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조계종 임시중앙종회가 그 소집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적법한 회의로 볼 수 없으므로 위 종회의 결의에 의하여 개정된 총무원장선거법 역시 그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에 근거한 총무원장 선거절차 및 이에 기한 당선을 무효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조계종 임시중앙종회가 그 소집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적법한 회의로 볼 수 없으므로 위 종회의 결의에 의하여 개정된 총무원장선거법 역시 그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에 근거한 총무원장 선거절차 및 이에 기한 당선을 무효라고 한 사례.
원고
문판오(소송대리인 변호사 황해진외 2인)
피고
오만근(소송대리인 홍익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안동일외 1인)
변론종결
1999. 8. 27.
주문
1. 피고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의 자격이 없음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갑4, 갑5, 갑6, 갑8, 갑9-1~7, 갑26-1,2, 갑27, 을2-1, 을 6-1,2,3, 을 8-1,2,3, 을 13, 을 23-1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모아 보면 아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대한불교조계종(이하 조계종이라 한다)원로회의 부의장이고, 피고는 제29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입후보하여 1998. 12. 29.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당선된 자이다.
나. 조계종은 석가세존의 자각각타(자각각타), 각행원만(각행원만)한 근본교리를 봉체하며 직지인심(직지인심), 견성성불(견성성불), 전법도생(전법도생)함을 종지로 하고 종헌, 자율규범을 마련하여 교리를 확립하고 단체 및 신앙의 질서를 유지하여 오고 있는 종교단체로서 종단 소속 승려의 수가 13,000명 정도이다.
다. 조계종에는 종헌상 종단의 신성을 상징하며 종통을 계승하는 최고의 권위와 지위를 가지는 종정 외에 상급 의결기관으로서 17인 이상 25인 이내의 원로 비구로 구성되는 원로회의, 입법기구이자 의결기구로서 선거법에 의하여 선출되는 81인 이내의 의원으로 구성되는 중앙종회가 있으며, 중앙종무 행정기관으로 총무원이 있다.
라. 총무원장은 총무원의 대표로서 조계종을 대표하고 종무행정을 통리하는 권한(종헌 제54조 제1항)을 가지며, 총무원장 선거인단에 의하여 선출되어 원로회의의 인준을 거쳐 취임하게 되는데(종헌 제52조 제2항) 그 임기는 4년이고, 1차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다(종헌 제53조 제2항).
한편 종정은 종단 비상시에는 원로회의 재적의원 3분의 2의 제청이 있으면 중앙종회를 해산할 수 있다(종헌 제24조).
마. 제28대 조계종 총무원장인 송현섭(법명: 월주, 이하 송월주라고만 한다, 1994. 11. 20. 취임)이 1998. 11. 20.자로 총무원장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위 종단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1998. 10. 8. 제29대 총무원장 선거일을 1998. 11. 12., 선거장소를 조계사 대웅전, 입후보자 등록기간을 1998. 11. 2.부터 1998. 11. 4.까지로 하는 내용의 선거공고를 하였으며, 이에 따라 송월주, 유찬수(법명: 월탄), 최지선, 이대우, 이설조, 이법열, 박종후 등 7인이 후보자로 등록하였다.
바. 그런데, 위 종단 내에서 송월주가 이미 1980.경 조계종 총무원장직에 취임한 사실이 있어 송월주의 출마가 1차에 한하여 총무원장의 중임을 허용하는 조계종의 종헌에 위배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으나, 송월주는 자신이 1980.경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취임하였다가 6개월만에 타의에 의하여 총무원장을 사임하였으므로 이를 가지고 총무원장을 1회 역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출마를 강행하였다.
사. 이에 기존의 송월주 총무원장 체제에 비판적인 종단 내 일부 승려들이 1998. 9. 29. 송월주의 총무원장 출마 반대를 위한 범불교도 연대회의를 구성하였고, 위 종단의 종정인 윤희중(법명: 월하, 이하 월하 종정이라고만 한다)은 1998. 10. 26. 송월주의 총무원장 출마는 종헌에 위배되어 부당한 것임을 밝히면서 조계종 구성원들이 모두 동참하여 종단을 바로 잡으라는 취지의 교시를 내리는 등 종단 내부의 갈등이 심화되더니, 마침내 월하 종정, 총무원장 후보로 등록된 유월탄, 이설조 등의 지지 세력,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 기존의 송월주 총무원장 체제에 비판적인 300여명의 승려들이 1998. 11. 11. 종정의 교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조계종 총무원 청사가 있는 조계사에서 제2정화불사를 위한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하여 ① 송월주를 총무원장직에서 해임하고, ② 차기 총무원장 선거를 일시 유보하며, ③ 종단의 위기를 수습하고, 종단의 정화를 추진하기 위하여 종단의 입법, 행정, 사법의 모든 권한을 위임받는 한시적인 종단 최고기구인 정화개혁회의를 출범시키는 내용 등의 결의를 한 후 조계종 총무원에 진입하여 기존의 총무원 집행부 승려들을 강제로 몰아내고 총무원 청사를 점거하였다.
아. 이에 대하여 기존의 총무원 집행부는 제29대 총무원장 선거의 강행을 선언하고 같은 달 12. 조계종 총무원 청사로의 진입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여 같은 날 실시될 예정이었던 제29대 총무원장 선거는 실시되지 못하였다.
자. 한편 위 종단의 원로회의 의원 8명은 같은 달 14. 구룡사에서 원로회의를 개최하여 중앙종회의 해산 제청을 의결하고, 월하 종정은 같은 날 위 제청에 따라 종헌 제24조 소정의 종단 비상시라는 이유로 중앙종회를 해산하는 교시를 내렸다.
차. 이에 대하여 기존의 총무원 집행부측에서는 송월주의 임기가 같은 달 20. 만료되는데도 후임 총무원장을 선출하지 못하게 되자 중앙종회를 개최하여 1998. 11. 16.자로 총무원장 임기 만료 후에도 후임자가 선출되지 못하거나 후임자의 임기가 개시되지 못한 경우에는 총무부장, 기획실장 등의 순으로 총무원장의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총무원법을 개정하였고, 송월주는 같은 달 19. 총무원장 후보를 사퇴하였으며, 그 임기만료 후 홍익진(법명: 도법, 이하 도법이라 한다)이 총무원장 권한을 대행하였다.
카. 기존의 총무원 집행부측에서는 위 정화개혁회의에 맞서 같은 해 11. 30. 14:00경 김남영(법명: 혜암) 원로회의 의장, 김용선(법명: 법등) 중앙종회의장, 도법 총무원장 권한대행, 최지선 백양사 주지 등을 중심으로 승려 및 신도 1,200여명을 규합하여 종헌종법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한 다음 총무원 청사 진입을 시도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같은 해 12. 1. 새벽까지 정화개혁회의측 승려들과 여러 차례 무력충돌이 있었으나 결국 총무원 청사 진입에 실패하였다.
타. 이에 기존의 총무원 집행부측에서는 같은 해 12. 1. 천마빌딩 제주은행에서, 같은 달 7. 봉은사 교육관에서 제136회 임시중앙종회를 개최한 다음 중앙종회의원 81명 중 42명이 참석한 가운데 만장일치로 별지 기재와 같이 기존에 진행되고 있던 제29대 총무원장 선거를 무효화하고 총무원장선거법 개정공포일로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일정을 정하여 다시 실시하도록 하고, 이미 입후보한 자들은 다시 총무원장 입후보자 등록을 하여야 하고 입후보자 등록을 하지 아니하면 총무원장 입후보자 자격이 박탈된다는 등의 내용으로 총무원장선거법을 개정한 다음 같은 달 7.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권한대행 도법 명의로 이를 공포하였으며, 같은 달 14. 제29대 총무원장 선거를 1998. 12. 29.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조계사 대웅전에서 실시하며 입후보자 등록기간은 1998. 12. 21.부터 같은 달 22.까지 2일간, 입후보자 등록장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하는 내용으로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덕운 명의로 선고공고를 하였으며, 이에 따라 피고와 최지선이 후보등록을 하였다.
파. 한편 1998. 12. 11. 기존 총무원 집행부측이 정화개혁회의측을 상대로 제기한 당원 98카합3664호 퇴거단행 및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사건에서 기존 총무원 집행부측이 승소하여, 같은 달 23. 그 판결이 집행되어 정화개혁회의측은 조계종 청사에서 퇴거하게 되었다.
하. 이후 같은 달 29. 조계사에서 제29대 총무원장 선거가 실시되어 314인의 선거인 중 283명이 투표하여 피고가 167표를, 최지선이 115표를 얻어 피고가 당선되었으며, 조계종 원로회의는 같은 달 30. 원로회의 의원 22명 중 14명의 참석하에 제8차 원로회의를 개최하여 만장일치로 피고의 당선을 인준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아래와 같은 사유로 피고의 당선이 무효이어서 그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다.
(1) 제136회 임시중앙종회는 1998. 11. 14. 원로회의의 제청과 조계종 종정의 명령으로 이미 해산되어 자격을 상실한 중앙종회 의원들에 의하여 개최된 것이므로, 위 임시중앙종회의 결의에 의하여 개정된 총무원장선거법 및 이에 기한 제29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그 효력이 없다.
(2) 제136회 임시중앙종회는 중앙종회법 소정의 공고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1998. 10. 8. 공고되어 7인의 후보가 입후보하여 같은 해 11. 12. 실시할 예정이었던 기존의 제29대 총무원장선거절차를 기존의 입후보자들의 동의 없이 무효화하는 내용으로 총무원장선거법을 개정하는 등 그 절차에 있어 중대한 하자가 있다.
(3) 피고는 총무원장선거법 소정의 재산등록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총무원장으로서의 피선거권이 없다.
나. 피고의 주장
(1) 1998. 11. 14. 원로회의는 적법한 소집권자에 의하여 소집되지 아니하였고, 의사 및 의결정족수도 미달할 뿐 아니라 당시 종단 상황이 중앙종회 해산 요건인 ‘중대한 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1998. 11. 14.자 원로회의 의결이나 그에 따른 종정의 중앙종회 해산명령은 효력이 없다.
(2) 피고는 총무원장선거법 소정의 피선거권이 있고, 제29대 총무원장 선거는 종헌, 종법에 따른 선거절차에 따라 자격이 있는 선거인단에 의하여 적법하게 실시되었으며, 같은 달 30. 원로회의 참석 의원 14명 만장일치로 인준까지 받았으므로, 피고의 당선은 유효하다.
3. 판단
가. 중앙종회 해산명령의 효력
(1) 조계종 원로회의는 종단의 존립과 안정에 위협이 되는 중대한 사태가 발생한 경우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 의한 의결로서 중앙종회 해산을 종정에게 제청할 수 있고(원로회의법 제13조), 종정은 종단 비상시에 원로회의 재적 3분의 2 이상의 제청으로 중앙종회를 해산할 수 있다(종헌 제24조).
(2) 그러므로 종정의 중앙종회 해산 명령이 유효하기 위하여는 원로회의 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의 제청이 있었음을 전제로 한다 할 것이므로 1998. 11. 14. 원로회의의 의결정족수 충족 여부에 관하여 살핀다.
(3) 우선 위 원로회의 의결 당시 원로회의 의원은 총 21명(벽암, 비룡, 도견, 정영, 원담, 응담, 청하, 종산, 석주, 일타, 운경, 성수, 정천, 도원, 지종, 혜암, 탄성, 보성, 법전, 녹원, 숭산, 편의상 원로회의 의원들의 법명을 사용한다, 이하 같다)인 사실, 위 원로회의에 실제 참석한 원로회의 의원은 8명(벽암, 비룡, 도견, 정영, 원담, 응담, 청하, 종산)인 사실, 그외에 5명(석주, 일타, 운경, 성수, 정천)은 위 원로회의에서 결정되는 사항에 따르기로 원로의원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위임한다는 내용의 위임장을 제출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4) 한편 원고는 그 이외에도 도원과 지종이 위임장을 제출하였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이에 부합하는 갑6-7(도원 명의의 위임장)은 증인 배태석(법명: 도원)의 증언에 의하여 그 인영 및 서명 부분이 각 위조된 사실이, 갑6-11(지종 명의의 위임장)은 증인 유평열(법명: 지종)의 증언에 의하여 그 서명 부분이 위조된 사실이 인정되므로 증거로 쓸 수 없고, 증인 황종민, 이태운, 이상연의 증언은 증인 배태석, 유평열의 증언에 의하여 각 믿기 어렵고 달리 도원과 지종이 위임장을 제출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5) 따라서 위 원로회의에서 한 중앙종회의 해산결의는 종헌 제24조에서 정하는 의결정족수인 재적 원로의원 21명의 3분의 2인 14명(21×2/3)에 미달한 13명의 결의에 의한 것으로 위 해산결의는 효력이 없고, 이에 근거한 종정의 중앙종회에 대한 해산명령 역시 그 효력이 없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 들일 수 없다.
나. 제136회 임시중앙종회의 적법성
(1) 조계종의 중앙종회의 임시회는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또는 총무원장이나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는 15일 이내에 임시회를 소집하여야 하고 다만 소집이 확정되면 개회일 7일 전에 공고하여야 하며(중앙종회법 제14조), 위 소집공고는 관례적으로 조계종의 기관지인 불교신문에 1회 게재하고 총무원 청사 게시판에 게시하는 방식으로 하여 온 사실 및 제136회 임시중앙종회를 개최함에 있어 7일 전에 소집공고를 하지 않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바, 그렇다면 위 임시중앙종회는 그 공고절차를 해태하여 일응 그 소집절차에 있어 중대한 하자가 있다 할 것이다.
(2)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피고는 이에 대하여 제136회 임시중앙종회는 같은 해 11. 10. 조계사에서 개최되어 같은 달 24. 폐회된 제135회 정기중앙종회에서 소집결정이 있었으나, 당시 불교신문사가 있는 총무원 청사가 정화개혁회의측에 의하여 점거되어 소집공고를 하지 못함에 따라 중앙종회 의장 법등 명의로 제136회 임시중앙종회를 1998. 12. 1. 오전 10시에 조계사 대웅전에서 개최한다는 내용의 문건을 각 중앙종회 의원들에게 등기우편을 발송하거나 직접 전달하는 방법으로 소집공고에 갈음하였고, 정화개혁회의측의 계속된 조계종 청사의 점거로 위 임시중앙종회를 당초 예정되었던 대로 조계사에서 개최할 수 없게 되자, 중앙종회 의장 법등은 회의개최장소를 중앙종회 임시사무실인 제주은행 건물로 변경한 다음 연락 가능한 모든 중앙종회 회원들에게 직접 통보하거나 유선으로 통보하였고, 같은 달 7. 10:00 봉은사 교육관에서 속개된 임시중앙종회도 모든 중앙종회 의원들에게 직접 통보하거나 유선으로 통보하는 방법으로 회의 소집 장소 및 시기를 알렸으며, 불교신문 대신 발간된 조계종보에 임시중앙종회 개최 사실을 보도하였으므로, 임시중앙종회 소집공고의 하자는 피고의 당선을 무효화할 만큼의 중대한 하자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 살피건대, 임시중앙종회의 소집공고가 관례적으로 불교신문에의 공고 및 총무원청사에의 게시의 방법으로 이루어졌으나 정화개혁회의측의 총무원 청사 점거로 그러한 공고방법이 불가능하여졌다면, 그에 상응하는 방법으로 공고절차를 밟거나 통지 가능한 모든 중앙종회 의원들에게 회의의 목적 사항, 일시, 장소 등을 알 수 있도록 소집통지를 함으로써 중앙종회 의원 각자가 임시중앙종회에 참석하여 적정한 토의권과 결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인바, 이러한 공고나 소집통지를 결여한 채 개최된 임시중앙종회의 결의는 그 절차에 있어 중대한 하자가 있다 할 것이고, 특히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발단의 시초가 된 제29대 총무원장 선거와 관련된 일련의 진행 과정에서 각 후보자 간의 대립 및 종단 내부의 갈등이 극심하였던 당시 상황에서 기존의 총무원장선거절차를 무효화하고 새로이 개정된 총무원장선거법에 의하여 총무원장선거를 재실시하는 내용과 같은 중핵적인 사안에 관한 결의를 할 경우에는 중앙종회 의원 전원에 대하여 적법한 공고나 소집통지를 하여 중앙종회 의원들이 적정한 토의권과 결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지 않는 한 그 결의는 효력이 없다 할 것이며, 이러한 법리는 결과적으로 그 결의가 종회의원의 과반수의 찬성을 얻은 것이라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다) 그런데, 제135회 정기중앙종회(1998. 11. 24. 봉은사에서 개최)에서 제136회 임시중앙종회를 1998. 12. 1. 조계사 대웅전에서 개최하되 회의장소는 의장단에게 위임키로 한 내용의 결의를 한 사실은 인정되나(을39), 위 결의 당시 중앙종회의원 전원이 참석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위 결의시에 제136회 임시중앙종회에서 총무원장선거법을 개정한다는 등의 중요한 회의 목적 사항에 관하여 중앙종회 의원들에 대하여 통보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점(오히려 위 을39의 기재에 의하면 1998. 종정감사의 건, 종무보고의 건, 각 위원회 선출 및 기타의 건을 차기 종회에 이월할 것을 결의한 사실만 인정된다)에 비추어 제135호 정기중앙종회의 의결만으로 제136회 임시중앙종회의 소집에 관한 적법한 공고가 있었다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라) 또한, 을47-1,2,3,4의 기재에 의하면 제136회 임시중앙종회가 개최되기 전인 1998. 11. 25. 중앙종회의장 법등이 중앙종회 의원 81명 중 63명에 대하여 특수우편물을 발송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 우편내용물이 피고 주장과 같이 임시중앙종회 소집 통보에 관한 문건이라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으며, 가사 피고 주장과 같이 그 내용물이 임시중앙종회 소집 통보 문건(을40)이라고 하더라도, 을40에는 총무원장선거법 개정 등 임시중앙종회의 목적 사항에 관한 기재가 없을 뿐만 아니라, 회의 장소도 임시중앙종회 개최 장소인 천마빌딩 제주은행이 아닌 조계종 총무원으로 기재되어 있고, 또한 위 63명의 중앙종회 의원 외에 나머지 중앙종회 의원 전원에 대하여 제136회 임시중앙종회 소집을 통지하였다고 볼 자료도 없으므로, 피고 주장의 특수우편물 발송만으로 임시중앙종회의 소집에 관한 적법한 통지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
(마) 또한 을49-1~9의 기재에 의하면 조계종 기관지인 불교신문이 정화개혁회의측에 의하여 점거되자 기존 총무원 집행부측은 조계종보를 위 불교신문에 대신하는 종단의 기관지로 발행한 사실, 1998. 11. 27.자 조계종보에 제136회 임시중앙종회가 1998. 12. 1. 오전 10시에 개회한다는 기사가, 1998. 12. 4. 조계종보에는 다음 종회는 1998. 12. 7. 봉은사교육관에서 속개된다는 기사가 각 게재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그 게재 형태나 내용에 비추어 피고측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조계종보의 기사에 불과할 뿐 이를 들어 임시중앙종회의 적법한 공고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 들일 수 없다.
(바) 피고는 또 가사 제136회 임시중앙종회가 적법한 공고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임시중앙종회는 비상사태 하에서 초종헌적 효력을 가지는 1998. 11. 30. 종헌종법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의 결의에 따라 개최된 것이므로 그 효력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살피건대, 조계종의 전국승려대회는 종단의 종헌, 종법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석가모니 부처 재세시부터 대소사의 사안에 관하여 전체 대중이 모여 각기 충분한 의견개진을 통하여 만장일치로 합일된 의견을 창출해내는 ‘산중공사’, ‘대중공사’로 불리는 불교 고유의 의견수렴방식에서 유래한 것으로서 조계종에서는 통상의 절차에 의하여 해결할 수 없는 비상사태가 발생한 경우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하여 비상사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그 대회에서의 결정은 초종헌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하여 온 전통이 있는바, 이와 같은 경우 그 결의 내지 결정 내용이 실정법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한 그 효력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조계종이 기존의 총무원 집행부측 지지 세력과 종정 및 정화개혁회의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양분되어 있고 양세력이 지지세력을 결집하여 각자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한 후 조계종 청사를 점거하거나 탈환하기 위하여 여러 날 동안 폭력행사를 하고 있는 상황하에서 개최된 피고측의 1998. 11. 30. 전국승려대회는 그 참여 인원의 다과를 불문하고(참여인원도 당시 전국 승려 13,000여명 중 1,200명 내외에 불과하다) 전체 대중이 모여 충분한 의견개진을 통하여 만장일치로 합일된 의견을 창출해내는 의미에서의 법통성을 가진 전국승려대회로서의 지위를 가진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양분된 전국승려대회가 개최되고 그 각 대회의 결의 내용도 일치하지 아니하며 오히려 서로 반대되는 결의를 한 상황이라면 그 각각의 전국승려대회는 결국 자신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대회에 불과하다 할 것이고 그러한 전국승려대회에서의 결정에 초종헌적인 구속력을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뿐만 아니라 사람의 내면 세계의 절대성을 추구하며 아울러 외부적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종교의 핵심적 역할이라면, 이 사건에서와 같이 같은 종단 내에서 종단의 향후 진로 및 종무행정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총무원장의 선거방법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의견이 현저히 부당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 그들과 서로 합일점을 찾거나 화해하지 못하고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정의 절차가 무시되면서 치루어진 선거결과에 대하여 한 쪽이 다른 쪽에게 무조건 승복하라고 한다면 이는 곧 종교의 참뜻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정당치 못한 결과에 대해 이른바 패자에게 영원한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4) 또한 위와 같이 총무원장 선거의 대전제가 되는 총무원장선거법 개정을 위한 임시중앙종회의 결의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최종적인 총무원장 선거결과에 의하여 피고가 얻은 유효득표수가 산술적으로 총무원장 선거위원 총원의 과반수를 초과하였으므로 새로운 절차를 거쳐 총무원장 선거를 하더라도 동일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하여 위 총무원장선거법의 개정에 관한 절차적 하자는 피고의 당선을 무효로 할 만큼 중대한 하자가 아니라고 주장할 여지가 있으나, 당초 피고는 총무원장 후보로 등록하지도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총무원장선거법이 개정되기 전의 선거절차에서 총무원장 후보로 등록하여 경합하였던 후보 중 후보를 사퇴한 송월주와 개정된 총무원장선거법에 의한 선거절차에서도 후보자등록을 하고 선거에 참여한 최지선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나머지 후보인 유찬수, 이대우, 이설조, 이법열, 박종후 등 5인은 부당하게 그들의 후보등록이 무효로 되었는바(그들이 개정된 총무원장선거법에 의해 다시 총무원장 후보등록을 하지 않았다 하여 그들을 무시하거나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 5인과 피고 및 최지선이 모두 후보등록을 하고 재선거를 하였을 경우에도 반드시 피고가 위와 같은 과반수의 득표를 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할 것이므로 그러한 주장은 받아 들일 수 없을 것이다.
(5) 아울러 위에서 본 각 증거와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위 개정된 총무원장선거법은 그 개정 경위, 절차, 내용에 비추어, 기존의 총무원 집행부측이 송월주가 총무원장 후보를 사퇴한 상황에서 여타 후보자들을 배제한 채 기존의 총무원측 사람 내지 피고를 신임 총무원장으로 선출하기 위하여 기왕의 선거절차를 무효화하는 내용으로 총무원장선거법을 인위적으로 개정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 점에 비추어서도 성급히 피고에게 그 선거결과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6) 따라서 제136회 임시중앙종회는 그 절차에 있어 중대한 하자가 있다 할 것이므로 적법한 회의로 볼 수 없고, 위 임시중앙종회의 결의에 의하여 개정된 총무원장선거법 역시 그 효력이 없어 이에 근거한 제29대 총무원장 선거절차 및 이에 기한 피고의 당선은 피고의 피선거권 등 나머지 점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그 효력이 없다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의 자격이 없다 할 것이므로 그 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