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배서금지문구가 기재된 선하증권의 양도방법
판결요지
선하증권은 기명식으로 발행된 경우에도 법률상 당연한 지시증권으로서 배서에 의하여 이를 양도할 수 있지만, 배서를 금지하는 뜻이 기재된 경우에는 배서에 의해서는 양도할 수 없고, 그러한 경우에는 일반 지명채권양도의 방법에 의하여서만 이를 양도할 수 있다 할 것이다.
원고,피상고인
중소기업은행 (소송대리인 일신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교창 외 5인)
피고,상고인
주식회사 한진해운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유경희 외 7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
가. 원심의 인정 사실
(1) 원고 은행은 1995. 7. 31. 소외 주식회사 신방어패럴(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과 사이에 신용장에 기하여 발행된 화한어음 및 선적서류를 매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출·수입 및 내국신용장 관련 거래에 대한 무역금융을 제공하기로 하는 외국환 거래약정을 체결하였다.
(2) 소외 회사는 1996년 5월경 중국 상하이에 소재한 소외 지앙진 서플라이 앤드 마켓팅 회사(JIANGYIN SUPPLY & MARKETING GENERAL CO-OP GROUP CORP., 원심의 'LIANGYIN'은 오기이다. 이하 '지앙진사'라 한다.)와 사이에 나염된 면직물 77,400야드(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 한다)를 대금 미화 66,564$에 매입하여 스리랑카의 콜롬보로 수출하기로 하는 내용의 수출입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출대금은 신용장에 의하여 결제하기로 약정하고, 같은 달 28일경 원고 은행에 신용장개설을 의뢰함에 따라 원고 은행은 수익자를 지앙진사로 한 취소불능화환신용장을 소외 회사에 발행·교부하였다.
(3) 위 수출입계약에 따라 소외 회사는 해상운송업자인 피고 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화물을 중국 상하이에서 스리랑카 콜롬보항까지 운송하기로 하는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 회사는 같은 해 8월 10일 이 사건 화물을 '한진 동해 V. 129W'호에 선적한 다음 송하인은 지앙진사, 수하인은 샤라카·어패럴스-(피브이티) 리미티드. 19/1 갤리 페이스 ..., 콜롬보 3. 스리랑카. 탤레폰 넘버 : 591238{CHARAKA APPARELS (PVT) LTD. 19/1 GALLE FACE..., COLOMBO 3. SRI LANKA TEL NO : 591238, 이하 '샤라카·어패럴스사'라고 한다. 원심의 '샤카' 및 그 영문표기 'CHARKA', 번지표시 '19/ '는 오기이다.}, 양하항은 스리랑카 콜롬보로 된 선하증권(이 사건 선하증권이라 한다)을 지앙진사에게 발행·교부하였다.
(4) 수익자인 지앙진사는 이 사건 신용장조건과 일치하는 선하증권 등을 교부받고 거래은행인 뱅크 오브 차이나(BANK OF CHINA)에 화환어음의 매입을 의뢰하여 뱅크 오브 차이나가 이를 매입한 후 원고 은행에 신용장대금의 추심을 의뢰하자, 원고 은행은 같은 해 8월 28일 미화 66,564$를 뱅크 오브 차이나에게 지급하고 선적서류와 함께 이 사건 선하증권을 교부받았다.
(5) 한편, 피고 회사는 이 사건 화물을 운송하여 같은 해 8월 17일 스리랑카 콜롬보항에 도착·양륙한 후 샤라카·어패럴스사로부터 이 사건 선하증권의 원본을 교부받음이 없이 추후 선하증권을 제출하겠다는 각서를 받은 다음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상법 제820조에 의하여 선하증권에 준용되는 같은 법 제130조에 "화물상환증은 기명식인 경우에도 배서에 의하여 양도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음에 비추어 선하증권은 법률상 당연한 지시증권이라고 할 것이고, 따라서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이라 함은 선하증권에 수하인으로 기재된 자 또는 그로부터 시작된 배서의 연속이 있는 자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선하증권의 수하인란에 배서를 금지하는 취지인 "NON NEGOTIABLE UNLESS CONSIGNED TO ORDER"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지만, 신용장통일규칙(제5차 개정된 신용장통일규칙 제23조)상 이와 같은 선하증권을 수리불가능한 선적서류로 분류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만약 신용장 조건과 일치하고 선주 또는 해상운송인이나 인도될 항구 등이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 선하증권을 신용장 매입은행(혹은 신용장 개설은행)이 매입하고도 그 증권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된다면 선하증권으로서의 기능을 상실시키게 될 것이고, 한편 위와 같은 문구를 기재하는 이유는 중계무역방식의 신용장의 경우에 물건이 여러 항구 및 선박을 통하여 이동되기 때문에 중간에 멸실될 위험이 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수출업자가 수입업자로 하여금 물건을 직접 수령할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한 것으로서 그 의미는 단순히 증권상의 권리를 배서나 교부만에 의하여 유통시킬 수 없다는 의미에 그치는 것이고 이를 매입한 은행이 증권상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수익자인 지앙진사로부터 이 사건 선하증권이 첨부된 화한어음을 매입한 뱅크 오브 차이나에게 소외 회사와의 외국환거래약정에 따라 선적서류가 신용장 조건에 합치되어 그 대금을 지급하고 선적서류를 교부받은 원고 은행은 이 사건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이라고 할 것이다.
2. 대법원의 판단
이 사건 선하증권(갑 제2호증)은 그 수하인란 상단에 "NON NEGOTIABLE UNLESS CONSIGNED TO ORDER"라고 인쇄되어 있는바 이 문구는 '지시식이 아니면 양도할 수 없다'는 배서금지문구라 할 것이고, 한편 수하인란에 "CHARAKA APPARELS (PVT) LTD. 19/1 GALLE FACE PRACE, COLOMBO 3. SRI LANKA TEL NO : 591238"라는 수하인의 명칭과 주소가 기재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선하증권은 배서금지문구가 기재된 기명식 선하증권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선하증권상에 수하인으로 기재된 샤라카·어패럴스사가 이 사건 화물인도청구권을 원고 은행에 양도하였음을 운송인인 피고 회사에게 통지하였다는 점에 대한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는 이 사건에서 원고가 비록 신용장 개설은행으로서 앞서 본 경위로 이 사건 선하증권을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정당한 소지인이라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내세운 대법원 1998. 9. 4. 선고 96다6240 판결은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이를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그렇다면 원고가 이 사건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임을 전제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에는 배서금지된 기명식 선하증권의 양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