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7고단1701 배임
2017초기431 배상명령신청
피고인
A
검사
정일균(기소), 채필규(공판)
변호인
변호사 B
배상신청인
C 주식회사
판결선고
2018. 5. 30.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배상 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가. 피고인은 스포츠시설의 운영사업 등을 목적사업으로 하는 주식회사 D(이하 'D'라고 한다)의 대표이사로서 D 소유의 대구 달성군 E에 있는 지상 5층, 지하 2층의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고 한다)에서 사우나 및 스포츠센터를 운영하던 중 2014. 7. 11. 전기 및 가스 공급자인 피해자 C 주식회사에 대하여 전기료 등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스포츠센터에 비치되어있는 런닝머신 등 총 140개의 헬스기구(이하 '이 사건 헬스기구'라고 한다)를 양도담보의 목적물로 제공하는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피고인은 위와 같이 D 소유의 이 사건 헬스기구를 피해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하였으므로, 채무를 변제할 때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 양도담보 목적물인 이 사건 헬스기구를 보관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
피고인은 2016. 6. 6. D 사무실에서 D 소유의 이 사건 건물 등을 경락받은 주식회사 F(이하 'F'라고 한다)가 사우나 등의 원만한 운영을 위하여 피고인의 채권자인 G에 대한 채무를 대위변제하자 F에 위와 같이 담보로 제공된 140개의 헬스기구 전부를 130,000,000원에 매도하였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양도담보설정자로서의 임무에 위배하여 양도담보 목적물인 이 사건 헬스기구를 매도함으로써 체납된 전기료 34,994,230원 상당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2. 판 단
가. 관련 법리
(1)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등 참조).
(2) 소유권유보부매매를 한 경우 목적물의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당사자 사이의 물권적 합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목적물을 인도한 때 이미 성립하지만 대금이 모두 지급되는 것을 정지조건으로 하므로, 목적물이 매수인에게 인도되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은 대금이 모두 지급될 때까지 매수인뿐만 아니라 제3자에 대하여도 유보된 목적물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무권리자인 매수인이 그 후 자신의 채권자와 사이에 양도담보 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인도를 하더라도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않는 한 양도담보 설정계약을 체결한 채권자는 양도담보권을 취득할 수 없는데, 현실의 인도가 아닌 점유개정으로는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결국 매수인의 채권자는 양도담보권을 취득할 수 없다. 결국 이와 같이 소유권유보부매매계약에서의 매수인이 그 목적물에 대하여 점유개정의 방식으로 자신의 채권자에게 양도담보 설정계약을 체결한 후 다시 목적물을 임의로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면 양도담보권자라 할 수 없는 매수인의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설정자인 매수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나. 판 단
(1) 살피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가) 피해자는 D에 전기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D가 전기요금을 계속 체납하자 전기요금 채권의 담보를 위하여 2014. 4.경 피고인 및 G과 사이에 D가 피해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전기요금 채무를 피고인 및 G이 각 1억 원의 한도 내에서 연대보증하기로 하는 내용의 연대보증계약을 각 체결한 사실, 또한 피해자는 추가로 2014. 7. 11.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과 사이에 이 사건 헬스기구에 양도담보권을 설정하되, 피고인이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이 사건 헬스기구를 계속 점유, 사용하도록 한 사실, (나) 한편 이 사건 건물 등에 대하여 신탁재산의 처분(수탁자 주식회사대구은행)을 위해 2016. 3.경 공매절차가 시작되었고, 위 공매에 관심이 있던 F 대표이사인 H은 2016. 6. 6. 피고인과 사이에 이 사건 건물 등을 공매를 통해 매수할 경우 F가 사우나 등을 원만히 운영하기 위하여 이 사건 건물 등에 대한 공매대금 이외에 사우나 및 헬스클럽의 영업권을 비롯하여 이 사건 건물의 세입자, 회원, 그 밖에 피고인의 채권자들에 대한 채무의 대위변제 등 명목으로 18억 원을 피고인에게 추가로 지급하기로 하고, 위 금액 한도에서 피고인이 정리한 채권자들에게 피고인의 채무를 대신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한 사실, F는 이 사건 건물 등의 공매절차에 참여하여 2016. 6. 8. 이 사건 건물 등을 공매대금 37억여 원에 낙찰받은 후 2016. 6. 17. 매매를 원인으로 하여 2016. 7. 15. 이 사건 건물 등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실, 피고인은 2016. 6. 22. 피해자에게 D가 지급해야 할 전기요금 및 가스요금의 합계액을 물었고, 이에 피해자는 전기 체납요금 합계 51,657,850원(2016. 6. 23. 기준, 2016. 3.~2016. 6. 청구분)이라는 전기체납요금 납부안내를 보낸 사실, F는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피고인을 대신하여 피해자에게 2016. 6. 23. 전기요금 51,658,350원, 가스요금 10,797,150원 합계 62,455,500원을 송금한 사실(이 사건 계약에는 D의 체납전기요금은 포함이 되지 않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피고인과 H은 위 금액도 위 18억 원에 포함된다고 진술함), 이후 피고인은 2016. 6. 24. 내지 2016. 6. 25. F의 직원인 I과 함께 피해자의 사무실에 방문하여 피해자의 직원 J와 K 과장이 있는 자리에서 위와 같이 D가 체납한 전기요금이 F에 의해 전액 납부된 사실을 확인하였고, 같은 날 K은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보관하고 있던 피고인 및 G에 대한 각 연대보증계약 관련 서류의 원본 일체를 모두 반환한 사실, (다) H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피고인이 지정한 대로 18억 원의 한도에서 피해자에 대한 체납 전기요금 등을 포함하여 2016. 6. 23.부터 2016. 9. 23.까지 피고인의 채무를 대위변제하였는데(2016. 7. 20. G에게 1억 3,000만 원을 송금한 것 포함), 현재 17억 원을 대위변제하였고, 1억 원은 H이 이 사건 건물 등을 인수하여 영업할 때 생각치 못한 부분에서 유치권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용하기 위해 남겨 놓았다고 진술한 사실, F는 이 사건 건물 등을 매수한 후 2016. 6. 28. H[(주) F]으로 영업자변경(지위승계)을, 같은 날 'D'에서 'F'로 업소명 변경을 한 사실, (라) 피해자는 2016. 7. 28. H과 사이에 전기사용자를 D에서 H(F)으로 변경하는 전기사용신청계약을 체결한 사실, 피해자는 2016. 8. 18. D에 당일 현재 체납된 전기요금이 34,994,230원이고, 이의 납부를 최고하는 취지의 내용증명우편을 보낸 사실(송달장소가 이 사건 건물 등의 주소로 되어 있어 실제로 피고인이 위 내용증명우편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을 인정할 수 있다.
(2) 위 인정사실에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F가 피해자에게 D의 체납 전기요금 및 가스요금을 모두 지급하였고, 이에 피해자가 피고인 및 G에게 전기요금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서류 원본도 반환해주었으므로, 피고인이 F에게 이 사건 헬스기구의 소유권을 이전할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채무관계는 정산이 되었다거나, 법리적으로 피해자는 유효한 양도담보권을 취득하지 못하였다는 등의 취지로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점, D가 F에게 영업권 등을 양도하는 내용의 이 사건 계약 체결 이후 실제 2016. 7.까지 누가 이 사건 건물 등을 운영하였고, 세입자 등으로부터 관리비, 월세 등을 수령하였는지에 대하여 H 및 피고인의 진술 외에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고, F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18억 원 중에서 피해자가 알려준 D의 체납전기요금 및 가스요금을 피해자에게 대위변제함으로써 이 사건 헬스기구가 담보하는 D의 피해자에 대한 피담보채무가 모두 정산되었다고 생각하였고, 더구나 F가 대위변제한 다음 날 피해자로부터 자신 및 G이 체결한 각 1억 원의 연대보증계약 관련 서류의 원본 일체를 모두 반환받음으로써 위와 같은 생각이 더 확실해졌을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배임죄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3) 또한, 증인 L의 증언, 물품납품계약서(수사기록 20쪽 이하), 인증서(수사기록 23쪽 이하) 등에 의하면, D는 M를 운영하는 L로부터 2012. 8. 20. 소유권유보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헬스기구를 양도받은 사실, 피고인은 그 후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헬스기구를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인도하여 양도담보권을 설정하여 준 사실, L는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D로부터 이 사건 헬스기구 대금을 분할하여 받아왔는데, 2014. 7.경 미지급대금이 2,400만 원 상당이고, 현재까지 500만 원 상당을 지급받지 못하였으며, 잔금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건 헬스기구에 대한 권리도 여전히 자신에게 있다고 진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의하면, 이 사건 헬스기구에 대한 소유권은 여전히 L에게 있다고 볼 수 있고, 피고인이 이를 처분할 권한이 없으며, 피해자가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인도받은 이상 양도담보권을 선의취득 할 수도 없는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가 양도담보권을 유효하게 취득하였다거나, 설정자인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하기로 한다.
판사
판사 이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