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3구단10750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원고
1. A
2. B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14. 6. 27.
판결선고
2014. 8. 22.
주문
1. 피고가 2013. 8. 29. 원고들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C(D생)은 삼성탈레스(주)(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에서 근무하던 중, 2012. 10. 16. 01:45경 자신이 거주하던 경북 칠곡군 E아파트 109동에서 투신하여 다발성 골절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해'라 한다).
나. 망 C(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부모인 원고들은 2013. 6. 10. 피고에게 이 사건 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을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3. 8. 29. 원고들에 대하여 망인이 업무상 사유로 인한 정신질환이 발병한 상태에서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7, 8, 9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망인이 2012. 8. 1. F반으로 이동하여 차기열상감시장비(NGTOD) 등의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고, 선행 개발팀의 개발 지연에 따라 양산 분야를 담당하는 망인으로서는 제품의 납기일자를 맞추기가 어려운 상황 및 과도한 초과근무 등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로 인하여 심각한 정신적인 괴로움에 시달리던 던 중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 등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한 것이므로,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망인의 경력, 업무 환경
○ 망인은 1996. 1. 4.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삼성전자에서 소외 회사가 분사됨에 따라 2000년경부터 방위산업체인 소외 회사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망인은 군수관측장비의 조립 및 시험업무를 주로 수행하였다.
0 망인의 근무형태는 주 5일 08:00부터 17:00까지 근무를 하며, 근무 공간은 열린 넓은 작업공간에서 각 장비 작업자들과 팀장들이 서로의 업무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 망인은 사망하기 약 4개월 전인 2012. 6. 20. 건강검진 당시 행해진 직무 스트레스 평가에서 "직무요구, 직무자율, 관계 갈등, 보상부적절, 직장문화" 항목에서 스트레스가 "높음"으로 나와, 소외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업무로 인하여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측정되었고, "우울, 불안" 항목에서는 정상군에 해당하나 "수면" 항목에서는 주의군에 포함되어 있었다.
2) 사망 직전의 업무 내역
○ 망인은 이 사건 재해 직전인 2012. 8. 1.부터 소외 회사의 제품(전차 및 장갑 차) 제조라인 일원화 방안으로 망인의 원소속 작업반인 유니트반에서 망인이 수행하던 'F 컴퓨터 조립 및 시험 업무(기존에 망인이 수행하던 업무)'가 F반으로 이동되면서, 망인은 유니트반에서 F반으로 작업반을 이동하여 관측장비파트의 G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이러한 이동에는 망인의 의사도 반영되었다.
O F반은 30여종의 장비를 생산하는 제조라인이었는데, 관측장비파트(30%)와 조준경파트(70%)로 구분되며, 망인은 그 중 관측장비파트 소속으로 기존에 유니트반에서 수행하던 'F 컴퓨터 조립 및 시험 업무'를 다른 직원에게 인계 및 전수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NGTOD(차기열상감시장비)', 'TAS-1(포병 관측장비)', 'EOTS(전자광학추적장치)'의 조립 및 시험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 위 업무 중 'TAS-1(포병관측장비)', 'EOTS(전자광학추적장치)' 업무는 기존에 숙련된 작업인원이 원활하게 수행하고 있었으나, 망인이 주로 수행할 'NGTOD'와 관련된 업무는 망인이 이전에 수행한 경험이 없는 전문적인 광학지식이 필요한 관계로 업무에 적응함에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었었다. 게다가, 망인의 직전 작업과정인 광전자 반에서 기술적인 문제로 부품 인계가 지연되면서 망인이 사망하기 전까지도 제대로 작업이 시작되지 못하였고, 이로 인하여 조립작업 일정이 원래 2012. 8. 1.부터 2012. 12. 31.까지 총 5개월이었지만, 망인이 사망할 당시에는 작업 기간이 불과 2개월 15일 정도밖에 남지 않아 제품의 납기를 맞추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이에 소외 회사에서는 작업 인원을 기존의 망인을 포함한 2명에서 6명으로 증원할 계획이었고, 망인도 이러한 사정은 알고 있었다.
이 소외 회사의 정규 근무시간은 주 40시간(08:00~ 17:00, 점심시간 1시간 제외)인데, 만인은 망인은 F반으로 이동한 후 2012년 8월에는 총 39 시간, 2012년 9월에는 총 45시간, 2012.10.1 ~ 10.15.까지는 44.3시간의 초과근무를 하였다. 3) 사망 직전의 망인의 행적
○ 망인은 2012. 10. 10.(수요일) H에게 전화로 "3일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몸이 너무 좋지 않다", "퇴사를 하겠다"라고 하여 H가 이유를 물어 본 결과 망인은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고, H는 "오늘 휴가를 내고 내일 자세히 얘기하자"라고 하였다.
○ 망인은 2012. 10. 11.(목요일) 출근하여 H와 면담하면서 퇴사를 하겠다고 하였다가 다시 회사를 다니겠다며 번복한 사실이 있는데, 당시 망인은 최근 4일간 잠을 자지 못해 정신이 없고 항상 몽롱한 상태이고,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다가 최근 재발한 것이며, 당시 F반에서의 업무가 처음 접하는 업무라서 생소하고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하였다. 망인은 같은 날 오후부터 다음날인 2012, 10. 12.까지 휴가를 얻었다.
○ 망인은 2012. 10. 12. (금요일) 'I 정신과'에 들려 진료를 받은 결과, 적응장애 (의증' 및 '불안장애(의증)'의 진단을 받았는데, 당시 진료기록에 의하면 망인은 "직장에서 부서를 옮긴 지 3개월째로 새로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높았고, 회사 내 납품하는 일에 대해서 납품을 제대로 못할까 걱정을 많이 했으며, 처음하는 프로젝트를 맡아서 걱정이 되어 잠도 잘 안 오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망인은 위 병원에서 3일치의 약을 처방받았다.
○ 망인은 2013. 10. 13, (토요일)에 출근하여 H와 면담을 하였는데, 당시에도 담당하고 있는 'NGTOD' 관련 업무와 관련하여 두 달 만에 납품을 해야 하는 부담감과 잦은 불량 및 기술변경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고 이로 인하여 잠을 잘 못자는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퇴직을 하겠다고 하였다가, 모친인 원고 BO로부터 직장을 계속 다니라는 권유를 받고 다시 번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 망인은 2012. 10. 15. (일요일) 출근한 직후 심리적 불안증세로 종합병원인 순천향대학 구미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당시 진단은 '불안장애(의증), 급성 스트레스성 상태(의증)'이었다. 진료기록에 의하면 당시 망인은 심장이 빨리 뛰고 잠을 이루기 힘들다는 증상을 호소하면서 맡은 일이 힘들고 생소하여 어려운 고충을 진술하였고, 이에 대하여 주치의는 망인의 상태를 심신이 무기력한 "lethargy로 기록하면서 두 차례나 입원을 권유한 것으로 되어 있다. 망인은 위 병원에서도 3일치의 약을 처방받았다.
ㅇ 망인은 같은 날 다시 회사로 돌아와 17:17경 퇴근을 한 후, 다음날인 2012. 10. 16. 01:45경 자신이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투신하여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4) 의학적 견해
○ 원처분기관 정신과 자문의 소견
망인은 사망 3개월 전 업무변경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 불면 등으로 정신과 진료를 두 차례 받은 적이 있으나 목숨을 끊을 정도의 심한 스트레스라 보기는 어렵고, 그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을 찾아볼 수 있을 거라 여겨짐. 따라서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것으로 설명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울 것 같음.
○ 이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의 망인은 사망하기 약 2개월 전부터 직장 내 부서 이동 이후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중되기 시작했으며, 사망하기 약 2주 전부터는 불면, 불안, 무기력 상태, 우울한 기분, 식욕저하를 호소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음. 이에 따라 불안장애(의증), 적응장애(의증), 급성 스트레스성 상태(의증)로 진단받아 입원을 권유받았음. 이러한 증상들의 원인으로는 생물학적 요인, 유전적 요인, 스트레스를 포함한 심리사회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와 같은 정신사회적 요인도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통계적으로 보아 우울 및 불안 증상은 자살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 자살시 도자 중 75%는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장애를 경험하며, 외국의 통계를 볼 때 자살 사망자까지 포함할 경우 89 90%로 추정됨.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 환자는 자살 위험성이 13-26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음. 다만 자연경과에 따라 짧은 시간 안에 호전되는 통상적 우울감은 자살과 관련이 없거나 매우 적다고 보는 것이 타당함. 망인의 의무기록으로부터 추정하건대, 망인은 사망 당시 이미 임상적인 정신장애로 진단할 수 있는 정도의 증상을 보인 것으로 판단되고, 우울 증상을 포함한 정신장애를 앓고 있었다면 lethargy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큰 상태였음을 추정할 수 있음.
5) 망인의 환경, 성격 및 대인관계
ㅇ 망인은 사망 당시 만 34세로서 미혼이었고, 가족으로는 부모인 원고들과 형이 있었는데, 사망 당시 가족과의 불화나 경제적 문제 등과 같은 업무 외에 특별히 트레스를 받은 만한 상황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ㅇ 망인은 평소 내성적이면서 꼼꼼한 성격으로서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고 주어진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편이었고, 소외 회사에서 근무하면서도 상사나 동료들과의 대인관계에 있어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 망인은 2012. 10. 12. 이전에는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바 없다.
인정사실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6 내지 24호증,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칠곡지사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이 법원의 대구가톨릭 대학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 · 질병 · 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는바, 그 인과관계 유무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 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로써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근로자가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 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6. 8. 선고 993331 판결,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두8553 판결, 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두394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위와 같은 업무와 질병 및 자살행위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해당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두11785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업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적응장애와 불안장애 및 우울 증상이 발현하였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과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된다.
○ 망인은 사망 이전에 가족관계나 대인관계에 있어 특별한 문제가 없었고, 자살에 영향을 미칠만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도 않았으며, 업무상 스트레스 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다른 원인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 망인은 작업반을 옮기기 전에도 건강검진결과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높은 편이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F반으로 이동한 후 평소 다뤄보지 않았고 관련 지식도 없는 'NGTOD' 업무를 맡게 되면서 많은 심적 부담을 느끼게 되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광전자 반에서의 부품 인계가 지연되면서 원래 5개월의 작업기간이 예정된 'NGTOD'의 조립 및 시험을 2개월 내에 마쳐야 납기를 맞출 수 있는 관계로 극심한 불안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비록 인원 증원이 예정되어 있었다 해도 생소한 작업을 단시간 내에 마쳐야 하는 상황은 정상적인 업무 환경이라 볼 수 없고, 망인이 관측장비파트 G의 위치에 있었던 이상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경우 납기미준수에 대한 책임 문제가 제기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망인은 작업반 이동 후에 매월 40시간 내외의 초과근로를 하였고 사망하기 2 주전에는 무려 44시간의 초과근로가 집중됨으로써 본격적으로 'NGTOD'의 조립 및 시험 작업이 개시되기 전이었음에도 상당한 과로를 한 것으로 확인된다.
망인은 사망 직전에 H과의 면담 과정에서도 작업반을 옮긴 후 업무 적응과 납기 문제로 인한 어려움을 명백히 밝히면서 여러 차례 퇴사의 사를 밝혔다. 또한 같은 시기에 진료를 받은 정신과 진료기록에 의하더라도 망인은 업무로 인하여 수면장애가 올 정도로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가 있음을 호소하였는데, 주치의가 입원을 권유할 정도로 망인이 겪는 그 정신장애 증상이 가볍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이 법원의 신체감정의 또한 망인은 사망 당시 정신장애로 진단할 수 있는 정도의 증상이 있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큰 상태였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어, 망인은 단기간 내에 업무로 인하여 과로와 스트레스가 집중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과 판단력 · 억제력이 급격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3) 따라서 망인이 사망한 이 사건 재해와 망인의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선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한다.
판사
판사박형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