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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2002. 12. 24. 선고 2002가합32672 중간판결
[손해배상(기)][하집2002-2,350]
판시사항

[1]외국의 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인 국제관할 합의의 유효 요건 및 전속적인 관할 합의가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의 효력(무효)

[2] 전속적인 국제관할 합의가 불공정하여 무효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1]대한민국 법원의 관할을 배제하고 외국의 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인 국제관할의 합의가 유효하기 위하여는, 당해 사건이 대한민국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지 아니하고, 지정된 외국법원이 그 외국법상 당해 사건에 대하여 관할권을 가져야 하는 외에, 당해 사건이 그 외국법원에 대하여 합리적인 관련성을 가질 것이 요구되고, 한편 전속적인 관할 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에는 그 관할 합의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점에서도 무효이다.

[2]분쟁의 대상인 계약이나 불법행위 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단지 피고의 본점 소재지 법원일 뿐인 캐나다 온타리오주 법원에서 재판을 담당하는 것은 재판의 편의나 당사자 사이의 공평의 견지에서 볼 때 합리적이라 볼 수 없으므로 그러한 내용의 전속적인 국제관할합의는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원고

대진반도체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누리 담당변호사 김주영 외 3인)

피고

제네시스마이크로칩인코퍼레이티드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김재훈 외 3인)

주문

이 사건 본소에 대한 피고들의 재판관할권 부존재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금 949,227,117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원고는 전자제품 제조 및 판매업, 수출입업, 소프트웨어 개발업을 하는 회사이고, 피고 제네시스마이크로칩인코퍼레이티드(이하 '피고 1'이라 한다)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쏜힐시 드라이브 웨스트 커머스밸리 165에 본점을 두고 있는 캐나다 법인, 피고 제네시스마이크로칩코퍼레이션(이하 '피고 2'라 한다)은 피고 1의 자회사로서 미합중국 캘리포니아주 95002, 앨비소, 골드스트리트 2150에 본점을 두고 있는 미국법인인바, 원고는 1996. 11. 1. 피고 1과 사이에, 피고 1이 생산하는 ASIC칩에 관한 국내독점판매대리상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피고 1의 대리상으로서 위 제품을 국내에 판매하고 피고 1로부터 일정액의 수수료를 지급받아 왔다.

나.이 사건 계약은 계속 갱신되며 유지되어 오다가 2001. 7. 12. 다시 갱신되어 2002. 1. 31.까지 유효한 계약이 체결되었는데, 피고 1은 2001. 9. 25. 원고의 대표이사 앞으로 이메일을 보내 계약해지의사를 밝히고, 그 후 원고에게 계약해지 의사가 담긴 2001. 10. 11.자 문서를 발송하였다.

2. 재판관할권의 유무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이 사건 본소 청구원인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 따르면 당사자들은 언제든지 계약을 종료시킬 수 있고 그 의사표시는 계약종료의 효력발생일 60일 이전에 등기우편 또는 팩스에 의해 송달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이 사건 계약의 효력은 피고들이 발송한 2001. 10. 11.자 문서가 원고에게 도달된 2001. 10. 16.로부터 60일이 경과한 2001. 12. 15.에야 종료되는 것이고 따라서 그 날까지는 원고가 독점판매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피고 1 및 피고 1의 자회사로서 피고 1과 모든 물적, 인적설비를 같이하면서 경제적 실체상 일체를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사건 계약에 기한 실제의 거래관계를 모두 관장해온 피고 2가 공모하여, 2001. 10. 19.자로 한국 내에 피고 2의 영업소 형태로 피고들의 영업소를 설치하고 원고를 배제한 채 2001. 10.초경부터 원고의 기존거래처와 직접 거래를 해오고 있고, 한편 이 사건 계약을 처음 체결할 무렵만 하더라도 피고들의 한국내 매출이 전무하였으나 원고의 활발한 영업활동에 힘입어 이 사건 계약이 사실상 해지된 무렵에는 월 8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이 발생하였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시킨 피고들에 대하여 상법 제92조의2 에 의거하여 대리상의 상당한 보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고, 피고들은 이 사건 계약이 아직 유효하게 존속되고 있음에도 원고가 자신의 노력으로 개척한 거래처와 직접 거래를 하는 등 방식으로 원고의 이 사건 계약에 따른 독점판매권을 침해하였으므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한편, 피고들은 이 사건 계약체결 당시 원고와 피고 1 사이에, 이 사건 대리상계약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할 경우 그 관할법원을 캐나다 온타리오주 법원으로 하기로 하는 전속적 관할합의가 있었으므로 이 사건 소는 국제적 관할합의의 약정을 위배한 것으로서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고 항변하고 있다.

다.그러므로 우선, 피고들에 대하여 한국법원에 이 사건 본소의 재판관할권이 있는지에 관하여 차례로 살핀다.

(1) 피고 1에 대하여

(가)원고와 피고 1 사이의 관할합의는 전속적인 관할합의인가, 부가적인 관할합의인가

이 사건 계약서 제13조 a항에는 "이 계약은 온타리오주의 법률에 의하여 규율되며 그에 따라 해석된다(그러나 온타리오주의 국제사법은 적용되지 아니한다). 당사자들은 이 계약의 모든 규정에 근거한 모든 소송 또는 법적인 절차들에 대하여 온타리오주 법원에 관할권이 있음을 동의한다. 이 계약에 의하여 당사자들은 온타리오주 법원의 관할권을 승인한다(This Agreement shall be governed by and construed under the laws of Ontario(but without giving effect to the conflict of laws rules of thereof). The parties agree that the courts of Ontario shall have jurisdiction to entertain any action or other legal proceedings based on any provisions of this Agreement. The parties hereby attorn to the jurisdiction of the courts of the Province of Ontario)."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비록 위 관할합의 조항이 only, exclusive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여 다른 법원의 관할권을 배제하는 내용을 명시적으로 표현하고 있지는 않고 일반적으로 전속적 관할합의는 당사자 일방의 관할의 이익을 해할 수도 있으므로 이는 당사자간의 원래의 합의의사에 반하지 않도록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필요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당사자 간의 관할합의가 전속적인가, 부가적인가는 단지 only, exclusive와 같은 단어의 사용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관할합의 조항에 들어 있는 계약 당시의 당사자의 의사를 추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할 것인바, 이 사건 관할합의의 경우 거래당사자의 지위, 거래당시의 상황, 거래 내용, 경합하는 법정관할법원의 존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고, 여기에 위 관할합의 조항에 '당사자들은 이 계약의 모든(any) 규정에 근거한 모든(any) 소송 또는 법적인 절차들에 대하여 온타리오주 법원에 관할권이 있음을 동의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위 관할합의의 취지는 어떠한 형태의 소송 내지 법적인 절차들이라도 그것이 이 사건 계약서의 어떤 규정들과 관련하여 발생한 것이라면 다른 법원의 관할권을 배제하고 온타리오주 법원에만 관할권을 인정하기로 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여 이 사건 관할합의는 전속적 관할합의라고 할 것이다.

(나) 전속적인 관할합의로서 유효한가

섭외사건의 국제재판관할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상의 원칙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아니하고, 이에 관한 우리 나라의 성문법규로는 국제사법이 있는바, 동법 제2조 는 ①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 이 경우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을 따라야 한다. ② 법원은 국내법의 관할규정을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권의 유무를 판단하되, 제1항의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판례에 따르면, 대한민국 법원의 관할을 배제하고 외국의 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인 국제관할의 합의가 유효하기 위하여는, 당해 사건이 대한민국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지 아니하고, 지정된 외국법원이 그 외국법상 당해 사건에 대하여 관할권을 가져야 하는 외에 당해 사건이 그 외국법원에 대하여 합리적인 관련성을 가질 것이 요구되고, 한편 전속적인 관할 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에는 그 관할합의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점에서도 무효라고 한다( 대법원 1997. 9. 9. 선고 96다20093 판결 ).

그러므로 위 법규정과 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관할합의가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1 내지 8호증, 을 제1호증, 을 제3호증, 을 제4호증의 1 내지 3, 을 제5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삼성세무서, 삼성전자, 엘지전자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에서 문제된 원ㆍ피고 사이의 운송에 관한 기본적인 계약이 국내에서 이루어졌고, 원고의 대리상 활동은 모두 국내에서 이루어졌으며 또한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 1의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가 일어난 곳도 대한민국인 점, 피고 1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쏜힐시 드라이브 웨스트 커머스밸리 165에 본점을 두고 있으나 피고 1의 대표이사인 미합중국인 암논피셔가 역시 그 대표이사로 있는 피고 2는 피고 1의 자회사로서 대한민국 내에서의 영업소를 서울 강남구 삼성동 143-37, 38호에 두고 있고, 안영호가 대한민국 내에서의 대표자로 따로 정하여져 있으며 피고 2의 영업소가 사실상 피고 1의 영업소로서도 활동하고 있는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 1이 피고 2의 영업소를 통하여 현실적으로 이 법원에 응소하기에는 불편이 없는 반면, 원고는 대한민국에 그 주소를 가지고 국내에서만 활동하고 있을 뿐이어서 캐나다에서 소송을 수행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입장에 있는 점, 과연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 1에게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한 증거자료가 거의 대부분 대한민국 내에 존재하고 있어 그 증거의 수집은 캐나다에서보다는 대한민국에서 훨씬 용이하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단지 온타리오주 법원이 이 사건 계약과 관련한 소송에 대하여 관할권을 가진다는 사정 외에 특히 온타리오주 법원이 이 사건 분쟁에 대하여 합리적인 관련성을 가진다는 입증이 없는 이 사건에서, 이 사건 계약이나 불법행위 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단지 피고의 본점 소재지 법원일 뿐인 온타리오주 법원에서 이 사건 재판을 담당하는 것은 재판의 편의나 당사자 사이의 공평의 견지에서 볼 때 합리적이라 볼 수 없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관할합의는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피고들은, 원고의 이 사건 청구원인이 표면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라고는 하지만 그 내용은 피고가 원고와의 독점판매대리상계약을 위반하여 원고가 아닌 다른 제3자에게 직접 판매를 함으로써 원고의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것일 뿐이어서 결국,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의 해석 및 그 집행에 관하여 다투는 것이므로 위 전속적 관할합의의 효력은 위와 같은 원고 주장 청구원인에도 미친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위 전속적 관할의 합의에 의하여 불법행위지의 특별재판적 규정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가사 피고들의 주장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원인이 불법행위가 아닌 사실상 채무불이행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관할합의는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그 합리성을 결한 것이어서 이 사건 관할합의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위 결론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2) 피고 2에 대하여

위 피고 1의 경우와는 달리 피고 2의 경우에는 원고와의 사이에 어떠한 형태의 계약이나 관할합의도 없었으므로, 피고 2에 대하여 한국법원에 이 사건 본소의 재판관할권이 있는지 여부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국제사법 조항이나 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결정되어야 할 것인데, 피고 2는 미합중국 캘리포니아주 95002, 앨비소, 골드스트리트 2150에 본점을 두고 있으나 대한민국 내에서의 영업소를 서울 강남구 삼성동 143-37, 38호에 두고 안영호를 대한민국 내에서의 대표자로 따로 정하여 두고 있어 이 법원에 응소하기에 불편이 없는 반면, 원고는 대한민국에 그 주소를 가지고 국내에서만 활동하고 있을 뿐이어서 캐나다에서 소송을 수행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입장에 있는 점, 이 사건에서 문제된 원고와 피고 1 사이의 운송에 관한 기본적인 계약이 국내에서 이루어진 점, 원고의 대리상 활동 역시 모두 국내에서 이루어졌고 또한,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들의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가 일어난 곳도 대한민국인 점, 과연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 2에게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한 증거자료가 거의 대부분 대한민국 내에 존재하고 있어 그 증거의 수집은 캐나다에서보다는 대한민국에서 훨씬 용이하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대한민국 법원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국제사법 조항이나 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이 사건에 대하여 실질적인 관련을 가지고 있으며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을 기한다는 기본 이념에 비추어 보더라도 대한민국의 법원에 이 사건에 관한 재판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따라서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이 사건 소송에 대하여 이 법원은 국제재판관할권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반하는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어 받아들이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중간판결한다.

판사 박찬(재판장) 이호재 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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