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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지법 1993. 9. 6. 선고 90고단3615 판결 : 확정
[공무상비밀누설][하집1993(3),333]
판시사항

가. 행정기관 내부에서 처리과정 중에 있는 중간문서라는 사유만으로 법령상의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

나. 국세청을 대상으로 한 기업의 비업무용부동산 취득에 대한 과세실태실지감사보고서를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기 전에 신문기자에게 건네준 감사원 감사관( 피고인)의 행위가 공무상비밀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가. 비밀로 규정되거나 분류된 바도 없고, 그 내용도 정치, 군사, 경제,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것이거나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실질적인 비밀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사항에 관한 것이라면 단지 행정기관 내부에서 처리과정 중에 있는 중간문서라는 사유만으로 법령상의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감사원 제2국 제4과 감사관으로 일하던 자로서 1989. 8. 16.부터 같은 해 8. 29.까지 국세청을 대상으로 한 한일개발 등 36개 기업의 비업무용부동산 취득에 대한 과세실태 실지 감사를 한 후 그때까지의 감사자료를 토대로 실지감사귀청보고서를 작성하여 결재를 올린 다음 그 사본 1부를 보관하고 있으면서, 위 보고서는 내부보고용으로 작성된 것으로서 감사결과로 확정 공개되려면 내부결재를 거쳐 최종적으로 감사위원회의의결을 거쳐야 하는 행정기관 내부에서 처리과정 중에 있는 중간문서로서 공개되어서는 안되는 공무상 비밀이고, 그 내용도 관계 법령을 숙지하지 못한 채 보유부동산이 많은 23개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법을 기준으로 단기간의 조사에 의한 극히 부실한 것이고, 은행감독원이 한 비업무용부동산 보유실태 조사는 자체기준에 따라 520개 기업에 대하여 실시한 것이어서 대상기업수와 판정기준이 틀려 서로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데도 은행감독원 조사에 따른 비업무용부동산 보유비율은 1.2%이고, 감사원 조사에 따른 비율은 43.3%에 달하여 엄청난 비업무용부동산이 업무용으로 위장되어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대비표가 기재되어 있어 누설될 경우 정부와 은행감독원의 공신력에 손상을 끼치고, 해당 기업의 신용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음을 알면서도 1990.3.경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부근 옥호 불상 여관에서 한겨레신문 기자 이흥동, 이봉수에게 위 보고서 사본 1부를 건네주어 1990. 5. 12.자 한겨레신문에 위 보고서 내용이 보도되게 하여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였다는 것인바, 피고인이 1990. 3.경 위 여관에서 위 실지감사귀청보고서 사본1부를 한겨레신문 기자 이홍동 등에게 건네주어 1990. 5. 12.자 한겨레신문에 위 보고서 내용이 보도되게 한 사실은 피고인도 자백하고 있고, 한겨레신문 기사 사본 등 증거도 있어 충분히 인정된다.

2. 그러나,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이고, 여기서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이라 함은 국가공무원법 제60조에 규정된 `직무상 지득한 비밀'보다 좁고 엄격한 개념으로서 반드시 법령에 의하여 비밀로 규정되었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하는 것은 아니고, 정치, 군사, 경제,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이나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된다 할 것이나(대법원 1982.6.22. 선고 80도2822 판결 등 참조), 비밀로 규정되거나 분류된 바도 없고, 그 내용도 위와 같은 실질적인 비밀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사항이 단지 행정기관 내부에서 처리과정 중에 있는 중간문서라는 사유만으로 법령상의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나아가 위 실지감사귀청보고서의 내용이 위와 같은 법령상의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우선 위 보고서가 법령에 의해 비밀로 규정되었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것이 아님은 물론 정치, 군사, 경제,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이 아님은 명백하고, 피고인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 증인 전제한, 이양호, 서정도의 각 증언과 실지감사귀청보고서 사본, 신문기사 사본(변호인 제출의 제13호증의 22)의 각 기재에 의하면, 위 실지감사는 부동산투기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 정부에서도 토지공개념 도입 등 토지 관련 세재 등의 개혁 방침을 밝히고 있고,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실태에 관하여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에 부응하기 위하여 부동산 관련 세재의 실제 운용실태, 기업의비업무용부동산 보유현황, 과세실태, 법령상 개선사항등을 파악하고자 당초의 연중감사계획을 수정하면서까지 기획 입안된 감사로서 상당한 사전 준비와 관계 법령에 대한 연구 교육, 2차에 걸친 예비조사 후 피고인을 반장으로 한 6명의 인원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2주간에 걸쳐 한 것으로서, 기간연장품의가 허락되지 않아 조사기간이 다소 부족하고, 법령해석에 다툼이 있는 부분이 있으며, 상부의 지시에 따라 감사가 도중에 중단되는 바람에 최종적인 확인 검토작업을 거치지 못하여 조사결과에 다소의 오류는 있으나, 나름대로 상당한 근거와 의미를 지닌 것이고, 위 보고서는 반장인 피고인의 이름으로 부감사관 이양호가 작성한 것으로서 그때까지의 감사결과를 토대로 그때까지 감사가 실시된 23개 기업의 부동산 보유실태, 과세누락된 비업무용부동산의 법인별 내역, 법령상 개선이 요구되는 사항, 은행감독원의 국회제출자료와의 대비표, "법인에 의한 부동산투기는 관계기관의 공식적인 발표내용보다 훨씬 심각하나, 이미 정부에서 토지공개념 도입을 위한 입법 추진 중이고, 재무부에서도 세법개정 예정에 있으므로 차기 감사자료로 하고자 함"이라는 처리의견 등의 내용으로 되어 있는 사실, 한편 은행감독원의 조사결과는 주거래은행이 보고한 내용을 아무 검증 없이 취합만 하여 1989. 5.18.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서 당시 이미 공개된 것이고, 국세청이 정부의 5.8. 조치에 따라 같은 기준에 의해 조사하여 1990.8.경 발표한 48대 그룹의 비업무용부동산 보유비율도 35.3%인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그렇다면 위 감사결과가, 공개되는 경우 정부의 공신력이 손상될 정도로 부실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은행감독원의 조사결과는 믿기도 어려운 것일 뿐 아니라 이미 공개된 것이어서 감사원 감사결과와의 대비표가 공개된다하여 새로이 그 공신력에 손상이 간다거나 해당 기업의 신용에 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할 수도 없으며, 설사 그러한 염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동산투기 문제가 심각했던 당시의 상황에서 국민의 알 권리등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은행감독원이나 해당 기업의 주관적이고 특수한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에 이익이 있는 사항일 뿐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4. 그렇다면 위 실지감사귀청보고서의 내용은 어느 모로 보나 앞에서 본 법령상의 직무상 비밀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인이 위 보고서를 누출한 행위 역시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결국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 조에 따라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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