성하였는데, 자살 장소에 남긴 유서에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였고, 집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자신의 성격상 문제점과 함께 자녀들을 훈계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점, ③ 소외인이 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자살 가능성을 암시해 왔고, 평소 잘 알던 장소에서 준비한 방법으로 자살에 이른 점, ④ 소외인이 자살할 당시에 불안감, 우울감 등의 증상이 동반되었을 수 있으나, 그로 인하여 심신상실 혹은 정신착란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의학적 소견이 제시된 점 등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별지 생략]

판사 홍진호(재판장) 박광민 김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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